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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8.10 조회 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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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와 기억: 2018 살롱이브닝 ‘인간예찬’

풀뿌리 예술단체, 자립과 도움의 기로에서
천샘_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참여: 김지정, 안은주, 이혜원, 천샘
정리: 천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은주, 이혜원, 김지정, 천샘 ⓒ양동민

복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감성충만 + 지식저렴 예술가들을 위한 초경량 지식투척 프로젝트!’라는 구호 아래 시작한 오후의 예술공방(이하 ‘공방’)은 2015년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며 기획한 <세월호1주기 추모공연: ‘팽목의 자장가’>라는 공연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용인들을 위한 인문학 스터디 그룹을 표방하였지만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생활밀착형 예술 공동체‘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단체는 ‘살롱 이브닝’이라는 이름 아래 매달 열리는 인문학 스터디를 통해 그동안 쌓인 고민들을 현대무용 공연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올해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공연 전체를 공공기금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인간예찬>의 공연 제작 복기 과정을 통해 갓 3년 차에 접어든 풀뿌리 예술단체로서 공방이 어떻게 독립과 자생의 길을 모색해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공공사업이 한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지 되돌아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풀뿌리 예술단체들이 공생할 새로운 길은 없는지, 이 지면을 통해 나누어보고자 한다.

<인간예찬> 티저의 한 장면 ⓒ오후의 예술공방
천샘 : 우선 자기소개부터 시작해보자.
김지정 : 내 이름은 김지정이고 올해 살롱 이브닝에서 선보인 <베드 아일랜드>라는 작품을 안무했다.
이혜원 : 내 이름은 이혜원이고 안은주 안무자의 <우연한 여행자>라는 작품에 댄서로 출연했다.
천샘 : 더 중요한 것은 <인간예찬>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불을 끌고 가는 여인이다. (일동 웃음)
안은주 : 내 이름은 안은주고 이번 살롱 이브닝의 <우연한 여행자>의 안무를 맡았다.
천샘 : 내 이름은 천 샘이고 이번 공연의 전체 진행을 맡은 스태프이자 <배웅 가는 길>의 안무를 맡았다. 본격적으로 복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자리에는 댄서와 안무자, 스태프가 섞여 있다.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셋의 비중이 달라서 이 차이에서 오는 계급장(?)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그런 것 다 빼고 허심탄회하게, 한 사람의 작업자이자 예술가로서 복기 과정에 임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자생을 고민하는 신생 예술단체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 시작해보자. 살롱 이브닝(이하 ‘이브닝’) 준비에 들어간 게 3월로 기억하는데 제작 과정은 1. 안무자 스터디 시리즈 + 2. 허심탄회 크리틱 + 3. 크라우드 펀딩 또는 자체홍보를 통한 티켓 판매, 크게는 이렇게 세 구조로 되어 있다. ‘안무자 스터디 시리즈’란 이번 이브닝에 안무자로 참여하기로 한 공방 식구들이 매달 돌아가며 자신의 작품 주제에 도움이 되는 책과 작품 내용을 발제하고, 이번에 도입할 안무 방식이나 오브제를 움직임 워크숍 형태로 풀어놓는 것을 말한다. 3월에는 내가, 4월에는 지정이가, 5월에는 은주가 맡았다. 책-작품 스터디는 공개로, 움직임 워크숍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이를 끝내고 나면 다음 달에 ‘허심탄회 크리틱’이라는 이름 아래 공방 멤버 전원이 모여 작품을 평가하는 크리틱을 진행하는데, 보통 공연이 올라가기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전체 작품들의 흐름을 파악되는 자리가 된다. 크리틱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펀딩, 또는 자체 홍보를 통한 티켓판매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우리는 초대권이 출연진의 경우 일인당 1매, 관계자 초대권은 10매를 발매한다는 원칙 아래 나머지 티켓은 무조건 판매했다. 티켓 판매에서 출연진의 페이가 나오는 구조여서다. 이 시스템을 처음 겪어본 댄서들도 있고, 지난 3년 동안 쭉 해온 사람도 있다. 신참 댄서인 혜원에게는 새로운 점이 많았을 것 같아 의견이 궁금하다.

이혜원 : 우선 이 공연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 ‘인간예찬’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 개인적으로 이 의미들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한 작품에 댄서로 출연하지만 공연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매달 안무자 워크숍에 참여할 때마다 집중했고 재밌었다. 세 안무자의 다양한 안무 기법들이 어떻게 작품으로 발전할지 출연자로서 궁금하기도 했고. 나로서는 처음으로 5~6개월 정도의 긴 공연 제작 과정을 경험했는데, 하면서 연습 기간은 길게 할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을 할수록 더욱더 작품에 녹아들 게 되니 그 점이 참 좋더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작품들의 창작 과정을 매 달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안은주 :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안무자로 참여한 경우다. 작년까지는 댄서로 뛰다가 안무자로 합류하게 되니 이 시스템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댄서로 작년에 두 작품에 출연했을 때는 주제에 녹아들 시간이 충분했는데, 안무자로 서다보니 내 작품을 창작하느라 시간이 모자라더라. 그 속에서 다른 안무자들의 워크숍과 스터디에 매달 참여하는 게 의무다 보니 다른 사람은 이렇게 창작하는구나, 자극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내 안무자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작품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출연진들이 이런 저런 방향들을 제시해줄 때 많은 영감을 받았다. 주변 동료들은 보통 2~3개월 안에 작품을 만드는 풍토다보니 자신이 만든 작품을 되돌아볼 시간이 없는데, 살롱 이브닝의 경우 제작 기간이 두 배로 길고, 안무자는 셀프 인터뷰와 스터디, 워크숍, 나중에는 작품 원고까지 직접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들이 내 작품을 이끌고 가야 하는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잡아주더라. 5~6개월 동안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려 했는지 꾸준히 환기되었다.

예를 들면 창작 초반에는 내 안무자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인간의 대지>라는 책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작품이 책을 따라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하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은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그런 점들이 환기가 되었고 내 안의 혼선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김지정 : 기획까지 포함하면 늘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제작 기간 동안 댄서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안무자로서 작품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동작이나 장면을 만들기에 급급하다 보면 움직이는 의미를 잃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은주가 말한 것처럼 기획자가 제작 과정 중간 중간에 작품과 관련된 스터디와 워크숍, 크리틱, 안무글 같은 과정을 배치해 두었기 때문에 그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맡은 안무자 스터디는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라는 책으로 진행했는데 노화, 질병, 죽음이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 혹은 이런 주제들이 왜 움직임으로 표현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고민들에 도움을 주었다.

노화나 질병을 이야기할 때 자신이 가진 병을 축소시키거나 다 좋아질 거라는 희망 신화에 기대지 않고, 고통을 온전히 느끼고 아픈 시간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책의 주제가 작품의 방향과 닿아 있었다. 또한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울증의 증상은 춤과는 반대되는 속성들을 갖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충돌을 무대 위로 드러내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인간예찬’이라는 주제가 나에게는 무척 어려웠다. 인간은 어떤 생물종보다 예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우리가 다시 예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 개개인을 보았을 때 우리가 살면서 자신과 타인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무언가를 기대하는 순간들이 있다. 작품에서처럼 지인이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에 혹은 그 죽음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행동하거나 기억할까. 다시 말해 인간종 자체를 예찬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절박함과 그리움의 순간이 인간에 대한 긍정과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안은주 :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나에게도 ‘인간예찬’이라는 전체 타이틀이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인간에게 예찬할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었고 그래서 주제를 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고민을 하던 차에 <인간의 대지>라는 책을 접했는데 나도 지정 언니처럼 책에 큰 도움을 받았다. <어린왕자>를 워낙 좋아하는데다가 같은 저자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어린왕자>가 탄생한 배경이 상상되었고, 그럴수록 함께 상승하는 에너지를 받았다고나 할까? 이 작품을 하면서 영상을 많이 봤고 외부의 도움도 받았다. 그래서 그것들이 만나는 접점들을 모아 ‘모험’으로 잡게 되었다. 어른들은 모험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일상의 하나하나는 모두가 모험이다. 내가 읽었던 글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인간은 쓸데없는 것에 목숨을 거는 존재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서 모험심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이혜원 : 나는 댄서다보니 안무자와는 좀 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 안무자와 나, 매 순간의 연습과 매 회 공연 안에서의 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연습을 할 때에도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를 생각으로만 멈추지 않고 댄서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안무자 워크숍마다 댄서들과 몸을 맞대면서 좋은 에너지가 쌓이면, 이를 내가 참여하는 작품 안으로 끌어와 흐르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예찬 메인 포스터 ⓒ오후의 예술공방
천샘 : 혜원이의 그러한 노력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내 작품도 만들지만 이브닝 제작 과정에서 스태프로서 총괄 진행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여겨보게 된다. 때문에 3개월에 걸친 안무자 워크숍을 진행하다보면 매달 좀 더 몰입되어 뭔가 다른 에너지를 뿜어내는 무용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올해에는 (이 자리에는 없지만) <배웅 가는 길>이라는 내 작품에 출연한 김문주와 여기에 있는 혜원이다. 특히나 나는 매 워크샵 과정을 기록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무용수의 에너지를 따라 셔터를 누른다. 그런데 유독 많이 찍히는 무용수는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중 베스트를 이번 공연의 메인 포스터 이미지로 선택해 작업하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무용수들이 짧지 않은 제작 과정에 임하면서 작품에 필요한 아우라와 에너지를 쌓게 되고,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난 사진이 선별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포스터에 담긴 혜원의 사진에는 무용수가 뿜어내는 신비스러운 느낌, 즉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어떤 인간이며 어떤 존재적 예찬 가치를 지니는가.’라는 공연의 핵심 질문을 던지는 듯한 아우라가 잘 드러나 있다.

스태프가 아닌 안무자로서의 경험을 말하자면 나 역시 이번에 작품을 만들며 처음으로 안무자 스터디의 큰 수혜를 입었다. 그전까지 나에게 안무자 스터디는 안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머리를 깨우는 과정이었다. 다시 말해 안무 작업에 착수하기 위한 출발점이었으나 안무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스터디를 통해, 그리고 사실은 내가 준비한 책이 아니라 은주가 선택한 <인간의 대지>를 통해 내가 만들려던 장면에 가장 적합한 텍스트를 얻었다. 내 작품은 배웅의 지극함, 다시 말해 한 사람이 점이 될 때까지 손을 흔드는 조금은 지순하고 아날로그적인 삶의 태도가 우리를 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만든 작품이다. 이를 떠올리며 하나는 세월호 유가족이 학생들의 장례를 치르며 쓴 시를, 또 하나는 남자 출연진인 김동일 군의 입대 이야기를, 마지막은 잦은 배웅이 일어나는 공항에서의 이별을 설정해 작업 중이었다. 그런데 비행기를 통해 이별하는 장면에서 원하는 텍스트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인간의 대지>에서 우편조종사들이 비행 중 바다와 사막에 표류해 교신이 끊기고 결국은 원치 않는 고통 속에 먹먹한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을 읽었다. 이거구나, 했다. 덕분에 살았다. (일동 웃음)

공공자금의 유입과 명암. 크라우드 펀딩과 티켓 자체 판매라는 고민의 기로에서

천샘 :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부분이 어쩌면 이 복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공연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위의 과정을 다 끝마치고 나면 다음 달에는 ‘허심탄회 크리틱’이라는 이름 아래 전체 작품들의 크리틱을 진행하게 된다. 이 크리틱이 끝나면 2/3 이상 만들어진 작품들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공연 홍보과 티켓 판매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즈음 나로서는 일희일비가 엇갈린 경험이 있었다. 바로 포털로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 심사에 낙방한 것인데, 우리의 경험이 다른 단체에서 앞으로 펀딩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언급하고자 한다. 사실 첫 이브닝 당시에는 주제가 세월호 1주기 추모인데다가 무용계에서 추모공연을 올리는 단체가 거의 없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의 펀딩 쪽에서 펀딩 제안을 받았다(다만 이미 다른 사이트로 진행 중인데다가 유가족들은 어떤 모금액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셔서 거절했다). 2016년에 진행했던 2회 살롱 이브닝인 <폭력 소환장>의 경우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혐오, 소수자혐오, 심지어 경찰혐오까지 ‘혐오’라는 단어가 시대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키워드처럼 번지고 있었다. 때문에 이러한 흐름 밑바탕에 있는 ‘혐오범죄의 고발’이라는 공연 주제의 시의성 때문에 그때 역시 큰 무리 없이 심사를 통과해 펀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공연을 홍보하는 원고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전 국민에게 노출되는 과정을 한 달 정도 겪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예술단체로서 스스로를 알리고 공연을 홍보하는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 ‘다음’을 통해 6회까지 글을 연재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고 덕분에 ‘혐오범죄’라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전회가 매진되었으니까. 익명의 기부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은 이번에도 무난하게 통과하리라 보고 프로젝트 신청서를 냈는데 결과는 떨어졌다. 이유야 여럿이 있겠지만 펀딩 모금액을 이번 공연의 제작비로 쓰지 않고 다음 공연을 위해 예치한다고 명시한 부분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나 혼자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고 있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이미 ‘최초예술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비 전액을 지원받는 현실에서 펀딩을 통한 티켓 수익금을 이번 공연에 투입할 수는 없고, 내년을 위해 예치해야만 자립을 위한 수순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하튼 어떤 이유에서든 프로젝트 심사에서 낙방했을 때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은 정말 기뻤지만, 대신 공연 홍보와 티켓 판매라는 가장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포털을 통한 펀딩을 놓친 것에는 낙담했다. 포털을 통한 펀딩은 전 국민이 읽을 수 있는 글을 통해 우리가 예술단체로서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를 알리고,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그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공연을 통해 만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는 이브닝을 총괄 기획하는 나로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이 우리 사회의 어느 지점과 만나는 지를 실시간 체험하게 해주는 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사라지면서 좌절감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했는데, 바로 우리의 공연도 무용계 안에서만 진행되는, 이른바 지원금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제작되지만 무용 관계자들만 관객층으로 흡수한 채 사회적 의미와 화제성에서는 큰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연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여러 날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동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알게 된 노하우를 모두 투입해 단체의 자체적 홍보 방식을 통한 티켓 판매에 들어가기로 변경했다. 즉 세 명의 안무자와 한 명의 출연진이 공연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매주 한 편씩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과 티저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연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홍보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펀딩의 보상품으로 준비한 관객 참여 수업을 모두 무료로 전환해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과 공연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을 초대, 공연 1주일 전 공연장에서 먼저 자신부터 예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 있는 무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티저 영상이다. 공연을 홍보하는 과정이 하강곡선이 아니라 상승곡선을 타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준 게 티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번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 특히나 은주의 작품 티저와 원고는 동영상 속 현란한 몸동작으로 공연을 사방팔방 퍼뜨리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은주가 할 말이 많을 듯한데.

인간예찬 티저 영상 ⓒ오후의 예술공방
안은주 : 확실히 티저가 파급력이 크더라. 나는 페이스북을 하면서 작업하는 다른 주변 동료들의 동영상을 많이 본다. 글은 제대로 안 읽고 넘길 때도 있지만 동영상은 연습 동영상이라도 꼭 챙겨보게 된다. 무용수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관심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작품 티저가 올라가고 나니 조회수가 껑충 뛰었다. 또한 우리가 티저를 올린 이후 서울무용센터에서 연이어 우리 영상을 올려준 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주 잘 아는 사이가 아닌 분들에게도 여러 인사를 받으면서 확실히 공신력 있는 기관이 도움을 주면서 함께 만들어지는 시너지를 실감했으니까. 덧붙이자면 우리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마저 내 글과 인터뷰를 보셨더라. 하하하! 그러면서 잘 봤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도대체 이걸 어디서 보신 거지, 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글과 영상이 많이 퍼지다보니 내 움직임이 그만큼 미치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도 생겼다.
이혜원 : 내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연을 이야기할 때 이 공연을 대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점이 참 좋더라. 현대무용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로만 하기에는 어려운 게 있다. 그래서 공연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시간되면 보러 갈게”하는 미지근한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런데 카톡으로 공연 홍보물을 직접 보여주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다 보니 확실히 전과는 다른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유발하게 되더라.
천샘 : 그러고 보니 혜원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인사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이혜원 : 그렇다. 하지만 많은 관심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일동 웃음)
천샘 : 나도 그렇다. 갑자기 관심을 받으면 나부터 속으로 컴다운 컴다운을 외치면서. 하하하!
안은주 : 사실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주변에서 ‘공연 준비 되게 많이 했다’라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작 내가 그 기대감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원고들과 영상이 너무 잘 나오다보니 내 움직임이 그만큼 미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이 들면서 막판에는 스트레스가 되더라. (일동 공감)
김지정 : 난 SNS를 잘 안하다보니 사실 SNS 반응을 두 사람 처럼은 잘 모르겠다.
천샘 : 티저가 잘 나온 이유는 (스태프의 자부심일지도 모르나) 나는 제작 과정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크리틱이 본 공연 한 달 전에 실행되면서, 그날 거의 다 완성된 작품의 핵심만 티저에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경우 티저 영상을 보면 무용수들이 스트레칭이나 연습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즉 작품의 핵심보다는 무용수의 아름다운 자태를 담은 웜업이나 즉흥, 혹은 특정 장면의 너무 짧은 맛보기만 담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으로는 공연 전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가 힘들다고 본다. 이브닝의 경우 크리틱이 한 달 전에 진행되면서 그날 티저 영상을 동시에 촬영했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작품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 러닝타임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고 그 후 편집을 통해 각 작품마다 특징이 제대로 선별되었다. 5분 남짓한 영상 속에서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가 튀어나오면서 보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 역시 그날 내 영상 속 내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고 울었다는 지인들의 연락을 받았다.

배웅 가는 길’ 티저 영상의 한 장면 ⓒ오후의 예술공방
안은주 : 나 역시 어린이집 선생님까지 인사를 받았으니 말이다. 인터뷰 잘 봤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담당 선생님이 어린이집 원장님에게까지 소민이 어머니가 쓰신 글이라며 보내드렸다고 하더라. 이렇게 순식간에 퍼지는데 인생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인간예찬’ 타이틀까지 아시더라. (일동 웃음)
천샘 : 사실 전체 홍보계획을 잡았을 때는 내 원고가 나가는 마지막 주가 본 공연이 올라가는 주인데 그 즈음이면 적어도 한두 회 차 정도의 티켓이 남아 있을 거라 예상했다. 대부분 막판에 티켓을 사지 않나. 그래서 마지막 표 몰이를 하고자 정말 고민하면서 원고를 미리 써두었다. 그런데 워낙 홍보가 잘 되다보니 막상 내 원고가 올라가는 주에는 이미 4회 공연 전부가 매진되었다. 그래서 내 원고와 티저 영상이 올라간 페이스북 소식에는 티켓 예매 링크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게 여러분 모두에게 참 고맙다. 공연이 올라가는 가장 바쁜 주에 티켓을 고민할 필요 없이 공연만 준비하게 해줘서.

그런데 그 즈음에서 본 공연이 티저 영상이나 원고 등의 부가적인 요소들보다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배가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생겼다. 바로 <관객과 함께하는 ‘내 몸 예찬’> 프로그램이다. <관객과 함께 하는 ‘내 몸 예찬‘>은 카카오 펀딩의 보상품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펀딩이 이미 물거품이 된 시점에서, 너와 나의 인간됨, 인간으로서 우리의 존재적 예찬 이유를 관객들이 먼저 느끼게 하려고 기획한 프로그램을 굳이 유료화로 진행해 여기에 상업성이 끼어들게 되면 의미가 퇴색할 것 같았다. 다행히 <최초예술지원사업>을 통해 발레예찬, 무용치료, 아프리칸 댄스의 각 수업을 맡으신 분들께 소정의 강사료가 책정되었기 때문에 세 수업 다 무료로 전환이 가능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큰 의미를 갖는데, 결과적으로는 공공 지원금 덕분에 프로그램을 무리 없이 전환할 수 있었고, 덕분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펀딩을 진행해보면 펀딩 보상품으로 진행되는 수업에는 신청 후 오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데, 이번에는 신청한 대부분의 관객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매 수업이 북적이며 감동적으로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공공 지원금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다. 이 수업이 본 공연에 대한 객석의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관객과 함께 하는 <내 몸 예찬 현장 사진들> ⓒ오후의 예술공방
안은주 : 정말 좋았던 게, 인간을 예찬할 이유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아마 그날 참여했던 모든 분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은데, 공연 타이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그날 진행된 발레, 무용치료, 아프리칸 댄스 세 수업 중 무용치료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이번 기회에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사람들끼리 모여 체온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이번에 깨달았다. 무용 작업을 하면서 상대방의 몸과 만나는 경험과는 다른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날 오신 분들의 눈빛을 보면 무엇을 느꼈는지 알 수 있다. 그분들의 얼굴에서는 평온함이 느껴지더라. 아프리칸 댄스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나부터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으니까.

사실 나는 작년부터 작업이 너무 많다보니 닥치는 대로 하면서 쉼 없이 달렸던 것 같다. 처음에 춤을 시작했을 때의 감수성을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그날 ‘아~ 이런 거였지’ 새삼 다시 느꼈다. 엄청 땀을 흘리고, 사람들과 같이 휴식하고, 바람을 느끼고, 내 몸의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을 느끼는 게 참 좋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위로받는 부분도 있었고. 내겐 언젠가부터 춤이 더 이상 위로가 아닌 그냥 일이 되어 있었는데, 그때 즈음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초심이 환기된 덕분에 본 공연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무척 힘을 얻었다. 다음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또 하게 되면 안무자들은 무조건 참여하면 좋겠다. 하고 나니 이것이 전체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깨달은 게 있다.

천샘 : 나도 동의하는 게, 사실 요즘 시대는 인터넷 덕분에 강력 범죄로 인한 악의 형태와 내용이 많은 이들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간의 악한 모습과 범죄 행각을 인터넷을 통해 매일 자세하게 보고 읽고 들으며, 인간에 대해 회의와 피로감이 급격히 몰려드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런 피로감을 내려놓고는 서로 흥겹게 박수치고 안아주다가 마음의 상처가 열려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가 우시고, 그날 이 분을 처음 본 사람들이 같이 눈시울이 붉어져 위로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고통을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 아픔을 수습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위로의 힘을 타인을 위해 쓸 수 있는 순간순간, 인간은 아름다우며 예찬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그날 내렸다. 모든 인간, 인간성 전부를 예찬하고 보편화하자는 게 아니라, 그러한 위기와 고통의 순간에 타인을 향한 힘을 발휘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다들 안내드린 문자대로 편안한 추리닝을 입고 오셔서 자연스럽게 꾸미지 않은 자신을 보여주고,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아기 흉내도 내고 박수도 치는데 보면서 밀려드는 감동이 크더라. 그렇게 끝나고 나니 본 공연이 오늘보다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날 밤에 잠이 안 왔다.

그러다가 한참을 생각해보니 우리 공연은 작품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통해 인간의 가치 있는 면면을 단편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이지만, 오늘처럼 그저 마음을 열고 오신 분들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이기 그지없는 모습은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면서 어떤 인위적 시도도 이보다 아름답기는 힘들겠다, 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제야 잠이 오더라. 다행히 우리의 공연도 뜨거운 반응 속에 끝나 우리가 이렇게 <춤:in>의 지면을 통해 이 복기 과정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일동 웃음)

복기를 마무리하며

이틀에 걸쳐 진행된 본 공연의 복기는 생략하도록 한다. 총 관객 수는 132명, 그중 티켓을 직접 구매하여 오신 분은 101명으로 집계되었다. 티켓 가격은 15,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한 순수익은 1,515,000원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수익금을 내년이나 내 후년 사이, 동물권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에코 브릿지(생태이동경로)’>의 제작을 위해 처음으로 예치하게 되었다. 바로 최초예술지원사업이 주는 메리트다. 공연 후 관계자들과 객석에서 나온 말말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어느 노교수님의 ‘아비뇽에 온 것 같았다’는 소감이었다. 이 말은 나에게 무척 위안이 되었는데, 공방이 믿는 예술의 토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비뇽을 잘 모른다. 가본 적은 없고 듣기만 했다. 그러나 페스티벌 기간이 되면 작은 소극장들에서 수많은 단체들의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 나와 공방 식구들이 믿는 예술의 토양도 그것이다. 삼삼오오 무용계 안에 퍼져 있는 다양한 풀뿌리 예술단체들이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 올리면 그것이 선사하는 예술의 다양함을 시민들이 넉넉하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조성되는 것이다. 모든 작품이 예술의 전당이나 아르코 대극장에서 올라갈 필요는 없다. 또한 예술의 다채로운 색깔을 확보하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몇몇의 스타 안무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더 많은 풀뿌리 예술가들이 창작을 원하는 자신의 작품을 고민하지 않고 무대로 올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공방은 그 꿈을 꾸며 나아가고 있고, 다른 동료 단체들이, 그리고 그렇게 시작하는 젊은 풀뿌리 단체들을 독려하는 <최초예술지원사업> 같은 기회들이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하여 예술이 몇몇의 소수가 남용하는 절대 권력이 되지 않기를, 다만 되도록 욕심에 물들지 않은 조금은 순전한 무엇이 되고, 이를 조성하는 토양은 그 토질이 개인의 욕망으로 산성화되지 않도록 늘 깨어 스스로를 점검하는 공공의 역할을 다하기를, 그리하여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춤추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왼쪽부터 안은주, 이혜원, 천샘, 김지정 ⓒ양동민

김지정 : 인문학과 현대무용을 공부했다. 안무가이자 댄서이며 줄을 타는 에어리얼리스트다. 실험적인 공간인 댄서스라운지와 거리예술단체인 창작중심 단디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은주 : 세종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수료 후 무용수,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퍼포머와 관객이 함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혜원 : 다양한 움직임에 관심이 있는 무용전공자이다. 춤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순수한 마음으로 전진하고싶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상의 삶과 작업현장에서 어떤예술가가 될 것인가 고민하며 살아가고있다.

천샘_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춤을 좋아하는 여자 사람. 마포구에서 태어나 십여 년을 살았고, 그 다음 십여 년은 미국에서 살았다. 다시 마포구로 돌아와 우연처럼 시험 본 예술학교에 붙었는데, 그 후로는 자연스럽게 춤이 밥벌이가 되었다. 춤과 우리 사회가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며 시작된, 감성충만 + 지식저렴 예술가들을 위한 초경량 지식투척 프로젝트! <감성 스터디 살롱: 오후의 예술공방>을 이끌고 있고, 현대무용의 움직임 놀이터 <어반 무브먼트 살롱: 댄서스 라운지>에서 똘기어린 움직임 실험들을 모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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