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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3.15 조회 4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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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함께 춤을: 공연기술과 무용이 함께한 움직임 실험 <표류기>

남기윤_드라마투르그

<표류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의 창작실험활동지원을 받아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움직임 실험 프로젝트다. TDS 공연기술 연구소와 무용팀 JJBro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무대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표현 방식 탐색’이라는 의제를 설정하고 협업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어경준 무대기술감독은 “기계의 움직임에 성격을 부여하고, 그 움직임의 언어를 만들어 내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무용수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계에 맞는 움직임의 언어를 발견하는 것이 큰 목표였다. 추후에 완성된 공연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단편 작품 몇 편을 만드는 것이 2차 목표였다.

이 실험을 위해 TDS가 선정한 기계 장치는 ‘덱 트랙’(deck track)이라고 부른다. 무대 바닥에 궤도를 설치하고 모터를 이용해 궤도에 고정한 사물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장비로 보통 뮤지컬, 창극 등 대형극장 공연의 무대 전환에 사용된다. <표류기>에서는 앞뒤로 직선운동을 할 수 있는 9 미터짜리 궤도 두 개를 사용했다. 각 덱 트랙은 독립적으로 작동했으며 사전에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는 자동 조작과 방향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수동 조작이 모두 가능했다.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아파트> ⓒ박수환

JJBro 무용팀(표상만, 송송희, 전흥렬)의 역할은 덱 트랙의 예술적 표현력을 탐색하는 작업을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즉흥 연습을 하면서 원래 취지와 맞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흥미로웠던 발상과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의 초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논의 끝에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더라도 새로운 요소들을 포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결과 <표류기>는 사람과 기계가 만나 ‘함께 춤을 추는’ 상태를 만드는 실험으로 발전했다. 이 글에서 나는 드라마투르그의 관점에서 실험의 방식과 초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공연기술과 무용의 협업을 통해 무엇을 새롭게 발견했는지 기록하고 정리하고자 한다. 어경준 감독과 JJBro 안무가들의 작업방식과 예술적 지향이 서로 달라 실험의 목적과 연습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나는 의견을 조율하고 발생하는 문제들을 분석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공연기술과 무용 양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우리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찾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단편 작품의 개발 과정을 예로 들어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스토리의 문제

덱 트랙은 무대 바닥 속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를 온전히 갖추고 연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바퀴와 손잡이가 달린 카트를 제작해 JJBro 분당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다. 사람이 직접 카트를 밀고 끌면서 덱 트랙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무용수의 몸이나 다른 사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연습용 카트의 물리적 성질과 올라탔을 때의 느낌이 실제 장비와 달랐기 때문에 자유롭게 실험하기가 어려웠다. 한동안은 움직이는 카트 위에 균형을 잡고 서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작업 방식의 차이였다. 어경준 감독은 대략적인 스토리를 먼저 짜야 효율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로 최초 기획안에는 어경준 감독과 정민선 무대 디자이너가 함께 쓴 각본이 들어있다. 밤길에 한 취객이 주인을 잃어버린 택배상자와 마주친다. 취객은 상자에 앉아 잠깐 쉬려 하지만 상자가 스스로 움직여 취객을 피한다. 상자는 생물체처럼 성격과 감정을 가지고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동반자가 된 둘이 함께 떠나는 여정이 공연의 줄거리가 된다. 이때 상자에게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을 부여해 주는 것이 덱 트랙이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러프 스케치이긴 했지만, 연극이 보통 그렇듯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대본을 준비한 것이다.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부채> ⓒ 박수환

JJBro 안무가들은 이런 극적 상황 하에서 움직임을 탐색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즉흥과 우연성을 강조한 기존 작업과 큰 차이가 났을 뿐더러, 덱 트랙의 운동성에 먼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브제를 활용한 무용 작품을 여러 편 발표한 표상만 안무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물을 이용한 작업을 하게 되면 리서치 기간만 두세 달을 잡거든요, 거의 매일 (연습)한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작품을 구성하는 것은 한두 달? 리서치 기간이 훨씬 더 길어요, 사실은.” <표류기>의 스케줄 상 덱 트랙 리서치를 그렇게 오래 할 수는 없었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전에 일종의 적응 기간, 표상만 안무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물과 친해지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관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어경준 감독은 내용은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기본 설정부터 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짜여진 시나리오의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를 한 끝에 왜 기술감독이 이 부분을 강조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알고 보니 대본 작업을 미리 할 것이냐, 연습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작품의 내용을 구성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용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시도해볼 수 있지만, 기술은 그만큼 유연하지 못해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춤 연습 전에 어떤 근육들을 쓸지 미리 결정하고 한 번 정하면 중간에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무엇을 표현할 것이냐에 따라 설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알면 알수록 기술의 품질이 높아진다. 즉 어경준 감독은 향후 작업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어야 이 실험에 맞게 덱 트랙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덫> ⓒ박수환
수동성

안무가들은 덱 트랙 위에 다른 사물을 올려놓고 살아있는 듯한 환상을 만드는 대신 덱 트랙이라는 장치 자체가 사람의 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택배상자 스토리는 결국 폐기했지만 기본 설정의 필요성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표상만 안무가가 장면 하나를 제시했다. 표상만 안무가는 뉴욕 출장 중에 지하철을 타면서 열차의 움직임에 승객들의 몸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기계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몸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이 이미지를 확장하여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계에 점점 더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구상해봤다. 무기력한 출근길, 경직된 몸,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서 어디론가 끌려가는 사람들 등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들을 공유하며 ‘기계화 사회 속의 인간’이라는 컨셉을 잡았다.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즉흥 연습을 하면서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앞뒤로 움직이는 덱 트랙 위에 무용수 한 명이 서서 다른 두 무용수들이 들고 있는 장애물을 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덱 트랙의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이 인간의 몸에 전파되는 듯했다. 또 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인공적인 움직임이 춤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TDSxJJBro <표류기> 연습 중에서 장애물을 이용한 즉흥 움직임 ⓒ정민선

흥미로운 내용이었지만 다른 움직임이나 장면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단편 작품들을 구체화하고 반복 연습을 하는 동안에도 “예전에 장애물을 가지고 만들었던 것 재미있었는데 어떻게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 아이디어를 끝내 활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덱 트랙과 무용수 어느 쪽도 움직임을 주도해 나가는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덱 트랙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최소한으로 줄었다. 한편 덱 트랙을 통해 기계화 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그 움직임도 단순해졌다. 결국 사람과 기계의 움직임 어느 쪽도 생동감이 없다 보니 춤으로서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 발상을 가지고 계속 실험을 했다면 한계를 극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애물 연습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나니 오히려 다른 흥미로운 질문들이 떠올랐다. 덱 트랙은 무용수의 춤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기계와 사람이 함께 춤을 추면 누가 리드를 할까? 춤을 추는 동안에 리드가 바뀔 수도 있을까? 컨셉에 맞춰 사람과 기계가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사람과 기계가 함께 추는 춤 그 자체가 작품의 콘셉트가 될 수 있을까?

함께 호흡하기

이 질문들을 탐구하기 위해 무용수들에게 익숙한 미러링 연습법을 응용해봤다. 두 무용수가 서로 마주보고 거울상을 만든다는 개념은 같으나 한 사람은 덱 트랙 위에 서 있다는 차이가 있다. 바닥에 있는 무용수가 리드를 할 경우 덱 트랙은 알맞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리드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덱 트랙 위에 있는 무용수가 리드를 할 경우 덱 트랙의 움직임은 따라가야 하는 무용수에게 또 다른 변수로 작용했다. 즉 바닥에 있는 무용수는 상체로 상대 무용수를 미러링하는 동시에 덱 트랙의 움직임에 따라 거리 유지를 해야 했다. 움직임을 주도하는 주체가 둘일 때 덱 트랙과 그 위에 서 있는 무용수의 의도와 리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서로 어긋날 때도 있었다. 어긋날 때 특히 따라가는 쪽에서 오차와 우발적인 움직임이 많이 발생했다. 때로는 두 무용수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덱 트랙이 전반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까지 연습한 내용 중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쳤다.



TDSxJJBro <표류기> 연습 중에서 미러링을 이용한 즉흥 움직임 ⓒTDS.

덱 트랙을 이용한 미러링 연습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기계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즉흥’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덱 트랙을 즉흥적으로 다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만 이때 즉흥은 의도성을 파악할 수 없도록 무작위로 움직인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의도성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화한다는 뜻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덱 트랙을 조종하는 사람이 기계를 매개로 해서 무용수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지, 기계 자체가 즉흥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무가들은 기존에 했던 즉흥 연습과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 조종하는 사람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 하더라도 에너지를 주고받는 물리적인 대상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사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무대 위에서 무용수가 기계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조건을 발견했다. 어경준 감독은 이 연습을 토대로 실제 덱 트랙의 조종 장치가 무대 위의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와 설치 계획을 보완했다.

실험과정을 거치면서 단편 작품 다섯 편을 정해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움직임의 합과 연결을 다듬어나갔다. 다섯 작품을 모두 소개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설명한 ‘함께 호흡하기’, ‘리듬의 전달’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장난감>을 예로 들어 이 프로젝트의 의의를 점검해 보려 한다.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장난감> ⓒ박수환
<장난감>

<장난감>은 즉흥 연습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거의 그대로 작품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두 무용수가 좁은 간격으로 앞뒤로 선다. 뒤에 서 있는 무용수(이하 무용수1)는 덱 트랙 위에 있어서 발을 떼지 않고도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덱 트랙이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다른 무용수(이하 무용수2)의 신체에 힘을 가해 자세를 조형한다. 이때 무용수2는 받는 힘을 완전히 받아들여 무용수1이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고, 받는 힘에 부분적으로 저항할 수도 있고, 받은 힘을 전환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무용수1은 무용수2의 몸을 조작하되, 덱 트랙에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에 무용수2 뒤로 지나가는 구간동안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제약을 받는다.

영상 자막: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장난감> 연습 장면. 촬영: TDS, 박수환.

글로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장난감>이 된 이 연습에는 ‘스토리’같은 것이 있었다. 누군가는 조각을 만드는 상황으로 이해했고, 누군가는 안드로이드에게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시키는 것, 또 누군가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로 해석을 했지만 무용수1이 무용수2를 사물처럼 다룬다는 기본 설정은 같았다. 그런데 두 무용수 사이에 이런 관계성이 드러나려면 무용수1과 덱 트랙이 함께 움직여야 했다. 무용수1이 조금 더 세밀하게 무용수2의 자세를 잡고 싶으면 덱 트랙이 천천히 움직여줘야 했고, 반동 에너지를 이용하고 싶으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줘야 했다. 미리 움직임의 순서를 짜는 대신, 춤을 추는 동안 서로와 교감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이런 틀 안에서 즉흥 연습을 하다가 새로운 규칙을 하나 추가했다. 무용수1은 때때로 무용수2의 자세를 똑같이 취해야 했다. 미러링 연습에서 리드가 갑자기 바뀌거나 순간 누가 리드인지 헷갈릴 때 흥미로운 이미지가 많이 나왔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아 두 무용수를 포괄하는 힘의 역학을 반전시킬 수 없을까 하다가 이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 무용수1은 조작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늘 힘을 가졌고, 무용수2는 조작을 당하기 역할이기 때문에 수동적이었다. 이 규칙성을 한번 세우고 나서 깨뜨리기 위해 무용수1이 무용수2를 따라가야 하는 순간들을 만들었다.

영상 자막: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장난감> 촬영: 박수환

완성한 단편 작품 <장난감>은 기계를 사용하지만 본질적으로 라이브 퍼포먼스다. 영상만으로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얼마나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서는 둘이 아니라 세 사람이 호흡과 리듬을 주고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을 공연으로 만든다면 덱 트랙을 조작하는 사람도 무대 위에 배치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노출시키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영상에서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덱 트랙의 속도 변화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덱 트랙의 움직임은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어경준 감독이 무대 위의 춤을 보면서 반응한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덱 트랙이 빨라지고 느려지는지 신경을 쓰고 보면 화면을 통해서도 그 호흡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습하는 동안 ‘조각’이라는 가제로 부르다가 각 단편의 제목을 확정해야 할 때 표상만 안무가가 ‘장난감’을 제안해서 제목이 결정됐다. 그때 나는 ‘조각’이나 ‘장난감’이나 비슷한 비유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의미가 보인다. 글을 준비하면서 연습 기록을 다시 보다가 표상만 안무가가 덱 트랙을 “재미있는 장난감”이라고 불렀던 것을 발견했다. 안무가들이 덱 트랙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러니까 아직 이 기계와 썩 친하지 않았을 때 했던 말이다. 덱 트랙의 운동성을 파악하기 위해 안무가들이 처음에 즉흥적으로 기계를 가지고 놀았다면, <장난감>에서는 인간의 몸을 기계처럼 뜯어보고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그 낯선 물체의 자세를 바꿔보기도 하고, 한계를 테스트해보기도 하고, 흉내를 내보기도 한다.

<장난감>의 마지막 부분에서 두 무용수의 움직임이 일치한다. 이 역시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였는데, 선후관계나 조종관계에서 벗어나 함께 춤을 추면서 퇴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작품의 끝맺음으로 썼다. <표류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질적인 대상의 운동성을 분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즉흥을 활용했다가, 마침내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지점에 다다랐다.



TDSxJJBro <표류기> 中 단편 작품 <장난감>. ⓒ박수환
  • <표류기>
  • 안무/무용제이제이브로 (표상만, 전흥렬, 송송희)
  • 각본/기술연출어경준
  • 각본/드라마투르기남기윤
  • 각본/미술정민선
  • 기술협력MtoM 김성언
  • 영상아티스트김장연
  • 행정/기획보조이윤미
  • 마케팅/프로모션장수혜
  • 비디오다큐멘터리박수환


남기윤 한국과 미국에서 드라마투르그, 연극 번역가,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올 가을부터 일리노이 주립대 연극무용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한다. 또한 세계연극 웹사이트 The Theatre Times에서 한국연극 편집간사로 일하며 한국 공연예술을 해외에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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