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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6.11.24 조회 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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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자의 현장 취재기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제작 아카데미’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길가를 황금빛 카펫으로 덮는 11월,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절정을 이루는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꺼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아름다운 춤을 담아내는 ‘댄스필름’의 제작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댄스필름(dance film)은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공간에서 춤의 표현력을 확대할 수 있는 매개가 됩니다. 무용예술 창작에 있어 물리적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표현영역의 확대, 그리고 다양한 것을 영상 안에서 창의적으로 변형시키고 실험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데요. 자신의 상상력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매력 있는 분야입니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박태윤 관련 사진



서울무용센터에서 주최하는 ‘댄스필름 제작 아카데미’는 11월 19일부터 27일까지, 주말 4일 동안 서울무용센터에서 열리는데요. 댄스필름을 만들고자하는 무용예술가 또는 무용예술단체들의 신청을 받아 제작 아카데미 워크숍을 진행하고, 추후 심사를 통해 3~4팀을 선정하여 제작 지원금과 전문가의 멘토링 지원, 상영회 등 단계별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집니다.

첫 날인 19일은 댄스필름 입문하는 단계로 개요와 사례를 통한 댄스필름의 기본적 형식 이해 등 이론수업을 갖습니다. 20일에는 이론과 실습을 같이 하는데요. 영상공간과 무대공간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영상 장비를 활용하는 방법과 카메라 렌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입니다. 26일부터는 실습 위주의 워크숍으로 본격적으로 댄스필름 제작에 첫발을 내딛는 시간이죠. 1분 내외의 움직임을 촬영하며 전에 배웠던 이론을 실습해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어요. 마지막 날인 27일은 전 날 찍었던 영상을 수정 및 보완하여 재촬영하고 편집 후 결과물을 평가하여 마무리됩니다. 그 가운데 영기자는 워크숍 첫날의 열기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댄스필름 제작 아카데미' 워크숍 첫날은 선정된 13팀과 참관자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어요. 전체적인 강의는 댄스필름의 개요와 영상의 기본적 틀, 설명과 더불어 잘 짜여진 영상들을 보며 댄스필름을 이해하는 이론 내용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참여자들의 참가 이유를 들어봤어요.

참여자들은 영상을 좀 더 깊게 배우고 싶어했어요. 대부분 무용 영상에 관심이 많고, 영상제작 경험을 갖고 있기도 했었는데요. 친구들과 무용영상을 기록하여 안무노트로 활용한다거나 무용영상을 만들기 위해 부족하나마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봤다는 분도 계셨고, 무용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춤의 대중화를 꿈꾸지만 공연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요.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한편, 무용수가 동작을 틀리거나 음악이 잘못 나오는 것 등 무대에는 크고 작은 실수들이 행해지곤 하죠.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영상이라 생각한다는 무용인도 계셨어요. 일회성이 아닌 수정 보완이 가능한 매체이기 때문에 높은 완성도를 위해 영상을 활용하고 싶었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삭제되지 않는 한 영원히 소유할 수 있다는 점, 시공간을 벗어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 등 무용영상의 매력을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서양범 서울예대 교수님의 이론 수업으로 진행된 워크숍 첫날은 먼저 댄스필름의 종류에 대한 이해로 시작되었습니다. 댄스필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요. 무용공연 녹화 실황 등 기록을 위한 댄스 비디오, 무용수나 안무자들의 교육을 위한 교육용 댄스 비디오, 영상을 통해 안무되어진 영상 예술적인 면에서의 댄스 비디오가 있다고 하네요.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박태윤 관련 사진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박태윤 관련 사진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박태윤 관련 사진
(유튜브 동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기록적인 면에서의 댄스 비디오’는 공연된 무용 그대로를 촬영한 영상을 말하는데요. 예술채널이나 방송을 통해 발레공연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무용공연을 기록하여 오래 동안 보존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록된 공연에서는 이미 정해진 프레임만을 봐야한다는 제약과 현장에 생동감을 그대로 전해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록물로써 잘 짜여진 영상물로 지리 킬리안(Jiri Kylian)이 안무한〈Symphony in D〉가 제시되었는데요. 이 작품은 안무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여 만든 영상기록 작품이라고 해요.〈Symphony in D〉는 코믹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대 발레로 안무에 따른 숙달된 카메라의 움직임과 무용동작의 일치를 만끽할 수 있어요. 그 장면의 포인트가 되는 무용수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클로즈업하거나 무용수들이 순차적으로 움직일 때 카메라도 동시에 따라가는 등 카메라도 같이 춤을 추는 듯 움직이는 영상이었죠.

두 번째 ‘교육용 댄스 비디오’는 일반인들을 위한 기록성의 댄스 비디오와는 달리 무용인 즉 안무가, 무용교사, 무용수, 학생 등을 위한 교육적 무용 영상물을 일컫는데요. 안무가가 동작을 창조할 땐 오랜 시간을 들여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안무가의 직관으로 순간적인 몸과 감정이 창조되어지기도 하죠.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기록된 영상물은 최상의 동작을 재구성하고 평가할 수 있는 안무 노트와 제 2의 거울이 되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적인 면에서의 댄스 비디오’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운 표현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 중 하나가 무용과 영상의 만남일 것입니다. 영상 속에서 무용은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독특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필립 드쿠플레(Philippe Decoufle)의 〈Codex10〉에서 무용수들은 동작은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프레임의 가장자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은 무용수의 움직임이 시종일관 쉽게 예측할 수 없이 흐르고 있죠. 두 번째 영상은 마야 데렌(Maya Deren)의 〈A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1945)〉인데요. 이 영상은 무용수의 걸음걸음마다 바다, 마루, 갈대숲 등 장소를 이동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상만이 가질 수 있는 시공간 이동을 활용한 작품이었어요.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이런 예술성이 돋보이는 댄스 비디오도 단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영상은 독재적인 매체로 사각 플레임 안에 보여 지는 장면이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그 모습만을 보게 만드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만일 관객이 그 장면에서 공감하지 못한다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박태윤 관련 사진



“영상은 시대 상황과 분위기, 무용수의 내면과 동작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이며, 무용수로서의 경험을 통하여 무대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영상과 무용, 두 장르가 함께 어우러져 더 매력적인 공연이 탄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아직 무용 영상은 현재의 대중영화보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점점 ‘댄스필름’은 세계 무용계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을 하며 이에 대한 관심도 고조도 있습니다. 우리의 무용 영상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고 사용되며 누구나, 아무나, 원하는 이들이 접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 서양범 -




박태윤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영기자의 인터뷰

‘댄스필름 제작 아카데미’를 강의하는 서양범 교수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제작 아카데미’ 워크숍의 강의를 맡고 있는 서양범 서울예대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댄스필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워크숍에서 못다한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먼저 서양범 교수님에 대한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면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한 후 메릴랜드대학교 볼티모어카운티교에서 영상 학사,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비디오아트 석사를 이수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영상전공 교수로 재임 중이십니다. 교수님은 연극과 재학 당시 한국무용, 발레를 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중 발레가 가장 애착이 갔기 때문에 군대를 다니던 중에도 휴가 때 나와서 발레 레슨을 받는 등 노력을 하셨다고 해요. 그 노력의 결과 85년도에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유니버설 발레단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공연 되었던 〈심청〉 에 ‘심봉사’ 역할로 출연하셨답니다. 무용을 접한 뒤로 무용 영상, ‘댄스필름’에도 관심이 생기셔서 외국의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뒤 한국에서 영상 제작자로 활동을 하셨어요. 대표작으로는 〈긴 아라리〉, 〈한국무용 80년사〉, 〈새 굿〉 등이 있습니다.


- 서울예술대학교 연극학과 출신이신데, 어떻게 영상에 대해 공부하게 되셨나요?

연극을 전공하면서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봉산탈춤을 시작으로 무용을 접했기 때문에 무용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무용확장의 알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해외에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영상을 공부하게 되었죠.

- 댄스필름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기록 영상, installation(설치) 영상, 공연에 쓰이는 영상 등이 있습니다. 설치영상은 대중들에게는 생소할 텐데 백남준 작가가 전시했던, TV를 여러 개 두고 마치 조각처럼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한 것과 같은 것을 installation이라고 해요. 저는 그 중 공연에 쓰일 수 있는 공연 영상에 관심을 두고 활동했어요. 영상과 무대의 결합으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죠. 그 동안 공연 영상 약 7~80개의 작품을 제작했어요.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 작업 중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요?

작업하는 무용 작품을 이해해야 그에 걸맞는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서 필요로 하고 요구되는 영상제작을 위해 참여하는 무용작품에 대해 공부해야만 했어요. 예를 들면 한국무용 중 살풀이, 승무는 그 작품만의 깊은 뜻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기원과 의미를 공부해야했죠. 그리고 안무가들 중 자신이 원하는 뜻을 영상언어로 정확히 전달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하지만, 말을 이용해 자신의 뜻을 영상언어로 표현하는 데에는 미숙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찾은 방법은 안무가와의 미팅 때 “두서없이 말해도 좋고, 단어나 느낌만 말해도 좋으니 생각나는 무엇이든 다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어려운 점은 시간적, 금전적 어려움이에요. 공연 영상은 안무가들이 가장 마지막에 선택하는 옵션이기 때문에 공연에 임박하여 부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무대에서의 동작은 그 즉시 바로 수정이 가능하지만, 영상은 편집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정을 해야하는 부분이 생기면 촉박한 시간 안에서도 더욱 촉박해져요. 게다가 제작을 원하는 영상의 예상 제작비용에 비해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제작비용은 터무니없이 뒤떨어지는데,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이죠.

- 안무가들과 소통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안문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영상으로의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있었나요?

아니요. 그것은 쉬웠어요. 그 이유는 연습실에서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참관하면서 가까이서 느껴지는 무용수마다의 장점을 찾아내서 각 무용수의 개성을 반영하여 영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이에요. 직접 무용을 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임소희 관련 사진

- 공연 영상을 제작하실 때, 3차원을 2차원으로 접근하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무대는 3차원이기 때문에 2차원인 영상에 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에요. 하지만 영상화면의 평평한 안에서도 조형적 구조와 배치 그리고 빛을 통해 입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로부터 영감을 따오기도 해요. 또, 저 같은 경우에는 무대 전체에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작품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 미학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필요에 따라 무대의 한 부분에 영상을 보여줘요. 예를 들어 무대 위에 있는 '구' 형체에 영상을 보여줬을 때, 실질적으로는 평평한 영상이지만 관객들은 구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간과 어울리어 입체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 앞으로 계획 된 작업이 있으신가요?

하고 있거나, 계획된 작업은 없어요. 우리나라는 현장에서 떠나면 사람들로부터 빠르고 쉽게 잊혀져요.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방송영상과 교수이면서 연기과 또한 강의를 나가고 있죠. 지금은 얼굴이 예쁘고 잘생겼다고 연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과 학생들에게 카메라 연기 기술에 대해 더욱 꼼꼼히 가르치고 있어요. 추후에 연기자의 역할로 무용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바람도 있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영상, 무용을 결합하여 작업해 왔던 것처럼 한 가지 분야로만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융합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만들고 싶고요.

- 마지막으로 댄스필름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제 연구실을 보면 식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요. 그 중 가장 큰 나무를 2003년도부터 키웠는데, 오래 키우다보니 나무가 병들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 나무를 치료하기 위해 흙을 파헤치고, 뿌리를 보고 나무 본연을 보게 되었죠. 무엇이든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요. 원리, 본연의 뜻을 공부했으면 해요. 그리고 자신의 분야 외의 것과 작업을 하려면 자기 것은 물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알고 작업해야 합니다. ‘타자’를 잘 알아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




임소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박태윤, 임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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