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10.26 조회 16956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복사
  • 프린트

무용/동작치료, 무용/동작심리치료에 관하여

최정아_무용/동작치료전문가

무용전공생이 무용/동작치료로 전향하려 할 때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나요?


무용전공생들은 몸에 대한 훈련은 많이 받았지만 심리치료대상으로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이해, 치유적 관계와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의 관점도 잘 다져야 합니다. 몸과 움직임에 대한 이해와 심리이해를 다루는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전공생들은 임상감독을 통한 실습과정을 거쳐야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알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현재 24년 동안의 역사를 가진 (사)한국댄스테라피협회(KDMTA)와 2011년에 설립된 대한무용동작심리치료학회(KSDMP)가 있으며 여러 대학교의 대학원과정(순천향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명지대학교)에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 되고 있습니다.



무용은 타 장르와 달리 신체가 도구이자 움직이는 주체자로 그 차이가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점들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무용/동작치료는 몸과 마음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상처를 받으면 신체로 드러나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영향을 받듯이 무용/동작치료에서는 몸(body),움직임(movement),무용(dance)을 기능하는 신체가 도구이자 움직임의 주체로써 비언어적인 매개를 이용하여 치료를 이끄는 과정입니다.
몸(body), 바디마인디센터링의 창시자 보니 코헨 브릿지는 마음은 바람과 같고 몸은 모래와 같아 마음의 흔적이 몸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몸 안에는 그들이 살아온 역사, 생각, 감정,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몸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외부환경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우리의 몸 안 어딘가에 담겨있고, 몸 전체가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용/동작치료는 마음과 몸의 움직임을 병행해 갑니다.
움직임(movement),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숨을 쉬고, 심장박동, 얼굴표정, 걷고 말하고 움직이는 일상적인 행동전체가 움직임의 영역 안에 속하며 무의식적인 신체체계와 의도적이고 학습된 몸의 기억들로 움직임이 이루어집니다. 로웬(Lowen)이라는 정신분석학자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우리는 거짓을 말할 때조차도 우리의 몸은 긴장을 하고 불편한 행동으로 진실을 표현한다고 했습니다. 무용/동작치료는 습관화된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동작들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찾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움직임을 경험하고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경험하면서 표현되는 새로운 자신을 찾아 가는 것입니다.



무용(Dance), “춤춰라,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Alfred D' Souza) -
“백척간두 끝에서 한바탕 춤추어 보세” -불교법문-
“춤이란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우리가 행위 하는 모든 것이다” -몽골리안 일만년의 지혜-


이처럼 춤이란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몸으로 가장 ‘나’ 답게 드러내는 혹은 감추는 표현양식입니다.
무용/동작치료에서의 무용(Dance)이란 ‘리듬을 가진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모든 일상적인 움직임도 리듬을 갖기 시작하면 춤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고난 자기리듬이 있으며 그것은 사회와 문화 속에 적응하면서 세분화되고 변화합니다. 무용/동작치료에서는 이 리듬을 통해 나타나는 감정이나 이미지들을 치료방법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용은 그 자체로서의 치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정표현에 있어서 카타르시스(정화)작용을 해 주기도 하고 예술적인 승화를 이루어 낼 수도 있습니다.



미술과 음악 치료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무용(또는 움직임)은 예술치료분야에서 폭이 좁은 듯 보입니다. 무용(또는 움직임)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나요?


무용/동작치료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무용/동작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굉장히 많고 다양합니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군부대, 감정노동자등 요즘에는 지역교육이나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지역의 자살예방프로그램과 지역을 소외계층을 만나는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서 아쉽고 무용/동작치료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지금은 여러 분야의 학회에서 학술적인 연구도 실적들을 쌓아나가고 있어 임상현장에서만이 아닌 실질적인 연구들이 뒷받침됨으로써 객관적인 결론들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사회적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무용/동작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예술치유사업으로 사회 안에 위기대상들에게 무용/동작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GS칼텍스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예술치료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무용/동작치료의 대상이 되는 분들은 보통 어떤 분들이신가요?


현재 각 단체에서 진행되는 것을 살펴보면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과 정신과병원, 소년원, 구치소, 도박중독증 다양한 대상이 있습니다.
KDTA: http://www.kdmta.org/therapy/therapy02.php



‘치료’라는 용어가 거리감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예술치료는 정확히 어떤 건가요?


치료라는 말은 누구나 용어적인 거리감을 갖습니다. 심리치료에서 치료란 그의 불편함(마음, 신체, 관계 등)을 치료사와 내담자가 함께 하여 내담자자신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돕고 사회화하여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내적인 힘을 키워 나가는 것입니다.
예술이란 창조에너지의 외적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예술치료에서 의미하는 예술은 외부적인 상황묘사보다는 한 개인의 정신세계 즉, 내적생명력으로부터 탄생한 창조에너지의 소산물이라는데 중점을 둡니다. 따라서 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예술작업들은 고유하고 다원적인 인간 정신세계의 내용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예술치료에서 예술은 예술성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창작과정과 작품에 나타난 상징성을 중요하게 다루게 됩니다.
예술심리치료란 예술의 주관성과 창의적으로 표현되는 경험들을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과학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예술과 과학이 지닌 고유한 양극적 특징은 예술의 창조적 과정에 중점을 두어 전개시킬 때 과학적 특성을 가진 심리과정이 예술에 통합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앞에서 심리학적인 이해가 중요하다고 했듯이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둘로 구분하였는데, 이는 일차적인 과정(primary process)이라고 부른 무의식세계와 이차적인 과정(secondary process)이라고 부른 의식세계로 알려져 있다. 그의 치료원칙 즉, 무의식의 의식화 작업은 예술심리치료에서 내면(무의식)의 세계를 예술을 통한 창작과정을 통해서 외부(의식)의 세계로 표현시켜 외면화하는 과정입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위니컷(Winnicott)은 내면세계와 외부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제삼의 세계 혹은 중간영역(transitional place)으로서 치료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내부의 감각적 표상들에게 외적으로 형태를 부여하는 일은 예술매체를 통해 표현됨으로서 가능하며, 이러한 일은 표현하는 예술작업이 과학으로서의 인체심리학과 만나는 접경지대에서 일어나는 일로, 예술을 통한 내면의 표출에 의해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무용/동작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연극치료 등 비언어적 차원의 경험은 심리적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작업입니다.
즉, 예술치료는 그 매체에 따라 미술치료, 음악치료, 무용/동작치료, 연극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무용/동작치료는 음악, 미술, 연극 등과 함께 예술치료의 한 분야로 움직임을 심리치료적으로 사용하여 개인의 감정, 정신, 신체의 유기적인 통합을 추구하는 심리치료과정입니다.



무용/동작치료는 무용수들을 위한 것인가요?


무용/동작치료에서는 보여 지는 춤이 아닌 느껴지는 춤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움직임에 대해 좋고 나쁘고 우월하고 열등하다는 판단기준을 두지 않습니다. 무용 수업에서는 좀 더 완벽한 몸과 동작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신체표현기능’의 교육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무용/동작치료 세션에서는 ‘심리적 건강’을 추구하는 심리 치료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용/동작치료는 몸이 힘들거나 마음이 힘든, 혹은 몸과 마음의 표현방법이 다른 대상들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등 어떠한 대상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다루는 것이 치료적 목표이고 심리적인 갈등이 해결된다면 신체적 표현기능 향상은 부수적인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무용/동작치료에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을 위한 동작은 없나요?


무용 수업에서는 움직임을 교사가 지도자나 시범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그것을 습득하는 수직적 관계에 있다면, 무용/동작치료 세션에서는 치료사가 내담자들의 움직임을 관찰, 공감하고, 반영해 주는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무용/동작치료에서는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하면서 자신을 좀 더 알아가고 이해해 가며 치료사는 그 과정을 지지해주고, 필요하다면 중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의식화 되지 못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움직임으로 경험하면서 자신을 인식하고 통찰해가는 동안 병리적 증상들이 완화되어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우울증을 가진 내담자가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 안에서 치료사와의 신뢰관계가 형성이 되면 자연스럽게 신체적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고 언어로 의식화되기 힘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치료사와 공유되는 과정에서 내담자 스스로 심리적인 변화나 감정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용/동작치료는 춤으로만 진행이 되나요?


무용 수업에서는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표현 기능 향상을 위한 지시와 일방적인 피드백을 줍니다. 무용/동작치료 세션에서도 움직임을 만들거나 춤을 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언어로써 나누는(Sharing) 과정이 있고요. 내담자의 동작기억 속에서 떠오른 감정이나 초기 기억, 이미지, 상징 등을 언어로 풀어내는 이 과정은 치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언어적인 경험을 언어화하는 과정을 ‘의식화’라고 하는데 그것은 자신이 외면했거나 모르고 있던(무의식적인)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한 감정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식과 통찰을 향한 의식화과정은 인격의 성숙 혹은 성장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무용/동작치료에서는 춤을 추거나 움직이는 경험보다 그 경험을 나누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정아_무용/동작치료전문가 최정아는 무용/동작치료전문가입니다. 현재 트리인마인드예술치료연구소 소장과 성안드레아병원예술치유센터에서 무용/동작치료 팀장으로 있습니다. 삶의 과정에서 잠시 지치고 힘든 여성, 청소년, 직장인, 소외계층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무용/움직임을 통해서 그들이 삶의 리듬이 변화하는 과정을 돕고 지지합니다.


최정아_무용/동작치료전문가


목록

댓글 0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