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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6.29 조회 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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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자의 현장 취재기

‘2017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발레 강의

권윤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올해로 7회를 맞이한 대한민국발레축제가 6월 8일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 〈디스이즈모던〉을 시작으로 개막되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다양한 발레공연들은 관객들을 시각적으로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발레스타와의 부대행사를 마련해 관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였다. 축제 측에서 마련한 부대행사로는 예술의전당 곳곳에서 발레리나와 사진을 찍는 이벤트와 special class(발레 체험, 발레 강의)가 준비되어 있었다. 영기자는 이 가운데 김경식과 김세연이 진행하는 발레 강의에 참석하여 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이자 발레 사진, 영상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김경식의 이야기와 스페인 국립 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세연 발레리나가 이번 발레축제에서 선보인 기획공연 〈죽음과 여인〉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권윤희 관련 사진

발레리노 김경식의 강의 모습 ⓒ권윤희


김경식은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수강생들에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렸을 때 춤을 추는 형들을 보고 매료되어 발레 학원에 등록하게 된 이야기와 이후 어머니의 권유로 선화예술고등학교에 편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게 된 과정을 풀어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엔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게 되었지만 꿈과는 다른 현실에 많이 좌절했다고 한다. 오전에 출근하여 등을 쭉 펴고 온몸을 우아하게 스트레칭하며 클래스를 하지만 정작 리허설에서는 〈돈키호테〉의 산초역할을 맡아 배에 터번을 넣고 거렁뱅이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을 공연에 초대하지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던 와중 그의 동생인 김윤식 발레리노의 권유로 그는 국립발레단의 입단시험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배를 마시게 되는 쓰라린 결과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후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할 남자 무용수가 부족하였던 국립발레단 측에서 객원 무용수로 시작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그는 이를 받아들여 객원 무용수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드미 솔리스트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국립발레단에 안착한 김경식은 발레단에서의 생활을 열심히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고 나니 다른 일에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그가 관심을 보였던 것은 일반적인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닌 발레 무용수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발레를 대중적으로 알리고자 하였다. 처음엔 동생인 김윤식과 네이버 블로그에 ‘형제발레리노’라는 이름을 걸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소소하게 올리던 것이 시작이었다. 이윽고 전문 카메라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공중에 머무르는 순간인 발롱(ballon) 상태를 찍는데 매료되어 발레리노들이 공중부양하고 있는 사진들을 집중적으로 촬영하였다. 이때의 작업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서 탄력을 받게 된 그는 작업을 좀 더 정교하고, 전문적으로 만드는데 몰두하게 된다.

초반에 사진작업이 주를 이루었던 것에서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연출하고 싶은 것을 모두 표현하는데 사진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영상을 찍는 시도를 해보았는데 그 결과물이 만족스러워 그는 그때부터 영상을 촬영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특히 영상을 찍을 때는 마치 자기 자신이 디렉터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였는데, 원하는 역할에 부합하는 무용수를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구현해내기 어려운 동작도 다른 무용수를 통해 해냄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권윤희 관련 사진

swan lake ⓒ김경식


김경식은 자신이 작업해온 사진과 영상들을 수강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영화를 즐겨본 까닭으로 판타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한다.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배경들을 사용한 작업들이 눈에 띄었는데 예를 들어 〈라 실피드〉에서 윌리들이 살고 있는 곳을 몽환적인 분위기의 숲으로 구현한다든지 안개 낀 부둣가를 배경으로 오데뜨의 사진을 찍는 등의 작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전설적인 발레리노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inikov)가 출연한 영화 〈백야〉에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춤추는 부분을 코믹하게 표현해낸 작업이나 특정 인물을 만들어내 그의 움직임을 재미있게 풀어낸 영상들도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 특정 장소나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영감들을 즉석에서 안무하여 촬영하거나 음악을 하는 친구와 협업하여 작업을 하는 등 김경식 발레리노의 다양한 사진 및 영상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Beginning. 워싱턴발레단 솔리스트 이은원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최영규 ⓒ김경식


준비한 강의가 끝난 뒤엔 수강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대체로 강의에 참석했던 수강생들은 김경식의 팬으로 보였는데 그 이유는 질문에 담긴 애정 어린 관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강의가 모두 끝난 후에는 개인적으로 사진을 요청하는 등 일반 여성 관객을 사로잡은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김경식 발레리노와 짧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영기자: 발레 영상을 찍는데 있어서 일반 영상작가와 비교해 본인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경식: 제가 발레를 전공했기 때문에 의뢰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발레분야에 계신 분들이세요. 작업을 잘하는 작가라도 발레무용수들을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가령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인데 다른 것을 찍는다든지, 이 부분에서는 전체적으로 잡아야하는데 얼굴을 찍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발레를 전공한 사람이라 원하는 구도와 사진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부탁을 하시는 케이스가 많아요.

Q. 발레리노와 영상작가로 동시에 활동하시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신 적은 없으신가요?
A. 저는 욕심이 많아요. 발레단에서도 얘기가 안 나오게 요구하는 모든 것을 100% 다해요. 끝까지 하고 오히려 더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는 ‘저 사람 발레리노인데 영상작가도 한대’ 이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나만 하고 싶다거나 이 둘을 딱히 구분 짓고 싶지는 않아요.

Q. 최근에 빠져 있는 영상기법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작업한 결과물들은 대체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용도에요.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2-3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거든요. 별로라고 생각하면 바로 올리잖아요. 그 전에 올리지 못하게 해야 돼요. 그래서 빠르게 화면이 바뀌는 영상들을 최근에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권윤희 관련 사진

발레리나 김세연의 강의 모습 ⓒ권윤희


김세연은 국내의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을 하다 보스톤 발레단으로 거취를 옮긴 뒤 취리히 발레단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현재는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실력 출중한 발레리나이다. 특히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뚜알(Etoile)로 활약한 호세 마르티네즈(Jose Martinez)가 은퇴 뒤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예술 감독으로 부임할 때 직접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로 김세연은 발레무용수가 꿈꾸는 바를 모두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무용수로서의 과업을 모두 달성한 그녀가 이번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공식적으로 안무가로서 데뷔하게 되었다. 본 강의에서 영기자는 그녀가 안무한 작품 〈죽음과 여인〉의 창작의도와 제작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이번 발레축제에서 선보일 작품의 드라마투르기를 맡은 윤단우와 함께였다. 스페인과 한국을 바쁘게 오가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아직 시차적응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작가 윤단우와의 대화 형태로 진행되는 강의를 경청하며 그녀가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김세연 발레리나가 이번 초청안무가 시리즈인 〈죽음과 여인〉을 안무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2번째 발레 강의는 시작되었다. 그녀는 아직 죽음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겪어본 적은 없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화두라고 생각하여 ‘죽음’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였다고 하였다. 특히 무대에 작품을 올릴 때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주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안무하게 되었으며 이번 공연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진 이야기는 무용수를 섭외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김세연의 경우 한국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용수를 섭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10년 전 한국에서 같이 활동했던 친분 덕에 유니버설발레단 주역 무용수 출신 임혜경, 엄재용, 김성민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주역 무용수들을 섭외했던 그녀는 가장 캐스팅에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으로 솔리스트들의 섭외를 꼽았다.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했던 그녀에게 국내의 젊은 남자 무용수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외국으로 눈을 돌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 무용수인 에스테반 벨랑가(Esteban Berlanga)와 안토니 피나(Anthony Pina) 그리고 취리히 발레단에서 같이 활동했던 이케르 무릴로(Iker Murillo)와 비탈리 사프론킨(Vitali Safronkine)을 섭외하는데 성공하여 이들 4명의 무용수를 작품에 출연시키게 된다.

〈죽음과 여인〉은 죽음에 사로잡힌 한 여인(김성민)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곁을 맴도는 신비스러운 존재(엄재용), 그리고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또 다른 여인(임혜경)이 보여주는 갈등과 내면의 어둠을 그리고 있다. 4명의 외국 무용수들은 일종의 저승사자의 역할을 하는 검은 천사 역을 맡았으며 아역 무용수와 군무역할을 해줄 성신여자대학교 여자 무용수들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초반에 작품을 구상할 때에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 발레를 만들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관객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50 정도만 던져줌으로써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한다. 때문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 회색 유령 등 실제로 구체적인 이름이나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고 작품이 열린 이야기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권윤희 관련 사진

김세연 〈죽음과 여인〉 ⓒ최영모


그녀가 작품을 안무하는데 있어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곳은 음악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이번 작품의 음악을 선정할 때도 매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였는데 〈죽음과 여인〉에서는 라벨(Ravel)의 라 발스(La Valse)를 위주로 편집하면서 주제에 맞는 7-8가지의 음악을 추가적으로 넣었다고 한다. 음악 리서치를 가장 많이 한다던 김세연은 음악적으로 들었을 때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무용작품의 완성도 또한 높아진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음악이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에 음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하였다고 말하였다.

김세연은 음악을 선정할 때 외국 음악에만 한정 짓지 않고 오래된 한국의 대중가요도 리서치하였다고 한다. 크게 노래가 튀지 않으면서도 익숙하고 또 안무하는데 있어서 어렵지 않은 노래들을 찾았는데 이때 발견한 노래가 바로 윤심덕의 〈사의 찬미〉이다. 1926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외국인이 들어도 한국의 대중가요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친근하고 세련된 느낌을 갖추어 가장 먼저 선곡한 노래라고 한다. 그리고 2번째로 선곡한 곡이 김해송의 〈청춘계급〉이었다. ‘1930년대에 어떻게 이런 음악이 나왔지?’라고 생각할 만큼 곡이 너무나 좋다며 그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구어줄 김보화의 〈나는 17살이에요〉까지. 하지만 곡들이 워낙 오래된 까닭에 음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라듸오 데이즈〉에서 가수 성기완이 음원을 사용한 것을 알고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인연으로 성기완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전환되는 사이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음향효과를 만들어주면서 작품의 음악 감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김세연은 한국 관객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자리인 만큼 혹여 반응이 나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특히 관객이 공연을 보면서 ‘이 시간에 차라리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걸 가장 피하고 싶다고 하였다. 또한 눈으로 봤을 때 의상, 세트, 색감, 조명 등 작품이 전체적으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무용수들의 매력 발산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모두 빛날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며 발레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김세연 발레리나와의 짧은 인터뷰를 갖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기자: 한국에 있는 무용수와 외국에 있는 무용수들이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되어 여러 나라들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계신데 각 무용수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작업을 이어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세연:요즘에는 인터넷이나 메신저 구축이 잘돼있어서 이를 이용해 소통하고 있어요. 안무를 새로 짠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무용수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모든 상황을 공유하고 있고요. 파트너링 같은 경우엔 지금 당장 두 무용수가 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직접 들어가서 동영상을 찍은 뒤 해당 무용수가 배우게 하고 있어요.

Q. 1930년대 가요를 삽입함으로써 한국적인 요소를 작품에 넣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평소에 한국적인 발레를 구축하려는 고민을 해오셨나요?
A. 그럼요. 클래식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에 헝가리안 댄스나 스페니쉬 댄스가 중간에 들어가잖아요. 그런 요소들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어느 나라 춤은 이렇구나’라는 인지가 되는 거잖아요. 훗날 큰 작품을 안무할 때 우리나라 춤을 넣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적인 것을 넣을 땐 반드시 우리나라의 고전을 찾아서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외국문물이 들어온 이후로 변화하기도 했지만 다 우리나라 문화잖아요. 국악을 발레와 접목시키는 것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는 한국하면 트렌디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그런 이미지가 분명히 있단 말예요. 그래서 제가 이번 작품에 한국의 대중가요를 넣기도 했고요.

Q. 국내의 무용단 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무용단을 경험하셨는데 한국의 무용단이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느낀 점이 있으실까요?
A. 외국의 단체는 몇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나 계약조건들이 굉장히 명확한 편이에요. 또 무용수의 편의를 가장 먼저 생각해주기도 하고요. 만약에 부상을 당한다 해도 월급이 전혀 깎이지 않아요. 출산을 한다 해도 몇 개월 동안은 동일한 수준의 월급이 나오기도 하고요. 외국의 무용단에서는 무용수들을 위한 편의가 많이 보장되는데 이런 점은 한국에서도 본받았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제가 외국에 있어 잘 모르지만 휴직계를 내야한다거나 월급이 반으로 깎인다거나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거든요. 이런 점들이 보완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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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죽음과 여인〉 ⓒ최영모


6월 19일 CJ토월극장에 오른 김세연의 첫 안무작 〈죽음과 여인〉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4명의 발레리노들의 정열적인 춤을 시작으로 무대에 오른 본 작품은 40분 간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던 그녀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남을 알 수 있었다. 가령 음악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 무용수가 회전을 한다든지 빠른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극적인 전개를 모색하는 등 관객의 시야를 지루할 틈 없이 잡아주었다.

안무의 측면에서 보면 특정 무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에도 전체적으로 작품을 조망하여 모든 무용수들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춤을 제외한 무대디자인에서도 그녀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는데 철저하게 계산된 무대조명을 통해 그녀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군무진의 아름다운 로맨틱 튀튀가 의상의 역할과 더불어 무대를 아름답게 꾸미는 세트의 역할까지도 해낸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죽음과 여인〉에서는 주역 무용수들과 솔리스트들의 뛰어난 기량과 더불어 김세연이 다양한 무용단에서 경험한 안무방식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었다. 공식적으로 안무가로서 데뷔하게 된 그녀가 곧 또 새로운 작품을 안무하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고 싶다.

6월 초에 시작되었던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예술의전당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던 한 달이었다. 11개의 국립·민간단체와 안무가가 참여해 열린 이번 축제는 친구와 연인,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되는 다양한 콘텐츠와 라인업들이 내년에는 또 어떤 공연과 행사들로 발레관객들을 찾아올지 무척 기대가 되는 바이다.




권윤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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