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원 : |
현시원 :
지난 해 시청각에서 열린 <무브 앤 스케일>(시청각, 2015.10.09-11.14) 전에 참여했을 때 금형씨가 엄청 열심히 했잖아요. 공연을 하러 해외에 갔을 때 그 과정을 다 촬영하고 공연하는 데 필요한 사물들이 보관된 대형물류창고에도 가셔서 촬영한 장면이 전시장에서 상영됐었죠. <투어자료(Tour Material)>라는 설치 작업이었는데 8월 독일 베를린에서 공연한 <7가지 방법> 무대 설치 과정, 9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공연한 <휘트니스 가이드> 운송 과정, 9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씨어터에서 공연한 <심폐소생술연습> 포장 장면을 모두 촬영해 오셔서 놀랐었어요. 금형씨에게 중요했던 것은 진열, 배치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 노동력을 충실하게 수행 증명하는 거였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전시장의 배치와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중요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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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 |
정금형 :
이번 에르메스 전시에서는 끝말잇기처럼 배치를 했어요. 유형별로 나누자는 계획이 먼저 생긴 다음,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배치할까 하는 건 끝말잇기로 해결이 됐어요. 사물들을 거의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거였어요. 보통 제 공연에서는 녀석들을 이렇게 저렇게 막 결합시켜서 이상한 조합이 되어있고 하잖아요. 떼어 놓을 만큼 떼어놓고 머리는 머리대로, 머리 안에 있던 카메라도 떼어놓고, 뇌, 눈알, 내부 장기들도 꺼내서 장기들끼리 모아놓았고요. 그렇게 분리해놓으니 그동안 따로 따로 생각해왔던 각 공연의 물건들이 제가 몰랐던 어떤 질서를 이루고 있더군요. 그렇게 각 작업들이 모여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 그러다가 조립 영상도 필요하겠다 생각했고요. 비슷한 방법으로 공연 영상들도 다시 분류하고 정리했어요. 사실 나름의 신작인 무인항공기에도 이런 저런 신체부위를 달았지만 그렇게 조립된 모습은 전시장에서 볼 수 없고 부위별로 따로 따로 해체되어 있죠. 그 놈은 여전히 진행 중인 작업이에요. 계속 앞으로 완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어제 <가이드투어>는 좀 큰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뭔가 큰 게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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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 : |
현시원 :
정금형 작업 모든 게 그런 거 같아요. 금형씨는 준비기간, 연구기간이 길어요. 뭐 하나를 완성하면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금형씨 작업의 다음 번으로 가는 것이 있죠. 마네킹 살 때 이 녀석이 <재활훈련>인 줄 몰랐지만 <재활훈련>에 등장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하셨었어요. 오랫동안 끝까지 밀어붙이고 일이 계속 커지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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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 |
정금형 :
그게 다행이었던 거 같아요. <재활훈련>으로 완성된 공연을 2014년에 시작했어요. 2014년에 레지던시하면서 제작 지원을 조금 받을 수 있었는데 완성해서 공연할 장소는 정해지지 않은 채로 2015년까지 작업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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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 : |
현시원 :
<재활훈련>은 제작 과정 면에서도 능동적인 작업 같아요. 금형씨가 작품을 생산하는 양식은 굉장히 독립적인 거 같아요. 어쨌든 큰 덩어리를 더 크게 하나 만드는 거 같아요. 오래 걸리긴 했지만 2014년 초부터 2015년 말까지가 연구기간이 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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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 |
정금형 :
그걸 제가 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지난 해에 시청각에 제안해서 같이 제작하게 된 거잖아요. 누가 초청하지 않아도 극장 대관해서 하고 독립적으로 완성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예산도 모자란 상태였고요. 아 이거 어떻게 완성하지 더 이상 끌면 안 돼 이런 생각을 했는데 연말에 <재활훈련>을 끝내서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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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 : |
현시원 :
2010년 페스티벌 봄에서 공연했던 <기술적 문제=정금형x이정우x잭슨홍>는 임근준 선생님이 잭슨홍 작가와의 협업을 제안하셨던 거고 그 밖의 작업들은 어떤가요? <심폐소생술연습>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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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 |
정금형 :
<심폐소생술연습>은 기금을 받아서 레지던시 기관에서 작업했고. <휘트니스 가이드>도 아이디어는 있고 연습은 하던 차에 공간이 없었는데 두산아트센터에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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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 : |
현시원 :
제가 2011년도 <휘트니스 가이드>를 볼 때는 두산아트센터가 공연장이 아니라 전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보러 갔었는데 전시장에서 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 너무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관람객들 통제하는 게 재밌었어요. <재활훈련> 때도 바퀴 달린 의자라는 게 전 재밌었어요. 관람객들이 움직일 수 있었잖아요. 금형씨가 지난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금형 수기'를 쓰신다고 했던 것도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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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 |
정금형 :
사실 수기를 완성해보려고 야심차게 시작했죠. 그러다 <무브 앤 스케일> 하니까 이거부터 먼저 정리 해보자, 그러다가 재활훈련에 대해 써보자 하다가…. 수기는 어느새 잊고 있었네요. 다시 써야지. (웃음) 그런데 <재활훈련> 관련된 글은 시청각에 들고 와서 보여드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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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 : |
현시원 :
요새는 뭘 배우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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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 |
정금형 :
요새 무인항공기 배우고 있고 잠깐 쉬고 있어요. 전시장에 있던 큰 기체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전시장에 있어서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이런저런 교육장이 있는데 저는 어쩌다가 대전에서 하게 돼서 왔다 갔다 했어요. 이게 이 세계는 발을 잘못 들이면 안 될 거 같아요. 부품 하나 하나 다 사야 해요. 배터리 따로 사야하고 그래야 해요. 너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어느 동호회 회장님께서 저보고, 누가 아직도 이렇게 유행 다 지난 이런 큰 기체를 사냐, 요새 얼마나 가볍고 좋은 게 많은데 이렇게 무겁고 비싼걸 샀냐, 차도 없으면서, 하고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그래도 좋은 점이 딱 하나 있긴 있지, 이런 거 들고 다니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고는 와, 저 사람 뭐 좀 하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바로 인정해준다고요. (웃음) 저 그런 거 좀 좋아해서 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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