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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6.09.29 조회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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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해외 문화원 진출기

김경희_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협력코디네이터

국내에서 활동하던 기획자가 해외문화원에 진출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요?


행정원 채용과 관련해서는 해외문화홍보원이나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확인하실 수 있고요, 저의 경우에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교류 전문가 양성사업인 NEXT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원에서 파견 근무한 후 문화원과 별도로 계약을 맺은 케이스입니다. 행정원이 아닌 문화예술 전문가를 별도 채용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NEXT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해당 프로그램은 그간 한국과의 교류가 미진했던 국가에 주재하는 한국문화원에 공연예술 혹은 시각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파견하여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제교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인데요,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약 10개국에 문화예술 전문 기획자를 파견하여 해당 국가의 문화예술 동향 및 인프라에 대한 리서치와 함께 문화원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별도의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문화원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물론 해당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잘 알고 계시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해외 특정 국가에 집중하여 리서치를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죠. 제 경우 아르헨티나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영어가 상당히 안 통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비영어권 국가의 한국문화원에서는 행정원도 해당 국가의 언어를 전공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요. 실질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언어를 습득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열린 사고와 유연한 태도로 해당 국가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 문화원의 경우, 기획이 이뤄지는 과정(작품/아티스트 섭외과정 및 예산측정 등)이 궁금합니다.


아르헨티나 문화원의 경우 연말부터 다음 해 사업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는데요, 기본적으로 문화원에서 매년 진행하는 연속사업들이 있고 그 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나 국내 문화예술 유관기관과의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죠.
제 경우엔 자체기획 프로젝트로 현지 공연예술축제나 공간에 한국 아티스트 초청을 먼저 제안하여 직접 초청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협력 사업을 진행해왔어요. 제가 문화원 협력 코디네이터로서 현지 주최 측과 한국 아티스트 간의 소통을 지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지에서 국내 교통과 숙식, 공연 사례비를 지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고 보통 국제 항공비까지는 커버가 되지 않아 국내 기금 등을 활용하였습니다.
작품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물론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데요, 우선 아르헨티나가 너무 멀리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무대나 구성원이 조금 간결한 작품을 선호하게 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언어적인 요소가 너무 크게 차지하지 않는 작품을 탐색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공식적인 모집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어도 제가 특정 작품을 선정하여 초청을 매개하는 것은 아니에요. 협력 기관/축제 측에 대한 사전 리서치와 예술 감독과의 오랜 소통을 통해 해당 기관/축제에 잘 맞을만한 공연을 선별하여 제안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현지기관과 국내단체 사이에서 계속 조건과 일정을 조율해가며 진행하는 거지요. 한 기관에서의 초청이 확정되고 나면 해당 기간에 투어를 엮을 수 있을지, 부대행사를 만들 수 있을지 타 기관들과의 접촉을 시작해요. 예를 들어 제가 NEXT 파견 당시 진행했던 프로젝트 사업이 아르헨티나 국립현대무용단과의 협력으로 국내 안무가를 초청하여 체류 기간 중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여 현지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의 형태로 발표하는 것이었거든요. 한국에서는 모던테이블의 김재덕 안무가가 초청되었고 이 기간에 아르헨티나 국립예술대학교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별도로 진행하였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또 김제민 작가가 현지 레지던시에 참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방문하신 것을 계기로 국립2월3일대학교에서 전공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아트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고 극단 하땅세가 메르코수르 국제연극제에 초청된 후 다른 공간에 투어를 연계하기도 했죠. 초청사업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가장 큰 변수인 국제항공이 해결되었다는 것이니 아무래도 추가 사업을 제안하기가 수월하기도 하고요. 아르헨티나는 특히 거리가 멀기에, 한국에서 아티스트들이 오시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해요. 같은 맥락에서 인근국가에 오시는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시기도 하고요.



일반 기획과(축제, 공연, 전시 등) 문화원 기획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일단 기조가 다르겠죠. 문화원에서는 한 아티스트나 특정 장르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장르의 다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있고, 주재국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 혹은 주재국민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으니까요. 공공성도 중요한 포인트이에요. 아무래도 사업 자체의 영향력보다는 사업의 의의에 포인트를 두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리고 물론 문화원의 사업들은 비영리적인 사업이라는 것이 큰 차이가 될 것 같습니다. 문화원 사업의 경우 오히려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지양하게 되니까요. 부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재원조성이나 영리적인 부분에 크게 제한받지 않고 사업을 구상할 수 있으니 기획자의 입자에서는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너 사진: 김경희제공, 김재덕안무가의 아르헨티나 국립현대무용단과 창작한 <공간적 장력>




김경희_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협력코디네이터 김경희는 연극 기획과 음악 및 무용분야 국제교류 코디네이팅을 주로 해왔으며 2013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NEXT 프로그램을 통해 주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 파견근무 후 현재는 동 문화원 협력코디네이터로서 공연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김경희_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협력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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