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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5.25 조회 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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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춤·시민·표현: 춤-시민, 커뮤니티로 엮다
: 커뮤니티댄스재단

[기획연재] 춤·시민·표현



〈춤:in〉에서는 시대 흐름을 주시하여 기존의 춤 담론을 주도해온 개인적 창조의 패러다임을 넓혀서 2017년 한 해 동안 시민을 위한 표현이 돋보이는 춤 표현 활동을 연재한다. 〈춤:in〉은 춤과 정치·권력·인권 사이의 담론을 발굴하여 ‘시민 사회 및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시민과 공생하는 춤 표현의 가치를 적극 사고하는 계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본란에서는 시대·문명·사회와 춤의 선순환적 조화를 성취한 특이 사례들이 함께 조명된다.


춤-시민, 커뮤니티로 엮다
: 커뮤니티댄스재단

김채현_춤비평가

들어가며


런던 중심부의 트라팔가광장은 주변의 코벤트 가든, 내셔널 갤러리 등의 문화 명소들, 넬슨 승전 기념탑 등 유서깊은 건축물들을 품은 런던과 영국의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2006년 7월 22일 저녁 트라팔가광장은 춤으로 뒤덮였다. 752명의 춤꾼들이 40여 스타일의 춤을 추었다. 당시 9일 동안 런던의 공원, 노천 공연 공간, 지하철역, 박물관, 학교, 쇼핑 윈도우 등 시내 400곳에서 춤판이 펼쳐졌다. 빅댄스(Big Dance)라 명명된 이 행사에서는 안무가들의 춤을 37개 도시에서 BBC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9000명이 함께 추는 행사도 있었는데, 당시 세계 최대 댄스 클래스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었다.



줌아웃 에세이 김채현 관련 사진

트라팔가광장에서의 빅댄스 2012


빅댄스는 2006년 런던 시장 휘하의 문화팀이 기획하였다. 노동당 소속 민선 시장 시기에 시작된 빅댄스는 그후 다른 정당의 시장이 선출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런던시의 사업으로 매2년마다 9일 동안 대규모 시민 춤판으로 정례화되어 왔다. 2016년에는 5월부터 근 다섯 달 동안 런던의 다섯 거점 지역을 비롯하여 영국 전역의 14개 지역에서 빅댄스가 진행되었다. 춤 장르와 연령의 제한 없이 일반인들의 참여에 방점을 찍은 공연 및 워크숍으로 구성되는 빅댄스는 영국 춤계의 시너지를 결집한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빅댄스는 올림픽 문화축전의 최대 행사로 주목받았다. 이때부터 빅댄스를 런던시는 커뮤니티댄스재단과 공동 진행하였다.

커뮤니티댄스재단은 사업 활동 범위에서나 가입한 전문인 회원(4500명) 규모에서나 가히 세계 최대 춤 기관으로 지목된다. 1986년 결성된 이 민간 재단은, 오늘날에 이르러 정리된 지표에 따르자면, 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비전 아래 춤이 삶의 일부가 되는 세상을 지향한다. 재단은 일반인들에게 춤에 참여해서 춤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의 대형 조직체로서 그들을 지원하는 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빅댄스가 커뮤니티댄스재단의 핵심 사업도 아니고 설령 빅댄스가 없다 해도 재단은 단단히 자리잡고 있지만, 재단의 취지와 부합하는 빅댄스가 영국 전역으로 확산해나감에 있어 이제 재단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줌아웃 에세이 김채현 관련 사진

트라팔가광장에서의 빅댄스 2010


커뮤니티댄스는 일반인 중심의 춤으로서, 춤으로 조성되는 커뮤니티의 ‘결속력(結束力)’과 참여 개인의 ‘자발성’이 그 중핵을 이룬다. 일반인 중심의 춤이되 빅댄스처럼 결속력이 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커뮤니티댄스로서의 성격이 약해서 대개 커뮤니티댄스의 주변부에 놓이기 마련이다. 과거부터 일반인 중심의 춤은 많았으나 커뮤니티댄스는 20세기 후반 이후의 현상이다. 특히 영국에서 세계 최대 커뮤니티댄스 조직이 생겨난 것은 영국의 현대무용 전개 상황과 연관이 깊다.

영국에서 현대무용은 이차대전 시기 독일에서 망명한 라반의 활동으로 개척되었다. 그러나 마사 그레이엄의 현대무용에 눈을 뜬 어느 독지가[1]의 후원으로 런던컨템퍼러리댄스스쿨(LCDS)이 개교한 1969년 이후 영국의 현대무용은 정규 교육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라반의 영향권과는 무관하게 추진된 이 학교의 현대무용은 컨템퍼러리 댄스 경향을 띠었으며, LCDS 졸업생들이 현대무용 저변 확대 차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열은 시범 강좌 워크숍에서 영국 커뮤니티댄스가 발단되었다. 이들 워크숍에서 일반인들이 수동적으로 배우기보다는 직접 춤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렬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나갔다.



줌아웃 에세이 김채현 관련 사진



일반인들에게 그들 사이의 결속력에 초점을 맞춘 춤 행사들이 선보이던 70년대에 커뮤니티에 적절한 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전문직(專門職)을 굴벵키안재단[2]이 후원해서 임명하자 영국 지자체들에서도 커뮤니티댄스 촉매자를 공식 직책으로 두기 시작한다. 이 같은 시대 흐름 속에서 1986년에 영국춤-마임촉매자협회(NADMA)가 창설되며 이 단체는 1995년에 커뮤니티댄스재단(FCD)으로 이름을 바꾸어 도약하였고, 다시 2014년에는 단체 이름을 춤추는사람들(People Dancing)[3]로 바꾸었다.

커뮤니티댄스재단은 전문인들의 협회답게 커뮤니티댄스 실행가 육성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커뮤니티댄스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제공할 만한 정보도 폭증할 수밖에 없는 추세 속에서 취업과 지원 사업을 비롯 다양한 소식을 교환한다. 이런 기본 사업에 못지않게 보다 중시하는 사업으로서 커뮤니티댄스 실행 프로그램을 개발 공개하여 실행가들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장애인, 웰빙 및 건강, 노령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한 실적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사업은 비영리 사업으로 진행된다. 2010년대에 커뮤니티댄스재단이 파킨슨병 치료 보조 프로그램을 발레로 진행해서 거둔 치유 효과는 BBC방송으로 보도된 바 있고, 미국 무용가 마크 모리스의 프로그램(Dance for PD)[4]과 결합해서 전세계에 온라인으로 보급하고 있다. 덧붙여, 재단은 기관지를 28년째 발간해왔다.[5]



줌아웃 에세이 김채현 관련 사진

커뮤니티댄스재단의 파킨슨병 치유 프로그램

줌아웃 에세이 김채현 관련 사진

커뮤니티댄스재단 30주년 기념 ≪Animated≫ 표지


실제로, 커뮤니티댄스는 지난 30년간 영국에서 급성장한 장르이다. 춤뿐만 아니라 예술의 공공성을 지난 수십년간 중시해온 영국 풍토에 힘입어 성장 동력이 더 키워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현대무용(modern dance)을 포함한 현대춤(contemporary dance) 활동들이 영국 커뮤니티댄스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예술춤에서 테크닉에 치우친 시각이 허물어지고 전문인과 일반인 간의 벽을 무용인 스스로 낮추면서 대중의 춤추려는 욕구를 궁극적으로 커뮤니티댄스로 수렴하였던 것이다. 춤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가 춤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현장에서 구원하는 매체로 확장시킨 커뮤니티댄스가, 아마 커뮤니티댄스재단이 없었더라면, 영국에서 지금처럼 활발했을지 의문스럽다. 이 지점에서 커뮤니티댄스재단은 개별 예술인들과 시민을 유기적으로 매개하는 공공 조직으로서 그 존재 가치를 발한다.



[1] 난민구호사업가 하워드(R. Howard). 그는 상속받은 유산으로 부속극장(The Place)을 갖춘 LCDS를 세웠다. 자세한 것은 졸저 ≪춤, 새로 말한다...≫(2008, 151~ ) 참조. 영국의 현대무용 또는 현대춤 역사는 LCDS 설립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만큼 LCDS의 영향은 지대하였다.
[2] 레바논 출신의 억만장자 굴벵키안(C. Gulbenkian)이 남긴 거액의 유산으로 1956년 포르투갈에 세운 국제적 문화재단으로서, 런던과 파리에 분원을 두고 있다.
[3] 즉, 커뮤니티댄스재단의 효시는 NADMA이며 지금 재단은 춤추는사람들로 불린다. 참고로, 커뮤니티재단의 연간 예산은 2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재정은 자체 사업과 공공 기금, 민간 후원금 등으로 충당된다.
[4] 〈딱딱한 호두〉 안무가 마크 모리스가 창안한 파킨슨병 치유 프로그램으로서 16개국의 무용가들이 활용하고 있다.
[5] 1989년 창간된 ≪Animated≫는 계간지로 발행되다가 최근 몇해 연간 발간 회수가 연 2회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참고 자료]
· 커뮤니티댄스재단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 커뮤니티댄스재단의 파킨슨병 치유 활동 소개 방송 바로가기
· 2016년 아크람 칸 지도로 트라팔가광장에서 공연된 빅댄스 바로가기




김채현_춤비평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민음사),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사회평론)를 비롯 다수의 논문, 그리고 ≪우리 무용 100년≫(현암사) 등의 공저와 ≪춤≫(청년사), ≪미적 체험의 현상학≫(민음사)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춤 영상 문고를 개설할 예정이다.


김채현_춤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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