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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4.10 조회 6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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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되는 교육, 교육이 되는 작업

글· 정리: 허영균(<춤:in>에디터)





왼쪽부터 권기원, 윤상은, 노경애, 송주원 ⓒ양동민

일시: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장소: 서울무용센터

참석: 노경애(모더레이터/안무가), 권기원(기획자), 송주원(안무가), 윤상은(안무가), 허영균(에디터)

<춤:in>은 2018년부터 ‘춤과 교육’이라는 큰 주제 아래, 무용과 교육에 관련한 좌담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4월에는 ‘교육자가 된 예술가’라는 주제로, 예술가면서 자신만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예술가들과 단체를 통해 예술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기획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대화는 전공생 교육에 대한 담론은 가능한 배제하고, ‘공연, 워크숍, 프로그램’ 등의 이름 아래 기획했던 프로젝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데 중점을 둔다. 좌담은 예술교육의 경험과 실재, 작업과 교육, 예술교육과 사회와의 접점, 예술교육의 메서드 공유와 철학이라는 주제로 묶인다. 예술가로 교육받고 자라온 이들이 다시 교육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 ‘작업과 교육의 유사성’과 타인을 교육함으로서 얻어지는 ‘다른 차원의 성장’이 이 시간이 수확한 주된 결실이다.


나의 예술교육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허영균: 한 자리에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 ‘춤과 교육’의 한 주제로 ‘교육자가 된 예술가와 기획자’ 네 분을 모셨다. 교육 프로그램이 곧 작업으로 이어진 안무가도 있고, 교육을 통해 작업에 변화가 생긴 안무가도 있다. 또한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무용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기획자도 함께 한다. 각자 소개와 함께 풍성한 이야기를 나눠주시길 부탁드린다.



노경애 안무가 ⓒ양동민

노경애: 모더레이터를 맡은 노경애다. 창작자로서 안무작업을 하면서, 어린이 창의 움직임 교육과, 성인, 장애인, 암환우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해오고 있다. 창작 작업할 때 시각예술,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해 오고 있는데, 그것이 예술교육 할 때도 마찬가지로 움직임, 그림, 글, 소리, 사물 등을 조합해서 교육한다.

윤상은: 안무가 윤상은이다. 작년에 TA(Teaching Artist)에 참여하게 되면서 예술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청소년 대상으로 수업을 했고, 무용이라기보다는 융복합적인 예술교육을 시도 했다. 그 이후 무용 외에 다른 장르의 예술가 선생님들과 협업하는 것도 흥미롭다는 걸 발견하였고, TA가 끝난 후에도 외부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것이 최근 플랫폼A에서 시각예술가 선생님(여다하)과 함께 진행한 <추상추상>이다.

권기원: 기획자이며, 기획사 아트앤마트 사장이다. 실제 직업은 등원과 하원,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이다. 서울발레시어터에서 5년 정도 기획자로 일하며,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홈리스 판매원들의 자립을 후원하는 잡지 <<빅이슈>>와 함께 <홈리스발레단>을 운영했었다. 4년 전부터는 국민대학교에서 예술교육 관련 수업을 진행한다. 내 실제 직업이 ‘육아’라고 밝힌 이유는 아이를 통해 예술교육을 새롭게 이해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송주원: 안무가 송주원이다. 전형적인 커리큘럼으로 예고와 대학에서 강의를 했었고 30대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비전공자를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는 목표하는 바가 다르다. 예고는 입시와 콩쿨을 위해 기술을 수련하기 위한 수업을 했고, 대학에서는 무용수와 안무가로의 기술을 위한 수업을 주로하며 창의적인 상황들을 제안하고 실험하는 수업을 해왔다. 나름대로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수업을 꾸리고자 노력했으나 전형적인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했던 변화나 시도는 환영받지 못했다. 30대 후반이 지나며, 무용가로서 나는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무용가를 뭐라고 생각할까?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주변인에게 ‘네가 좋아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이라는 정도의 인식으로 존재하며 보편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한량인 셈이고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이다. 무용교육의 기술적인 면 외에 무용가로서 무용 활동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무용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교육활동에 주력하게 되었다.

허영균: 송주원 안무가께서 지속적으로 운영 중인 ‘비전공자를 위한 현대무용 수업’의 탄생 배경인 셈이다.

송주원: 그렇다. 전에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른 공연에서 안무 의뢰가 들어오면 잘 하지 않았다. 무용이 도구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작업을 꺼렸던 것 같다. 그때는 그런 것들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배우들이 자신의 몸에 몰입하고, 자기 몸을 다루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네가 잘 추는 춤을 만들어와, 나는 따라할게.” 하는 식의 태도. 2009년쯤 만난 kt의 훌앤풀(아티스트네트워크)의 보드멤버로 워크숍을 열었는데, 그들을 수업하며 비전공자와 함께 할 때의 장점을 발견하게 됐다. 그들이 신체의 부분, 부분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인지하는지 바라보게 되면서, 전형적인 무용교육환경의 대상들과는 다른 그들이 이 사회에서 무용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준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의 움직임이 매우 아름다웠다.


일반인 예술교육에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

노경애: ‘일반인들의 움직임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가?



송주원 안무가 ⓒ양동민

송주원: 처음에는 이 분들이 몸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우리들에게는 삶인데, 이들에겐 취미 생활일 테니까 말이다. 이들이 무용공연에 참여하는 모습은 전문인과 상당히 달랐지만, 그것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공연 일주일 전부터 나는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15세에 무용을 시작한 이후 잘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아왔는데, 그들에겐 공연제작과정이 즐거움과 재미이고, 공연 당일 오전에는 정갈한 모습으로 브런치를 즐기기도 했다. 오히려 춤이라는 매체가 이들의 삶 안에서 건강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권기원: 서울발레시어터가 <<빅이슈>>와 홈리스발레단, 보건복지부와 함께 했던 더불어함께하는발레단을 운영했을 때, 제작감독과 내가 놀랐던 것은 예술가(강사)들의 모습이다. 발표회 전까지는 편안하게 가르치다가도, 발표회 직전이 되면 갑자기 콩쿨 모드로 바뀌는 것이었다. 기획팀장이나 제작감독은 무용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즐기자는 태도일 수 있었지만, 실제 선생님들은 달랐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할 때 공유한 목표와 달리, 무용수 출신 강사들에게 발동된 콩쿨 모드를 조율하는 것이 어려웠다.

윤상은: 나도 오랫동안 성인 대상 발레를 가르쳤는데, 성인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소리를 지르고 엄격하게 하는 걸 더 좋아하더라. 한번은 플랫폼A에서 발표회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콩쿨 모드가 됐다. 줄 안 맞추면 소리 지르기도 하고. 나는 그걸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내가 그럴 때 자극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어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또 학생 중 한 분은 목표가 무용 콩쿨이라고 했다. 나는 콩쿨 모드가 되는 것이 싫어 입시 무용을 가르치지 않고 있는데, 이분들마저도 목표가 콩쿨이라니 놀라웠다. 나는 그 길을 이미 겪어왔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그들에게는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열망이 남아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청소년 예술교육을 할 때도, 학생들에게는 결과가 무척 중요했다.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신경 써야 했다. 학생들은 “이거 해서 뭐해요? 선생님은 돈 많이 벌어요? 예술하면 뭐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진로에 민감한 청소년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았다.

노경애: 무용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결과중심적인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 듯도 하다. 요즘은 교육이라는 것이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기반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송주원: 콩쿨을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작품의 결과가 궁금한 이유도 인정욕구에서 오는 것 같다. 잘 한다, 아름답다는 인정과 칭찬이 있을 때,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전에 학점은행제 학교에서 선생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의 스승님께서 선생은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경험의 전달자라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셨고 그 말씀이 나에게 무용예술교육자로서의 길을 만들어준 것 같다.

노경애: 윤상은 안무가가 만난 분들이 발레라는 무용 장르를 배우고자 했던 분들이기에 조금 더 선생님의 엄격한 태도를 좋아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 움직임 수업을 하는 많은 분들 중에는 선생님의 편안한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권기원: 발레, 한국 무용도 그렇다. 현대무용은 접하는 순간 의식적인 자유로움 등을 느끼게 되어서 테크닉 습득에 대한 열망이 덜한 것 같다.

송주원: 비전문 무용인도 하다보면 점점 기술을 갖고 싶어 한다. 크리에이티브한 거 좋아하고, 모든 것을 신기해한다. 마치 아이같이. 또 나는 재밌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들을 위해 더 찾아내고 노력한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이들에게 ‘잘 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나는 것이 보였다. 이때 나에게는 내적갈등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음 단계로 가야하나? 다음 단계란 뭘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일일댄스의 시작점은 사람들과 공연 많이 보고, 수업이나 워크숍을 해보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참여자들이 각자 무용매체와 가까워지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점점 공연에서 더 잘 만들어진, 기술 좋은 공연인으로의 열망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데, 더 아름답길 열망했다. 더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지속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작업과 예술교육, 예술교육과 작업

노경애: 송주원 작가님의 <풍정.각> 공연을 본 적 있다. 전문무용수와 비전문무용수가 함께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업에서의 주안점과 포커스는 무엇이었는가?

송주원: 처음엔 전문무용수 따로, 비전문무용수 따로 공연을 짰다. 개인적으로 그 전에 무대에서 보았던 비전문무용수가 무용수의 몸짓을 흉내 내는 모습이 불편했었고, 그런 공연들이 흥미롭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풍정.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3편까지 따로 진행했는데, 4편부터는 전문 무용수와 비전문 무용수가 한 무대를 꾸렸고 다양한 관객층이 생겼다. 나에게 <풍정.각>은 비전공자들이 공연에 몰입하고 일상을 벗어나 퍼포머로의 역할을 경험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정도로만 기대했는데 그렇게 잘 할지 몰랐다. 무대에서 어떤 상태로 머무를 것인지, 함께 무대를 꾸리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보러 오는 사람들의 춤추는 몸에 대한 기대도 있고, 더 훈련된 신체와 훈련되지 않은 신체에 대한 피드백도 있다. 그러나 삶의 언어를 기반으로 작업을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가 공유되는 지금의 작업 방식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함께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다.

노경애: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반인들과 워크숍 하다가 매력적인 사람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함께 작업해 보자고 제안하고는 한다. 그 중에는 그래픽디자이너도 있었고, 연극배우도 있었다. 지금도 매력적인 사람들을 보면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한다. 나는 작가들이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무용가들과는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무척 흥미롭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의 방식으로 함께 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권기원 기획자 ⓒ양동민

권기원: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이었던 제임스 전과 했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2010년도에 처음 <<빅이슈>> 판매원들과 만났다. 사실 이 만남의 시작은 기업에서 이벤트 프로모션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는데, 제임스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후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기업은 고려해 보겠다고 했는데, 상황이 안 풀려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홈리스발레단>은 여러모로 예술가 제임스 전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발레 공연 이후, 홈리스 분들의 달라진 몸이 어떻게 현실에 반영되었는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직접 가서 보고, 만났던 것 같다. 예술교육을 통해 예술가가 새로운 자극을 얻게 된 것이다.

노경애: 발레라는 무용 장르를 비전공자들에게 교육하고자 했을 때, 그 대상으로 노숙자분들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권기원: 내 입장에서는 둘의 극명한 차이에서 오는 효과를 상업적으로 노린 것이었다. 기획자인 나는 그렇고, 안무가인 제임스 전은 몸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줌으로써 그분들이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았다. 첫 시도 이후, 때론 자체예산으로 또 지원금을 통해 6년이나 지속했다. 내게 의미있던 것은 위에 말했듯, 예술가 제임스 전의 변화였다.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진정성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분들 역시 달라졌다. 발레를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발레라는 특수한 예술 장르를 경험하는데서 오는 성취감도 생긴 듯 했다. 발레를 한다는 것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한다는 것과 다른 상업적인 로망이 있는 것 같다. 홈리스 분들 뿐만 아니라 미혼모들과 함께 발레 수업을 한 적도 있다. 이들 역시 사회에서의 지위가 바닥 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몹시 낮았는데, 발레를 배우고 공연함으로써 이런 부분들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았다. 예술의 본질을 두고 이야기할 건 아니지만, 배우는 이들에게는 예술교육이 분명 특별한 환경 안에서 자신감을 확장하게 하는 것 같다.

송주원: 작년, 재작년에 아이들을 위한 워크숍, 중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했었다. 너무 어렵더라. 20-40대의 비전문무용수들과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많이 달랐다. 우선 이 아이들은 너무 하기 싫은데 수업이라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었고, 그 태도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불쾌했다. 다양한 대상과 만나 경험치를 나누고 싶지만, 그 대상을 파악하고 그 대상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권기원: 사람들은 예술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 평소에 잘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남으로서 기대하고 느끼는 것이 있는 듯하다. 물론 반대로 예술가들이야말로 일반인들에게 예술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술가들과의 만남 자체가 즐거움이고 예술교육일 수도 있다. 예술가들 또한 자신이 지닌 예술가적 진정성과 밀도를 생각해봐야 한다.

윤상은: 내가 보기에 중학생이나 청소년은 극도로 예민해서 깨질 것 같기 때문에 오히려 단단해 보이는 것 같다. 그들이 수업 때 안 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내 말 한마디에 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수업 끝나고 한두 명이라도 분명히 반응을 보인다. “아까 틀었던 음악 뭐예요?” 한다던가. 이들은 1대 1의 관심이 필요한 나이인 것 같다. 또래집단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친구들과 있을 때는 튀는 행동을 안 하려고 한다.

노경애: 청소년들의 경우 마음에 상처가 많을수록 더 가시 돋힌 행동들을 하는 것을 본다.

윤상은: 가끔은 교육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학교에서의 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느껴 절망한 적이 있다. 가정에서의 문제는 내가 건드릴 수 없다. 힘든 가정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아무리 다가가서 말랑말랑하게 해주어도, 집에 갔다 돌아오면 다시 리셋되고 마니까.

노경애: 몇 년 전에 고양문화재단에서 주관해서 고양 보호관찰소 아이들과 수업을 했었다. 그때 느꼈던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춤을 가르치는가 하는 것은 많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처받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주고, 그들의 편에서 생각해 주는 것이었다.

권기원: <홈리스발레단>의 수업은 일요일 오후였다. 사실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언가를 하기에 좋아하지 않는 시간이다. 그런데 홈리스들의 경우, 술에 취하든 어쨌든 대부분의 시간에 혼자가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길거리에 무수한 사람들과 항상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자립을 결심한 순간부터 일요일 오후는 그들이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된다. 임대 주택에 앉아 홀로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영균: 정서적인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는 것도 예술교육의 중요한 문제 같다.

노경애: 나는 교육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려고 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것들을 찾는다. 만약 누가 나에게 어떻게 작업하는 사람인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보려하고 발견하려하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예술가들을 예술교육하기

노경애: 나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예술교육 강사들을 만나오고 있다. 다양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예술교육가들을 교육한다. 그곳에서 열정적인 많은 교사들을 만난다.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은 많은 참여자들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배워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배운 것을 기반으로 스스로 프로그램을 창안하려 하는 힘이 약하다. 기관도 예술교육가에게 예술교육의 전반적인 철학이나 사고의 방법에 대해 교육하기 보다는, 교사들의 호응에 맞추어 직접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을 프로그래밍하려고 하는 것을 본다. 몇 해 전 한 기획자분이 내게 어린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들어 배포해서 젊은 교육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그것은 좋은 의도였고, 좋은 생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이 정말 예술교육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적인 것만 전달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거절했다. 나는 예술교육가의 기능보다 교육가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 프로그램은 예술가의 철학과 함께 연구되고 그것에 기반해서 프로그래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예술교육가들에게도 그런 것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권기원: 교육과 예술가의 창작의 과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상에 적용할 언어를 찾아내는 과정이니까.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공연과 수업은 같다고 생각한다.

노경애: 요즘 많은 곳에서 예술작업을 하는 창작자가 예술교육가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길 듣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상은 안무가 ⓒ양동민

윤상은: 작업만 해서는 돈이 안 되니까 일단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중학생을 가르칠 때, 내 교육법과 안무법이 섞여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게 잘 먹히지 않았다. 나의 안무 욕심을 채우기 위한 마음을 버리고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같은 TA 팀이었던 선생님 중 한 분은 순수예술 영역에서 창작 작업을 하기보다는 예술교육에 사명감을 가지고 전업으로 하시는 분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아이들에게 먹힐 만한 교육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술가만이 가질 수 있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아이디어도 좋지만 그 것을 교육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언어를 바꿔야 한다는 걸 배웠다. 한편, 성인을 대상으로 수업할 때는 오히려 예술가인 내가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예술가와 예술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송주원: 창작자들은 또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것을 교육에 적용할 때, 일반인 교육 대상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자기 작업을 계속 해나가면서, 삶의 경험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 예술교육자들은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활동가로서, 창작자로서 예술교육을 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한다.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수업이 가능한 유료여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만 원, 오천 원이라도 소정의 수업료를 내면 참여하는 수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더 성실하게 참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공공기관일 경우 무료여야 할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을 잘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윤상은: 소정이면 안 된다. 정당한 대가가 중요하다.

송주원: 이 일을 한지도 시간이 쌓여 가는데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는 분들은 어떻게 작업하시는 지도 궁금하다. 프라이브룩이나 부다페스트 컨택 임프로비제이션 페스티벌 참가했을 때 선생님들이 클라스를 진행하고, 또 참가자로 다른 선생들의 수업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저녁엔 포럼도 열리고. 이처럼 창작자/교육자들이 자기 프로그램을 나누고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다. 우리도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으면 한다.

권기원: 영업 비밀이니까.

노경애: 권기원 선생님의 말이 직접적이지만 와 닿는다. 교육 내용을 교류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교육 메서드가 분명하고, 예술교육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의 것이 분명해야 서로의 것을 구축해 가면서 나눌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잘못하면 너무 큰 영향을 받아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

권기원: 어쩌면 영업비밀이랄 게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서로가 방법을 교환하고, 이야기가 발생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할 것이다.

송주원: 전에는 수업을 진행하고, 내 수업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이 자료 카피를 요구할 때 몹시 불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나의 노하우를 열어 놓고 가면서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노경애: 요즘 내가 작업에서 생각하고 있는 부분도 ‘공유’다. 작업의 메서드를 창작자의 전유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 혹은 관객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2017년에 했던 작업도 그런 작업이었고, 올해 시도하려는 작업도 그렇다.

윤상은: 오히려 그렇게 개방적으로 되어있다면 괜찮을 텐데, 폐쇄적이어서 문제다. 예전에 노경애 선생님 보조강사를 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 수업에서 ‘테이프’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무척 재미있었다. 내 수업에서 써먹고 싶어서 노경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그때 수업에서 쓴 테이프 메서드 써도 되나요?”하고. 그래야 내 마음이 편했고,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쓰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노경애: 그런 연락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어서 놀랐다. 신선했달까.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무조건적인 모방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에서 더 발전시켜 자신의 것을 찾을 수 있는 그런 형태의 공유를 택해야 한다.

송주원: 아마도 테이프를 활용한 메서드도 노경애 선생님만 사용하시는 게 아닐 것이다. 내가 쓰는 방법들 역시 어디선가 배우고 본 바를 조합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 이전의 역사를 모르기에, 자기가 새롭게 발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노경애: 맞다. 하지만 윤상은 안무가가 물어본 경우도 단지 테이프만 사용하는 부분은 아니었다고 본다. 내가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은 프로그램을 하며 한 사람의 사고의 방식이 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무용교육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가?

ⓒ양동민

노경애: 요즘 사회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모두 이 세계가 어려운 국면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경제, 기후, 난민 등등 기타 여러 가지 방면에서 그렇다. 그런데 요즘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예술적 사고 혹은 예술이 가지는 상상력과 창의적 능력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본다. 예술적 사고의 방법과 상상력이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외의 방법들을 제안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예술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송주원: 나의 선생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께 들었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삶에 많이 침투해서 무용가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수업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그들의 삶에 침투한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하는 수강생이 있었는데, 자신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소개했다. 고등학교 때는 손에 변형이 올 정도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에 갔더니, 열심히 하는 것은 진부하고 촌스러운 일이란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무용을 하게 되니까 이렇게 진지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에게 맞구나 싶고 작업자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건 좋은 사례고, 힘들어한 사람도 있다. 춤이라는 매체는 개개인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두 명을 변화시키며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윤상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무용교육을 한번이라도 경험했다면, 지금처럼 권위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용교육을 할 때는 몸으로 만나지 않나. 몸으로 만났을 때 평등함을 체험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 사회의 관계에서보다 몸으로 만났을 때 평등함을 느낀다. 좋은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레리나와 노숙인도 평등한 몸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평등한 몸이다. 그런 데에서 사회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걸 믿고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미투운동도 그렇고 평등한 집단이라고 자부했던 예술계 안에서도 평등치 못했던 것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송주원: 공감한다. 몸으로 만나는 것을 통해 불온하지 않게,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다. 내 수업에 취준생이 많이 온다. 다니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다시 하기도 한다. 삶의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에 무용수업에 오면 애들처럼 다 같이 뛰어 노니까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집단의 구성원으로 평등함과 소속감도 느낀다고 한다. 어릴 때 나는 용감하게 뭐든 시도하고 사고치는 사람이었는데 하며 스스로 재발견하는 기회도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춤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유니세프에서 일하는 분들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사무실 직원들과 일일댄스로 각자의 신체를 경험하고 서로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인턴부터 부장님까지 예상보다 훨씬 더 즐겁게 참여하고 서로의 몸을 만났다. 몸의 만남이나 서로의 등을 경험하면서 고정된 사고체계가 풀어진다. 상무, 대리, 입사 1주일 된 회사원이 아닌 누구나의 평등한 몸들인 것이다. 집단의 위계가 가진 관계의 딱딱함을 유연한 무용 교육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글로 커리큘럼을 읽고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잘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걸 이해시키고 상상하게 하려면 직접 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떻게 하면 이를 더 많이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권기원: 스스로를 예술 강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한 명의 대상을 두고 예술 교육 중인 강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6세가 되었는데, 이때쯤 성격이 드러나게 되는 듯 하다. 수염 난 아빠와의 컨택을 싫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수염 깎은 날은 뽀뽀, 수염을 안 깎은 날은 손바닥 키스. 그렇게 우리만의 스킨십 방식을 만들고 서로를 계속 인지해 나가는 것이다.

윤상은: 작업만 하는 예술가와 교육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예술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예술교육을 하면서, 예술가인 나와 타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거기서 내 예술 작업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작년에 예술 강사를 나가며 나도 모르게 열등감이 있었던 것도 같다. 내가 지금 작업을 못하니까 교육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해보니 두 가지가 상호교류하기도 하고, 윤상은이라는 사람 자체의 삶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만 할 때는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이 있었다.

송주원: 예술가들이 예술교육자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창작자들이 자기 세계 안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장 안에 진입하게 되고, 스스로 장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까 노경애 선생님이 철학 이야기를 하셨는데,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으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강사 개인의 삶에서 나오는 철학과 무용교육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끊임없는 내적 동기 유발 외에 교과과정에서의 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무용 교육이 선순환되는 작동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노경애: 그것은 예를 들면 이런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놀이 할 때, 끊임없이 아이를 제재하는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되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이의 놀이에 너무 제재를 가하면 자칫 아이의 호기심에 한계가 지워질 수 있고, 그것이 한창 왕성하게 풍부해져야 할 아이의 창의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아이를 자유롭게 키운다고 너무 과하게 방목하면 창의력을 넘어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선생님이 자신이 하고 있는 교육이 어떤 교육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을 통해 아이가 어떤 것들을 얻게 되는지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의 호기심, 선택, 모험, 상상력, 조화. 이런 것을 위해 어는 순간에 지지해 줄지, 어는 순간에 제제를 가할지, 얼마나 기다려 줄지, 무엇을 격려해줄지 알게 된다.

허영균: 궁극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 예술 교육이라 불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그 가운데 예술교육으로서 무용 교육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무용의 예술성과 무용의 교육성은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권기원: 무용 교육은 비도구성의 장점이 있다. 또한 통제에서 벗어나 쾌감으로 확장되는 특징도 있다. 아이를 웃기려고 길 위에서 바보같은 움직임을 선보이면 어릴 땐 좋아하다가도, 나중에는 부끄러워한다. 통제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무용교육에서 느끼는 쾌감도 커질 것이다.

송주원: 신체를 매체로 몸을 체험한다는 것이 다르다. 무용교육은 몸 안에 침투할 수 있는 경험을 준다. 미디어 시대에 핸드폰이 자기의 세계관이 되는 세상에서, 그것과 떨어져 몸으로 바라보고 체험하는 것을 통해 삶이 달라질 거라 믿는다. 보다 본질적인 0(empty)에서 시작하는 것이 무용이다. 지식이나 선경험이 없어도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윤상은: ‘무용 교육’만이 가지는 특이성을 생각하려고 하다 보니, 클래식 무용 교육, 신체훈련, 즉흥 무용, 커뮤니티댄스 등 무용교육이 포함하는 다양한 카테고리들 떠오르는데, 이 것들은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목적하는 바가 극명하게 다르다. 나는 거기서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어쩌면 무용 교육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번에 기획했던 <추상추상>은 미술과 무용 사이의 접점을 찾고, 그것을 움직임으로 풀던, 그림 혹은 영상으로 풀던 상관없는 수업이었다. 이것은 그럼 무용 교육이 아니라 예술 교육에 가까운 것일까? 무용 교육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 것을 따로 떼어 논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노경애: 무용 교육은 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예술 교육은 세상을 읽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용계를 봤을 때, 그 어떤 다른 계통보다 무용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춤:in>을 봐도 무용하는 사람들이 무용하는 이야기만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많은 안무가들의 작업을 봐도 몸의 움직임에 너무 집중해서 그 너머의 것을 보지 못할 때가 많은 듯하다. 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많다. 무용 교육이건, 무용 잡지건, 창작으로서의 예술 무용이든, 무용이 훨씬 더 포괄적인 것을 포함하고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용교육도 마찬가지인데, 무용만을 통한 무용교육은 몸이 지닌 평등함, 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과 감각, 인식을 가능하게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면 예술이 갖는 생각의 방식과 상상력, 지각하는 방식이 훨씬 풍성하게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용 교육이 예술 교육으로 확장되어 갔으면 한다.



노경애

네덜란드의 European Dance Development Centre에서 안무를 전공하고, 2005년부터 벨기에 CABRA 창단멤버로 활동해 오고 있다. 2010년부터 페스티벌 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백남준아트센터, 리움미술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등에서 창작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고양문화재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SeMA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서울예술치유허브 등에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다.



권기원

6년 차 육아주부이며, 문화기획사 ‘아트앤마트’를 하고 있다. 10년 전 서울발레시어터에서 무용과 인연을 맺으면서 공연기획에서 예술교육으로 관심이 넓어졌다. 그래서 현재 국민대학교 무용과에서 예술교육 및 예술창업 수업을 하고 있다.



송주원

일일댄스프로젝트 대표, 안무가, 댄스필름감독,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입주작가. 국내외 무대에서 안무가, 무용수로 활동해 온 송주원은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장르와 적극적인 교류를 해왔다. 현재 전문무용수, 비전문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무브먼트 그룹 <일일댄스프로젝트그룹>과 <도시공간무용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 시리즈> 를 통하여 ‘도시공간-몸-지금,여기’에 대한 내밀한 질의와 담론을 펼쳐 나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공간에서 독백하듯 방백하는 몸짓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삶의 기록을 그리는 작업에 주목하며 극장 중심의 무용공연에서 장소특정적 공연으로, 그리고 댄스필름으로 매체를 확장하고 있다.



윤상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2014년 문래예술공장 MAP <코펠리아- 입을 다문 존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를 안무작으로 데뷔하였고, 최근에는 젠더 권력을 다룬 작품 <Stretched Love>를 발표하였다. 현재 <Platform A> 스튜디오 입주안무가로서 개인 작업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이 예술창작의 기반을 마련하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동료 무용가들의 작업과 삶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블로그 ‘떵샤의 Modern Dance’(blog.naver.com/yse216)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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