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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아웃 - 에세이

국내외 무용 현장에 관한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2019.05.14 조회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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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와 춤추기의 생태적 고찰

강호정_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이철민
산소 없는 숨쉬기
요즘 대학생들은 같은 학과 학생들끼리 야구잠바나 롱패딩을 맞춰 입는 것이 유행이지만, 내가 대학에 막 들어갔을 무렵에는 학과 티셔츠라는 것이 처음 소개가 되어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내가 속한 학과에서는 과 티에 ‘What is Life?’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는데, 이는 당시 우리가 배우고 있던 생물학 교과서의 1장 제목,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구에서 따 온 것이었다. 철학과에 다니던 친구 한 명이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과학 하는 애들 치고 나름 생각이 있네, 인생이란 무엇인가….’

오늘 얘기할 ‘호흡’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인문학자들에게 숨 쉼은 살아있음의 다른 표현일 테고, 춤을 추는 사람에게는 몸동작 표현의 출발점일 것이다. 또 종교인들에게는 신이 임재하심의 상징일 것이며, 아마도 단전호흡 수련원 원장들에게는 중요한 영업 비밀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 숨 쉼이란 생명체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벌이는 흥미로운 생화학적인 반응이며, 또 여러 생물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생태계에서 긴 시간에 걸쳐 변화된 놀라운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호흡은 산소를 들여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산소가 관여하는 것은 여러 종류의 호흡 중 하나일 뿐이며, 더욱이 그 과정에서도 산소가 결합하는 반응은 맨 마지막의 한 단계일 뿐이다. 우리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한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대부분의 미생물도 같은 처지이다. 식물은 밥을 먹지 않아도 되지만,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광합성이라는 과정으로 스스로 만든 밥을 우리와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 우리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식물이 만든 밥을 빼앗아 먹거나, 식물을 먹은 다른 동물을 먹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들어오든지 우리 몸에 들어온 밥 ? 어렵게 얘기하면 환원된 탄소 ?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밥을 산화시키면서, 쉽게 말하면 태워버리면서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자가 방출된다. 이 전자를 누군가가 다 흡수해 버려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산소다. 크게 보면, 호흡은 우리 폐와 근육을 이용하여 산소를 들여 마시는 과정이지만, 아주 세밀히 관찰해보면, 우리 세포 구석구석에서 에너지를 만들면서 나온 전자들을 산소들이 잡아서 없애고 있는 반응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호흡과 산소를 불가분의 관계로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아주 많은 수의 생물들, 정확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종류의 미생물들은 산소가 아닌 다른 물질을 이용하여 호흡한다. 산소가 없는 숨 쉼이라니 얼마나 가당치 않은 말인가! 하지만 산소가 필요치 않은 호흡은 실제로 존재하며, 생물학에서는 이를 ‘무산소 호흡’이라고 한다. 어떤 미생물들은 산소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효율이 좀 떨어지는 질산염, 황산염, 환원철,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생물들이 우리와 같은 생물체가 나타나기도 훨씬 전에 지구에 등장하여 온 땅을 뒤덮었던 지구의 주인이었다는 점이다. 오래전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당시에 살고 있던 생물들에게 산소는 지독히 유독한 물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산소를 만들어내는 원시적인 식물세포가 등장하자, 무산소 호흡으로 살아가던 대부분의 생물들은 이 독성 물질에 의해서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이 독성 물질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산소를 활용한 생물들은 전과 달리 훨씬 높은 효율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었다. 마치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서자 동네 구멍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산소라는 독성 물질에 밀려난 미생물들은 모두 멸종되어 버린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들은 지금도 지구 구석구석의 산소가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만 물이 가득해서 산소가 들어가기 힘든 곳, 바로 습지, 논바닥, 쓰레기 매립장, 바닷가 갯벌, 소의 위장 속 등이 그곳이다. 그곳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지구를 덥히고 있는 메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화장실 하수구 냄새의 주범인 물질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작용은 물속에 있는 질산염이라고 하는 오염물질을 조용히 제거하고 있기도 한다. 이들을 대신해서 지구를 차지한 ‘유산소 호흡’을 하는 생물들은 높은 에너지 효율로 인하여 급속하게 진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여러 세포가 모여서 더 복잡한 생물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길고 긴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결국에는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공감본능으로써의 춤추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질 주제로 얘기를 좀 바꿔 보고자 한다. 인간은 왜 춤을 추는 것일까? 인류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이에 대하여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약간 다른 이유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노래와 춤의 기원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특히 상당수의 진화생물학자조차도 노래와 춤을 모두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진화의 기작으로 이해하려는 것 같다. 아마도 새를 포함한 일부 생물들이 번식할 때 특정한 소리와 몸동작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이 생각이 딱 맞아 들어가지는 않는 것 같다. 요즘 결혼식에서 친구들이 멋진 목소리로 축가를 부르는 것이 유행인 걸 보면 노래가 짝짓기 전략과 무관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노래는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써의 가치가 더욱 크다고 여겨진다.

이에 비해 춤은 매우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춤은 우리 뇌의 ‘거울 뉴런’이라 부르는 신경 중추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뇌 부분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 행동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활성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잘 흉내 낼 수 있고,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학습이나 세대 간 정보 교환이 뛰어난 것과 연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거울 뉴런’의 활성화는 다른 이의 상황을 내 것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인간의 공감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놀랍게도 인간을 제외하고 춤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 예를 들면 유인원이나 새 등에서도 이런 거울 뉴런이 알려져 있다. 결국, 춤의 생태적인 근거는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인간의 행동을 따라 하고 더 나아가 공감하는 인간만의 본성에 근거하고 있다. 과학이 말하는 춤의 본질은 고독한 예술의 과정이기보다는 다른 구성원과의 물리적 심리적 공감의 산물이다.

산소라는 새로운 고효율의 물질을 장착한 인간은 다양한 근육과 골격의 운동을 이용하여 춤이라고 하는 독창적인 예술 양식을 만들어냈다. 그 기저에는 타인과 육체적,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본능이 숨겨져 있다. 물론 항상 이렇게 과학적 설명이 아름답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훈련이 부족한 나와 같은 사람이 함부로 근육을 놀리면 제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서 발효라고 하는 긴급한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 결과는 젖산이 쌓여서 근육이 욱신거리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창의적이더라도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혼자만의 몸동작을 하곤 한다. 내가 감히 춤을 추지 못하는 이유이다.

강호정_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현재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국 웨일즈 대학에서 박사학위,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연구 분야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의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며, Ecological Engineering 등의 부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 Nature-research journal 4편을 포함하여 100여편의 국제학술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와인에 담긴 과학》, 《과학글쓰기 잘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등이 있다.
이철민_일러스트레이터 일러스트레이션, 그림기획을 하는 출판작가이다. 94년도부터 다양한 이슈를 그리는 저널, 광고 일러스트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 일러스트를 해왔으며, 일상을 그리는 수필집 《글그림》을 출간했다. 그 외 《박문수전》, 《내 이름》, 《창경궁의 동무》 등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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