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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6.12.29 조회 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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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 안무가와 무용수가 말하는 ‘우리들의 작업’

노경애, 윤상은 _ 안무가, 무용수

노경애와 윤상은은 2012년 공연 <MARS>를 시작으로 2016년 11월 플렛폼 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에서 공연한 <더하기 놓기 +,>에 이르기까지 안무자와 무용수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한 달 후, 공연에 대한 소회와 예술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줌아웃 안무가, 무용수 노경애, 윤상은 관련 사진

<더하기 놓기 +,> 사진: 이운식


더하기 놓기 +, 의 시작과 가야할 곳


윤상은: <더하기 놓기>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할까요?

노경애: 2013년에 광주 아시아 극장에서 당시 예술 감독이었던 김성희 감독님이 광주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저와 서울의 예술가들 몇 명이 내려가서 광주의 예술가들과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기호’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된 거예요. 그 때 기호를 주제로 다양하게 리서치를 했어요. 저는 컨셉을 제안하고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이었고, 다른 9명의 작가들이 시각예술이나, 퍼포먼스 등 각자의 방법으로 전시나 작은 퍼포먼스를 하는 작업이었어요. ‘하이쿠1)’와 ‘회의(會意)2)’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흥미로웠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에서 그 예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광주 시민들이 만든 독특한 사물들을 거리에서 발견했고 그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작업했어요. 다른 작가들은 다른 주제로 하고요. 그 이후에 이 작업을 발전 시켜보고 싶었는데 언제가 가능할지 몰라서 기다리다가, 올해 초에 김해주 선생님이 제안해주셔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윤상은: 저는 선생님이 ‘기호’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항상 궁금했어요.

노경애: 굉장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요. 그런데 리서치를 하다보니까 기호라는 게 굉장히 방대하고, 모든 사회가 다 기호화되어있고, 특히 예상치 못했던 일상에서 만들어진 사물들도 사실은 다 기호화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윤상은: 사실 저는 그 얘기가 재밌었거든요. 선생님이 이 작업을 하면서 하셨던 말씀 중에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항상 있었다’고, 왜 우리 작업 또한 보편적인 개념을 비틀어서 다르게 보자는 작업이었잖아요. 혹시 선생님이 기호에 관심 있던 이유가 선생님이 평소에 가지셨던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노경애: 맞아요. 그런데 그것은 ‘기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번 ‘더하기 놓기’할 때의 생각이에요. 물론, ‘더하기 놓기’ 작업의 주제가 방대한 ‘기호’ 작업에서 파생된 것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요. ‘더하기 놓기’는 단순하게 A와 B를 더하고, A 옆에 B를 놓는 것인데, 정말로 가닿고 싶었던 건 그 두 개를 동시에 놓음으로서 A가 정말 이럴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어요. 다른 것을 더하거나 놓음을 통해서 하나의 존재가 새롭게 읽히게 하는 거죠. 그런 생각은 제가 오래전부터 해 오던 생각이에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는 논리적이기 때문에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지식을 통해서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 중 사실은 맞지 않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해왔고, 사람들이 ‘A는 A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하나의 존재가 가지는 고유성이나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지각을 조금 흔들고 싶었죠. ‘더하기’는 무엇인가 더 좋게 하는 행위인데, 저는 더하기를 통해 하나의 고유성을 흔들고 깨뜨리고 싶었어요.

윤상은: 그렇군요. 마치 처음 듣는 얘기처럼. (웃음)

노경애: 6개월을 같이 작업했는데, 너무 가식적이야...

윤상은: 우리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마치 관객으로 본 사람처럼.(웃음) 저는 뭔가, 선생님이 가진 주제에 동의가 되고, 흥미를 느껴서 같이 하게 되었고, 같이 작업하는 기간 동안에 저에게는 확실히 A를 조금 다르게 보는 의식의 흐름이 생기기는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정말 우리가 그런 작업을 한 걸까. 항상 의문이었어요.

노경애: 저도 그 것은 질문이었어요. ‘이것을 했다’고 하기에는 살짝 흔드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나? 할 정도로 어떤 시도는 있었지만 완전하게 그 걸 한 것 같진 않아요. 그렇지만 시도를 한다는 게 저한테는 중요하고, 시도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재미있지만 힘들고 괴로운 것이었고... 저한테는 시도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어요.

윤상은: 그렇다면 이 걸 계속 발전시킬 생각이 있으세요?

노경애: 네, 왜냐하면 <불특정한 언어> 라는 작업을 할 때도, 2년에 걸쳐서 작업했어요. 어떤 때는 영상으로 하고, 어떤 때는 길거리, 작은 오피스텔, 무대 등 장소가 바뀌면서 다른 형식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이 작업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다만 제가 지치지 않을지 모르겠어요. 끊임없는 싸움이니까. 뭔가를 해나간다는 게, 여러 가지 상황도 도와줘야하고,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밀고 나가야하는 거니까. 쉽진 않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좀 길게 보고 다듬어나가고 싶어요.



줌아웃 안무가, 무용수 노경애, 윤상은 관련 사진

<더하기 놓기 +,> 사진: 이운식


작업 안의 이상적인 협업과 대안 찾기


윤상은: 선생님이 작업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노경애: 사람들? 사람들과의 관계. 제가 좀 독단적인 부분이 있는데, 공연예술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이루어 나가야 하니까요. 물론 그 것에 큰 가치를 느끼고, 같이 작업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도 많은데, 한편으로는 내가 예술적으로 지켜내고자 하는 것과 사람들 사이의 의견을 수용하고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것 사이에서 힘든 것 같아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제안했을 때, 안무가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제가 원하는 것을 해나가면서 동시에 그런 조화를 잘 이루어가는 것이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윤상은: 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선생님이 지금 말씀하신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조화로운 작업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 공연 형식상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거든요.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너무 애쓰신다.’

노경애: (웃음) 애 많이 썼어.

윤상은: 애를 써야 되는 것도 맞는데, 한편으로는 굳이 그렇게까지 애를 써야하는 생각도 들고.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들어보고 조화롭게 한다는 게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생각 아닌가.

노경애: 제가 한국에서 작업을 할 때 겪는 여러 오해들 중 하나가 ‘작가들이 동등하게 만나 함께하는 공동 협업’과 ‘한 사람의 작품 안에 작가로 들어가는 것’이 다른데 그 구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요. 어떤 작업은 작가들이 동등하게 만나서 공동 협업을 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내가 무용수로든, 시각예술가로든 한 사람의 작업을 잘 도와주고 구현해주는 작업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에도 많은 작가들이 동등하게 협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윤상은: 그래요?

노경애: 네, 저는 그런 오해를 많이 받게 되요. 그게 저한테는 놀라운 부분이었어요.

윤상은: 그런데 저는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네요. 왜 누군가의 작업에 참여할 때 전적으로 도와주는 마음이 되기가 힘든가. 생각해보면, 내가 누군가의 작품을 도와줄 때, 나에게도 어떤 이득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이득이라는 게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선생님 작업을 도와드리고 구현하는 사람으로서 6개월을 같이 했잖아요. 그런데 가끔은 내가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한 사람의 작품을 위해 투자할 만 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저는 예를 들어,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고, 선생님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가 있었고, 이번에 참여 해주신 많은 분들 또한 어떤 각자의 이유가 있으셨겠지만, 어떤 분들 같은 경우에는 주제가 흥미롭다 하더라도 딱히 투자 대비 나에게 돌아오는 공은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뭔가 누군가의 작품을 도와주려고 하기보다는 ‘그럴 바에는 내 작업을 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것은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공연예술계 안에서 누군가의 작업을 도와주고 난 후 물질적인든 비물질적이든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돈 문제는 여기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라 제외하고, 비물질적인 보상을 생각했을 때, 저는 제대로 된 비물질적 보상이란 어떤 작업이 참여한 사람 모두에게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러기엔 지금의 구조는 작업이 끝나고, 평이 좋든 안 좋든 안무가가 모든 책임을 지고, 혼자 인터뷰하고, 참여자들은 마치 해치웠다는 듯이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는 실정이죠. 저는 그럴 때마다 ‘혹시 내가 누군가의 작업에 참여하고 난 후, 내가 이 작업에 대해서 발언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환경이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도 공식적으로 발언할 기회가 많고, 발언이 요구 된다면 작업에 더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작업을 더 신중하게 고르고, 작업을 시작하면서 부터도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아요. 단순히 남의 작품 도와준다는 것을 넘어서요.

노경애: 지금 우리도 그러고 있잖아요. 우리 둘만 이런 거 하고.



줌아웃 안무가, 무용수 노경애, 윤상은 관련 사진


줌아웃 안무가, 무용수 노경애, 윤상은 관련 사진



윤상은: 근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이 상황이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죠. 제가 어떤 사람의 작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발언할 수 있었던 기회가 그 동안 전혀 없었어요. 저는 이번 춤in 에서 제게 컨택한 게, 정말 예외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부자들이 공식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창이 정말 없었던 것 같거든요. 제가 ‘떵샤의 모던댄스3)’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공연예술 안의 내부자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노경애: 그거는 나도 그래요. 퍼포머들이 무슨 생각을 했고, 뭘 느꼈고 하는 걸 별로 알 기회가 없었거든. 근데 한편으로는 공연 너무 힘들게 준비하고 좀 쉬고 싶은데, 또 다시 모여서 발언 하라고 하는 게 너무 무리한 요구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그런 것이 내부자들한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걸 그렇게 듣고 싶어 할까. 하는 의문도 들어요. 흥미로울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상은: 아 그럴까요? 관객 입장에서 본 대로만 느끼고 싶다?

노경애: 잘 모르겠네. 작업을 같이 한 사람으로서는 그런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이번 작업 같은 경우에는 특히 함축을 너무 많이 시켜서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왔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윤상은: 저는 선생님 얘기 들으니까 또 작업마다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작가 같은 경우에는 작업의 전반을 드러내는 걸 꺼려할 수도 있으니까요.

노경애: 이번 작업은 드러내고 싶은데 못 드러낸 것 같아. (웃음)



시끄러운 사회 속에서 예술의 형식 실험이란


윤상은: 아시다시피 제가 사회적 관계들, 문제들에 관심이 너무 많고, 무용공연 노동자(?)의 경험이 점점 쌓이다 보니까 이러다가는 정작 내 작업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엔 특히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귀가 외부로 열려있는데, 그럴수록 내가 예술 작업으로 뭘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을 볼 때는, 공연도 별로 안 보러 다니시고, 교회에만 가시고(웃음), 자기 작업 몰두해서 하시는데, 저는 여러 가지를 보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그러는 게, 제 작업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또 제가 안무자로서의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까 제 언어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인데, 그러니까 더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반면 선생님은 완고하게 해오던 게 있으니까, 쭉 밀고 나갈 수 있으신 것 아닌가 부러워요.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노경애: 저는 처음에 안무를 했을 때 여러 가지 질문이 있었어요. 공연에서의 음악이 뭔지, 빛이 뭔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뭔지, 시간성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 또 제가 시각예술에 대한 흥미가 커요. 그래서 그 형식을 어떻게 공연예술로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작업을 행하기 전에 그런 질문들이 너무 많았어요. 단시간에 생겨난 질문은 아니고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거겠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하니까 일반적이지 않은 저의 색깔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네덜란드에서 첫 작품을 했을 때도 그랬고, 최근에 <불특정한 언어>라는 작품도 잘 못된 것과 잘 된 것의 경계에 관한 것이었는데, 무엇이 잘 못 되고, 무엇이 잘 못 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8년 정도? 사고를 깊이 했다기 보다는 항상 지니고 있는 생각처럼. 어쨌든 그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나가다 보니까 어떤 방법론들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움직임을 찾는 것에도 그렇고, 그걸 구성해 나가는 방법에도.

윤상은: 여기서 음악과 빛 이야기는 무대 안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노경애: 네, 제가 처음 안무를 시작했던 게 2001년 이었는데, 그 때까지는 음악이 공연예술에서 필수적인 요소였고, 많은 장면에서 음악을 사용했어요. 그 때 저는 소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소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러다가 음악이 계속 없다가 마지막에 나오고, 이런 식의 시도를 했었고, 조명도, 요즘엔 다양하게 빛을 쓰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무용수가 무대에 있으면 조명은 그 무용수를 보여주고, 얼굴이 보여야 되는 용도로서만 썼었는데 저는 빛이 공간을 구역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빛은 이 쪽을 비추는데, 무용수는 다른 쪽에 있고, 그런 방식을 시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사이의 경계를 좋아해서 빛을 그렇게 쓰려고 했거든요. 또 시각 예술의 형식 중 편집 기법을 공연 예술로 가져옴으로서 블랙아웃도 많이 썼고요.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게 아닌데, 그 때 당시에는 새로웠던 것 같아요. 당시 외국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무용수들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어떡하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밀고 나갈 수 있었어요. 다행히 끝났을 때, 좋은 평을 많이 받았죠. 그런 것처럼 이렇게 뭔가 저의 기법이 확고하게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런 기법이라는 게, 내가 궁금한 것들, 내가 질문하는 것들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게 뭐냐면, 너무나 하나의 스타일이 확고해지면 그게 또 어떤 틀에 갇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때로는 이 쪽으로도 가도, 저 쪽으로도 가는, 완전히 다른 것도 하는 안무가이고 싶은데, 항상 선택할 때 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딱 있어요. 이번에 같이 작업했던 장홍석 퍼포머도 “선생님, 너무 선생님 것을 벗어나려고 할 필요가 없고, 지금 작업도 좋으니까 그냥 끌고 나가시면 좋겠어요”라고 해주는데 그 말이 너무 고맙죠. 고맙지만, 개인적으로는 답답할 때가 있어요. 관객이 좋다고 하기 전에 제가 스스로 재밌으면 그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제 안에서 예상치 못했던 시도가 나올 때 재미를 느껴요. 항상 써왔던 방법, 언어를 선택하기보다.

윤상은: 저는 선생님이 무대 안에서 형식 실험하시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저도 안무할 때 그런 걸 좋아하고 ‘작업해야지’ 생각하면 그런 쪽으로만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해 놓고서도 그런 작업들이 너무 엘리트주의적인 작업이지 않은가 고민돼요. 저도 완전히 무용계 풀코스(?)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무용기법, 무대기법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경험하고 그런 걸 새롭게 바꿔보는 게 재밌는데, 반면, 지금 같은 시대에 내가 이 것으로 무슨 메시지를 줄 수 있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술 형식 실험은 그 걸 다 아는 사람들, 경험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해서 저게 새로운 시도인 것을 아는 사람들한테는 놀랍고 흥미로울 수 있는데, 만약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걸 읽을 수가 없잖아요. 그럴 때는 장벽이 느껴진다는 거죠.

노경애: 굉장히 높은 장벽이죠. 이번 공연에도 제가 아는 분들 보러오셨는데, 이게 뭔가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그 공연은 뭔가를 좀 알아야 이해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가족들도 제 공연 보면 ‘이게 뭐냐’ 그래요.

윤상은: 그럴 때, 우리 어떻게 해야 되나요?

노경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내가 이걸 하고 있는 거니까. 나도 한 때는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건 내가 선택한 거고 믿고 있는 거니까.

윤상은: 저는 그래서 아예 분리를 시킨 것 같아요. 예술작업을 하는 것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 제가 이 두 개를 합쳐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아직 시도를 많이 안 해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제가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을 정말로 원한다면 그냥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행동하는 수밖에는 없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사는 고양시에서 시민단체 활동(고양시 고양청년조례운동과 여성주의 공동체 모임 참여)하고 그러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행동을 할 때는 예술가가 아니라,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있는 거죠. 가끔은 그 쪽에 있을 때도 무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하지만, 굳이 연결시키려고 안하는 것 같아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예술 작업은 또 별개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노경애: 저는 두 가지 작업이 다 가치 있는 것 같아요. 예술 작업도 가치가 있고, 어떤 정치적인 것이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내는 작업도 가치가 있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형식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거예요. 많은 예술작업들이 정치적인 이슈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데, 형식을 잘 못 선택해서 안 하니만 못한 사례를 봐요.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때, 사진이 좋은 방법일 때가 있고, 영상이 좋을 때가 있고, 글이 가장 좋은 방법일 때가 있는데 그 것을 굳이 공연화해서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그 걸 어떤 형식으로 담아 낼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해요. 사실 2015년에 광주아시아극장 개관 페스티벌에서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정치적인 이슈를 담아내는 작업을 많이 봤어요. 그런 작업들은 좋았던 것 같아요. 예술가는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니까 사회적인 이슈들을 어떻게 새로운 예술작업으로 담아내느냐는 가치가 있는데, 가끔 생각이 극단적일 때는 위험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야만 가치 있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요. 저는 예술가들이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바라보는 사회현상이 진리일까, 진실일까. 항상 의심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현상이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거든요. 10년의 시간이 지나가고서 보면 우리가 잘 못된 선택을 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남한과 북한이 처음에 나뉘었을 때, 북한에서 제안하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너무나 이상적이었고,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를 선택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봤을 때, 공산주의가 가진 모순이 들어나고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진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거죠. 이 것을 내가 예술작품으로 하냐, 안 하냐, 그 이 전에 내가 지금 바라보고, 믿고 있는 것이 참 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우선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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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은: 그 것을 알려면, 계속 공부를 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바라보는 게 진실이냐 아니냐를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계속 볼 수가 있어야하는데, 그런 객관성은 공부를 많이 해야 확보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특히 시끄러워서 여기서 이 얘기하면 이게 맞는 것 같고, 저기서 저 얘기하면 그게 맞는 것 같은데, 내가 모든 자료들을 취합해서 어떻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노경애: 저도 요즘 참 시끄러운데, 제가 그 가운데서 휩쓸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나는 예술가니까 내 것만 할 거야’ 이게 아니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밖으로 드러나기 전에는 함부로 행동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다수의 사람들의 이게 옳다고 주장하는데,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일부는 진리지만, 일부는 진리가 아닌 부분이 있을 텐데, 그런 가운데 아직은 내 중심을 갖고 있고 싶고, 다수 중의 한 사람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이게 진실인지 아닌지가 내 안에서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쉽게 행동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윤상은: 저는 확실히 행동파는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인권에 관한 문제에서는 그게 진리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인권감수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 그런 게 있어요. 뭐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노경애: 작년에 광주에서 마크 테 작가의 <발링회담> 작업에서 너무 좋았던 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형식도 너무 좋았지만, 배우들 중에 정치인도 있고, 학교 선생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예술가이기도 하다가 행동가이기도 한. 그러면 안 될 이유가 없잖아요. 단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는 건, 누군가가 푸시를 하니까 저렇게 안하면 안 될 것 같고, 저게 맞는 것처럼 행동 하는 것.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고 그래서 결정하면 좋겠어요.

윤상은: 그러니까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안무가와 무용수의 흔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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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 놓기 +,> 사진: 이운식


노경애: 상은은 자기 작업 할 거예요? 언제 할 거예요?

윤상은: 하고 싶은데, 저는 아직 형식적인 것도 그렇고, 내용적인 것도 그렇고, 좀... 제가 학교를 너무 일찍 졸업한 것 같아요. 제가 시도를 학교에서 많이 했어야 하는데, 시도를 별로 안하고 후다닥 학교를 나온 것 같아요. 이제는 다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 게 너무 부담 되요. 제가 시도를 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고. 그런데, 유럽의 무용가들은 무용수도 했다가 안무자도 했다가, 그렇게들 한다는데, 물론 우리나라 무용가들도 그렇고. 근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노경애: 이번 작업에서 좋았던 거 하나는 퍼포머들이 안무가로서도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제가 도움을 받는 게 많았어요. 우리가 마지막 공연 날 갑자기 마지막 부분 순서를 다 뒤집어엎고 새로운 것을 했을 때도, 다른 때 같았으면 여러 번 체크 해보고 그랬을 건데 이 번에는 한번 해보고 더 하자고 할 필요가 없었어요. 퍼포머들이 실력 있는 무용가들이고 또 자신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었기에, 이 작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하고 그러니까 실제 공연에서도 그럴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걸 봤을 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과정에서 퍼포머가 또 다른 안무가로서 제게 조언을 해 줄 때도 많았고, 공간에 대한 것, 의상, 구성에 대한 것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윤상은: 선생님은 무용수를 캐스팅하는 기준이 있으세요?

노경애: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 좋아해요. 퍼포머 마다 매력과 장점이 다 다른데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람들 좋아 하는 거 같아요. 2013년에 제가 상은과 처음 작업 했을 때 카톡 프로필 사진보고 단박에 작업하자 했어서,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무슨 무용수를 얼굴보고 캐스팅하냐. 했어요. 그런데 사실 어떤 사람을 보면 단박에 그 사람의 감각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지금에야 말하지만 사실 상은도 그런 경우였어요. 항상 너무 좋은 퍼포머들과 작업을 해요. 제 복이죠.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퍼포머는 안에 있으면서도 밖을 볼 수 있는 퍼포머가 좋아요.

윤상은: 안에 있으면서도 밖을 볼 수 있는... 그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노경애: 상은은 되게 그런 퍼포머에요.

윤상은: 아닌데.

노경애: 아니야, 그래, 그래서 이번에 더 특별히 요청을.

윤상은: 아닌데, 나 안만 보는데. 나 밖 안 봐.

노경애: 개인적으로 이상한게 우리가 2013년에 <MARS>라는 작업 했을 때, 상은이 내부적으로 되게 중요한 머티리얼들을 많이 제공하고, 구성적인 것도 이야기 많이 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막상 공연 후에는 많은 관객들이 상은 얼굴 표정이나 이런 게 불편하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업에서 네 명 퍼포머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또 상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거예요. 사실 저는 2013년도의 상은과 지금의 상은이 다른지 잘 모르겠거든요. 저는 그 때도 좋고, 지금도 좋은데, 관객들의 반응은 다르니까, 왜 그런가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성장했나?

윤상은: 작업이 다르잖아요.

노경애: 그런가? 작업이 별로 안 달라. 사람들이 비슷하데. (웃음)

윤상은: 아니에요, 달라요. 마스랑 달라요. 사실 그래서 <MARS 2> 할 때, 저 표정 중립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 받았잖아요.

노경애: 아니 나는 사람들이 피드백을 그렇게 주니까 ‘그래야 되지 않나’ 그런거지, 제안하면서도 꼭 그래야 되나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윤상은: 아 그랬어요? 저는 근데 그 말이 동의가 됐던 게 그 땐 퍼포머가 좀 사물화 됐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굳이 사물화가 안 돼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좀 나를 드러내도 되겠지’ 하면서 나를 드러냈죠. 그게 다르다니까요!

노경애: 알았어, 어쨌든.

윤상은: 근데 위성희씨(지인)가 얘기해준 게, <MARS>랑 <더하기 놓기 +,>가 되게 다르대요. <MARS> 때는 움직임 머티리얼도 엄청 섬세하게 뽑아내고 치밀하게 칼 같은 게 있었다면, 이번 작업은 퍼포머를 좀 풀어놨다(?)는 느낌이 있었대요. 노경애: 정확하게 찔렀네.

윤상은: 그래서 성희씨가 뭔가 노경애 선생님이 달라진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노경애: 저 옛날 작업 보면 성격이 진짜 안 좋게 느껴지나 봐요. 작년부터 계속 함께 작업 해 온 강진안 무용수가 옛날에 제 작업만 보고는 저 성격 되게 까칠한 사람인줄 알았데요.

윤상은: <MARS>랑 <Form From>보고요? <Form From>보셨으면 좀 이상하게 보였을 수 도 있겠어요. (웃음) <Form, From>은 좀 심했어. <MARS>는 그래도 막판에 풀어주잖아요. <Form From>은 끝까지 안 풀어주거든요.

노경애: 되게 고집스럽게.

윤상은: 제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하니까, 예전에 무용수를 할 때는 배운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엔 그런 느낌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심적 갈등이 점 점 더 심해져요. 그게 성장이라면 성장인데.

노경애: 그럴 수밖에 없어. 나도 그래, 나도 누군가의 퍼포머를 하면, 쉽게 Yes를 할 수가 없는.

윤상은: 그게 맞는 걸까요.

노경애: 맞는 거라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윤상은: 그래야 작업에 발전이 있기도 하겠죠.

노경애: 그런 사람이 또 그만큼 해내는 것 같아. 그만큼 해내기 때문에 납득이 되지 않는 작업에 쉽게 오케이를 할 수가 없는 것 같아. 저 같은 경우에는 안무로 작업을 할 때는 많이 포용하려고 하지만, 퍼포머를 할 때는 굉장히 날카로워요. 안무가가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면, 물론 기다려주는 시간도 있죠, 안무가가 흔들릴 때도 있다는 거 아니까, 하지만 심하게 맞지 않는다고 하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윤상은: 저도 하면서 질문이 많아져요. 그런데 그게 내 의견이 맞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에요. ‘날 설득 좀 해봐’ 이런 느낌으로 질문하는 것 같아요.

노경애: 그게 맞아요. 내가 옳다는 게 아니라, 같이 찾아나가자는 것. 다른 작가하고 작업할 때는 어때요?

윤상은: 제가 근래 들어서는 심적 갈등이 많아져서 트러블도 많이 생기고 그래요. 제가 확실히 날카로워졌어요. 안무가가 하고 싶은 거 해주기로 마음먹기까지가 오래 걸려요. 아까 처음에 얘기했던, 이걸 해서 나한테 무슨 이익이 돌아올까를 생각하게 되요. 이게 정말 나쁜 건데. 이 게 좋은 태도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노경애: 아니면 지금 그런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은이 삶에서도 어떤 질문이 들듯이, 작업에서도 그런 거 아닐까. 근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거. 질문들이 있고 찾아야할 답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아. 답을 못 찾는다하더라도.



작업이 거쳐 간 긴 시간 속에서


윤상은: 선생님 작업은 연습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이잖아요. 요즘 퍼포먼스 작업 중에는 단기간에 컨셉으로 선보여지는 작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선생님 작업이 유독 긴 이유와 거기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노경애: 사실 그 게 퍼포머 분들과 드라마트루그 그리고 같이 작업 했던 프로젝트 어시스턴트 분들한테 미안한 부분이죠. 제가 작업을 길게 하는 이유는 어떤 질문이 있는데 그 걸 어떻게 구현할지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래요. 이 작업도 사실 컨셉이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게 어떻게 공연화 될 수 있냐. 하는 질문이 많았어요. 시각예술로는 작업이 되는 원리를 알겠는데 이게 어떻게 공연화 되고, 움직임으로 나올 수 있느냐하는 질문이요. 저 같은 경우는 그 것이 어떻게 될 거라는 걸 알아서 작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될지를 찾아나가고 싶은 거죠. 근데 제가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나갈 때는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고, 그 것이 무수히 반복되는 것 같아요. 제 안의 질문과, 같이 작업하시는 분들의 질문을 통해서 전혀 모르는 것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길게 시간을 두고 작업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단기간에 해야 할 때는 리서치를 조금 하고 갑자기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공연을 한다는 것은 그런 책임감과 압박감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가 다 찾아지지도 않았는데 모르는 것을 결과로서 공연이라는 형식에 담아내야할 때 참 안타깝죠. 긴 작업은 실험을 좀 더 길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장홍석 무용수가 이런 말을 했었어요. “선생님 작업은 하얀 백지같다.” 작업 중반에도 “이게 어떻게 공연이 될지 그려지지 않는다.”고. 저는 그런 질문 들으면 재미있어요.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웃음). 저는 근데 스스로 질문하고, 실험하고, 뒤집어보고, 찾아보고 싶어서 길게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윤상은: 저도 그 말씀에 참 동의가 되는 게, 저는 공연을 볼 때, 무용수와 안무자가 거친 그 시간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공연 자체는 한 시간 남짓이지만, 그 것이 나오기 까지 분명 어떤 시간을 거쳤을 때만 나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노경애: 저는 옛날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어떤 컨셉으로 순식간에 아이디어가 드러나게 작업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일꾼처럼 파야 된다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작업 같은 경우에도 ‘더하기’라는 한 주제를 사진으로도 작업하고, 글로도 하고, 사물로도 해왔는데 이게 어떻게 움직임으로 될 수 있느냐. 질문이 나왔잖아요. 그런 걸 찾아 나갔던 것 같아요. 퍼포머분들이나, 드라마트루기분들의 의견이나 도움도 많이 구하고 그러다가 조그맣게 풀린, 가능성이 나왔던 것 같아요. 어떤 작은 발견들이 긴 시간 안에 있을 때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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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고유의 단시형(短詩形).
2) 이미 만들어진 둘 이상의 한자를 합하여 새로운 뜻을 나타낸 원리이다. '信(신)'은 사람〔人〕의 입에서 나오는 말〔言〕은 성실해야 한다는 데서 '믿다'의 뜻을 나타낸다.
3) 윤상은의 개인 블로그, 무용작업의 프리뷰와 무용가들 인터뷰 기사를 올리고 있다.
http://blog.naver.com/yse216




노경애_안무가 네덜란드의 EDDC(European Dance Development Center)에서 안무를 전공하고, 2005년 벨기에에서 유럽 안무가들과 함께 ‘vzwCABRA’를 창단하여 현재까지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0년부터 한국에 기반을 두고서, <불특정한 언어> (2010-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독일 포츠담 tanztage festival, 포르투갈 Imaginarius Festival ), <Two Aspect> (2011-2012 서울- 요코하마 댄스 커넥션), <MARS>(201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3 페스티벌 봄), <가로세로>(2013 광주아시아예술극장), <Rita>(2011-2013 벨기에CABRA 협업프로젝트), <elbow mountain tooth> (2014 벨기에-한국 신진작가 교류 프로젝트 기획), <줄자 -/ 정류장> (2015 백남준 아트센터 안무사회 프로젝트), <신체-사물을 춤추다>(2015 리움미술관), <더하기 놓기 +,>(2016 플랫폼-엘 컨템포퍼리 아트센터) 등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2년 CABRA 협업프로젝트인 <This Place>가 광주아시아예술극장 국제공모작에 선정되었으며, 작업 <Form From>은 2012년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육성지원사업 NArT에 선정되었다.

윤상은_안무가, 무용수 어렸을 때 부터 발레를 전공하였고 이화여대 무용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노경애, 최은진 등 다양한 안무가와 무용수로서 함께 작업하였으며, 2014년 문래예술공장 MAP에 선정되어 안무가로서 <코펠리아- 입을 다문 존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를 발표한 바 있다. 2016년에는 지금까지 겪어온 공연예술계 내부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이버 블로그 ‘떵샤의 Modern Dance’ (http://blog.naver.com/yse216)를 개설하여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외 경기도 고양시의 주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고양시 청년조례운동 TF팀 활동과 여성주의 공동체 ‘고양페미(가칭)’ 활동을 하고 있다.



노경애, 윤상은_안무가,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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