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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5.09 조회 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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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예술인 심리상담>

정지은_한국예술인복지재단 불공정행위신고상담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기 위함이다.”

삶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어느 심리학 교재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문구에 한 분의 예술인이 떠올랐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서 한 번 그리기 시작하면 삼일 밤을 끄떡없이 샌다는 분이었다. 많은 예술인들이 작업에 몰입하고 예술 활동을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그 과정에 있는 예술하는 ‘사람’, 즉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자신’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 사업을 담당하면서 여러 예술인을 만나다보면 이런 질문을 여러 차례 던지게 된다.

최근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1)에서 예술인이 비예술인보다 신체적, 심리적 건강 및 삶에 대한 만족감이 낮은 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예술인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심리적 건강수준이 나쁘다고 지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술인 심리상담 현장에서도 경제적 어려움, 불안과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 가족 및 대인관계 스트레스, 진로 문제 등으로 인한 다양한 심리적 고충들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고충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예술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불규칙한 활동과 불안정한 소득으로 인한 불안,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가족과의 갈등처럼 예술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 따르는 외부적인 문제뿐 아니라 예술인으로서 작품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어려움도 많다. 특히 무용수, 배우 등 실연 예술가는 맡은 배역에 감정이입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배역의 심리상태에 갇혀버릴 위험도 있다. 몇 년 전 한 배우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밝히며 “작품을 하고 나면 영혼에 상처를 받는다.”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1) 조현섭 외(2016), 《예술인 심리상담 연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심리적인 문제를 완화하는 데 심리상담이 도움이 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상담에 대해 거리감과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적지 않은 상담료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자칫 주위에서 ‘나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있다. 이러한 문턱을 넘고 심리상담소를 찾은 예술인 중에서도 상담사가 예술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직업적인 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불편함과 불만을 느꼈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대표 정희섭, 이하 재단)에서는 예술인의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2014년부터 예술인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의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사업은 개인 심리상담과 집단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예술인 힐링 프로그램의’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며,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이면 개인 심리상담과 예술인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사업은 상시 운영하며(예산 소진 시까지), 개인 심리상담은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www.kawfartist.kr)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개인 심리상담이 부담스럽다면 예술인 힐링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자세한 사항은 재단 홈페이지(www.kawf.kr)를 참조하거나 ☎ 02-3668-0264 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먼저 개인 심리상담은 재단에서 위촉한 전국 28개(18년 기준) 심리상담 기관에서 받을 수 있다. 심리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비밀보장의 원칙 아래 전문가와의 심층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에 통찰을 얻고 긍정적 변화를 함께 이야기한다. 1:1 상담은 최대 12회까지 받을 수 있고, 12회의 상담이 끝난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는 예술인을 위해 사후 지원도 마련되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집단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예술인 힐링 프로그램’은 긍정적 에너지 회복을 위한 마음치유 캠프, 숲치유 캠프, 나와 타인의 성격을 탐색해 보는 지피지기,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심리치유 프로그램, 자기성장과 이해 등 다양한 주제로 운영되었다. 특히 자연 속에서 1박 2일 동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마음치유 캠프와 숲치유 캠프는 모집과 동시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술인 힐링 프로그램은 심리상담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예술인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간 소통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예술인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술인 중 “원만한 성격의 사회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외로움을 해결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외로움을 예술에 이용하고 싶다.”면서 개인상담을 받는 것이 꺼려진다고 말한 예술인이 있었다. 풍부한 감정과 섬세한 감성이 예술작업을 하는 데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에 자칫 예술인으로서 감각이 둔화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예술인의 섬세한 역량은 창작활동에 필요하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때로 심리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예술인 심리상담의 목적은 예술인의 예리함을 둔감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예리함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이다. 예술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 여기’의 자신의 마음 상태를 살피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 나간다면 보다 건강한 예술창작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이 말하는 예술인 심리상담

“개인전을 앞두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고, 고민이 되었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겨서 좋았다. 많은 예술가들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자로서의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개인 심리상담 참여 예술인(미술)

“이런 경험과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기뻤다. 상담내용 자체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 - 개인 심리상담 참여 예술인(만화)

“이번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스스로에게 여유의 시간을 갖게 한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만 해 왔던 우리 예술인들에게 한 템포 쉬어가는 기회를 주어 고맙다.” - 힐링 프로그램 참여 예술인(음악)


정지은_한국예술인복지재단 불공정행위신고상담센터 학부와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하고 전문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후 심리상담 필드에서 현장경험을 쌓았다. 2016년부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 심리상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예술인이 혼자 고민하거나 마음의 건강을 소홀히 여기는 일이 없도록 예술인 심리상담프로그램이 더 많은 예술인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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