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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21.01.14 조회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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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홍콩 시티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

코로나19,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다

[해외 무용×예술계 버추얼 프로그램]



코로나19로 2020년 세계 무용예술계의 국제교류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중지되거나, 대안을 찾아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2021년 <춤:in>에서는, 2020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버추얼 프로그램들 중 주목해 볼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이 사례들은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의 기록이다. 또한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팬데믹 시대 국제교류 및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코로나19,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다 - ① 홍콩 시티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

김솔_ 서울문화재단 메세나팀

멈춘 곳에서 시작된 움직임

2020년 초, 서울무용센터 코디네이터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실 그 누구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이렇게 장기화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늘 그래왔듯 우리는 새로운 시작에 앞서 설레는 마음으로 많은 것들을 계획했고, 각자의 방식대로 다가올 한 해의 시작을 준비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결국 공간은 폐쇄되었으며, 우리는 계획했던 많은 것들이 ‘잠시 멈춤’ 모드로 전환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어느 누구도 맞닥뜨려보지 못한 전례 없는 상황 속에 우리가 처한 현실을 마주하며 혹자는 당황하기도, 머뭇거리기도,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시도와 접근으로 돌파구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변화의 촉매제가 되어 전통을 깨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도록 하였다. 서울무용센터는 연초 계획대로라면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던 서울국제안무워크숍, 레지던시 오픈콜, 안무렉쳐시리즈, 해외 안무가 교환프로그램 스페이스 레드(Space Red)의 프로그램을 상당수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한 해 동안 예술가들과 밀접하게 움직였던 나로서는 비대면으로 진행된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이들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충분한 의미가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또한 다가올 2021년을 준비하며, 코로나 시대를 함께 겪은 전 세계 무용 현장에서는 어떤 신선한 변화와 시도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홍콩 CCDC, 흐름을 주도하다

작년 4월, 아시아 네트워크 포 댄스(Asia Network for Dance, AND+)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홍콩 시티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 이하 CCDC)의 ‘온라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결과 발표 참관 신청 관련 공지였는데, 당시 한국에서는 ‘온라인 레지던시’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줌(Zoom)이라는 화상회의 플랫폼도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다가왔던 때였다. 홍콩의 역동적이고 다면적인 현대 문화를 상징하는 비영리기관인 CCDC는 홍콩 대표 현대 무용단이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온라인 심포지엄, 디지털 댄스 시즌, 윈터 디지털 댄스 페스티벌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특히 이들의 발 빠른 대응과 유연한 사업 접근 방식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CCDC 온라인 레지던시는 코로나 시대에 예술가들이 마주한 환경 안에서 예술 창작과 예술 교육을 지속해 나가고, 미래지향적인 대안과 아이디어, 그리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위험부담을 안고도 솔선하여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던 이들의 결단이 돌아보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터뷰를 함께 해준 CCDC의 매니징 디렉터 레이먼드 왕(Raymond Wong)은 ‘필요성’과 ‘시의성’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어느 누구도 확실한 답을 말하지 못하는 지금,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 자신만의 뚜렷한 기준을 세우고 서로를 믿는 믿음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긴 인터뷰 안에서 각자의 작업에 적용할 지점과 힌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CCDC 매니징 디렉터 레이먼드 왕(Raymond Wong)과의 인터뷰
Q. CCDC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선도적으로 온라인 레지던시를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무기력함을 느끼고 집에만 가만히 머무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숙제는 이들이 생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멈추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 시기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커리어와 작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죠. 당시 저희 컴퍼니도 공연, 수업, 리허설 등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사무실에도 스태프 총 인원의 50%만 출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로서 무용수들이 공연과 수업을 통해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온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예컨대, 집에서 워밍업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무엇이든 생산적인 움직임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시간이었죠.

또한, 예술가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4천 홍콩달러(약 57만 원) 지원금과 CCDC의 공간 및 장비를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생계가 막막해지고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리서치와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이러한 기본적인 지원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온라인 레지던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시 레지던시는 굉장히 인텐시브한 포맷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매일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함께 책을 읽거나 자료를 읽는 시간을 가진 후, 디지털 창작과 디지털 예술 교육 두 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나라와 모든 장르의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고, 간단한 지원서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락다운(Lockdown)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2주간 레지던시를 진행했는데요. 마지막 결과 발표 날에는 두 시간 반에 걸쳐 2주간 멤버들과 구상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8개의 예술 창작 프로젝트와 2개의 예술 교육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나왔고, 제가 현재까지 아는 바로는 실제 학교 학생들과 줌(Zoom)을 통해 예술 창작 분야 두 프로젝트와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CCDC 내 스튜디오 환경을 마련하여 방송을 하고, 학교를 매칭하여 학생들이 온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호스팅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맺은 매우 의미 있는 결실이었죠.

온라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결과 발표 ⓒCCDC
온라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결과 발표 ⓒCCDC
Q. CCDC는 전 세계 어느 무용 기관보다도 빠르게 온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편이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 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셨나요?

온라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작업, 발표, 지원금 제공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물론 저희 단체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홍콩에서 비교적 큰 단체에 속하고 있기에 예술가들에게 활동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줌 웨비나(Webinar) 기능과 통역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통역가들에게도 실제로 일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대면 환경에서 예술가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의무이자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정부의 예산으로 단체를 운영한다는 면에 있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면이 있었을 텐데요. 무엇이든 결과로 보여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가지고 이를 감수하며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레지던시는 예술가, 기획자, 그리고 경영진이 함께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시의성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약 일주일 만에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큰 예산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아니었기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저의 권한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었고, 간단한 서류 작업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 타깃, 예산, 지출, 기대효과 등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이후 큰 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이러한 기회를 잡는 것은 마치 주식시장과 매우 닮아있어요. 적은 돈으로 큰 수확을 얻는 투자의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컴퍼니 디렉터로서 예술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예술가들의 필요를 간과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우리와 협업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참여자도, 지원금도, 프로그램도 모두 없었을 것이고, 약 200명의 관객에게 결과물을 선보일 수도 없었겠죠. ‘미래를 위한 선의(goodwill for the future)’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 우리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Q. 참여자와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온라인 형식의 레지던시였을 텐데요. 이러한 참신한 시도에 만족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마다 참여 의지와 관심사에 따라 만족도에 차이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예술가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어요. 첫 번째 주에는 참여자의 주도성, 적극성, 성향 등을 파악하여 그룹을 나누고, 데일리 미팅 외에도 채팅 그룹 같은 다양한 모임을 조직했습니다. 이렇게 소그룹으로 나누어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마치 대학에서 과제할 때 조를 나누던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락다운 기간에 우리가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솔루션을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자가 레지던시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달랐고 얻고자 하는 바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결과나 만족도 면에서 상이한 부분이 발생했습니다. 누군가는 주도적인 반면, 누군가는 수동적일 수 있고, 누군가는 최대한 참여하고 기여하기를 원하는 반면, 누군가는 일방적인 조언을 받거나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었죠. 네트워킹 차원에서 참여한 사람과 본인의 작업을 위해 참여한 사람은 다른 결과로 다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2명의 예술가는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최종 발표를 하지 않았고 저희도 결국 이들에게 지원금을 줄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닌 일정 부분 작업에 이바지하고 기여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각자 적어도 하나의 아이디어는 제안하도록 안내했습니다.

Q. 프로젝트 참여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기억에 남는 예술가가 있다면?

일단 저희는 개인별로 구글폼 접수를 받았습니다. 출신, 언어, 장르 등 지원자의 배경, 지원 동기 및 작업 계획에 대해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정을 하였습니다. 본인이 직업 예술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가 아니라면 온라인 레지던시 작업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고, 예를 들어 전시 큐레이터나 공연자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싱가포르와 마카오 출신의 두 무용수와 두 명의 독일 VR 프로그래머가 있었던 팀입니다. 두 무용수는 홍콩에 머물면서 스튜디오 작업을 진행하였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버추얼 경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how to deal with virtual experience)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무용수의 몸에 센서를 붙여 카메라가 이들의 무브먼트를 추적하고 감지했습니다. 이런 모든 움직임들이 기록되어 이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아바타가 등장하여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어플리케이션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상호작용하였는데, 이 말은 곧 이 어플리케이션이 하나의 버추얼 세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애니메이션으로 사람들이 같이 춤추면서 파티를 즐기는 가상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저도 스크린 상에서 제가 춤추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많은 참여자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VR을 활용한 기술과 관련하여 가장 큰 관건은 프로젝트에 적합한 사람을 찾고 모으는 것입니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전문가들을 모으고 무용수, 시각 디자이너, VR 예술가, 작곡가들을 그룹으로 만드는 것이죠. 조금 전 말씀드린 그 팀은 지금까지도 작업을 잘 발전을 시키고 있고, 괴테 인스티튜트(Goethe Institute)에서 지원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를 디벨롭하고 실행할 수 있게 지원하고 육성을 지원하는 이들을 ‘엔젤’ 투자자들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피칭이나 데모데이에 이런 엔젤을 초대하여 아이템을 발굴하고 서로 연결해 주고는 합니다. 이를 발판 삼아 유망 신생기업들은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게 되죠. 이러한 방식이 예술가들에게도 필요하고, 이를 통해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발전시킨 아이디어가 궁금합니다.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시도들이 있었나요?

아마 레지던시 결과물을 보셨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다양한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인 유지니아 킴(Eugenia S. Kim), 홍콩인 젤리아지지 탄(Zelia ZZ Tan), 그리고 싱가포르인 마 위에루(Ma YueRu) 세 여성이 ‘몸과 함께 존재하기(Being with (The) Body)’라는 주제로 소매틱 즉흥 VR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들은 네 가지 가상 경험을 위한 요소로 VR 아바타의 움직임, 언어적 단서, 오디오 환경과 시각적 환경을 꼽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본능적이면서도 몰입하는 환경을 만들어내 동작의 즉흥성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웹 VR 비디오링크 ⓒCCDC

또한 홍콩 출신 메이즈 찬(Maze Chan)과 독일 VR 전문가 비예른 랭어스(Bjorn Lengers)이 협업한 ‘플라잉 에그, 플라잉 댄스(Frying Egg, Frying Dance)’도 재미있는 시도였는데, 주방을 배경으로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사람들이 달걀 모습으로 올라가 춤을 추는 것처럼 시각화한 AR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컴퓨터 어플리케이션과 연관되었는데, 그중 한 예시로는 ‘예술 고백(Art Confession)’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마치 신부님에게 죄를 고백하러 성당에 가듯, 어떤 한 방에 들어가면 한 명의 무용수가 기다리고 있는 컨셉이었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행복하지 않을 때 어플을 실행하면 그 안에서 무용수와 춤을 추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온라인 레지던시 참여 예술가 작업 ⓒCCDC
온라인 레지던시 참여 예술가 작업 ⓒCCDC
Q. 코로나 이후 홍콩 무용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홍콩 무용계에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여 줌이나 온라인 레지던시 같은 새로운 시도로 사람들을 유도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인지, 이전의 방식이 더 좋고 생산적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있었습니다. 저에게 지금 이 시기는 우리가 한 뼘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계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온라인 방식의 프로그램 참여나 공연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어떤 때에는 두려워하는 모습까지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환의 시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지지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마무리한 디지털 댄스 시즌에서는 온라인 무용 공연을 유료화하여 상영하였습니다. 약 500명의 인원이 참여하였고 이들은 각각 다른 공연을 선택적으로 감상하였습니다. 큰 수익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홍콩 이외의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고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이 되어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유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관객이 없는 극장에서 우리가 과연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 지난 몇 달간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단은 리허설을 지속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고 어떻게든 공연이 진행되도록 보장하고 예술가들은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 넥스트 웨이브(Project NEXT Wave)’는 10월 초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는 동시에 고산(Ko Shan) 극장 뉴 윙 오디토리엄(New Wing Auditorium)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락다운이나 여행 제한 등 여러 장애물이 있었으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극장에서 관람이 가능한지 궁금해 하는 관객들이 있었고, 저희는 이 점에서 착안하여 ‘듀얼 트랙’으로 극장과 온라인상에서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는 동시에 바로 극장에 내려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죠.

홍콩 현대 무용계를 더 많은 이들이 접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객 타깃층을 넓혀가기 위해 온라인 방식으로의 전환은 분명 유의미한 시도라 생각합니다. 홍콩은 수적으로 공연 타깃이 매우 적기에 애초에 중국인을 타깃으로 둘 때가 많았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요. 모든 사람이 여행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 되거나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보다 더욱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공연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다른 무용 기관들도 시작한 부분이겠지만, CCDC는 과거의 무용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녹화를 해둔 영상을 다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그리 큰 예산이 들지 않고, 이것이 저희가 관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일부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션의 경우 어느 정도의 지불은 필요하겠죠. 이 부분은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일 거예요.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고, 사람들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공연 작품에 대한 가치를 높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50달러로 기부를 제안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몇 백 달러, 혹은 최대 천 달러 까지도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CCDC에는 어떤 다른 온라인 프로그램 계획이 있나요?

사실 디지털 댄스 시즌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앞으로의 상세한 계획은 세워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온라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난 후 홍콩예술위원회에 이와 비슷한 펀딩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장려하였고, 이후 홍콩예술위원회에서도 지원금으로 예술가들의 작업을 지원하였습니다. 저는 다른 단체나 기관과 경쟁을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현재는 일단 휴식기를 가지며 내년 8월쯤 다시 디지털 흐름 안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여행 제한은 내년 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국경을 넘는 일은 아마 적어도 1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허락된 상황 안에서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영감을 주고, 고무하는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며 휴식기간 동안 재미있는 작업을 발전시켜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또한 문화예술도 하나의 비즈니스 영역이기에 브랜딩이 필요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사회복지 같은 공공서비스 영역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누구든지 삶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공동의 선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나아가야 합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예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당장의 수익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의 차원에서 예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저희는 크고 대단한 것을 계획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단체도 거의 60명 정도의 스태프가 있다 보니 코로나로 인해 매니징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모두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죠. 강의나 공연은 연기되기 십상이고 어려움이 계속해서 찾아오지만, 교류 프로그램은 우리가 함께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마카오의 동료이자 숙련된 안무가인 Sang Ji Jia와 함께 교류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인이지만 티베트 출신이고, CCDC 레지던시 안무가로 현재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홍콩으로 오는 국경은 막혀 있었지만, 베이징에서 마카오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했기에 저희는 그를 마카오로 보내주었고, 마카오의 젊은 안무가들이 작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안무가의 경험과 멘토십이 젊은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교류 프로젝트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한 부분이 있기에, 한국의 예술가들과도 작은 스케일에서 시작해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연기, 취소, 휴관.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1년간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에게 조금씩 근육이 붙고,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낼 힘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2021년, 우리는 모두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서 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현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 같다. 그러나 홍콩 CCDC가 관료주의적 사고를 깨고 현장의 필요를 파악해 재난의 상황에서도 재빠르게 예술가들을 지원했듯, 우리나라 무용계에서도 디지털이라는 시대의 흐름 안에 용기 있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두려움보다는 기대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시간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홍콩 시티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
(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
홍콩 시티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
프로그램명 Digital Audience Engagement: Online Artist in Residence Programme 디지털 관객 참여: 온라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프로그램 형식 온라인 레지던시, 발표
진행 기간 2020년 4월 14-27일 (2주)
참여 인원 32명
참여대상 전 세계 무용 예술가, 미디어 아티스트, 뮤지션, 예술 교육자 및 프로듀서
진행 목적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환경 안에서 예술의 미래지향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디지털 예술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함
지원금 $4,000 홍콩달러 (약 57만원)
홈페이지 http://www.ccdc.com.hk/en
김솔_ 서울문화재단 메세나팀 2004년부터 시작된 6년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학부에서 건축과 공연영상을 전공했다. 2020년 서울무용센터 코디네이터로 국제교류 업무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서울문화재단 메세나팀에서 일하고 있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스스로를 살펴보며, 그런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단어를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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