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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7.10 조회 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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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라이프를 부탁해>
춤, 삶, 사랑도 부탁해

김보미_IT 기획자 겸 컨설턴트

오! 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이하 오! 마이라이프)는 2006년 창단 이후 12년 동안 미래형 예술을 펼쳐왔다. 커뮤니티 예술이란 말이 등장하기 전부터 '작업을 위한 커뮤니티 혹은 커뮤니티를 위한 작업'이란 화두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텐빌리지프로젝트, 2010년>로 대한민국 작은 마을 곳곳을 찾아가 현지 주민과 춤으로 소통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춤처방> 워크숍 전신인 <하늘과 땅과 아프니까 사람이다, 2015년> 전시, 워크숍에서는 음양오행을 춤으로 가져왔다. 고도로 훈련된 춤 동작 위주의 무용 무대를 배우 없는 연극 무대로 만들어 소리 내는 무용수를 등장시켰다. <공상물리적 춤, 2016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행위를 예술이라고 하지만 '오! 마이라이프'는 나'만'의 개인 세계를 넘어 관객과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활발한 소통의 공연을 보고 나면 '춤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삶이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게 하고 그 답을 스스로 짚어보게 만든다.?이와 같은 '말 걸기' 행위는 몸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서울 시민 워크숍 춤다방 <막춤의 기술, 2015년>은 그 제목처럼 막, 춤을 추고 싶게 만든다.'오! 마이라이프'의 춤처럼 삶 속에서도 자유롭고 싶어진다. 때로는 나뭇잎 같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때로는 물고기마냥 혼잡한 사람들 어깨를 피해 유영하는 나를 그려 본다. 순간순간의 내 몸 짓에 더 집중하며 살고 싶어진다. 점점 삶에 감탄하는 "오-!"라는 내 소리가 커지면서 더 생생한 춤을 추게 되고 마침내 그 행위를 통해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지기에 이른다. 작품이나 퍼포먼스 형태로도 앞서 갔지만 이렇게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생생하게 살아가고 싶게 이끄는 힘이 '오! 마이라이프'를 미래형 예술로 만든다. 미래형이기에 많은 사람의 이해나 공감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저마다의 '오! 마이라이프'는 어땠는지 대화하길 희망하며 6월 16일~17일 성수아트홀에서 열린 <춤처방> 워크숍과 6월 27일~29일 <댄스를 부탁해 '5'> 공연에 대해 먼저 말머리를 꺼내본다. '오! 마이라이프'에 반응하는 여러분의 느낌, 반응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춤처방> 워크숍 중 '화(불 火)' 원국 춤 ⓒ oframe

음양오행이라는 주제는 일상에서는 사주팔자나 오늘의 운세로 익숙하지만 무용 소재로 만나기엔 낯설다. 그러나 각자의 원국(음양오행)에 맞춘 춤을 배울 수 있다는 설정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춤처방> 워크숍이 시작되면 개념 설명과 각각의 사주에 맞춰 처방된 원국 춤을 보여준다. 예컨대 '화'춤은 팔이 불처럼 위로 타오르는 형상을 본 딴 동작이고, ‘토’춤은 땅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동작이다. 무대 위에 올라가 함께 춤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관객들은 이 <댄스를 부탁해 '5'>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워크숍에서 배운 목화토금수 춤이 <댄스를 부탁해 '5'> 공연 무대에서 작품이 되고, 그 춤사위 하나하나가 워크숍에서 이미 본 음양오행을 형상화한 걸 알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공연의 일부가 되고 점점 빠져든다.



<춤처방> 워크숍 중 공연 ⓒ oframe

"춤은 몸, 공간, 에너지로 이루어졌다." 2017. 12.23 <오픈댄스> 워크숍 중

<춤처방> 워크숍에서 함께 춘 목화토금수 원국 춤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계절과도 같다. 봄은 목이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쭉 자란다. 한 방향으로 전진한다. 성장이다.
<댄스를 부탁해 '5'> 공연 '1장 봄. 하염없이 걸었다'에서 앞뒤로 1m 떨어져 벽만 보고 원모양으로 걷는 남녀 무용수가 나온다. 이들에게 커피를 따라주는 무용수도 벽만 보고 커피를 따른다. 신자유주의 시스템 속 효율과 경쟁만 바라보고 달리는 우리 모습 같았다.



<댄스를 부탁해 '5'> 1장 공연 중 ⓒ oframe

여름은 화이다. 불은 자기표현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의 존재감을 떠올려 보자. '2장 여름, 성수아트홀 오는 길'에서는 무용수들이 차례로 나와서 성수아트홀로 오는 이동 수단과 오면서 무얼 하는지 말한다. 이 외에도 무용수가 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김은경), 자주 가는 맛집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김승록), 아내의 무용 학원을 소개(박명훈) 하는 등 실제 본인의 일상을 극으로 가져온다. 처음에는 무용극에서 대사를 하는 무용수들이 낯설어 숨죽이고 있던 분위기에서 점점 함께 웃으며, 최근 둘째를 봤다는 밝넝쿨 대표 이야기에 박수와 축하를 보내기도 한다. 다음 막에서 <공상물리적춤>의 한 장면 같이 '화' 원국을 가진 무용수가 <공상물리점춤>을 연상시키는 패트병 소품과 움직임을 선보인다. <공상물리적춤>이 '오! 마이라이프'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인데, 이번 공연의 '화' 여름 특성과 연결되었다.



<댄스를 부탁해 '5'> 3장 연습 중 ⓒ oframe

환절기, 인터미션 토의시간 이후 '3장 가을,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가을은 토로, 결실의 계절이다. 어떤 일의 결과이기도 하다. 끝까지 멈추지 않고 최루탄을 던지는 무용수와 그런 불꽃을 끄는 의경. 의경에게 끌려 나갈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행위의 결실은 2017년 탄핵 이후 지금 결과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보여준다. 시작을 형상화함으로써 결과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밝넝쿨 대표의 극도로 절제되고 단련된 매우 느린춤은 ‘금’처럼 단단하게 다져가는 '오! 마이라이프의 행보를 보는 듯했다. 겨울은 수이다. 에너지를 응축하며 다음 계절인 봄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기간이다. 농한기인 겨울은 놀이의 계절이기도 하다. '4장 겨울, 고릴라 바라'에서는 불교의 대표적 의례인 바라춤을 고릴라 가면을 쓴 무용수가 행하면서 재미있는 난장이 벌어진다.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비추는 큰 볼록 거울은 응축하고 준비하는 겨울에 반드시 필요한 자기 성찰의 상징이다. 이렇게 일상과 연결고리가 있기에 작품이 삶과 괴리되지 않았고, 대대(待對)* 관계에서 '춤'과 '춤이 아닌 것'이 섞이면서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리라. (*대대(待對)*란? 서로 돕고 의지하는 동시에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보적인 관계)

<댄스를 부탁해 '5'> 연출가 적극은 "오! 마이라이프와 본인의 대대적 관계가 가급적 무대 위에 두드러져 보이기를 원하나, 공연 결과물의 편집은 그 어느 전제도 갖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관객의 '적극'적 예술 참여 방식으로 '능동적 몰입과 각자의 해석에 의한 재창조'라는 과정에서 저마다가 느끼고 해석한 <댄스를 부탁해 '5'>가 몹시 궁금해진다.



<댄스를 부탁해 '5'> 3장 연습 중 ⓒ oframe
김보미 (전) 테크니컬 라이터, 인터뷰 작가, AI 보이스 에이전트 다이얼로그 작가. 현) IT 기획자 겸 컨설턴트이다. 경계인이자 자본주의 시스템 틈새 살기를 지향함. 지혜 수색대로 계속 공부하고 익히며 재미있는 일, 이야기를 만들며 산다. 일을 하면서도 작가 일을 하고 싶어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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