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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12.07 조회 8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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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화재단 서울시민예술대학 <감각갤러리> 수업을 듣고 -

움직임이 내게 미친 영향 보고서

강혜진_독립기획자

일시 : 2018년 11월 29일(목) 오후1시
참석 : 김호연 안무가, 임정하 안무가, 참가자 강혜진, 조형빈
장소 : 우면동 한나식빵
평소 몸을 잘 움직이지 않고 움직임을 통한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무용 비전공자가 현대무용을 배우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움직임보다 몸의 언어보다 텍스트와 글의 언어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던 한 시민이 3개월 동안의 움직임 수업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 그 속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를 하나하나 기록해본다. 움직임이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보고서랄까.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호연 안무가와 임정하 안무가와 참가자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 과정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본다.



왼쪽부터 강혜진, 조형빈, 임정하, 김호연 ⓒ양동민
움직임 수업 ‘감각갤러리’를 만나다
강혜진 : 저는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에요. 2014년부터 우연히 무용 홍보를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안무가와 댄서들을 만나왔지만, 정작 제 몸을 움직이는데 무용을 활용해볼 생각은 못했어요. 너무나 훌륭한 춤꾼들을 만나다보니 그냥 저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2018년 모다페의 홍보대사였던 영화배우 문소리 씨가 영화 <오아시스>의 장애인 역할로 뒤틀린 몸과 출산으로 망가진 몸을 현대무용으로 치유했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옳다구나!’ 싶었죠. 저도 두 명의 아기를 2년 간격으로 자연분만하면서 몸이 망가진 상태였거든요. 특히 둘째는 4.26kg의 우량 남아였는데 진통이 오고 50분 만에 출산했어요. 그 뒤로 허리가 너무 아팠고 그래서 둘째를 많이 안아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있어요. 여튼 문소리 씨는 현대무용이 ‘정해진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제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현대무용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직접 현대무용을 배워봐야겠다!’ 속으로 외쳤어요. 그러다 <감각갤러리>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았는데 관심이 가더라고요. 프로그램명이 무슨 뜻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감각은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고 냄새 맡는 것인데 이것을 갤러리로 전시를 한다는 것일까? 뭐지? 궁금하더라고요. 무용을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고 모두 출석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시한다는 설명을 보고 덜컥 지원했죠.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장기자랑 시간만 되면 춤이고 노래고 잘 하는 게 없어서 싫었던 생각, 태생적 몸치인 점도 걱정이 되어 겁도 많이 났어요.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떨리더라고요. 무용을 직접 배워보지 않은 사람이 정말 지원해도 되는 건지 다시 한 번 물어봤던 기억이 나요. 두 분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김호연 ⓒ양동민
김호연 : 저는 댑댄스프로젝트에서 임정하 씨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으며 안무와 춤을 겸하고 있어요. 댑댄스프로젝트란 팀 활동은 2016년부터 3년째인데, 둘 다 팀으로 생계유지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교육 활동도 같이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대학 때는 알바로, 국립현대무용단 단원 시절과 2018 모다페에서 시민 대상 무용워크숍 등을 진행한 적이 있었기에 일반인 대상 수업이 둘 다 낯설지는 않은 상태였어요. 그리고 비전문인들과 했을 때 배울 수 있는 점, 즐거운 점들이 굉장히 많고 입시생이 대학을 위해 준비해야하는 움직임과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기에 스케줄을 만들어 꼭 한번 해보자고 정하 씨와 이야기를 한 상태였죠.



임정하 ⓒ양동민
임정하 : 저도 호연 씨와 함께 댑댄스프로젝트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5년 일반인 워크숍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경험하는 일이 꽤나 즐겁습니다. 저희가 작품을 구상할 때 직접 움직임 메서드를 찾으면서 느꼈던 방법들도 다양한 일반인분들과 워크숍을 진행할 때 많이 활용해보는데, 우리가 생각지 못한 접근법들을 만나면서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의 옵션을 더 열어주시는 분들이 많아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남의 창작법을 보고 이야기를 해봐야 자기 창작법이 생기니까, 매수업마다 강사인 저희도 가능하면 작품을 같이 만들고 매번 참가자들에게 보여드리려고 해요.
김호연 : 이렇게 팀 이름으로 일반인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생각이 막연히 있었는데, 우연히 시민예술대학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아성찰을 하고 삶의 의미를 찾고 예술적 역량을 함양시킨다는 사업목표가 쏙 들어오더라고요. 예술을 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심지어 저희도 시민예술대학 프로그램인 도자기 수업을 들어볼까 하는 이야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우리가 춤을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또 현대무용을 하면서 느끼는 많은 즐거움들이 있는데,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이 일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어떨까? 여기에 수입도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지원했죠. 안 될 줄 알았는데 워크숍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뻤어요. 그렇게 몸의 감각을 느끼고 발견하는 재미와 자신만의 창작 센스를 서로 감상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감각갤러리’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움직임을 시작하기, 그리고 알아가기
강혜진 : 감각갤러리가 그런 뜻이었군요! 첫 날 감각갤러리 움직임 수업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어요. 우선 몸을 푼다는 명목 하에 걷기를 해보자고 하셨죠.
김호연 : 사람 사이를 지나가봐라, 어떤 사람을 시야에서 놓치지 말고 걸어라, 눈이 마주치면 악수를 하거나 돌아라, 서로 사인이 맞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라. 이런 말들을 했었는데 기억나시나요?
강혜진 : 맞아요! 인상 깊었던 지시 중 하나는 ‘참가자들 간에 걷다가 서로 사인이 맞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라.’라는 것이었어요. 자칫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업에 상처받지 않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한 마디였달까요.
임정하 : 누워도 봤었죠. 바닥에 어느 부분이 닿는지? 바닥에 닿는 면적을 생각해보고 내 어깨도 생각해보자, 눈알 안쪽이라든가 만지지 않고 신체를 느껴보자, 심장도 느껴봐라, 많은 이야기를 했죠.
강혜진 : 가장 강렬한 기억은 ‘무용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막연히 걷고 있는 내가 무척 어색하다’는 것이었어요. (웃음) 뭐하는 사람들인지 그냥 걸으라는 지시를 다들 열심히 따르며 엄청난 집중력으로 진지하게 임하시더라고요.
임정하 : 서로 어색해서 진지한 것처럼 보였던 건 아니었을까요? (웃음)



첫 수업, 걷기 ⓒ감각갤러리 댑댄스프로젝트
강혜진 : (웃음) 여튼 저도 강사분들의 지시에 따라 그저 걸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참가자들이 뿜어내는 움직임 에너지에 홀리면서 제가 갖고 있던 상념들이 하나씩 잊혀지더라고요. 갑자기 그저 걷기에 몰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김호연 : 평소 우리는 스스로가 잘 느끼고 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잘 느껴보려고 계속 시도하는 것이고 그렇게 걸으면서 감각에 점점 집중하게 돼요. 저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든지, 감각을 어떻게 느껴야 한다든지 하는 방법 같은 것들도 알려드리지 않아요. 그런데 춤을 추게 해야 하니까 부위별로 움직여보자고 이야기하죠.
임정하 : 조금 움직임을 해보신 분들이 시작하면 ‘저 사람이 저렇게 하네’하면서 따라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따라하기도 하고요.
강혜진 : 걷기만 하니 왠지 별로 안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1시간쯤 하니 땀이 나서 신기했어요.
김호연 : 집중하면 땀이 나죠. 스트레칭하면 몸이 많이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이렇게 스트레칭으로 평소에 웜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계속 안 쓰는 부위를 찾으면서 힘을 풀고 숨을 쉬어요. 힘을 진짜로 푼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몸이 노곤해지고 춤추기 좋은 컨디션이 되는 것 같아요.
임정하 : 첫 날 저희는 가장 긴장해요. 움직임을 하고 다 같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소감을 이야기할 때 돌발 상황도 많이 생기거든요.
김호연 : 그런데 첫 날 큰 산 없이 잘 간 것 같아요. 참가자분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서 레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혜진 : 저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하며 자기소개 하기’가 신선했어요.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계속 따라하는 집중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계속되는 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제가 스스로 동작을 즉흥적으로 만들어야 하기도 해서 뇌와 몸이 동시에 더 빨리 움직여야했죠. 그게 잘 안 되어 웃기도 했고 ‘뇌가 먼저야? 몸이 먼저야?’ 하며 잠시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죠. (웃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몸과 뇌를 동시에 집중하는 훈련이 된 것 같아요.
김호연 : 뭐가 먼저인지 답을 모르니까 질문을 던지는 거죠. (웃음) 그러다 언젠가 갑자기 자신만의 생각이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자기만의 정답을 찾아보자고 계속 이야기하죠.
강혜진 : 저는 무엇보다 평소 제가 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와서 흥미로웠어요. 아프리카 춤을 추는 댄서, 고등학생, 연극인, 영화배우 지망생, 전직 방송/뮤지컬 배우, 놀이연극지도자, 심지어 사이코드라마 디렉터도 있었죠. 이 사람들은 왜 왔을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강혜진 : 두 번째 수업은 우리 몸에 개미가 기어 다닌다는 상상을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개미가 내 몸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기어 다닐지 생각해보라니, 재미있는 상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상상을 하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을 제가 만들고 있더라고요. 이어 뱀으로 바뀌었는데 ‘내 몸을 뱀이 칭칭 감고 있다니!’ 뜨악하며 상상만으로도 온 몸이 경직됐어요. 강사 분은 생각하며 움직여보라는데 생각할수록 더 겁에 질려 저는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요.



뱀이 내 몸을 기어간다고 상상하며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감각갤러리 댑댄스프로젝트
임정하 : 보통 안무가나 댄서들은 뱀이 내 몸 부위를 기어 다닌다고 하면 움직임이 많아지는데 뱀 미션에서 이렇게 못 움직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움직임 수업을 할 때 저희가 움직임 메서드를 찾고 느꼈던 것들을 많이 해봐요. 움직이려고 만든 메서드인데 사람들이 오히려 움직이지 않으니까 저희가 한 가지 방향으로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비전공자분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이렇게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김호연 : ‘우리는 가짜였다’ 이런 생각도 들고, 생각이 갇혀 있었다는 깨달음도 얻었죠. 저희는 접근법을 강요하지도 않지만,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접근법들이 튀어나오면서 생각의 옵션을 더 열어주어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접근 방법이 참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점에서 비전문인들과 하는 게 좋아요. 언젠가 아기들과 수업할 때도 있었는데 성인이 생각할 수 없는 창의적인 게 정말 많이 나오더라고요. 같은 주제를 줬는데 움직임이 다 다르죠.
강혜진 : 그런데 저는 그때 스튜디오에 누워 마루를 휩쓸면서 뱀을 표현하시는 분이 어떤 상상을 하고 계신 것일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무용 공연을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스스로 움직여 표현해보려니 마루에 눕는 것조차 어찌나 신선해 보이던지요.
김호연 : 상상으로 감정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도 있고, 상상하는데 움직임으로만 접근하는 분들도 있죠.
임정하 : 이날 저희는 눈을 가린 채로 파트너 포즈를 흉내내보기, 다른 파트너가 내게 왔을 때 누군지 상상해보기 등을 해보며 감각도 깨워봤죠.



눈을 가리고 촉각 세우기 ⓒ감각갤러리 댑댄스프로젝트
김호연 : 눈을 가리고 촉각을 세우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이 이끄는 대로 걷기만 해도 무섭잖아요. 내 몸에 상대방이 글씨를 쓰면 알아맞히기도 하고 머리카락의 미세한 촉각을 정확히 느낄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로 감각을 깨우는 체험을 했어요. 잘 생각해보면 사람 몸을 이렇게 관찰하면서 만질 기회가 평소에 별로 없어요. 심지어 자기 몸을 자세히 만질 일도 없죠. 내 손목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미세한 감각을 느끼려고 하다보니까 오롯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임정하 : 그리고 오픈할 수 있는 트라우마나 고통 등을 써보기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표현한 것을 꽤 많이 맞추셨어요. 못 맞춘 분도 물론 있었는데 자신의 사연을 너무 멋지게 표현해줘서 설마 자신의 사연일 것이라고 생각을 못한 경우였죠.
강혜진 : 이날은 제가 뭔가 무용을 몸으로 느끼는 사건(?)이 있었던 날이기도 해요. 미션은 ‘몸이 다쳤던 사연을 적고 랜덤으로 나눠 가진 남의 사연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맡은 사연은 양쪽 발에 염증이 생겨 고통을 느낀 20대 김한 씨의 사연이었어요. 다른 사람의 고통을 표현하려다보니 그 사람을 관찰하게 되고 몰래 엿보기도 하고 양쪽 발을 모두 저는 움직임은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등 고민도 했죠. 뭔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몸으로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처음이라 부끄러운데다 그 고통도 온 몸으로 느껴져 김한 씨를 똑바로 쳐다보며 움직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기도 어렵더라고요.
김호연 : 이상하게 자기 일보다 남의 일이 더 슬프게 와 닿는 것 같아요. 남의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사연은 너무 안쓰럽고 슬픈데 정작 내 어머니는 잘 케어도 안 하고 있는 이런 느낌이랄까요? 현실은 내 삶이 더 슬플 수도 있는데 남의 사연에 대한 접근이 더 잘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의 것을 받아서 자기 상황을 남의 시선으로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때론 감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죠.
강혜진 : 제가 적은 사연은 ‘출산의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한 허리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어떤 분이 제 사연을 읽고 몸으로 표현해주셨는데 자연 분만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허리를 두 번 두드리시며 일어서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별것 아닌 움직임에서 저는 온 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몸과 움직임에 고스란히 전달되며 느껴진 카타르시스였어요. 무용의 힘을 느꼈달까요? 영화 한 편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이었어요. 일반인들이 현대무용을 배워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고요.
김호연 : 혜진님이 무용 작품을 홍보할 때와 움직임을 표현하면서 긴장할 때의 모습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느낌이 너무 달랐어요. 우리도 느껴보고 싶어요. 저희에게도 이런 힐링이 필요해요. 그래서 도자기 공예 같은 것을 진짜 해보려고 했는데 일정상 아직 신청을 못했죠. 무용은 사라지는 순간의 예술이에요. 그리고 그런 점이 참 안타깝죠. 그래서 실체가 있는 댄스필름에 도전해보기도 합니다.
임정하 : 춤은 한 번 춰보고 좀 더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공연장에 찾아오지 않는 관객들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요.
임정하 : 작품 자체가 제 취향은 아니지만 만약 댄서로 그 작품에 출연했다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작품들도 있어요.
강혜진 : 현대무용은 특히 ‘과정’이 중요한 장르인 것 같기도 해요. 실제 생활에서 운전할 때도 몸의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움직이기도 했네요.
김호연 : 제가 이날 놀랐던 것은 이날이 우리가 창작을 처음 한 날이라는 거죠. 자기를 보여주는 첫 쇼잉인데, 보통은 움츠러들기 마련이잖아요.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기분이 내키는 사람이 먼저 나와서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냥 등을 한 번씩 쳐줬더니 두려움도 없이 나가셔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성수 씨의 경우에는 계속 무대 위를 돌아다니면서 들어오지 않기도 했죠.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즉흥’을 하시더라고요. 어떤 측면에서는 위대해보이기도 했어요. 감동적이기도 했고요. 춤을 잘 추고 그것을 업으로 하는 댄서들도 이런 과제는 어려워요. 잘 해야 한다는 강박,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이기도 하고요.
임정하 : 제가 만약 (비전공자로서 춤을 춰야하는 과제를 수행해야하는) 반대의 입장이라면 절대 못 했을 것 같아요. 정말 놀랐어요. 또 저희는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이니까 꾸준히 수업에 나왔지만, 만약 저희가 이 수업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 참가자였다면 이렇게까지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강혜진 : 그러고 보니 주 2회 오전 수업을, 그것도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일반 시민에게는 벅찬 일정일 수 있겠네요. 그러나 또 실제 참여하다보면 그 3시간도 아쉬울 때도 있고 말이죠. 여하튼 시간을 내서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강혜진 ⓒ양동민
감각을 새롭게 마주하다
강혜진 : 세 번째 시간에는 모스로 자신의 이름을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름만 표현하다가 스스로 움직임 규칙을 만들어내서 표현하기도 했는데, 저는 모스기호 2개를 쉼과 바쁨으로 규칙을 정했어요. 그런데 제 이름에 점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니까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어쩌다보니 각 부호가 연극의 장면 하나하나가 되었어요. 제 이름을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제 삶을 표현하는 움직임이 된 것이죠.
김호연 : 모스코드로 각자 이름을 쓰며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움직임 자체를 표현하려는 분도 있었고, 슬프고 힘든 사연들을 가지고 했더니 감정적으로 접근이 된 분도 계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감정을 지운 움직임으로 유도를 하려 했는데, 자기 창작이다보니까 움직임이 생기고 스토리가 생기고 감성이 생기더라고요. 이게 재미있었어요. 생각지 못한 것들이 나왔죠.
강혜진 : 순수하게 움직임으로만 표현하시는 분들도 재미있었어요. 움직임을 생각하는데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저에게 더 익숙해서 그럴까 싶기도 했어요. 이쯤되니 몸살 기운이 몸에서 계속 느껴지더라고요.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김호연 : 원래 우리들 각자는 남들이 나의 움직임을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누군가가 나의 움직임을 계속 보고 있으니 더 움직이려고 했을 거예요. 어떤 경우에는 긴장하면 자학 비슷하게 몸을 던지는 분들도 있어요. 다칠까봐 조심스러워요. 수업 받는 당장은 괜찮아도 나중에 집에 가면 아프기도 하죠. 최대한 그런 부분이 안 나오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말이죠.
김호연 : 여섯 번째 수업에서는 요가로 몸을 풀어보았어요. 체중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요가 동작도 편해질 수 있거든요.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게의 움직임을 느끼고 파악해보자, 무게중심을 각 신체부위로 움직여보면서도 해보았죠.
강혜진 : 살면서 무게중심을 이렇게 생각해보긴 처음이에요. (웃음)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이, 그것도 맨발로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지, 내가 걷는 모양은 어떤 지도 살펴보게 되었고요. 막상 인지하면서 걸어보니 제대로 안 걸어지더라고요. (웃음) 머리로 이해하는 만큼 무게중심이 잘 움직이지 않기도 했고 무게중심을 이동해보니 좀 더 쉽게 되는 동작도 있었어요.



몸의 스텝을 이용한 무게중심 인지하기 ⓒ감각갤러리 댑댄스프로젝트
김호연 : 이날은 태어나다, 보다, 노래하다, 상상하다, 조각하다, 마시다, 보다 등을 활용해 듀엣 안무를 해보는 날이었어요. 첫 듀엣 작업이 있던 날이죠.
강혜진 : 두 선생님이 ‘알에서 태어나는’ 동작은 참 인상적이었어요. 호연 씨의 다리 사이로 정하 씨의 섬세한 손동작을 선보이며 알에서 깨어나는 묘사를 하셨는데 다들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이 나요. 멋졌어요. 아, 그리고 이날 저는 컨택 무브먼트에 왠지 모를 장애 요소가 스스로 생겨 좀 힘들었어요. 그냥 일단 막 움직이기는 했던 것 같은데 몸으로 소통하는 것이 정확히 뭔지 몰랐던 것 같아요. 저와 같이 하신 분이 나이도 좀 있으시고 리드를 하시는 쪽이었는데 저는 몸 표현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뭔가 잘 맞춰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임정하 : 이날 김한 씨와 성수 씨, 서로 친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호흡을 잘 맞추시더라고요.
김호연 : 때로는 일방적으로 맞춰줄 때 동작이 더 잘 나올 때도 있어요. 그날 혜진님의 듀엣 작업이 참 좋았는데 속앓이를 했다고 하셔서 오히려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보니 혜진님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너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강혜진 : 한국인들이 보통 가만히 있기를 굉장히 힘들어하잖아요. 함께 움직임으로 영향을 주고 작품을 만드는데 동작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잠시 가만히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팁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평소 제 삶의 방식도 되돌아보게 됐죠. 그러다가 또 동작이 생각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하기보다 그냥 그 동작으로 상대방을 치고 나가도 된다는 조언이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어요. 아마 혼자 하는 움직임을 이제 막 익혔는데 낯선 누군가와 즉흥적으로 움직임을 맞춰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몸의 움직임 자체에 집중해야했는데 상대방이 주는 에너지와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순간 멍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주신 팁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공포(?)를 이겨냈어요.
표현으로 나아가기
김호연 : 열 번째 수업에는 저희 팀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물병’을 활용한 움직임 수업을 진행했어요. 서로가 찌르는 물병을 피해서 움직임을 만들 수 있게 서로 리드하거나 피하는 동작들을 해보았죠.
강혜진 : 물병을 사이에 두고 서로 컨택하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의 힘과 에너지를 느끼며 제 몸을 움직여갔어요. 그리고 작품을 만들었는데 영신님은 물병을 통해서 세상을 보기도 하고 호연 씨는 물병의 진짜 활용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최고의 상상력과 움직임을 보여주셨죠.
김호연 : 물병은 댑댄스프로젝트가 무척 좋아하는 소스예요. 저희 둘이 처음 작업을 했던 작품이 물병을 활용한 작품이었는데 이게 잘 되어서 다른 공연도 할 수 있었고, 계속 작품을 발전시켜서 팀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어요. <in the melting pot>이라는 작품인데요. 제가 물병을 활용해서 5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중에서 3개의 작품을 정하 씨와 같이 했네요. 불특정 다수를 관객으로 하는 야외 공연과 무용 마니아를 관객으로 하는 모다페 공연 등이 있었는데 각각 내용이 좀 달라야했던 점도 기억이 나고요.
강혜진 : 이날 저는 몸에서 떼지 않아야 하는 물병을 저와 뗄 라야 뗄 수 없는 아기들이라 상상하고 움직임을 만들었어요. ‘내게 온 아가 둘, 아가 둘을 반갑게 맞이하고 아기 둘과 재미있게 어화둥둥 놀아준다. 신난다. 그러다 아기 둘을 혼내기도 하고 슬퍼도 하고… 그리곤 이내 아기 둘을 스스로 서서히 세운다. 너의 세상으로 나아가거라.’ 나름 스토리가 생겼어요.
김호연 : 그날 혜진님 몸의 긴장이 많이 풀어졌고 작품 집중도도 아주 높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강혜진 : 움직임을 하고 나니 함께 한 참가자분들이 소름 돋았다고도 하시고 무엇보다 제가 생각한 스토리를 정확하게 캐치해서 이런 이야기 아니냐고 하시는데 저도 소름이 돋더라고요. 몸치라 항상 움직임도 어설프고 웃길 텐데 가장 친숙하지 않은 몸의 언어로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다니 너무 이상했어요. 하지만 좋은 느낌이었죠. ‘현대무용, 좀 매력적인데?’ 이런 생각도 들었지요.
임정하 : 열세 번 째 시간에는 서로의 발을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최대한 천천히 가면서 서로를 피하거나 특정 사람을 계속 괴롭히며 따라 다니는 것과 같은 동작들을 수행하며 웜업했어요.



둘러앉아 움직임 구상하기 ⓒ감각갤러리 댑댄스프로젝트
강혜진 : 손등, 뒤, 어깨, 골반, 턱 등 신체 부위를 비롯해서 방향 등 여러 가지를 조합하는 움직임을 했었죠. 종이에 이런 규칙을 쓰자마자 이렇게 많은 움직임 지시들을 내가 과연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멍해지더라고요. 하나씩 규칙에 따라 제 움직임을 랜덤으로 배열을 하며 적어보니 ‘도도하고 섹시한 여자’라는 컨셉이 떠올랐어요. 아마 골반과 어깨, 턱 등이 사선 등의 방향과 결합해 우연히 떠오른 것 같아요. 사실 이 컨셉은 저와 맞지 않아 불편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규칙에 갇힌 느낌이랄까요.
김호연 : 자유도 없고 강압적인, 숨 막히는 작업으로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규칙이 있으면 움직임을 만들기가 쉬워지기도 해요.
강혜진 : ‘도도하고 섹시한 여자’, 저에게 이런 이미지가 한 번 떠오르자 지우기가 어렵더라고요. 연습하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웠지만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시간이 짧아 그냥 이대로 표현해내야만 했어요. 갑자기 음악 선곡을 해주신다고 하셨고 저는 영화 <귀여운 여인>의 주제곡을 신청했어요. ‘제목은 귀여운 여잔데, 줄리아 로버츠는 참 섹시한 여자다’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제 내면에 익숙하지 않은 ‘도도하고 섹시한 여자’의 욕망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고 부끄러웠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 잠시 되어본 것 같아서 재미있더라고요. 제 스스로 발견한 모습이 있었죠.
마지막 시간들, 그리고 쇼케이스
김호연 : 마지막 세 시간은 소품과 작품 내용, 제목 같은 것들을 고민하며 각자의 쇼케이스를 준비했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쇼케이스 당일에 와서 각자가 ‘나’를 주제로 준비한 쇼케이스를 올리기도 했고요.
강혜진 : 저는 <움직임이 내게 미친 영향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쇼케이스를 올렸죠. 수업시간에 인상적이었던 출산 후 고통, 모스 부호와 물병, 도도하고 섹시한 여자 그리고 컨택 무브먼트의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을 엮어서 작품을 짰어요. 섹시한 여자가 그려진 티, 레드 립스틱, 물병, 명품 에코백 등 자잘한 소품도 준비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쇼케이스 도중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제 쇼케이스 중간에 첫째 딸 채원이가 무대로 올라오는 것이었죠. 마침 그 타이밍의 장면이 딸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이라 ‘얼씨구나, 웬 떡이야!’ 했죠. 그리고 딸아이와 마치 짠 것처럼 장면을 잘 완성해서 다시 객석으로 돌려보냈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어요. 항상 누나 따라하기를 좋아하는 둘째 시완이가 갑자기 무대로 난입한 것이었어요. 누나도 또 따라 올라왔고 결국 셋이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3살, 5살 아기들과의 공연이라니, 정말 생 즉흥이 따로 없었죠. 아기들은 계속 절 따라다녔고 웃고 신났어요. 관객들은 아마 어쩔 줄 모르며 보다가 함께 웃다가 또 어쩔 줄 모르고 또 웃고 그랬을 것 같아요.





<움직임이 내게 미친 영향보고서 - 채원, 시완 출연> by 강혜진 ⓒ최시내
<움직임이 내게 미친 영향보고서 - 채원, 시완 출연> by 강혜진 ⓒ최시내
임정하 : 중간에 혜진님이 머리를 쥐어짜는데, 저는 미혼이고 애도 없지만 뭔가 그 고통스러움이 느껴지더라고요.
강혜진 : 아기들과 놀다, 안아주다, 둘 다 동시에 안았다 하면서 그렇게 작품이 끝났어요. 처음엔 준비한 것을 못해 아쉽고 먹먹했어요. 어떤 감정인지 정리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공연을 보신 엄마 관객 분들이 울컥 했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예전 혹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 같기도 했다면서요. 계속 엄마를 따라다니는 아기들…
김호연 : 원래는 제가 댄서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아기 둘이 무대로 나오니까 제가 빠져야할 것 같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즉흥 공연이었어요.
강혜진 : 저도 이내 ‘그래, 이게 내 삶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주제로 한 쇼케이스에 딱 맞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아기들과 좋은 추억 하나 쌓았구나 싶기도 했고, 생각지 못한 수확이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아쉬움은 아직도 남아있지만요.
김호연 : 이날 많은 분들의 쇼케이스에서 태도 변화, 삶의 변화 같은 것들이 느껴져서 참 좋았어요. 무용적으로 발전된 것이 눈으로 보여서 좋았고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춤으로 소통하고 춤을 즐기는 것’이 보여 더 즐거웠어요. 참가자들을 보면서 제가 무용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이 떠오르더라고요. 무용을 시작할 때 제가 순수하게 좋아했고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직업 무용인이 되면서 하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다시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무용이란 뭔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고 그 정답을 모르고 정답을 찾아가는 컨셉이었는데 또 어느새 우리가 정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구나, 그런 것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마 이런 수업을 계속 하고 있고 하고 싶은 것은 참가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너무 행복하고 소중했던 것들이 익숙해지면 잘 느껴지지 않잖아요. 이렇게 다시 느껴지는 게 좋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보람차고, 또 저희의 공연도 보러 오셔서 이런저런 피드백을 주실 때도 좋더라고요. 한편 써주신 후기를 보면 우리는 가진 것을 나눈 것에 불과한데, 우리가 뭔가 대단한 것을 해준 것처럼 써주셔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해주신 것들이 고맙기도 하고요. 사실 저희 주변은 거의 무용인이나 관계자라 이런 기회가 아니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또 좋죠. 술을 같이 마신 것도 아닌데 움직임으로 친해지다보니 말로 못할 것들도 춤을 보면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아요. 움직이다보면 순수한 장면들만 나오잖아요.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겠구나, 느끼는 것, 이런 것들이 참 좋아요.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요.



감각갤러리 쇼케이스 ⓒ최시내
임정하 : 일반인 수업을 국립현대무용단 무용학교에서 보조강사로 참여하면서 처음 해보았는데, 전공생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가르쳐주고 공유하다보니 참 재미있더라고요. 엄청나게 배운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배우고 또 수익도 생기니 동기부여도 되고 여러 모로 좋더라고요. 수업 받는 분들이 같이 느끼는 공감대가 있으니 즐거운 것 같아요. 작년까지 주 1회 또는 격주로 2년 정도 함께 하던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계속 인연을 유지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기도 해요. 이런 것들이 참 좋아요. 한번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일하시는 분이 수업 수강생이셔서 이곳에서 움직임 무용 워크숍을 열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연계가 되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호연 씨처럼 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가 있어요. 무용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친구들도 거의 무용인이고 무용 이외의 분야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서로의 생각도 확인하고 이분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작업이에요.



<네트워크 - 연결> by 박경용 ⓒ최시내
강혜진 : 저도 너무 의미 있는 3개월이었어요. 매주 2회 오전 3시간씩 빡센 시간이었고 집에서도 왕복 3시간이 걸렸지만 거리나 수업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다려지고 설레면서 제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죠. 아마 이렇게 현대무용을 직접 하면서 접한 분들이 보는 현대무용 작품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그냥 영화 보듯, 뮤지컬 보듯 작품을 보는 것과 달리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 더 높을 것 같고요. 앉아서 스마트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았던 근육과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으로 나를 표현하다보니 어느새 삶이 힐링되고 즐거워져요. 이렇게 재미있는 현대무용 수업들이 앞으로도 다양하게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김호연 ⓒ양동민



임정하 ⓒ양동민



강혜진 ⓒ양동민

김호연 : 국립현대무용단, 영국 Akash Odela 프로젝트무용수, LG아트센터/ 프랑스 Compagnie dernie` minute협업 작업 프로젝트 무용수등 국내외 수많은 안무가들과 작업하였다. 2016 부터 공동대표 임정하와 함께 댑댄스프로젝트(DAB DANCE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작은 호기심과 발견으로부터 발전시킨 신체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융합하여 연관성, 개연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 개념을 주입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몸

임정하 : 국립현대무용단 해외 안무가 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등의 작업에 참여하였다. 2017년부터 댑댄스 프로젝트에서 작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5년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학교를 시작으로 <감각갤러리>라는 이름으로 ‘2017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시민예술대학’ 무용 부문 선정프로그램과 ‘2018 모다페 릴레이 마로니에 퍼포먼스 워크샵’을 통해 일반인들과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경험하고 있다. 작업한 댑댄스프로젝트의 작품으로는 벤쿠버 댄스온디엣지(Dancing On The Edge) 페스티발, 빅토리아 ROMP페스티발등에서 공연한 <Bomberman>, 서울댄스컬렉션, NDA페스티발등에서 수상한 <최초의 풍요사회> 등이 있다.


강혜진_독립기획자 대학 졸업 전부터 출판계 기획/마케팅, 소비재 대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둔 홍보대행사 등에서 마케터와 홍보전문가로 일해왔다. 아기를 갖고 싶다는 소망으로 풀타임 잡을 관두었다가 2014년 우연히 국내최장수 현대무용축제 모다페와 인연이 되어 공연계에 발을 들였다. 이외에도 현대무용계의 팬덤 신화를 가진 LDP무용단의 홍보를 2015년부터 맡아오고 있으며, 전미숙무용단, 파사무용단, 춤추는 횡단보도, 생생춤페스티벌,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 및 학술회의, 융복합공연예술축제 PADAF, 기타 독립 안무가 등 무용계의 다양한 단체와 더불어 라벨라오페라단과도 함께 일했다. 무용을 홍보하는 일 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해보면서 현대무용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무용계와의 인연을 본래의 관심사와 어떻게 이어갈지 여러 가지로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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