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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9.04.11 조회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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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예술 활동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랫폼

송남은_아츠앤코(Arts & Co.) 대표

동시대 예술이 도제(apprentice) 시스템 안에서의 기술 전수를 넘어 개념적 혁신을 추구하게 되면서, 예술가의 창의적 사고 증진을 위한 리서치 환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실천적 방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워크숍’이 조성되어왔다.
워크숍(workshop)의 사전적 정의는 1)무언가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작업장, 또는 2)특정 주제나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실제적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회의1), 3)창의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나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2)이며, 경우에 따라서 4) 공식적인 무대에 앞서 협력자 집단의 제안이나 비평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하거나 수정하는 탐구 과정3)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 무용 예술계에서 다양한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다만 그 단어가 함의하는 바와 같이, 예술 작업장으로서의 공간 조성과 함께 실천적 연구 기회, 창의적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 예술가 네트워크, 그리고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건설적 비평을 제공하는 예술 공동체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될 때 동시대 예술이 요구하는 워크숍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 DanceLAB Seoul, Arts & Co.

미국은 60-70년대 촉발된 포스트모던댄스의 기조 아래 예술가의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실험과 탐구의 환경을 오랫동안 조성해왔고, 유럽 또한 공공과 민간의 예술기관과 예술단체, 무용단, 예술가 커뮤니티 등에서 예술가의 전문성 개발(artist professional development)을 위한 워크숍을 수십 년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워크숍의 활성화는 동시대 예술이 지향하는 하나의 문화이자 태도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립예술가의 전문성 강화와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워크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립예술가는 고등 교육(higher education) 이후 자신의 예술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적, 연구적 환경을 만나기 어렵다. 그로 인해 예술적 전문성이 약화 되거나 정체되며, 결과적으로 경력 개발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독립예술가가 직면하는 네트워크의 단절과 제한은 예술 생태계 내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생존하는 데 있어서 중대한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예술 공동체로부터 지원받는 예술적 조언과 지지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자신의 예술 활동이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critical view)을 갖추지 못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전문성에 대한 이슈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논의는 무용 예술계에서 조성되는 워크숍들이 독립예술가의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적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의 공공 예술기관과 단체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무용예술가를 위한 대표적인 워크숍을 살펴보면, 아르코는 이전의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AYAF, 2009-2015)>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가 2017년에 <서울국제안무워크숍>을 발족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안무랩>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본 사업이 종료된 상태이다.
필자가 2010년부터 대표 기획자로서 운영해 온 ‘아츠앤코’(Arts & Co.)는 민간 예술기업으로, 예술가의 전문성 확장과 경력 개발을 위한 기획 프로그램을 5년간 전개했다. 2011년에 기획한 《댄서스 라운지》는 해외 활동 경험이 있는 5명의 선배 무용가가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차세대 무용가의 국제 진출을 통한 경력 개발을 지원하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동사업으로 선정된 《댄스랩 서울》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총 8명의 해외 유수 예술가와 교육자를 초청하여 코칭과 멘토링, 공동작업의 방식으로 독립예술가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였다. 또한, 초청 예술가와 동료 예술가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공동작업 기회를 마련하고 예술 공동체를 조성하였다.


ⓒ DanceLAB Seoul.Arts & Co.
ⓒ DanceLAB Seoul.Arts & Co.
2015년에 진행된《댄스랩 서울》은 프랑스 국립무용센터(CND)가 발족한 국제안무플랫폼《CAMPING》과 연계하여 국내 안무가들에게 국제적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CAMPING》은 국제적 명성을 지닌 예술단체, 안무센터, 예술학교 등 총 9개의 파트너 기관 간의 연합으로 진행되었으며 아츠앤코는 아시아 유일의 민간 파트너 기관으로 협력하였다. 초청된 한국 무용가들은 ‘가르치는 예술가(teaching artist)’로서 워크숍을 운영하고, 파리의 소극장에서 작품을 쇼케이스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처럼 국내에서 시즌별로 운영했던 《댄스랩 서울》은 국제 플랫폼과 연계를 통해 확장함으로써, 예술가에게 워크숍을 직접 운영하는 기회와 국제 예술 공동체에서 작업을 공유하는 경험을 제공하였다.

필자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몇 가지 기준을 두었다. 첫째, ‘연구로서의 실습 (Practice as Research)’. 즉, 현장 중심의 실천적 탐구가 연구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하는 것이다. 둘째, ‘상호 교환과 협력(exchange and collaboration)’을 통해 예술가 간의 아이디어 교환과 협력이 창의적 예술 공동체를 조성하는 근간이 되도록 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학제-장르-매체 간 융합을 통한 다원적 접근 (interdisciplinary approach)’을 통해 무용 예술의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동시대 무용 예술의 지형을 살피며 포착하게 된 이러한 기준들은 국내 무용예술가들이 글로벌 예술 환경에서 통용되는 창작의 핵심적 태도를 습득하는데 유효하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 DanceLAB Seoul.Arts & Co.
지금까지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 민간 예술기업, 예술가의 주도하에 다양한 워크숍이 ‘인큐베이션’, ‘예술가 성장 지원’, ‘신진예술가 육성’, ‘창작 플랫폼 조성’ 등의 목적으로 기획되고 운영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은 영속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역시 민간 예술기업이 당면하는 경영적 도전 앞에서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과 민간에서 지난 몇 년간 뿌려온 씨앗들이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통해 다시 활성화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무용전공자가 대학교와 대학원 등의 고등교육기관의 제도적 환경을 벗어나 독립예술가로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전문성 개발을 위한 실습 연구의 기회를 상시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신진예술가뿐만 아니라 기성예술가의 활동 지속성과 창작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독립예술가는 ‘창의 노동자(Creative labor)’로서의 직업 정체성을 인정받고, 지속 가능한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예술적 실천과 경제적 실천이 혼합된 전문성(hybrid professionalism)’을 갖춰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경력 확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4)
혼합적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의 내용으로는 ① 가르치는 예술가(Teaching Artist)로서 전문성 발굴 ② 경력관리를 위한 글쓰기 훈련 ③ 국내외 플랫폼 교류를 통한 예술 공동체 조성과 네트워크를 통한 작업 기회 창출 ④ 예술가의 자생력 증진과 혁신적 커리어 개발을 위한 예술 기업가정신 (Arts Entrepreneurship) 함양 ⑤ 예술가와 커뮤니티 연계 (Community Engagement) 워크숍을 통한 관객 개발과 지역사회에서의 예술가 역할 탐색 등을 제안할 수 있다.


ⓒ Camping 2015. CND
ⓒ Camping 2015. CND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5)는 <예술 혜택 이해의 틀: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Benefits of the Arts>을 통해 개인의 예술 경험이 사적 혜택으로 제한되지 않고, 공공 영역으로 파급력을 가지고 확장, 전개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주장하였다. 즉, 독립예술가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 제공되는 풍부한 실습 환경과 리서치 기회는 개인의 예술적 성장이라는 내재적 혜택(Intrinsic benefit)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창출하고 공동체적 의미를 확산하며, 경제적 자원으로서의 창조성도 발굴하여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 생태계 전체를 윤택하게 하는 공익적 혜택(Public benefit)으로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술 활동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워크숍이 장기적이고 영속적인 제도적, 정책적 지원으로 정착될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술이 가지는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1) Cambridge Dictionary
  2. 2) Collins Dictionary
  3. 3) Oxford Dictionary
  4. 4) Wyszomirski & Chang (2017) Professional Self-Structuration in the Arts: Sustaining Creative Careers in the 21st Century, Sustainability, 9(6), 1035
  5. 5) McCarthy, K. Ondaatje, E., Zakaras, L. Brokkes, A.(2004), Gifts of the Muse : Reframing the Debate about the Benefits of the Arts. Santa Monica: RAND Institute.
송남은_아츠앤코(Arts & Co.) 대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댄스시어터 온과 영국 Transitions Company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Trinity Laban (UK) 졸업, Brunel University (UK)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에서 연구했다. 2010년부터 아츠앤코 (Arts & Co.) 대표 기획자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전개해왔고, 현재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에서 그간의 현장 경험을 학술적으로 풀어내는 작업 중이다. ‘예술기업가 정신’,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 ‘문화외교’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예종 무용원과 홍익대에 출강하고 있다. www.art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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