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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센터

줌아웃 - 프/리뷰

제작 과정, 쇼케이스, 워크숍, 오디션, 경연대회 등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2017.04.27 조회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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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자의 현장 취재기

정영두·김설진 안무가 워크숍

임소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서울무용센터에서는 2017년 상반기에 ‘PILOT FISHES workshop’, ‘두 댄스 시어터(정영두) 워크숍’, ‘김설진 〈Play Body #Surrealism〉’ 총 3가지의 워크숍을 운영하였다. 영 기자는 그 중 3월과 4월에 진행된 정영두 안무가와 김설진 안무가의 워크숍을 들여다 보았다.



춤을 위한 음악, 음악을 위한 춤


정영두 안무가의 〈동풍이 불어올 때〉는 24절기 중에서 “동지부터 춘분까지” 일곱 개의 절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이며 계절이 바뀌는 순간처럼 삶과 신체가 변화하는 순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실험적인 안무작으로 관객들에게 각광 받고 있는 그는 지난 2월 ‘블랙텐트’에서도 〈PUZZLE〉 이라는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정영두 안무가의 지도 아래 연습하는 무용수들 ⓒ조현우


정영두 안무가의 워크숍은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아닌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워크숍의 마지막 날은 관객들에게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워크숍의 발표회 날, 무용수들은 홀에 들어서자마자 연습하기에 바빴다. 각자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연습하고 서로의 춤을 평가해주기도 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자유로운 연습 후, 정영두 안무가의 지도 아래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무용수가 한 명씩 차례대로 입장하고 한 쪽 발을 바닥에 쓸어 올리며 홍학과 같은 자세를 취한 채로 작품은 시작되었다. 왠지 모를 스산함이 느껴지는 현악 4중주 ‘Gorecki-String Quartet #1’가 스튜디오를 감쌌다. 홍학 자세를 취한 무용수들의 발을 자세히 보니 각자 양말의 색이 달랐다. 무용수들의 옷이 평범한 연습복이었기 때문에 의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양말의 색을 모두 다르게 하는 세심한 선택이 있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우아한 홍학을 연상케 하는 몸짓 ⓒ조현우


〈동풍이 불어올 때〉는 개인의 역량보다 군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대형이 자주 바뀌었고 정확한 타이밍을 맞춰야하는 동작이 많았다. 예를 들면 말의 발길질처럼 바닥을 세게 치는 동작이 있었는데 모두의 타이밍을 같게 하기 위해 정영두 안무가의 꼼꼼한 지도가 몇 번이나 있었다. 또, 자주 바뀌는 탓에 흐트러지는 대형의 모양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를 주변 사물로 기억해두고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보는 사람에게는 멋진 군무였지만 무용수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보다 완벽한 군무를 위해 정영두 안무가는 ‘리더 숨기기 게임’을 진행하였다. 두 팀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군무를 진행하는데 그 안에 리더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리더를 상대팀에게 들키지 않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통해 공연에서 ‘눈치 보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두 팀 모두 상대방에게 리더를 들켰지만, 두 번 정도 반복하며 리더를 숨기는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영두 안무가는 공연에서도 이 눈치 보기 실력을 유지하자며 게임을 마무리했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약 30초 간 무용수의 솔로가 있었지만 공연 당일 까지도 누가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리허설이 끝난 직후 솔로 무용수는 ‘제비뽑기’를 통해 정해졌다. 한 사람씩 번호를 뽑아 그 중 ‘8’을 뽑은 무용수가 솔로가 되기로 하고 제비를 뽑았다. 긴장되고, 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은 무용수들의 상반된 감정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무용수들 중 가장 눈에 띄던 여성 무용수가 8번의 주인공이었다. 여성 무용수는 곧바로 정영두 안무가의 지도 아래 안무 연습을 시작하였다. 실력이 좋고 멋진 무용수를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닌 복불복을 통한 솔로 무용수 선택이 재미있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동풍이 불어올 때〉는 까치발을 서는 동작이 많았다 ⓒ조현우


리허설 중간에 무용수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공연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영두 안무가는 〈동풍이 불어올 때〉의 중요한 점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낯설었던 음악이 지금은 익숙해졌다, 음악이 어려워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몸이 박자에 지배된 기분이다,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발레 전공자여서 이런 음악이 익숙하다, 봄의 제전이 생각났다, 음악에 박자가 있을까?, 덩어리의 시작점이 어디일까? 등의 여러 느낌과 의문이 쏟아져 나왔다.

공연은 리허설 때와 같이 춤을 포함한 작품 전체를 감상한 뒤, 음악만을 감상하고, 또 다시 작품 전체를 감상하는 총 45분의 구성이었다. 작품 감상 후 춤 없이, 음악에 집중하시는 시간. 방금 무대에 있던 무용수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단기간에 음악에 대해 무언가를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다. 계속 음악을 들었던 무용수들조차 음악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공연 내내 단 3번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관객들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세한 분석보다는 음악의 대략적인 흐름과 강약을 느끼며 음악을 감상했다.

두 번째 작품 감상에서는 본래와 다른 점이 보였다. 무용수들의 춤추는 각도와 동작이 미세하게 달라져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동안 연이은 리허설과 공연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모습도 보였다. 리허설 때부터 음악을 여러 번 반복해 들었던 나는 무용수들의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맞추기에 이르렀다. 무용수들의 체력은 떨어졌지만 음악의 타이밍은 전보다 잘 맞았다. 음악의 타이밍이 맞으니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솔로 또한 전의 공연 때보다 위치 선정이 나아졌다. 전의 공연에서는 위치가 뒤로 치우친 느낌이 있었지만 두 번째 공연 때는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하여 여유롭고 은은하게 마무리하였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작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무용수들 ⓒ조현우


워크숍에 참가했던 한 무용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에 재학 중인 임은정은 창작과의 전설과 같은 정영두 안무가에 크게 관심을 갖고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공연은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워크숍 소식을 듣자마자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움직임 또는 즉흥 워크숍을 기대하고 신청했지만 이번 워크숍은 작품 재현을 위해 순서를 외우고 군무를 맞추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다행히 순서와 음악에 익숙해지니 점차 즐거운 마음으로 워크숍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워크숍 시간 이외에도 연습실을 떠나지 않고 여러 차례 무용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지도해주었던 정영두 안무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무용 비전공자와의 뜻 깊은 경험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항상 학교에서든 외부에서든 무용계에 직업적으로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다른 세계, 다른 시선의 이야기는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런 워크숍이 마련된다면 언제든 다시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품 재현 중심의 이번 워크숍에서 더 나아가 무용수들의 색을 담아낼 수 있는 재해석 워크숍, 정영두 안무가의 강점인 자유로운 움직임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기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그리고 너와 함께


김설진 안무가는 ‘댄싱9’에도 나온 만큼 인지도가 높은 스타 안무가이다. 현재 피핑톰 무용단 소속으로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설진 안무가의 워크숍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4일 동안 진행되었다. 영기자는 워크숍의 마지막 날 현장을 방문하였다.

워크숍 시작 전부터 연습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김설진 안무가는 무용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무용수들 또한 자유롭게 몸을 풀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워크숍. 몸을 풀던 모습 그대로 자신의 몸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꼼꼼히 만지며 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크기는 어떤지 등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이어 옆에 있는 사람의 몸으로 집중을 옮겼다. 상대방의 몸을 만지며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고 자신과 ‘다름’에 대해 알아갔다. 김설진 안무가는 몇 년 전, 상대방과의 다름을 깨닫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안무를 강요시켜 애를 먹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다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옹기종기 모여 나의 몸 구석구석 ⓒ조현우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눈을 감고 오로지 촉각으로 ⓒ조현우


눈을 감고 상대방의 포즈를 맞추는 ‘포즈 게임’이 이어졌다. 상대방이 일정한 포즈를 취하면, 눈을 감고 오로지 촉각만으로 상대방과 같은 포즈를 취해야하는 게임이다. 눈을 떴다면 아주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포즈이지만, 눈을 감으니 얼굴의 위치, 손가락의 모양, 발의 각도 등을 일일이 만져보며 확인해야 하기에 애를 먹는 무용수들도 있었다.

포즈 게임이 끝나고 또 다른 흥미로운 게임이 진행되었다. ‘거울 게임’은 상대방의 거울이 되어 행동을 따라하는 게임이었다. 정확히 서로의 거울이 되어 호흡을 맞추는 무용수들도 있었지만, 몇몇 무용수들은 직업병으로 인해 대칭이 아닌 행동의 좌우반전을 따라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단순히 거울이 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동작을 한 박자씩 느리게 따라하며 퍼즐처럼 동작의 짜임을 만들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팔을 드는 동작을 먼저 하고, 다음은 손을 앞으로 뻗는 동작을 연속하여 상대방이 팔을 드는 동작을 할 때 본인은 손을 앞으로 뻗어 퍼즐처럼 몸이 맞춰지는 하나의 ‘듀엣 동작’을 만드는 것이었다. 김설진 안무가와 그와 함께 작업을 했었던 한 무용수가 시범을 보였는데 호흡이 맞으니 당장 공연에 써도 괜찮을만한 동작이 나타나기도 했다. 평소 듀엣 동작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였는데 ‘거울 게임’을 연관시켜 생각하니 꽤 재미있는 영감이 떠오르는 듯하다. 이 외에도 타이밍은 갖지만 동작의 크기를 다르게 하기, 타이밍은 다르지만 동작은 같게 하기 등 다양한 변형 게임을 진행하였다.

마지막 게임은 ‘앞사람 따라하기’였다. 3월에 진행되었던 정영두 안무가의 워크숍에서 했었던 ‘리더 숨기기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다. 리더 숨기기 게임은 한 명의 리더만 존재하였던 것과 달리 앞사람 따라하기는 방향에 따라 리더가 바뀌었다. 방향을 바꿨을 때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리더로 바뀌는 것이다. 무용수들은 앞사람을 따라하고, 때로는 뒷사람이 앞으로 튀어나와 리더가 되어보기도 하며 즐겼다. 하지만 무용수들에게서 다양한 동작이 나오지 않고 비슷한 동작만 반복되었다. 김설진 안무가는 모든 무용수들이 이러한 게임을 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따라하기 쉬운 ‘도형’ 춤을 춘다며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요구하였다. 김설진 안무가의 요구를 듣자마자 무용수들은 가장 자신 있는 자신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따라하면 따라하는 대로, 따라하지 못하면 따라하지 못하는대로 무용수들은 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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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똑같이 ⓒ조현우


김설진 안무가의 워크숍은 무용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무용계로 발을 디딘 사람 등 각자 다른 인생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워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무용수가 김설진 안무가에게 ‘관객에게 해석을 하도록 하는 작품은 어떤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김설진 안무가는 해석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안무가와 무용수는 자신이 어떤 춤을 만들었고 어떤 춤을 추는지 아주 명확해야 한다고 하였다. 공감을 자아낸 말이었다. 요즈음 무용 작품들에는 공연의 제목 또는 주제와 공연의 내용이 연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작품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불친절한 공연도 많다. 김설진 안무가 또한 이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뒤이어 불친절한 공연 또는 주제와 맞지 않는 공연은 왜 생기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는데, 지원금 제도의 모순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무용계에 들어오는 지원금은 원래 연극계에 들어오는 지원금으로 시작한 것이며 연극계에서 이어져 내려 오다보니 공연의 제목, 내용을 연극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또, 지원금을 받으려 서류를 제출한 뒤 안무 작업을 하다가 자신이 제출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더 좋은 내용의 작품이 완성되어 버리면 서류를 수정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라 관객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용계의 현실을 들으며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외에도 무용계가 겪은 무대 대관의 어려움, 무용계 종사자들의 수입 등 슬프지만 고치기가 어려워 늘 제자리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는 어떤 대안도 마련할 수 없지만 무용계의 사람들이 좀 더 자주, 목소리를 크게 하여 이야기한다면 반드시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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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이야기를 나누는 김설진 안무가와 참가자들 ⓒ조현우


안무가들의 워크숍은 무용 레슨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무용 레슨처럼 무용 테크닉 실력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안무가들 또한 무용수들에게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을 보고,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서로 소통하는 워크숍. 춤 수업의 참모습을 목격한 듯하다.




임소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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