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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2.23 조회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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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C×KAC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 참여 후기

서경선_몸짓느루 공동대표, AIAE(Asia improvisation Art Exchange)member

줌아웃 에세이 서경선 관련 사진
서경선 ⓒ임다윤

시작된 몸의 사유


몸이 사유하는 방식은 다채롭다. 몸의 안과 밖의 작용은 어느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상호작용이 크다. 몸의 시간성, 공간성이 외부의 것들, 예를 들면 공간, 사람, 사물 등등과의 상호 작용을 시작하면 몸의 공감각적 사유는 다채로워져서 몸에 흔적처럼 남는다. 몸의 감각적 수용과 축적을 사회 현상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소비되고 생산되고 시간이 흘러 재생산된다 할 수 있을까? 이런 나의 화두를 실현하고 탐구하는 데 있어 교토아트센터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폐교의 많은 교실을 멋지게 개장하여 10곳이 넘는 작업실, 아카이빙 방, 사무실, 공부방, 카페, 전시실, 크고 작은 공연장, 운동장을 만들었는데 그중 제일 부러운 곳은 전통공연장이다. 이 전통공연장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바닥은 다다미시설로 되어 있다. 마당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넓은 대형 보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각 방에서 일어나는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의 연습실 studio 7


주어진 연습실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일본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제일 좋은 연습실이란다. 이곳에 온종일 있을 수 있다는 기쁨은 너무나 크고 소중한 것이었으며, 나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것들을 발견해나갔다.
교토아트센터는 다양한 예술작업이 시도된다.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전통예술,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프로젝트로 특정한 날짜에 참여하다 보니, 서로 만나고 교류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단 한 명의 미술가만 보았을 뿐이다. 교토아트센터에서는 무용 외에 다양한 장르의 행사들이 이루어지기에 이것들을 한데 엮어 교류프로그램으로 묶기에는 무리인 듯 보였다. 교토아트센터 직원의 말에 의하면 내가 참여한 시기가 특히 더 그렇다고는 했지만, 이 교환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아티스트들은 참고했으면 한다. 특히 12월은 교토아트센터가 매우 분주하고 아티스트들 간의 협력이나 교류 프로그램 지원이 특별히 이뤄지지 않는다. 일본은 음력이 없어 신년이 큰 명절이므로 무려 8일간은 센터가 쉰다. 그러나 나의 스튜디오는 개방되어 있었고 나는 무엇이든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곳에 있는 동안 다른 작업자들을 만나면서 몇몇 계획이 추가되었다. 계획들이 유동성을 갖는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그것은 내가 타인과 공간에 대한 유연함을 갖는 것을 의미했으며 스튜디오 내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을 보증했다. 나의 초반 계획은 이러했다.



오픈 스튜디오
7일간 매일 한 명씩 만나는 춤과 삶에 대한 이야기 후 춤으로 만나는 시간.

워크
3일간 자신의 습관적인 움직임 패턴을 찾는 워크숍으로 몸의 정렬, 호흡, 외부자극에 대한 내적 경험, 계절에 따른 몸의 변화, 리듬의 요소들을 이용해 탐색 후 기록하는 과정.

성과발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함께 준비하는 작은 공연으로 과정을 소개하고 공유하며 마지막에 관객과의 대화시간, 질의응답 시간.



새로운 만남, 새로운 발견


여기에 추가된 내용은 Monochrome Circus의 Yuko Mori의 제안으로 하루에 3시간 동안 열린 한국인 김봉호의 즉흥워크숍의 즉흥잼이었다.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은 순간들이었다. 참가자들의 직업은 다양했는데 회사원, 파트타임 노동자, 드라마투르기, 연극인, 무용인, 가수, 호러작가, 주부, 대학생, 코디네이터, 선생님 등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무용이라는 낯선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시간을 투자해 참여한다니 놀랍기만 했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들의 모습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단조롭고 고정된 삶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재미를 찾고, 새로움에 도전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이 레지던시의 매력은 시간을 점유한다 할 수 있다. 나는 두 달 동안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시간을 점유하였고, 그를 통해 성찰, 즐거움, 새로움, 도전, 공유, 나눔 등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은 것은 일본의 관객들이다. 이곳에서는 전통공연, 전통과 현대가 섞인 무용공연, 신진무용가들의 공연, 일본을 제외한 다른 해외팀과의 협력 공연 그리고 여러 전시가 이루어진다. 놀라운 것은 이런 다양한 작업을 관람하는 사람 중, 일반 관객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연령층이 또한 다양했다. 신진무용가 공연 때 만난 할아버지는 나의 성과발표를 보고 열성적으로 질의응답에 참여했다.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1시간이 훌쩍 넘는 일이 흔했다.
이 부분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몸의 감각적 수용은 여러 방식의 공유에 의해 재생산된다. 그러므로 나의 작업 또한 개인의 것을 넘어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의 역할임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줌아웃 에세이 서경선 관련 사진

ⓒ서경선


다시 춤추기 위해


타국에서의 시간은 성찰과 영감의 시간이다.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은 시간이 주는 보석 같은 선물, 몸의 감각이 새롭게 감지되는 재가동의 시간, 창작의 확장, 열린 가능성. 일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시간. 나는 왜 춤을 추는가? 내 것을 지키는 것은 무용(無用)한가? 그러한 행복한 단상이 음악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흘러갔다. 오늘은 한국에 온 지 열흘이 채 안 된 날이지만, 벌써 춤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춤과 삶의 간극이 벌어졌다 좁혀지는 고무줄놀이.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서경선 몸짓느루 공동대표, AIAE(Asia improvisation Art Exchange)member.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하면서 삶의 가치, 달라진 몸, 여성춤꾼으로서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고민의 시기를 거쳤다. 이후 몸짓느루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몸에 대한 탐구, 가치 있는 삶으로서의 예술 등 몸을 매개로 한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하였다. 성북예술창작센터,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레지던시를 하였고 활동으로는 ‘언니네무용단’, ‘툿 네트워크’, ‘산책할까?’, ‘우리가 변화할 수 있을까?’, ‘몸짓놀이터’ 등이 있다.



서경선_몸짓느루 공동대표, AIAE(Asia improvisation Art Exchang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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