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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9.05.14 조회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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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hashtag) 춤의 명사(名詞)들

해시태그 당근_관객반응연구자

해시태그(hashtag)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사용되는 기호이다. 일명 한자 ‘우물 정’으로 오래 불렸던 이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를 통해 검색되는 글들이 모인다. 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에서 관련된 내용물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메타 데이터인 셈이다. #. 이 간단한 기호를 통해 관심 있는 주제와 내용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해시태그로 키워드를 연결하여 정보의 핵심을 남기곤 한다.

아, 해시태그 당근을 소개하자면 ‘관객 반응 연구’를 일시적인 직업으로 삼고 있는 연구자다. 지난해부터 쭉 보는 사람 즉, 관객에 관해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리서치를 진행 중에 해시태그를 타고 흐르고 쌓이는 춤에 대한 말들을 추적하게 되었다. 무용공연은 언제나 관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관객에 대해서는 정작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용은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의 얼굴을 그리워할까? 이런 의심과 의문을 품다 보니 관객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말을 남기는지 정말 궁금해져 버렸다.

서로의 상상 안에서 존재하고, 그 안에서 순환하는 오해들. 오늘과 내일의 새로운 관객들을 구체적으로 궁금해하고 싶다. 그러려면 그들을 미리 만나보아야겠지. 미지에 가까웠던 새로운 관객을 찾아 나선다. 춤을 인식하고 접하고, 경험하는 마음과 욕구에 대하여. 그리고 이들이 춤에 대해 남긴 말들을 길어 올리며.

첫 번째, 해시태그 ― 춤의 명사(名詞)들
첫 번째 검색어는 ‘춤’이다. 이어서 무용 안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하는 ‘춤’, ‘무용’, ‘움직임’ 등을 연속적으로 찾아보았다. 역시나 지금 이 순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춤’의 모습이 검색된다. 스트리트 댄스, 방송 댄스 등의 영상이 가장 많다. 가수 선미의 <가시나>로 유명한 안무가의 댄스 영상이 최상위권 중에 하나다. 두 페이지 정도 스크롤 하니 ‘춤 공연’과 관련한 이미지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미지 아래 남겨진 해시태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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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검색해본 것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으로는 연관 검색어가 많지 않았지만, 상세 검색을 통해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종의) 현대무용, 그리고 필라테스같은 운동 관련 키워드가 함께 따라 나온다.

다음으로는 ‘무용’이다. 보다 보편적으로 춤 세계를 아우르는 단어여서 인지 연관성이 가장 큰 검색어들이 보인다. 무용, 무용과, 무용가, 무용학원, 현대무용 등이다. 무용 공연 후기, 무용과 혹은 무용수의 일상, 무용 학원의 홍보글 등이 가장 자주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 눈길을 끈 것은 베네수엘라에서 부채춤을 배우는 사람들의 사진이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이 이 단체는 베네수엘라의 한 한글학당에서 가장 먼저 결성한 전통춤 단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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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해시태그 ― 춤에 대한 형용사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꽤 오래전 여름, 청계천 부근은 그때나 지금이나 행사로 북적였다. 청계천의 돌다리 한 곳에서 한 무용가가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지나가던 다섯 살 정도 되었을 아이가 엄마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아이에게 “응 행위예술이라는 거야”라고 답해주었다. ‘행위예술’. 이 네 글자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귓가에 머물렀다. 그 말이 ‘예술 개념을 육체적인 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는 행위 예술이라는 정의보다는 춤과 무용, 그리고 춤추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때 그 행위예술은 점차 춤, 무용, 움직임, 현대무용, 행위예술, 퍼포먼스 등의 이름으로 가르고, 가리며 분리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가르는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엔 어떤 개념의 길이 생기고 있을까? 춤을 보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은 같은 경로를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단순하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무용 공연을 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조금 덜 낯설 필요가 있다. 무용 공연장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그 다음은 대화하기다.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아야 할 거다. 왜냐고 묻는다면, 내가 바로 관객이기 때문에, 그리고 언제까지나 관객이고 싶기 때문이다.

한동안 해시태그를 쫓아다니며 놀았다. 남겨진 말들을 통해 짧게나마 추측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무용이, 내가 바라보는 춤의 세계가 너무 좁다. 내일은 조금 더 다른 만남을 기대하고 싶은데. 낯익지 않은 사람들이 낯설다. 아직 아득히 멀구나.

해시태그 당근 무용, 공연의 관객에 관해 호기심을 지니고 있다. 이제 막 관객 탐구를 시작한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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