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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9.28 조회 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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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내기’의 기술: 이윤정과 남인우의 대화

이윤정_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줌인 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이윤정 관련 사진

좌_이윤정, 우_남인우


독립예술가 품앗이 프로젝트 <이윤정 춤 이어추기>


이윤정: 2012년부터 시작한 독립예술가 품앗이 프로젝트 <이윤정 춤 이어추기>가 올해로 벌써 5년째네요. 일단 저질러 보자하고 시작했었죠. 40대로 접어드니까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는데 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공공 지원제도에서도 많이 탈락되니까 더 쪼그라들고.

남인우: 맞아요. 사실 공공 기금에 자꾸 기대다보니 자생력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고, 기금 선정의 당락이 마치 작업에 대한 평가 기준인 것 같아서 아무래도 기금 선정에 탈락하면 예술가로서 자신감이 없어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선배가 되니까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가지 책임감이 생기게 되요.

이윤정: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그날 밤 연남동에서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씨와 남인우 씨가 품앗이해준다면서 예술가의 독립투쟁이다! 하고 외쳤죠. 그 날이 생각나네요. 그때 남인우 씨가 저에게 ‘모든 인력을 품앗이로 하지만 우리보다 어린 친구들이 참여하게 될 때는 소정의 인건비를 주고 앞으로 3년은 반드시 연말에 꼭 공연을 하는 게 조건’이라고 했는데 그게 이렇게 창작에 발전과 힘이 될지 몰랐어요.



줌인 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이윤정 관련 사진

남인우_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남인우: 이윤정 씨 2012년 공연 전 날 택시 안에서 울었잖아!

이윤정: 부끄럽고 감격스럽네. 사실 저는 돈도 없는데 제 스스로 팀을 꾸리고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안무가로 전환하기 시작했을 시점이고 사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서 기금도 없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말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였죠. 다행히 연극할 때 서로 도움을 준분들이 십시일반 모두 저의 시작을 응원해주시면서 함께 해주신 거죠.

남인우: 무용이 모든 공연예술의 기초 학문 같은 느낌이에요.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실험적이고, 그래서 대중적인 결과 즉 경제적 이득 같은 것을 연극보다 더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기초 학문이 살아야 학문이 살듯이 저는 개인적으로는 현대무용 공연 보면서 작업에 영감을 많이 받거든요. 우리랑 같이 작업하는 품앗이 예술가들도 그런 생각인 것 같아요. 포스터 디자인 해주는 이진규 씨도 벌써 4년, 음악 피정훈 씨도 4년 되었나? 한결 같이 이윤정의 독립 예술가로써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는 것 같아요.

이윤정: 그 응원이 때론 지지와 함께 채찍이 되는 느낌. (웃음)

남인우: 해금연주자 허시라 씨도 독립예술가 품앗이 프로젝트로 한옥에서 시작한 연주회가 올해 3년 되었어요. 기억하시죠? 첫해에 이윤정 씨도 그 공연에 품앗이로 춤췄고요. 여신동 씨 작업에도 참여해주고 이렇게 품앗이가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까 예술가의 연대가 느껴져서 행복해요. 저는 이윤정 씨와 5년째 협업하면서 춤의 언어를 많이 배워서 좋았어요. 그리고 한 예술가의 실험과 발전을 옆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도 매우 흥미롭고요.

이윤정: 5년 동안 저의 작업이 진짜 많이 변했어요. 이게 꾸준히 작게나마 발표를 하니까 어떤 연대기 같은 게 보여서 작업자 입장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공연 끝내놓고 그 다음날부터 내년에는 뭘 하지? 이런 고민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하죠. 어떤 목표나 목적이 생기니까. 할거리가 생기고 성취감도 있고. 근데 좀 쉬려고요 (웃음)

남인우: 1년 더해서 6년하고 나서 쉬세요. 그리고 다시 시작!!

이윤정: 거봐 채찍이야!



‘사이’를 경험하기


줌인 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이윤정 관련 사진

사진: 박해욱, 이운식


남인우: (웃음) 우리 작업의 변천사를 좀 들여다볼까요? 5년 동안의 지속적인 작업이 안무자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성장시켰는지 궁금해요.

이윤정: 일단 명확하게 실험의 텃밭이 되었죠. 5년간 작은 차이는 있지만 저는 몸과 공간 사이, 몸과 말 사이, 몸과 시간 사이, 몸과 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이’ 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했어요. 사이에서 발생되는 신체의 크고 작은 갈등들과 그 갈등이 주는 신체의 다양한 움직임들은 다양한 리듬과 템포를 만나게 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들은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잖아요. 저는 그게 흥미롭더라고요.

남인우: 맞아요. 특히 반복적인 움직임이 패턴화되고, 미묘한 변화들이 생기면서 어떤 언어가 생긴 것 같아요. <사소한 공간>, <75분의 1초>를 보면 그런 이윤정만의 어떤 문법이 생긴 것 같아요. 참 그리고 마지막에 컨텍 즉흥으로 정리되는 것도 흥미롭고.

이윤정: 저는 컨텍 즉흥이 일종의 ‘사이’를 경험하기 위한 좋은 방법 같거든요. 제 작업을 보면 작은 단위의 주제적 움직임이 반복적 움직임을 통해서 변형되고 변형된 움직임은 컨텍 즉흥까지 확장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컨텍 즉흥이 ‘사이’를 경험하기에 알맞은 테크닉이라고 생각해요.



줌인 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이윤정 관련 사진

이윤정_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남인우: 결국 ‘사이’를 신체적으로 심도 있게 경험하고 그 안에서의 갈등을 스스로 해소한다는 것이 이윤정 작업의 큰 주제인데, 이 주제를 관통하는 안무적 테크닉이 반복적 움직임과 컨텍 즉흥인거네요.

이윤정: 아 뭔가 근사하네요. (웃음) 컨텍 즉흥이 주는 역사적 철학적 배경인 평등의식과 배려, 존중이 저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남인우: 그래서 이윤정 씨가 예술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예술교육 수업하는 것을 보면 마치 수업 하나가 컨텍 즉흥 같아요. 참여자들에게 스스로 사이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예술과 삶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을 보았거든요.

이윤정: 저야말로 남인우 씨가 예술교육 전공자라서 많이 배우죠.

남인우: 앗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 (웃음) 사실 우리 팀은 작업할 때 서로 엄청 잘난 척하고 서로에게 엄청 반하잖아요. 피 작곡가도 그렇고 서로 좀 그런 궁합이 잘 맞아서 정말 프로젝트 이름 ‘뽑끼’처럼 잘 뽑아내는 것 같아요. 예술교육수업에서도 그렇고

이윤정: ‘뽑아내는 기술’ 너무 좋다!

남인우: 소위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어요. 2년 정도 버티니까 전문무용수 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의 기금도 받고 작은 공연들에도 초청되고 심지어 <75분의 1초>는 2017년 댄스비전 올해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잖아요!

이윤정: 아 부끄러워요!! 근데 또 올해 아무것도 못 받았는데. 하지만 이제는 어떤 뚝심이 생긴 것 같아요. 되든 안 되든 난 한다!! 뭐 이런 거.

남인우: 그런 뚝심이 동료예술가들에게 힘이 되고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올 11월 말에도 이윤정 춤 이어달리기 이어지죠?

이윤정: 네 올해는 문래예술공장에서 11월 29-10일 이어추기가 있습니다. 올해도 잘 뽑아내야하는데… (웃음)

남인우: 우리 2018년 공연은 <뽑아내는 기술>로 할까요? (웃음) 올해도 그 ‘사이’를 탐구하는 거죠?

이윤정: 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의 문제… 아직 몰라요. 지금 겨우 무용수들과 만나서 몸을 통해서 실험중이라서.

남인우: 엄살 피는 거 보니까 은근 기대되네요. 그러고 보니 무용수들도 지속적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김명신, 공영선, 전지예 이 분들 맞죠?

이윤정: 네, 저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이죠. 아마 이어추기의 성과 중에 하나는 바로 무용수들을 만나고 지속적으로 실험하게 된 거 아닌가 싶어요. 그분들 없었으면 불가능했어요.

남인우: 아 빨리 연습실로 가고 싶다! 어서 갑시다!!

이윤정: 이렇게 급작스럽게 끝내도 되는 건가? (웃음) 자 그럼 오늘도 뚝심 있게 춤추러!!



줌인 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이윤정 관련 사진

사진: 박해욱



이윤정 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술교육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1월 X 이윤정 춤 이어추기> 독립예술가 품앗이 프로젝트를 5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안무작으로는 <75분의 1초>(2015-2016), <사소한 공간>(2013-2014), <사소한 말>(2014), <그늘에서 추다>(2013), <Go! Back Jump>(2012) 등이 있다. 건축가와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다원 작업 <네방을 보여줘, 방춤>(2014), 전시 <메가스터디>(2015)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남인우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가믄장아기>, <사천가>, <억척가>, <소년이그랬다> 등 어린이청소년연극부터 창작극, 번역극, 심지어 창극, 판소리공연 등으로 한국의 음악적 미학과 연극적 형식을 어린이청소년 관객부터 성인 관객에 이르기까지 확장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또한 미적체험 예술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교육도 활발히 실행 중이다. 더불어 문학, 관현악, 현대무용, 시각미술, 전통예술 등에 간섭하면서 다양하게 섞이려고 애쓰고 있다. 여러 예술가, 철학자들과 <미적체험과 예술교육>, <예술이 교육이다_유럽에서 본 예술교육>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윤정_댄스프로젝트 뽑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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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0 / 300자

  • 이동훈2017-09-30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할수 있는 진정한 윈윈이네요
    이렵고 힘들어도 파이팅하세요
    응원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