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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자연스러운 것이 너무 좋았어요. 더군다나 저는 이런 공연 혹은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 손쉽게 펼쳐질 수 있겠다 생각됐어요. 꼭 자리를 만들고 형식을 다 갖춘 형태의 공연이 아니어도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하고요. 그래서 춤이라는 것 혹은 그 외에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한 공간에 영상을 틀 수 있는 프로젝트, 화면이 비춰지는 스크린,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 그리고 거기에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조명기가 있고 그 공간에 무용수만 들어오면 심플하게 사람들하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야기 구성도 재밌지만,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도 재밌었어요.
무용을 볼 때 이제는 극장을 대관해서 사람들을 불러서 공연을 소비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고, 영화도 큰 예산을 들여 만들어지고 있지만 극장에 사람들을 부르는 부분이 쉽지 않아지고 있어요. 자본이 크게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작업을 하게 되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많은 의견 속에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방법을 잃게 되죠. 자존감과 관련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무용을 소통하는 방식, 영화를 소통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진 방법이지만 이제는 그 기능이 다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새 시대의 방향은 적은 인원이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포착하는 예술의 형태가 새 시대를 대비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변화하고 있는 우리 예술계에 우리가 해야 할 새로운 시대 속 형태의 예술로 보이는 것 같아요. 대신 단점은 돈은 많이 벌지 못 할 거예요. 하지만 자존감과 관련해서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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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참 열려 있으신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내용도 그렇고 이번에 공연하면서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도 느꼈어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스크린이 잘 펴지지 않았거나 구김이 있을 때는 그냥 봐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본인의 영화가 좋은 스크린에서 보여 졌으면 하는 것이 보통 감독님들의 마음일 텐데, 감독님은 스크린 상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셨어요. 전체적인 그림을 더 보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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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었잖아요.(웃음)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야외 공연 경험에 관해 얘기 좀 들려주세요. 어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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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랑스에 있을 때 처음으로 야외공연을 제안 받았어요. 신청서를 한번 내보라고요. 축제 측에서 공연료 지불은 따로 없고,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 자리에서 관객들이 돈을 준다는 거예요.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사람들이 모자에 돈을 넣어 주는 거요.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았어요. 망설이다가 신청서를 냈고, 성당 옆에 있는 분수대에서 춤을 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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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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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장식처럼 분수대 앞에 접시 두개를 놨는데요. 사람들이 정말 돈을 주더라고요. 5유로, 10유로씩 내고 간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공연만 보고 사라져도 되는데, 도대체 이 돈을 낸 사람들은 뭘까? 농담 삼아 호텔로 돌아와서 돈을 세어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어요.(웃음) 그런데 그때 느낀 게 정말 많았어요. 프랑스 관객은 아름다움을 느낀 만큼 돈을 내는 것에 익숙해요. 지하철 안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연주가 있을 때면 많은 사람들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돈을 내요. 암튼 그때의 경험으로 야외공연에 대한 편견이 완전 깨졌어요. 그 때 제가 공연했던 분수대는 100년도 넘은 분수대였어요. 공연 중 교회 종소리도 들리고, 새소리, 아기울음 소리도 들렸어요. 야외공연에서 이뤄진 공연은 어떤 무대 미술로도 그 느낌을 무대로 옮겨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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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하는 공연보다 더 매력이 많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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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반면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도 많아요. 햇빛이 너무 부셔 눈이 안 떠질 때도 있고, 공연 도중 비가 쏟아질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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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는 어떻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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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 맞고 하는 거죠. 근데, 관객들도 비를 맞으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거예요. 그 모습에 저는 또 감동받아 더 열심히 했어요. 바닥도 미끄럽고 상황은 힘들지만, 묘한 에너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주고받은 에너지가 좋았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제 공연 후, 다음 참가자는 실내 극장으로 자리를 이동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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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올 때 공연하면 너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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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올 때는 감독님 영화 안에서 춤 췄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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