본문 바로가기

줌아웃 - 에세이

국내외 무용 현장에 관한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2019.08.16 조회 579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복사
  • 프린트

나의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 타말파 여름 워크숍 레지던스

이경은_안무가

안무가인 나는 가끔 해외 레지던스에 참가한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신작 준비를 위한 리서치 단계에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필요할 때, 두 번째는 예술가로서 영감받을 수 있고 재교육의 기회가 된다고 판단되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이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생활과 일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기 때문인데, 세계 어디를 가도 인터넷으로 실시간 연결되어 별반 차이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내 몸을 멀고 새로운 땅으로 옮겨가는 이유는 그만큼 얻어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생경한 곳이라 참으로 불편하고 많이 흔들리지만 말이다.

이번 해외 레지던스는 미국 타말파 인스티튜트가 주최하는 2019 타말파 여름 워크숍 : 다리아 할프린과 함께하는 삶/예술 과정으로써의 움직임(Tamalpa Summer Workshop: Movement as a Life/Art Process with Daria Halprin)”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 해외레지던스지원으로 리케이댄스 이경은, 주석영이 참가할 수 있었다. 워크숍 과정을 기록하며 배우고 느끼고 알아차린 것을 이경은 관점에서 쓴다. 부족한 글이지만, 안나 할프린과 다리아 할프린이 공동 설립한 표현예술치유센터 타말파 인스티튜트를 소개하고,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를 알리며, 워크숍 내용을 공유한다.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영광이겠다.

먼저, 타말파 인스티튜트 (Tamalpa Institute)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타말파 인스티튜트는 포스트 모던댄스 대표 무용가 안나 할프린(Anna Halprin)이 1978년에 설립하여 올해 40주년을 넘긴 표현예술치유센터이다. 연구소 사무실은 도시에 있고, 워크숍이 열린 홈 스튜디오는 산에 있다. 영험하기로 유명한 타말파 산꼭대기에 있는 홈 스튜디오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목조 건축물이다. 1층에는 로비 공간으로 거실,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는 주방과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실내 스튜디오와 데크로 연결된 야외 공연장이 있다. 워크숍은 2층 두 곳을 연동하며 이루어졌다. 참여자들이 실내와 야외를 맨발로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1층에 신발을 벗어놓게 했다. 참 편했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가이드라인을 조성한 것에서 타말파의 철학과 관리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야외 데크는 소나무 그늘 아래 공연장과 그 공연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계단식 객석으로 이루어진 야외 공간이다. 이곳은 참여자에게 자신을 움직임과 춤, 그림, 시로 표현하고 콜라보레이션하게 하는 작업실, 점심시간에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삼삼오오 모여서 까먹고 얘기하는 놀이터, 낮잠 자고 휴식하는 우리만의 천국이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타말파에 가고 싶었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안나 할프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 그녀에게 직접 마스터 워크숍을 듣고 싶었다. 안나는 1920년생으로 올해 99살이다. 지난해까지 꽤 긴 워크숍도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에 갑작스런 낙상으로 골반 부상을 입은 이후부터는 1일 워크숍만 한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안나 할프린을 만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는 나의 기대는 희망에 그치고 말았다. 건강이 회복되어 장수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워크숍의 리더, 안나 할프린의 딸, 다리아 할프린은 타말파 인스티튜트 공동 설립자이다. 다리아 할프린은 댄서, 시인, 교육자, 작가이며, 움직임과 춤 그리고 표현예술교육과 치유 전문가로서 참으로 지적이고 성숙한 지도자였다.

이번 워크숍 참가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홈페이지 tamalpa.org에서 워크숍 일정을 확인한 후 참가 의사를 보내자 초청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초청장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을 신청했다. 워크숍 장소가 산속에 있었기 때문에 숙소는 시내에 있는 곳으로 개별 예약했다. 숙소에서 산까지 우버 택시로 15분 거리로 가까웠다.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준비했다. 언어는 영어였다. 참여자는 전 세계에서 26명이 참여했다. 이 중 절반은 처음이고, 절반은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좋아서 또 왔다고 한다. 참여자 전공과 직업, 나이, 성별은 다양했다.

도전적이고 멋진 26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보낸 5일간의 값진 세월의 기록을 여기에 공유한다.

Day 1
<notice> 알아차림
2019.06.15. 토요일 09:30~17:30
① 타말파 방법 나누기 : 양손 비벼 따뜻하게 한 후 눈, 가슴, 배꼽 순서로 기대기, 몸에 집중하고 몸 알아차림

② 자기 소개 게임 : 자신의 이름과 어울리는 움직임 제시하기, 전원 따라 하기

③ 춤추기 : 나를 위해,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춤추기

Lunch Break

④ 표현 주제 : 삶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신체적/정서적/정신적인 측면 -> 은유적 시, 그림으로 표현하기
‘The One Who 어떤 사람’
Physically ______________________ 신체적으로
Emotionally _____________________ 정서적으로
Mentally ________________________ 정신적으로

⑤ 야외극장 이동하여, 그룹 갤러리 (3인 1조)
내가 표현한 그림과 글을 타인이 동작으로 표현하기
내가 표현한 것을 내가 말로 발표하기

ⓒ이경은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는데, 지금은 제한이 생긴 사람”
“정서적으로 모욕당할 때, 즉각 반응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
“정신적으로 강하고 드높다. 똥 묻어도”
“나는 어떤 사람?” 움직임/춤으로 표현하기

ⓒDaria Halprin
표현 영역 5가지 중 남은 4일간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느낀 것 : 자기소개를 할 때, 자기 이름과 그 이름에 걸맞은 움직임/춤으로 표현했다. 직업 등 후천적인 직함 없이 말이다. 나는 이것에 편하면서도 참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는 직업이라는 옷 뒤에 나 자신을 가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자신으로 오롯이 서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다면 타인을 만날 때에도 상대방 직업의 특성과 고정관념으로 만나고 기준삼지 않았나? 직함을 떠나 사람 ‘그 자체’를 만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Day 2
<Communication Model> 소통 모델
2019.06.16.일요일 09:30~17:30
다리아 할프린에게 일요일 아침은 “은유의 신전 Metaphor Temple, 신전의 몸 Body of Temple” 이자, “신전으로써의 몸 Body as temple, 악기로써의 몸 Body as an instrument 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한다.

① 첫날 나누었던 타말파 방법을 교육생 사레나 Sarena의 시범으로 리뷰해주었다. 특히 강조할 부분이 있을 때는 다리아 할프린의 직접 시범이 있었다. 타말파 방법의 실천 Practice는 타말파 요가의 제의성과 맞닿아있다는 설명과 함께.

② Practice of Ritual / Mindful Movement(Mindfulness) 제의의 실천 / 움직임 주의집중을 통한 명상

③ 표현예술 : 만약 나의 몸이 말할 수 있다면 If My body could speak;
둥글게 서서 읽고 대답하기 Around of Reading and Responses (5인 1조) : 나의 글을 옆 사람이 움직임/춤으로 대신 표현해준다.
a
b
c
d
e
정서적으로 움직임/춤(먼저) - 말하기(나중) Emotionally Moving (first) - Speak (second) *나는 이 방법이 타자와 동일시, 감정이입을 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다

Lunch Break

④ 표현 주제 : Intention of What is my goal -> 그림으로 표현
Tricks in performance 전부 다 퍼포먼스하지 않아도 된다

⑤ <Communication Model> 소통 모델
3가지
I see (physical level) 나는 보았다 (신체적 단계)
I feel (emotional level) 나는 느꼈다 (정서적 단계)
I imagine (mental level) 나는 상상했다 (정신적 단계)

5가지로 세분화하면,
I sense 나는 감각했다
I notice 나는 알아차렸다
I feel 나는 느꼈다
I imagine 나는 상상했다
I remember 나는 기억했다

ⓒ이경은
Intention of What is my goal
<Touch me, Touch myself>

“나는 본다. 심장 위 손을 본다. 손과 손이 함께 있는 것. 피부, 몸

나는 느낀다 (핵심적으로) 촉감, 행복감, 관심, 하나, 연결 touch, happiness, interesting, unify, connecting

나는 상상한다 (예술적으로)
안정감, 균형감 stability, balance”
*내가 느낀 것 : 많이 받는다는 것 = 많이 줬다는 것, 서로 주고받는 상호관계이기 때문이다.
몸의 말을 들어보자. 몸의 가능성을 열어보자. 몸은 훌륭한 메아리이다. wonderful echo.
Day 3
<Body Community> 몸의 공동체
2019.06.17.월요일 09:30~17:30
Body Parts
Head to Face
Shoulders Arms Hands
Ribcage
Spine (posture of body 몸의 자세)
Abdominal
Pelvis
Legs and Feet

① 표현 주제 : 특정 신체 부위를 본인 인생에 은유하여 선택한다. 그 신체 부위의 은유를 원천으로 -> 움직임/춤으로 표현하기

② 무버와 관찰자가 되어 관찰한 것을 I notice, I feel 등 소통 나누기, 2인 1조

③ 20분간 나에게 보내는 편지, 5분간 인생 은유의 움직임, 움직임으로부터 인생 상황이 내포된. 시적 표현을 통한 내 인생에 보내는 편지쓰기 letter of home

④ Ritual performance 6-8분간, 13명 1조, 총 2팀으로 나누어 공연하기

ⓒ이경은
나는 어떤 움직임이다.
나는 어떤 춤이다.
- 다리아 할프린 워크숍 노트 中
“나는 회복의 움직임이다.
꼬리에서 시작한 움직임은 척추라는 길을 타고 내 몸 전체를 관통하며 몸의 지혜, 정신의 지혜의 종을 향해 간다.

나의 지혜는 도전과 실천으로 깨어난다. 햇빛 받으며 물이 생겨나는 지혜의 전차가 된다.

그 전차는 달리고 때론 쉰다. 쉰다 때론 천천히 걷는다.

종이 울린다. 회복의 종소리다. 종소리에 햇빛 비춘다. 그 종에 물을 넣고 그 물로 목욕을 한다. 씻은 듯이 회복된다”

ⓒ이경은

ⓒ이경은
나의 신체 부위 중 인생 은유 = 복부
eliminate(제거) = 방출, 긴장하지 않음, 평화
Day 4
<World Body Mapping Parts> 몸의 부위로 세계 지도 그리기
2019.06.18.화요일 09:30~17:30
① 표현 주제 : What are you moved body?
physical body
emotional body
mental body
memory
family
landscape
longing 갈망하는 열망하는 동경하는
needs

② 지지위에 관절, 근육 등 작게 움직여본다.
누군가와 관계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그 기억으로 인해 움직여본다.
표현예술 5분, I am moved by (시 -> 발표하기, 시 -> 움직임/춤으로 표현하기)

우선,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나중, 시 소리 내어 발표하기

performance Sharing (3인 1조)

“나는 천국과 지옥의 기억으로 인해 움직였다.
따뜻함이 더 할수록 더 차가웠다.
검은 기억
검정이 하양을 가렸다.
하양은 없다
하양 기억만 있다
감각의 하양 전차는 척추를 타고 떠났고
하양 전차는 까망이 되어 종착지에 도달했다
내려야한다
내린다”


-이경은
Lunch Break

리케이댄스 주석영, 이경은/ 타말파 홈 스튜디오 야외 공연장에서 ⓒ이경은

야외 공연장 객석에 앉아 골반으로부터 시작된 움직임 표현하기 ⓒDaria Halprin

타말파와 작별 인사하며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쓰는 편지 ⓒDaria Halprin
*내가 느낀 것 : 자연에 공연을 걸어놓는다는 것. 내 몸과 자연이 직접 접촉한다는 것. 전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경험. 산이 무대고 나무가 소품이며, 햇빛이 조명이고 내가 주제다.
표현 주제를 수행하다보면 엉킨 실이 풀리듯 상황이 분리되어 객관화로 보였다. 문제적 기억을 풀기도 하고 버리기도 했다. 문제인지도 모르다가 문제라는 걸 발견하기도, 문제 아닌데 문제라 여기기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느껴졌다. 그로 인해 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깨, 오른쪽 무릎 통증. 처음 느껴본다.
Day 5
<What I notice, feel, see, imagine>
2019.06.19.수요일 09:30~17:30
① 표현 주제 : 내가 이곳에서 알아차린 것, 느낀 것, 본 것, 상상한 것 -> 은유적 시, 그림 중 선택해서 표현하기

② 5명씩 Group sharing, 1명이 8분간 말로 그룹과 소통하기

ⓒ이경은
“5일간 초록 하늘이 보였다.
내일부터 형광 불빛이 보일 테고
빌딩 숲 속에 있을 거다.
이곳은 나무 숲, 초록 숲 나뭇잎 사이로 파랑 하늘 만 보일 뿐.

내 몸을 알아차리고
내 몸을 사랑해줘야겠다 느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상상된다.

그림 표현은 내겐 엉망이다
글로
마음표현 해야겠다”

-이경은
③ 표현예술 : 춤추기 - 그룹, 누군가와, 솔로 (집단 무의식 체험을 통한 치유)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춤추기”

ⓒDaria Halprin
Lunch Break
④ Tamalpa media
영상자료를 통한 타말파 연구소 프로그램 소개 시간

*내가 느낀 것 : 무의식 체험이 늘 의식하며 작업해온 안무가인 나에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의 목적은 다르기에 무의식하려고 의식해 보니 그리되더라. 타말파 홈 스튜디오는 나에게 매우 충전된 공간, 힐링의 시간, 치유 과정이었다. 하산해서 땅 밟고 나로서 걸어가는 것, 그것이 나의 비전이다.

ⓒ이경은
이경은_안무가 진정성, 위트, 감각적인 춤으로 관객들께 만족감과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 평창패럴림픽 개폐회식에 조안무로 참여했다. 작품 <안녕>으로 서울무용제 ‘우수상’과 ‘안무상’을 수상했다. 리케이댄스 예술감독이자 경기대학교 한류문화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초빙교수이다.


목록

댓글 0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