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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4.10 조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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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AM 참가기:나의 첫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Competition 1’ 유람기

최민선_안무가

서울에서 요코하마로

레드브릭 웨어하우스 극장 로비. 사진제공: 신혜진

안무가 최민선 x 강진안은 2018년 2월 10일, 11일에 이틀에 걸쳐 진행된 ‘제 23회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의 컴퍼티션 I’에 참여했다.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은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진흥재단과 주일 프랑스대사관이 매년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컨템퍼러리 안무 대회로 1996년 시작됐을 때부터 재능 있는 젊은 안무가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시아 안무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즉 아시아의 컨템퍼러리 아트마켓을 표방하고 있다.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은 컴퍼티션 I과 25세 이하 안무자를 위한 컴퍼티션 II로 나눠져 있는데 컴퍼티션 I은 공모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며, 한국의 안무자들 중에도 이곳에서 수상한 이후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이룬 사례가 적지 않다. 매년 2월, 요코하마 레드브릭 웨어 하우스 NO.1에서 열리는데, 이곳은 요코하마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 빨간 벽돌의 건물은 과거에 항구 물품을 관리하던 창고를 개조한 것으로, 한쪽은 레스토랑 및 상점이, 다른 한쪽은 극장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어 흥미롭다. 극장 주변의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반려견과 휴식을 취하거나 쇼핑하러 오는 현지인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레드브릭 웨어하우스 극장 로비. 사진제공: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사이트에서 컴퍼티션 I 공모 안내를 보고 난 후, 안무 대회를 나간다는 것, 경쟁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진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기회의 필요성과 경쟁보다는 앞으로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스스로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 작품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은 뭔지 모를 현실의 답답함이 참가의 이유였다. 참가 결정이 된 후 알게 된 것인데,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측에서 제공하는 것은 공연을 위한 극장의 스태프들과 기술적인 것들뿐이고, 그 이외의 것(항공, 숙박 등)들은 참가자의 개인 비용으로 해결해야 했다.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솔로나 듀엣 참가자가 많았다. 반면 우리는 최소 4명의 인원이 필요했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문화위원회의 국제교류사업을 신청했고, 참가 이후 난 발표에서 다행히 선정이 되어 비용 일부의 부담을 덜게 되었다.


‘요’기서 만난 무용과 무용가들

이번 컴퍼티션 I에는 9개의 나라에서 106개 작품이 지원했다고 한다. 일본 무용계 전문가와 프랑스 쪽의 심사위원들이 비디오 심사를 통해 일본 6팀, 한국 3팀, 필리핀 1팀, 총 10편의 작품을 최종으로 선정했다. 한국 팀은 최민선 x 강진안의 <Complement>와 이경구의 <A Broom Stuck in Corner>, 김서윤의 <Selfish Answer>로 각자의 안무 방식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 세 편이 선정되어, 개인적인 기대감이 더욱 높았다. 하루에 5팀 씩 이틀에 걸쳐 공연하는 시스템이고, 요코하마 측에서 날짜와 국가, 작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날을 지정하였다.

경연 전 각자 주어진 리허설 시간에 맞춰 주어진 시간 안에 셋업을 마치고, 그 이후에는 극장 안 연습실에서 지정된 스케줄에 따라 리허설을 진행한다. 모든 스케줄은 개인(팀)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팀의 리허설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경연 날이 아닌 날의 공연은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첫 날 공연을 관람했는데, 필리핀팀과 한국팀 각 한 팀, 그리고 일본의 세 팀을 볼 수 있었다. 각 나라 안무자들의 작품마다 특유의 안무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필리핀의 컨템포러리 무용 작품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다양한 시점의 실시간 영상 사용과 맥락 끊기, 관객 참여형 등 마이클 베리 알바스 큐(Michael Barry Arbas Que)의 시도는 새로운 미학과 안무 방식과는 별개로 개성있는 필리핀 컨템포러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김서윤의 작품은 개인의 이야기를 몸에 집중해서 풀어가는 형식으로, 솔로의 유려한 움직임과 감성적인 음악을 사용하여 관객을 집중시켰다. 또한 일본의 타무라 키치로(Tamura Kichiro)는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컴퍼티션 II’ 혜택의 수혜자로써 훌륭한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안무자로써 스케일을 키워나가고 발전해 가는 좋은 예로, 특유의 가학적인 강한 이미지들과 움직임의 폭발적 에너지가 함께 잘 연출되었다고 생각한다.

<Complement> 혹은 <여집합 집집집 합집여>

최민선x강진안 프로젝트. 사진제공: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우리 작품의 제목은 <Complement>로, 한국어 제목은 <여집합 집집집 합집여>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전 안애순 예술감독 시절, 젊은 창작자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지원하고 과정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었던 2016년 <안무LAB>에 선정되어 초연된 작품이다. 그 이후로 2017년 팜스링크 ‘서울무용센터 쇼케이스’와 ‘퍼폼2017’을 통해 재공연했고, 이후 작품을 보완하여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 출품하게 되었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영광과 작품 제작 지원금 겸 상금 그리고 내년 혹은 그 다음 해에 초청받아 신작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작품은 카메라(눈)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공간을 뒤집어 해체시키고 재구성함으로서 시간성, 방향 전환, 확대, 축소 등 여러 방법으로 프레임 안의 공간을 구성하는 작품이다. 카메라의 시선은 곧 안무구성이 되고 퍼포머는 현재의 공간 안에서 안무구성을 재현한다. 재생되는 프레임 안에 편집된 기록은 3차원의 공간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들은 작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현재 상황에서는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 재생되었을 때 생기는 왜곡들과 변형된 이미지들은 행위 안에 발생하는 또 다른 사건의 추가와 삭제, 변형을 가져오며, 반복적인 몸의 움직임과 사운드는 시간의 흐름을 모호하게 만들어 그 리듬 안의 몸을 수동적으로 위치시킨다. 관찰자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움직임을 통제하려하지만, 시선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프레임 바깥의 움직임들이 찰나의 변화를 만들고 공간을 전환시킨다.

시선과 시간, 공간을 직면하는 이 작업은 카메라와 퍼포머와의 약속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완전히 수행적인 작업이다. 움직임과 촬영이 오차 없이 이루어져야 5분 전의 상황에 맞게 의도된 연출 장면을 구현할 수 있기에 카메라의 시선 촬영 겸 퍼포머인 김태경 씨와 완벽한 타이밍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습을 고생스럽게도 많이 해야 했다. 요코하마 측 무대감독님은 새롭게 바뀐 조명 큐 타이밍 하나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공연이 끝난 후 그 많은 약속들을 완벽히 해낸 태경 씨에게 엄지를 치켜 올려주시기도 했다.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안하면서 고마운 부분이다.

이 작품의 특성은 공연하는 극장이 바뀔 때마다 늘 재촬영과 편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각 공간이 갖고 있는 특징이나 분위기에 따라 작품의 영상과 실현이 다른 색깔을 띤다. 덕분에 이 작품의 역사가 하나씩 쌓일 때마다, 공연 이후 각 영상을 수집되는 재미가 나름 생기고 있다. 앞으로 이 작품이 더 많은 공간들에서 공연 된다면 수집한 영상을 아카이빙하여 전시 형태로 이 작업을 새롭게 선보이고 싶다.

요코하마의 취향

몸과 움직임의 기술적 표현으로 추상적으로 서술되는 것보다는 개인적 화두, 사회적 이슈 등 어떠한 소재든 상관없이 자신만의 안무 방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다양성이 두드러지는데 이건 작품들의 좋고 나쁨의 편차는 아니다. 물론 음악 선택에 의해 드러나는 분위기는 각 나라별로 비슷한 부분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안무자만이 가진 특별함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러 상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만큼 그 상에 맞게 시상된 작품의 특징은 매우 달라서 어느 특정한 상을 기대한다면 그 성향에 맞는 작품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다른 참가자들의 작품을 보면서 각 페스티벌의 성향에 따라 상을 예상해보았는데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 참가 의미가 수상만은 아닐 것이고, 해외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경험과 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 등 여러 다른 가치와 의미가 있지만, 본인의 작품 성향 파악을 잘하고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도약의 무대로써 요코하마는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다양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여정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한 일본의 댄스매거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매년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안무자들을 만나지만 그 전의 작품들과 무척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반응만으로도 우리가 우리나라 무용계에 작은 성공을 가져왔다는 생각이 든다.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작업자라면 도전하길 바란다.

요코하마와 일하기



사진제공: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해외 참가자들은 공연을 위해 요코하마로 떠나기 몇 달 전부터 그쪽 해외 코디네이터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작품에 대해 상세하게 의논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품의 테크니컬 라이더와 공연할 때 필요한 요구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전달되어야 제한된 시간 안에 마쳐야 하는 리허설을 당황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다. 요코하마의 스태프들은 여러 팀의 셋업을 해야 하고 각 팀당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음에도, 각 팀의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려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 놀라웠다. 공연 영상을 보면서 계속 체크하고 바뀌거나 이해가 완전히 되지 않는 부분은 영어 통역사를 대동하여 3번이나 재확인하기도 했다. 귀찮을 수 있는 섬세한 부분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그들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에 있어 최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이 다른 부분을 신경 써야하는 불편함을 줄여주는 모습을 보며, 스태프 없이 공연할 때 한국의 몇몇 극장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쓸쓸함이 떠올랐다. 그들의 좋은 환경이 최고의 스태프에 의해 시작되어 좋은 공연으로 발현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민선 2015년부터 강진안과 함께 ‘최민선 x 강진안 프로젝트’로 활동하고 있다. 움직임을 기반으로 직관적인 방식의 움직임 생성 방법을 찾고 있으며, 다원적인 실험과 외부적인 장치를 통해 몸과 연결시키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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