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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센터

줌아웃 - 안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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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조회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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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자의 현장 취재기

춤을 밝히다

권윤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기존에 발표된 수많은 무용작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하여 안무가는 여러 방면에서의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이 중 가장 먼저 변화의 바람이 부는 곳은 바로 춤의 영역, 코레오그라피, 안무일 것이다. 안무가는 예술성과 독창성을 고루 갖춘 동작들을 구성함으로써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후대의 안무가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불어넣게 된다. 이와 같이 색다른 무용작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시도는 움직임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춤을 제외한 작품의 구성요소에서 발현되기도 한다. 가령 음악이나 의상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행한다거나 타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실험 이외에도 무대를 구성하는 유형적 요소 중 무대장치가 작품의 중심이 되어 특색적인 무용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무용수와 그의 움직임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에 그쳤던 무대 메커니즘들이 작품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안무가들은 다양한 무대 메커니즘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조명’을 하나의 표현수단으로써 사용한 세 개의 무용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줌아웃 프리뷰 《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권윤희 관련 사진

휴먼스탕스 〈라이트〉 ⓒ한용훈


지난 11월 2일부터 이틀 간 CJ아지트에서 휴먼스탕스(Humanstance)의 작품 〈라이트((Light)〉가 공연되었다. 휴먼스탕스는 국립무용단 출신인 조재혁과 김병조를 중심으로 구성된 무용단체이다. 본 단체는 작년부터 무대 메커니즘을 활용한 시리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작년에는 ‘안개’, 올해는 ‘조명’을 작품과 연계시켜 무대에 올리고 있다. 〈라이트〉는 무용공연과 극이 결합된 퍼포먼스 형식을 갖춘 작품으로 조명이 공연의 흐름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극장에 장착된 조명 외에도 무대 위에 수동으로 움직이는 조명들이 마치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작품은 세 명의 배우들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과 개개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출연진들이 솔로로 무대에 설 때는 조명이 이들의 자화상을 특징적으로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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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탕스 〈라이트〉 ⓒ한용훈


작품 〈라이트〉에서 조명은 춤을 돋보이게 하는 것 보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장면의 특성을 포커스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관객과 마주한 채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임현진을 삼각조명이 비추었고, 김도완은 계절의 변화를 서로 다른 조명의 색깔을 이용해 설명하였다. 지석민이 birth(출생, 태어난 것)에 대해 열변을 토할 땐 연극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무조명이 사용되었다. 이처럼 솔로 장면에서 사용된 각기 다른 조명은 개성적인 출연진들의 모습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이외에도 김도완이 무대에 위치한 조명을 수동으로 조정하여 다른 두 출연배우의 얼굴이나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웠는데 이러한 기법은 무대배경이 전환되는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하였다.

〈라이트〉에서는 여러 가지 조명의 사용과 출연진에 따른 상이한 라이트기법을 토대로 한 전개 방식이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시간가량 무대 위를 쉴 새 없이 드리운 빛과 어둠을 설계한 조명디자이너 류백희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조명을 전면에 앞세운 또 다른 작품으로 무엇이 있을까? 많은 안무가들이 조명을 활용한 작품들을 안무해왔지만 대표적으로 데이비드 파슨스(David Parsons)의 작품인 〈코트(Caught)〉와 러셀 말리펀트(Russell Maliphant)의 작품 〈숨기다│드러내다(Conceal│Reveal)〉를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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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파슨스 〈코트〉 ⓒAngelo Redaelli


〈코트〉는 데이비드 파슨스의 안무 방식 중 하나인 스트로보라이트를 사용하여 창작한 작품으로 조명 디자인은 하웰 빈클리(Howell Binkley)가 맡았다. 스트로브라이트는 빛을 주기적으로 깜빡거리며 비추는 조명 효과를 말한다. 본 작품은 약 6분 길이의 비교적 짧은 솔로작품으로 무용수가 이 조명 효과에 맞춰 100번이 넘는 점프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꺼져 있던 조명이 켜지는 순간 공중에 머물러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종종 우리네가 점프한 순간에 맞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1초라도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점프한다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관객에게 노출하게 되어 댄서에게 고난도의 테크닉과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2년 파슨스 댄스 컴퍼니(Parsons Dance Company)가 내한했을 때 국내관객들에게 소개되기도 한 본 작품은 조명과 움직임을 특수하게 결합하여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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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말리펀트 〈숨기다│드러내다〉 ⓒTristram Kenton


올해 열린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 Dance)의 개막식을 장식하기도 한 러셀 말리펀트의 작품 〈숨기다│드러내다〉는 앞선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조명과 안무가 밀접하게 협업한 결과물이다. 본 작품은 지난 25년 간 그의 작품을 맡아온 조명 디자이너인 마이클 헐스(Michael Hulls)가 참여한 것으로 총 4개의 소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투 엑스 쓰리(Two x Three)’와 ‘피스 넘버 43(Piece No. 43)’에서의 조명 사용이 두드러진다.

먼저 첫 번째 소품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명이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한 여성무용수들을 비추고 그 실루엣을 무대와 객석 사이에 설치된 반투명 막에 투영해내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피스 넘버 43(Piece No. 43)’에서는 5명의 무용수 위에 각각 직사각형 모양의 조명을 투사해 이들의 독립적인 춤을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조명들의 사용은 말리펀트가 프레스 콜에서 밝혔듯이 “무용수가 살아 움직이는 완벽한 조각상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충분하다.

이전부터 조명을 활용한 작업방식은 꾸준하게 안무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단순하게 무용수를 식별하는 데 사용됐던 조명이 안무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연계하여 이제 점차 수준 높은 작품들을 배출하고 있다. 여기서 다룬 조명 뿐 아니라 다양한 무대 메커니즘을 활용한 특색 있는 무용작품들 또한 계속해서 작업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춤을 잠식시키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언제나 흥분된다.



[참고 자료]
· 데이비드 파슨스에 대한 소개 바로가기
·러셀 말리펀트와의 인터뷰 바로가기




권윤희_《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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