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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국내외 무용 현장에 관한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2019.04.01 조회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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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소의 모든 것이 춤으로 흘러갑니다”

삶과, 사랑과, 흔적의 대화, 송주원의 <풍정.각(風情.刻)>

공간이 있다. 공간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는다. 사람이 있다. 사람은 공간에게, 시간에게, 흔적에게, 묻고. 듣고. 답한다. 공간이 던지는 끊임없는 삶의 질문에 몸으로 마주하고 있는 송주원 안무가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만났다.

<풍정.각(風情.刻)리얼타운> 2018 /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돈의문 전시관
1. 당신은 누구십니까?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입니다.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시간을 축적한 도시의 장소들에 주목하고, 그 공간에 투영되는 신체가 말하는 삶의 질문을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와 댄스 필름으로 구현합니다. 자본 논리에 의해 변형되고 사라지는 도시 속 장소에 몸짓으로 말을 걸고 질문을 반복하며 삶의 서사를 중첩하는 작업을 합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11번의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춤은 내 삶이자 친구고, 나는 춤을 만들고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2. 당신에게 이곳의 의미는?

이곳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문화장소로 탈바꿈된 ‘무늬만 마을인 마을’로 현재 다양한 워크숍과 전시가 펼쳐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입니다. 과거 ‘누군가’의 삶의 공간이 ‘누구나’를 위한 휴식의 공간이 된 곳이지요. 특히, 이 ‘대문은 없고 문패와 빈 틀만 있는 곳’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마음의 대문을 열고 들어오듯 나 또한 내 마음의 대문을 열어 밖으로 나갑니다. 문이란 그런 작용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풍정.각(風情.刻)리얼타운>이라는 댄스필름을 찍기 위해 만난 이곳은 누가 들어오건 말건 상관없는, 즉 사람이 중요치 않은 장소인 것만 같았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대문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이곳에서 춤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우선, 자주 장소에 가서 그 장소와 시간을 갖습니다. 장소에 흐르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몸으로 보고, 이 장소가 가진 사건들을 수집합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퍼포머들과 장소를 답사하고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습 과정에서 안무자의 질문에 대한 퍼포머의 답변으로 서사를 만들며 페이퍼 작업을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구축합니다. 이번에는 한 퍼포머의 제안으로 돈의문마을 웹사이트에 나온 키워드를 중심으로 무브먼트로 만들고 장면별로 구성했습니다. 각 장면마다 이 춤을 담는 공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수많은 이야기를 담는 공간과 몸의 이야기를 중첩하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장소의 모든 것이 춤으로 흘러갑니다.

4. 이곳에서 춤은 어떤 모양인가요?

<풍정.각(風情.刻)리얼타운>은 ‘진짜 마을’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하여 던지는 질문 그 자체입니다. 마을 곳곳에서 무용수들의 몸짓이 ‘공간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요. <풍정.각(風情.刻)>에서 바람(風)은 우리가 현재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 모를 시간의 흐름과 삶의 좌표를, 정(情)은 그 흐름의 켜에 쌓여 있는 사랑을, 마지막으로 각(刻)은 그러한 삶의 장면들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그 도시공간에 새겨져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연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곳에서 춤은 바람과, 정과, 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송주원_안무가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이다.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시간을 축적한 도시의 장소에 주목하고, 공간에 투영되는 신체가 말하는 삶에 대한 질문을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와 댄스필름으로 구현한다. 2013년 이후 <풍정.각(風情.刻)>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으며,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작품상(2017),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상영부문 관객구애상(2018)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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