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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조회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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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왜 미술의 대상(object)이 되었나?

춤은 왜 미술의 대상(object)이 되었나?
- 2019 베니스 국제 아트 비엔날레

김재리_드라마투르그

1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대표적인 국제 비엔날레인 베니스 국제 아트 비엔날레(The 58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of La Biennale di Venezia)가 58회를 맞았다. 올해에는 영국 헤이워드 미술관(Hayward Gallery of London)의 예술감독인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90개 국가가 참여하는 국가관 전시와 세계 7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본전시가 각각 자르디니(Giardini)와 아르세날레(Arsenale) 미술관에서 이루어진다. 전시는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진행되며 주요 전시관 이외에도 베니스 전역에서 다양한 작업과 퍼포먼스, 컨퍼런스,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가 소개된다.

흥미로운 시대의 예술
2019년 비엔날레의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You may live in interesting time)’이다. 언뜻 보면 긍정적이고 활기차 보이는 ‘흥미로운 시대’란 사실 불안정하고 위험에 처한 지금을 가리킨다. 큐레이터 랄프 루고프(Ralph Rugoff)는 전시를 통해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부터 난민, 부의 불균형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예술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탐색의 방법을 제시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 국가관의 ‘태양과 바다Sun & Sea(Marina)’는 인스톨레이션과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작업을 선보이며 전 지구적인 기후의 재앙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 이 작업은 인공 해변에서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오페라-코러스 음악으로 구성되었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관람하는 극장식 감상방식을 취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외에도 인종 문제, 난민, 젠더, 혐오, 자본, 차별, 폭력 등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토대로 한 작업이 소개되었으며 미술의 사회적 연결(Social engaging)을 위한 접근들은 새로운 관점과 스타일로 제시되었다.

‘흥미로운 시대’라는 다소 포괄적인 주제는, 하나의 이슈로 작품을 수렴하기에 복잡한 동시대의 문제와 관계를 맺기 위한 예술의 실험과 실천의 다양성을 옹호한다. 루고프는 “(전시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예술의 모범적 전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완벽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의 실천에서 다양한 측면을 발견하고자 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예술의 시선으로 다르게 보기 위한 실천은 다른 매체와의 접점과 충돌을 통해 다른 창작의 방식을 고안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잘 정돈된 작품보다는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창작의 접근 방식과 실천을 강조하는 미술의 흐름은 지금 시대의 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무용에서 지금의 안무가 세대들은 무용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으며, 무용의 정체성을 지켜야 할 의무감도 없다. 예술에서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실험을 전제하고 있으며 실험을 위해 사용되는 매체와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는 예술가의 도전으로 연결되고 있다. 비엔날레에서 보여주는 예술의 다양성과 실천 지향적인 모습은 안무가들에게도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Lina Lapelyte, Vaiva Grainyte and Rugile Barzdziukaite, <Sun & Sea(Marina)>, 리투아니아관 ⓒAndrea Avezzu, Italo Rondinella, Francesco Galli, Jacopo Salv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춤/안무/퍼포먼스: 작품이 아닌 ‘실천’으로서의 미술
눈여겨볼 것은 춤과 안무, 그리고 퍼포먼스를 작업의 형식으로 채택하는 작업이 유난히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지역적, 혹은 세계사적 관점에서의 논쟁적인 주제들의 충돌과 형식적 전복을 통한 예술의 다이내믹을 생산해왔던 비엔날레에서는 미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위한 방식으로 춤과 퍼포먼스가 소개되어왔다. 2013년에 안무가인 티노 세갈(Tino Sehgal)이 보이스와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는 퍼포먼스 작품 <무제(Untitled)>로, 2017년에는 퍼포먼스 작품 <파우스트(Faust)>로 독일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작업을 소개하고 춤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거나, 신체적 행위를 통해 오브제들의 관계성을 구성하는 퍼포먼스가 많은 작업에서 발견되었다.

한국관의 경우에도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failed us, but No matter)’라는 전시 주제 아래 안무와 춤, 그리고 퍼포먼스를 소개했다. 남화연 작가의 <반도의 무희>는 식민지 시대에 역사적 소용돌이에서 부유하듯 떠다니며 ‘동양 발레’의 꿈을 키운 무용가 최승희의 춤과 삶을 관통하는 작업을 소개했다. 작가는 동양 발레를 위한 ‘안무의 시스템’에 천착하며 식민지, 분단, 예술의 정치적, 세계사적 지형을 ‘안무’의 구조 위에 설계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안무로부터 접근하였다. 정은영 작가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은 제목에서부터 퍼포먼스의 재료들을 사용한 작업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장애인, 트렌스젠더, 남장 여성 배우 등 퀴어의 육체와 그들의 수행적인 몸짓은 제도 밖에 존재하는 몸에 대해 서사보다는 퍼포먼스의 다차원적인 감각을 통해 인식할 수 있게 하였다. 제인 진 카이젠의 <이별의 공동체>에서는 한국의 바리설화와 입양아로 살아온 작가 개인의 서사를 교차시키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를 상징하는 무당의 등장과 굿에서의 행위들이다. 무의식적인 움직임이 발생시키는 예측 불가능한 다이나믹에 밀착한 카메라의 프레임은 비선형적인 서사의 방식과 함께 시청각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남화연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2019, 비디오 사운드 설치, 가변크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2채널 비디오 설치 ⓒ김경호
브라질 국가관에서는 춤을 대상으로 한 작품 <스윙게하(Swingguerra)>를 소개했다. 스윙게하는 브라질에서 유행하는 춤의 장르로, 작가는 대중 춤을 가져옴으로써 춤과 무용수의 표현을 관통하는 브라질의 동시대 문화와 사회적 긴장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는 군무 장면과 무용수들의 일상을 카메라로 담아낸 장면은 흡사 뮤직비디오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대중 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한 춤의 표현들을 그대로 옮겨온 작업에 그쳤기에, 춤을 통과해서 문화나 사회에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스위스 국가관의 <뒤로 움직이기(Moving Backwards)> 작품에서도 인스톨레이션과 사운드와 결합된 퍼포머의 행위는 작업의 주제를 드러내는데 강력한 소스로 사용된다. 이 작품에서는 포스트 모던 댄스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걷기’의 움직임부터 어반 댄스의 파워풀한 움직임을 사용하면서 정치적인 태도를 드러내고자 했다. 불편하게 걷는 동작을 연결한 다양한 시퀀스로 보여주거나, 저항의 표현으로 ‘표준화된’ 춤을 사용한 것은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를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거스르는 것에 대한 주제를 다소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밖에도 신체와 춤을 다른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혹은 그 자체로 다루는 작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형식적 전복과 실험을 강조하며 지금(현실)의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동시대 미술의 실천은, 사물이 아닌 ‘신체’를, 고정불변의 물질 대신 ‘움직이는’ 비물질을, 또한 ‘시간’ 기반의 공연 방식을 채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신체와 움직임, 그리고 시간에 대한 탐색을 위한 ‘춤’은 매력적인 재료이다. 하지만 전시된 작업에서 드러나는 춤에 밀착하여 다가가면, 사용되는 춤의 재료들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만들어졌거나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춤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춤을 다룰 때 레디-메이드(ready-made) 방식을 고수한 것과 신체 그 자체에 대해서 사려깊게 다루어온 태도와는 달리, ‘춤추는’ 신체에 대한 고민의 단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비평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춤의 입장에서 어떠한 관점과 실험이 시도되었는지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Barbara Wagner & Benjamin de Burca, <Swingguerra>, 브라질관 ⓒAndrea Avezzu, Italo Rondinella, Francesco Galli, Jacopo Salvi. Courtesy: La Biennale di

Pauline Boudry / Renate Lorenz, <Moving Backwards>, 스위스관 ⓒAndrea Avezzu, Italo Rondinella, Francesco Galli, Jacopo Salv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춤추지 않기(No-Dancing)’에서 다시 ‘춤추기(Dancing)’로?
40년 전부터 시작된 회화(painting)에서 시각예술(visual art)로의 전환은 고정된 장르를 벗어나 다른 매체와의 교류 및 합류를 시도하고, 사물을 넘어 인간의 몸에 대해 탐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매체적인 창작 방식과 몸의 개입은 미술에서 작가의 문제의식과 형식, 그리고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존재론과 인식론을 변화시켜왔으며 이는 동시대적 예술의 특징으로 제시되고 있다. 무용학자 안드레 레페키(Andre Lepecki)는 미술관에서 ‘신체’를 다루는 작업은 동시대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취급된다고 말한 바 있다.

미술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신체와 매체에 대한 실험을 확장적으로 전개한 안무가들의 작업과 중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60년대 초반 저드슨 그룹의 안무가들이 시각예술가, 영화 연출가,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술관에서 춤과 퍼포먼스를 소개했던 과정과, 미술관의 실험을 춤과 퍼포먼스로 드러내기 위한 큐레이터의 기획이 서로 맞물리며 미술관에서의 춤의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안무가들은 ‘춤’에 대해 재질문하기 위해 움직임을 탐구하고 다른 매체와의 충돌을 통한 춤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하지만 이들은 ‘춤’ 그 자체를 미술관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움직임’으로부터 공연의 소스를 찾거나, ‘해프닝’, ‘즉흥’, ‘스코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춤이라고 생각하는 ‘춤’을 거부해왔다. 이본느 레이너(Yvonne Rainer)는 미술관에서의 춤을 ‘dance’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장르가 드러나지 않은 ‘piece’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1990년대 이후 미술관에서의 작업도 ‘인간’에 대한 사유의 확장과 매체의 실험을 위해 신체와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처럼 신체는 작업에서의 하나의 재료이자, 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결을 시도하기 위한 도구이며, 동시에 퍼포먼스의 메커니즘과 안무의 구조를 작동시키는 주체이다. 따라서 컨템퍼러리 예술에서 퍼포먼스에서 사용되는 신체와 움직임은 그 자체가 매체(medium)가 되기보다는 수행을 통해 작업에서 사용되는 재료들을 연결하고, 사회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물(mediator)이 되어왔다.

하지만 미술관에서의 신체의 수용과, 퍼포먼스와 춤을 큐레이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일련의 경향들은 신체와 춤, 그리고 퍼포먼스에 대한 예술적 성찰보다는 엔터테이닝이나 전시 규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춤을 소재로, 도구로, 혹은 대상으로 사용한 작업에서 춤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있었는지, 그간 예술의 역사에서 춤이 무시되어온 것처럼 단순히 소재로만 사용되어온 것은 아닌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한, 적어도 ‘실험적’이고 실천을 강조하는 작업에서는 춤의 현상을 구체화하는 수행적 실천으로서 ‘안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Renate Bertlmann <Discordo Ergo Sum>, 오스트리아관 ⓒAndrea Avezzu, Italo Rondinella, Francesco Galli, Jacopo Salv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참고한 자료

2019 베니스 국제 아트 비엔날레 홈페이지 https://www.labiennale.org/en

Lepecki, A. (2012). Dance: Documents of Contemporary Art. London; Whitechapel Gallery.

김재리_드라마투르그 안무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4-2015년에 국립현대무용단 드라마투르그를 역임했다. 현재 안무 및 시각예술 분야에서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으며 몇몇 잡지에 컨템퍼러리 댄스와 퍼포먼스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 <반도의 무희(남화연)>에서 안무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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