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인의B컷’은 국내 무용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새롭게 조망하는 코너입니다. B컷은 사진작가가 직접 선택한 미공개 컷과 베스트 컷을 의미합니다. 카메라로 바라본 무용인과 무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새로운 춤과 무대 보기를 제안하는 코너입니다.
춤인의B컷
옥상훈_공연예술사진작가, 스튜디오 야긴
사진 촬영 년도 : 2012년
카메라 기종 : Nikon D700
공연명 : 공존
안무가 및 컴퍼니 : 김보람 안무,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공연일 : 2012년 4월 24일
공연장소 :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춤인의 B컷 선정이유
콘셉트 사진은 공연되기 전 작품을 알리기 위해 작품의도를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기에 관객이 극장에서 보는 무대의 모습과는 실질적으로 다른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콘셉트 사진보다 공연사진에 더 애착을 갖고 심열을 기울이는 편이다.
공연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공연 때 찍은 내 사진이 작품의 대표 이미지가 될 때다. 누군가 “이 공연 어때?”라고 물어 봤을 때, “이런 느낌이야.”라고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공연사진이 아닐까? 많은 공연사진을 찍어왔고 현재도 찍고 있지만, 이 사진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는 ‘가장 성공한 첫 번째 공연사진’이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 년도 : 2007년
카메라 기종 : Fuji FinePix S5PRO
공연명 : 숨, 쉼
안무가 및 컴퍼니 : 장유경 무용단 (대구 계명대학교 한국무용)
공연일 : 2007년 11월 27일
공연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춤인의 B컷 선정이유
열여덟 명의 무용수가 대열을 갖추고 반복되는 동작의 춤을 춘다. 춤이 반복될 때마다 무용수가 한 명씩 빠져나가고, 한 명의 남자 무용수만 무대에 남는다. 순간적으로 카메라 뷰파인더를 타고 무용수가 들어온다.
저 큰 무대 위에서 수 백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혼자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반복된 움직임을 통해 극한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그는, 이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이 보인다. 이 사진은 그 강렬함에 압도되어, 순간적으로 몇 초간 카메라를 놓고 숨을 고를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찍은 것이다. 열 번의 드레스 리허설을 한다 해도, 본 공연 한 번만큼의 아우라가 나오지는 않는다.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다르다. 동작의 순간포착이 아닌 무용수의 움직임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을 담는 것, 그것이 진짜 공연사진이라 생각한다. 멋진 동작이 담긴 사진은 아니지만 나에게 이 사진은 무용 사진 작업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동과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하게 한다.
사진 촬영 년도 : 2013년
카메라 기종 : Nikon D4
공연명 : 백경우의 춤 “남자, 색을 탐하다.” (포스터 사진)
안무가 및 컴퍼니 : 백경우 무용가 (이매방류)
공연일 : 2013년 8월 23일 (촬영일 : 2013년 7월 11일)
공연장소 : 한국문화의 집 (KOUS)
춤인의 B컷 선정이유
여러 장르의 무용을 접하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내가 가장 찍기 힘들다고 느끼는 춤은 바로 우리나라 전통춤이다. 각 춤마다 호흡의 방법이나 움직임의 원리가 다른데 전통춤은 호흡이 내면에서 요동친다. 그러다보니 그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춤의 장단을 모르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수밖에 없다. 백 경우 무용가의 독무회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이 무용가만의 춤 느낌을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호흡의 끝이 아닌, 호흡과 호흡의 사이에 보이는 동적인 움직임과 에너지에 초점을 두고 춤을 담게 되었다. 이 작업은 콘셉트사진 작업 중에 가장 공을 들였던 작품으로, 무용수와 전통춤의 느낌을 가장 잘 담아냈다고 생각되는 사진이다.
사진 촬영 연도 : 2016년
카메라 기종 : Nikon D5
공연명 : 심 연
안무가 및 컴퍼니 : 장혜림 안무, 나인티나인아트컴퍼니
공연일 : 2016년 4월 10일
공연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춤인의 B컷 선정이유
어떤 작품을 접할 때 좋았다, 감동적이라고 느끼는 것과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10여 년 동안 참으로 많은 무용 공연사진을 찍고 작품을 접했지만 촬영하면서 눈물을 흘린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연습 참관을 하고 리허설 촬영을 할 때만 해도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본 공연 때 뭔지 모를 뜨거운 것이 올라와 결국에는 울면서 촬영했다. 무용은 몸으로 표현하는 가장 순수한 예술이지 않은가? 저마다의 개인적인 취향과 차이는 있겠지만 사진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나를 울린 첫 무용 작품이기에 이 사진을 소개하고 싶다.
옥상훈
공연예술사진작가, 스튜디오 야긴. 국악 반주에 맞춰 추는 승무에 반하여 춤 사진을 찍게 된지 올해로 12년 되었다. 사진을 잘 찍으려는 생각보다 작품을 잘 느끼고 감상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업한다. 눈에 보이는 동작이나 움직임보다는 안무가의 의도나 무용수의 느낌, 무엇보다 호흡을 느끼고 담아내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늘 초심으로 춤을 접하고, 사진으로 무용을 마주하고 싶다.
활동
2013~2016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전체 공연 사진 전담 작가
2016 대한민국 장애인 국제 무용제 프로필 작업, 전체 공연 사진 촬영
2016 국립현대무용단 기획공연 “아카이브 플랫폼” “춤의 연대기” 사진 작업
2015~2016 안산문화재단 ‘안산몸짓 페스티벌’ 전체 공연 사진 촬영
201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창작산실’ 무용분야 시범공연 촬영 및 우수작품 공연 전체 사진 촬영
2014 국립현대무용단 기획공연 <11분>, ‘전통의 재발명전’, ‘여전히 안무다’ <2014 춤이 말하다> 공연 사진 촬영
2011~2012 한국공연예술센터 무용기획공연 전체 사진 작업 (‘한팩 라이징스타’, ‘한팩 솔로이스트’ 등등)
그 밖에 다양한 단체 및 국내외 무용수, 안무가 및 기타 공연자들과 지속적인 공연작업. (안은미무용단, Lee.K Dance Company, 경희대 윤미라무용단, 황미숙파사 무용단, 장은정무용단, 서울교방, 정재연구회, 성균관대무용학과, 아지드현대무용단,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등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