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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20.07.15 조회 6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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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퍼러리의 시선으로 바라 본 전통

컨템퍼러리의 시선으로 바라 본 전통

이세승, 조아라, 한정미

일시: 6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
장소: 서울무용센터 2층 서재
참석자: 이세승(안무가), 조아라(안무가), 한정미(안무가), 이주연(춤:in 에디터)
전통 그 자체로 보존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전승에 중점을 두는 예술가가 있는 반면, 그 전통을 컨템퍼러리 작업에 들여와 자신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는 예술가도 있다. 그들의 작업에 전통이 함께하는 이유와 전통을 담아내는 컨템퍼러리적 시선이란 무엇일까? 이세승, 조아라, 한정미 안무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아라, 이세승, 이주연, 한정미 ⓒKenn. 김병구
이주연: 오늘은 전통에 주목하여 컨템퍼러리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세 분과 함께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작업을 하면서 생겨났던 질문들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각자 어떤 작업을 해오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이세승: 저는 안무를 전공했고 안무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쌍방’이라는 집단에서 비전공자도 함께할 수 있는 즉흥잼과 컨택 즉흥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이세승입니다. 역사와 예술사, 무용사에 관심을 두고, 그 사이를 오가며 리서치하면서 춤에 다가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 모다페(MODAFE 2020)에서 발표했던 <한>(2020)은 한국무용의 움직임으로만 구성했던 작업인데, 저에게는 지금까지 해왔던 형식에서 많이 벗어났던 작업이라 여러모로 의미 있었어요. 앞으로도 역사와 전통의 맥락에서 기인한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데, 이 자리를 통해 작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조아라: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에서 판소리를 전공했고 한예종 연극원 전문사에서 연기를 공부하여 10년 정도 배우의 길을 걷다가, 현재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에서 무용창작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몸소리말조아라’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몸소리말조아라는 몸과 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그룹이에요. 대표작으로는 아빠와의 관계를 들여다보았던 <어쩔 수가 없어>(2015), 여성들의 몸을 주제로 여성 80명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진도 씻김굿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목욕합시다>(2018) 등이 있어요.

판소리와 연극을 하다가 무용을 하게 된 계기를 돌이켜 보자면, 제가 넘어져서 오른쪽 팔꿈치 뼈가 부러졌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다친 걸 계기로 제 삶을 돌아보게 됐어요.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게 아닐까 싶었죠. 그것보다 저는 춤추듯이 삶을 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 오랜 로망이었던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에 서른여덟 살이라는 나이로 입학하게 됐어요. 안 돼도 될 때까지 해보자고 하니까 어느새 여기까지 왔고, 그렇게 지금은 연출가, 작가, 배우, 퍼포머, 안무가, 무용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처음에는 각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 지향했는데, 지금은 그 경계들을 의식하지 않고 제가 하는 모든 활동이 저라고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제 안에서 통합하고자 해요. 지금 하고있는 작업인 <판소리움직임 탐구>가 향후 작업의 중심축이 될 듯해요. <판소리움직임 탐구>는 판소리의 원형에서 시작해, 몸을 통해 소리와 움직임을 통합하고 상호연관성을 탐구하는 작업이에요.

지금은 제 몸을 중심으로 <판소리움직임 탐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단계적으로 무용수, 배우, 소리꾼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해서 탐구를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올해 2월에 창작실험활동지원 무용분야에 선정되어 첫 번째 쇼케이스를 올렸고, 12월에는 <판소리움직임 탐구 1.5>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한정미: 저는 현재 한국 전통무용의 개발과 전통춤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창작 작업을 위해 전통무용의 원형을 연구하고 그것을 장소 특정적 공간에서 공연하고자 실험 및 리서치 작업을 진행 중인 한정미입니다. 무용을 전공하고 계속 춤에 열중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경쟁하고 투자하며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건지 고민되어서, 파이 굽는 일과 춤을 추는 일 두 가지를 위해 ‘파이 굽는 안무가’로 활동했던 적이 있어요. 그렇게 ‘파이 굽는 안무가’로 10년간 춤 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다 보니 다시 춤에 대한 창작 욕구가 생겨서, 안무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2014년에는 ‘댄스PRO젝트 점선면’이라는 단체를 창단해서 지금까지 창작 활동 및 교육을 하고 있죠. 또한, 일반인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겨 일반인들을 위한 이론 교육과 한국춤의 창작 교육 프로그램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현재는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창작 작업에 관련된 이론 강의와 무용즉흥 수업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자와 교육자로 활동한 지도 벌써 오래됐네요.

장소특정적 전통무용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옛날에는 전통공연이 야외에서 많이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고, 전통을 현대화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예요. 이번에 실험하고 있는 전통무용 공연의 원형은 승무이고, 실험 내용을 바탕으로 <승무 찰나(刹那, Charna)>라는 장소 특정적 공연 리서치를 진행 중입니다.
한정미 ⓒKenn. 김병구
전통에서 발견되는 가치
이주연: 작업의 배경이 되는 판소리와 역사, 한국무용 모두 전통에서 기인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각자가 중요시하는 전통을 작업으로 들여오게 된 이유와 주요하게 생각하는 그 가치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조아라: 판소리의 ‘판’은 장소를 뜻하고, 어떤 장소든지 판이 벌리면 관객과 소리꾼(퍼포머)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게 판소리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판소리에는 제가 추구하는 공연예술의 동시대성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판소리의 ‘소리’는 진동으로서 무용의 움직임과 다를 바 없으며, 호흡을 통해 소리와 움직임이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진동하며 존재가 발현되는 것이 소리냐 움직임이냐의 차이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소리와 움직임이 연결된다면 표현의 영역이 확장되어, 표현이 훨씬 더 자유로워지는 지점까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판소리움직임 탐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독공’이라는 말이 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오랫동안 사사 받고 그 이후부터 혼자 수행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소리꾼의 지난한 과정을 말해요. 저는 2020년을 살아가는 소리꾼의 후예로서 저만의 방식으로 판소리를 구축하고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있죠. 소리꾼은 이야기꾼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각과 언어를 가지고 있어서 무대에서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소리꾼이자 안무가로서 움직임을 판소리로부터 찾고, 몸을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고 싶어요.
이세승: 저는 계속 ‘나는 누구이며 뭐 하는 인간일까’를 생각하고, ‘무용이라는 실천형식을 나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돼요. 그래서 매 작업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금까지의 작업을 되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다음을 구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 작업할 때, 작업의 목표와 방향성을 딱히 설정해두진 않았는데, 돌이켜보니 역사적인 소재를 즐겨 관찰하고 그 소재를 기반으로 작업해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2015년에는 공동안무로 ‘삼인무’에, 작년에는 저작권 이슈에 관심이 생겨서 ‘삼고무’를 다뤘고, 올해는 ‘한’과 ‘살풀이’로 작업을 했죠. 시간의 흐름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아가면서 돌아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어떻게든 춤을 추고 싶어서 무엇으로 춤을 출 수 있을까 찾아보니, 전통무용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 제가 해왔던 많은 실천의 특성들이랑 맞닿아있었어요. 즉흥성도 있고, 호흡도 있고, 장소성도 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움직임과 개성과도 맞닿아있는 거죠. 실제로 현대무용과 전통무용은 외형적으로 보기엔 많이 다른데, 움직임이 호흡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두 개가 분리된 게 아니라 이어져 있다고 믿었고 이어져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그럼으로써 의외성을 발견하고 싶었어요. 현대무용과 전통무용이 만나면 어떤 움직임이 나올까에 대한 기대감과 제 몸과 전통무용을 관계지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작업에 반영된 것 같아요.
한정미: 저는 전통무용의 본질 또한 현대무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재미있어하고 현재 오랜 시간 동안 배우고 익힌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창작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저 정해진 동작만 그대로 체화하는 것은 지양하고, 동시대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승무를 예로 들어보자면, 승무가 만들어졌던 몇백 년 전에도 승무가 다소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줬을까 생각해보면 전혀 아니에요. 그때는 정말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춤이었겠죠. 동시대의 관객은 과거와는 다른 감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에 승무를 모티브로 한 창작 작업에 있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즉, 전통도 동시대적 관점에서 전승과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현재 저는 창작적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건데, 장소 특정적 공연 형식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한 거예요. 승무의 움직임은 온전히 전승하되, 고정된 공간과 관객의 시선을 전환하여 ‘전통무용 공연이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 관객의 위치와 관객의 반응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실험해 보는 거죠. 승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통무용은 제한적인 동선과 반복된 동작을 지니고 있고, 관객의 위치 역시 고정되어 있거든요. 전통무용이 제한적이고 고정되어 있던 것에서 벗어난다면 얼마나 흥미로울지 궁금해요. 이번에 시도되는 승무에의 실험은 ‘전통의 본연적 가치 발견’과 ‘전통예술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두 가지를 다 발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왼쪽부터 조아라, 이세승 ⓒKenn. 김병구
고정관념과 그에 대한 시도
이주연: 전통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루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있으신 분들은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시도해보시는 것 같아요.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지금까지 어떤 시도를 해보셨는지 궁금해요.
한정미: 특히나 일반인들은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보려는 동기조차 없다는 것을 워크샵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작업에 컨템퍼러리의 시선을 들여와서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죠. 그 과정을 거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그 작품을 보고 승무의 원형을 관객들이 찾게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경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전통의 원형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8월에 올릴 예정인 창작 작품은 봉산탈춤 속 등장하는 사자춤을 현대화한 창작 작업인데, 이것 역시 전통의 현대화를 위한 창작 작업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이세승: 제 기존 작업이 춤과 연기같이 대치되는 장르와 만났을 때 발생하는 충돌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전통형식과 동시대의 춤에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그 작업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어떠한가에 집중하고 있어요. 최근 작업인 <한>이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행해지긴 했지만, 만약 극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행해진다면 관객의 시선이 어떻게 이동할지, 다른 곳이라면 어느 곳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전통을 지금의 무대에 세우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조아라: 전통 판소리를 제 나름대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그랬더니 과거에 멈춰있다고 느꼈던 전통에서 다시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더라고요.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엄청난 보물창고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오래 축적된 역사를 지닌 만큼 아무리 캐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판소리에서 발견된 것들과 다른 영역의 요소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다시 재조립하는 게 지금의 놀이이며, 판소리는 제 놀이터이자 실험실이에요. ‘판소리움직임’이라는 연금술이 성공하기를 꿈꾸며 희망을 놓지 않고 탐구를 지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통으로부터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는 창작자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박제되어있는 전통에 대한 반항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 같아요. 남들과 다른 시각과 지속력을 지닌 하이브리드종이랄까요. (웃음) 전통을 베이스로 작업을 하다 보면 본질을 훼손할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세승: 조아라씨는 판소리에서 비롯되는 움직임을 작업하시는데, 오히려 전통무용의 코드를 기반으로 하는 동작은 택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부러 전통무용의 동작은 배제하면서 작업하시는 건가요?
조아라: 일부러 배제할 이유는 전혀 없죠. 작업의 출발점 자체가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원형이 어떻게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변형되느냐’이기에 전통무용의 움직임과 비슷한 결이 나오기도 했어요. 하다 보니 호흡과 움직임이 연결되고 심리와 신체가 연결되었던 부분도 있어서 신기했고요. 쇼케이스에서는 <춘향가> 중 ‘사랑가’ 한 대목에 집중해서 탐구를 진행했었는데, 다음 작업에는 <흥보가> 중 ‘가난이야’ 대목을, 미카엘 체홉(Michael Chehov)의 ‘심리제스처’라는 연기 테크닉과 접목해서 시도해보려 해요. 이 테크닉은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된 제스처로 표현함으로써 인물을 구축하는 연기방법이에요. 저는 이 방법을 소리와 움직임으로 확장해서 접근해보려고 해요. 앞으로 계속해나갈 <판소리움직임 탐구> 작업은 단계마다 번호를 붙여보려고 해요. 올해 2월에 했던 작업이 <판소리움직임 탐구 1>이고, 연말에 할 다음 작업이 <판소리움직임 탐구 1.5>예요. <판소리움직임 탐구 1.5>에서는 아까 말한 <흥보가> 중에서 ‘울음의 몸’라는 테마로 소리가 지닌 감정과 움직임을 탐구해보려 해요. 지금은 작업의 핵심을 모르니까 이렇게 더듬더듬 하나씩 해보고 있는데, 그렇게 과정 중심으로 발표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이 작업의 핵심은 이거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정미: 한국무용을 전공한 사람들이 노력해야 하는 게, 이렇게 뭐든 시도해 보려 하는 자세예요.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주입식으로 동작을 배워왔잖아요. 그리고 전통무용에 틀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 틀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그 틀이 저희를 구속하고 창의성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만들어진 틀 안에 갇혀서 창작 작업을 할 때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하는 것 같거든요. 물론 저도 한국무용을 전공했기에 그런 점에서 한계를 느끼고 현대무용 수업이나 즉흥수업, 다른 장르의 수업을 찾아 듣는 등 스스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시도해봤어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업은 대학원 시절 미나유 교수님의 즉흥 수업입니다. 함께 호흡하며 틀이 없는 움직임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가는 게 창작 작업의 기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지금까지 창작 작업의 시작은 무용수들과 주제에 맞는 글쓰기를 하고 글을 토대로 즉흥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웃음) 이렇게 좋은 메소드를 한국춤 전공자들이 접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현재는 저 또한 대학에서 컨택 즉흥과 창작 작업에 필요한 이론 수업을 가르치고 있어요. 나중에는 즉흥을 소재로 한 전통 무용 공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있죠.
이세승 ⓒKenn. 김병구
공공성과 가치 판단의 문제
한정미: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긴급 지원금 제도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저도 여러 기획서를 시도하고 있는데 결과는…. (웃음) 리서치 작업만 합격하고 다른 것은 다 떨어졌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승무를 소재로 하는 장소특정적 공연으로 지원했는데, 결과가 좋진 않네요. 그래서 최근에는 공연장을 통해 창작 작업을 하는 것 외에 매달리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어요. 최근에는 심리를 활용하여 신체를 치료하면서 춤의 움직임 범위를 확장하도록 도와주는 자이로토닉(Gyrotonic)과 자이로키네시스(Gyrokinesis) 자격증을 땄어요. 공공성과 춤의 연계성을 찾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심리 영역에서 이야기하는 호흡이나 정신 수양이 전통무용의 특성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처럼 무용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공공예술의 영역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되었죠. 최근에는 ‘공공예술의 무용으로의 확장에 관한 연구’를 하였고, 앞으로도 공공예술에 관련된 리서치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공공예술의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공공예술은 미술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아요. 공공예술의 영역으로 인정되면 지원받을 수 있고 발전할 가능성이 확장되기에, 무용이 아직 공공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죠.
이세승: 대체로 무용은 정형화된 물체나 오브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결과가 없다고 평가되기 쉬운 것 같아요. 저 역시 무용의 공공성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이러한 공공성이 반드시 눈으로 보이는 형태에서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몸과 몸이 만나는 컨택 즉흥을 하다 보면 무언가 분명히 느껴지거든요. 몸이 미디어가 되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데, 연결 자체에서 가치가 발견되는 거죠.
조아라: 그리고 전통을 소재로 하는 컨템퍼러리 작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창작자들이 작업을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작업을 바라보시는 분들이 비판적인 시선과 함께 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인지 열린 사고와 따뜻한 시선으로 작업의 가치를 발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세승: 전통은 행사나 전시의 이벤트로 소비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전통 무용의 경우 국가적인 행사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요. 속된 말로 ‘오부리 뛴다’라는 말도 있는데. (웃음) 그렇게 전통이 소비되는 세태에서 자기 작업의 중심을 잡고 묵묵하게 전통을 실천해나가는 작가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사회에서 직접 몸으로 경험해야만 유의미한 실천의 방법을 깨닫게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는 거죠. 실천과 교육이 분리되어있고,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속도를 교육에서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걸 느끼고 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한정미: 점점 무용과 내에서도 장르 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이긴 해요. 어떤 학교는 무용과 연극을 통합한 공연예술학과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이러다 무용가라는 직업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저도 어렸을 때 ‘오부리’라고 불리는 행사를 많이 다니곤 했는데요.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생각보다 많은 걸 느끼고 왔던 적이 많아요. 한 번은 절에서 살풀이를 췄는데, 그 춤을 보고 사람들이 우는 거예요. 제 춤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자,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게 됐어요. 이것도 무용이 대중예술로 나아가고 있는 하나의 방향성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러면서 이런 행사의 수준을 높여서 많은 사람이 무용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됐어요. 어렸을 때는 저도 마냥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뭐든 진심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에요. 창작자로서 가만히 앉아서 지원금만 기다리기보다는 바깥에 나가서 대중을 만나고 기회를 찾아 나서는 거죠. 제가 계속 연구하고 있는 장소 특정적 공연과 공공예술과도 맞닿아있는 지점이 있고요.
조아라: 저 역시도 그런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처음으로 전환하게 되었어요. 무엇이든 그것을 대하는 행위자의 태도가 어떠한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는 거였네요.
조아라 ⓒKenn. 김병구
나오며
이주연: 풍부하게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는 함께 대화하시면서 들었던 감상을 나누어보고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떠셨는지 참여 소감 부탁드릴게요.
조아라: 함께 작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네요.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할 이 시기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 공연예술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으로 하시는 작업들도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한정미: 이렇게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작업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던 게 처음이에요. 많은 정보도 얻어 가는데, 특히 조아라씨께서 말씀해주셨던 미카엘 체홉의 ‘심리제스처’테크닉이 기억에 남네요. 사회적 메시지를 판소리는 말로 전달한다면, 무용은 움직임으로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메시지를 몸으로 전달하려면 결국 감정이 표출되어야 하는 건데 그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감정 전달은 정말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말씀해주신 테크닉으로 무용 작업에 시도해 보고 연구해 보고 싶네요. 여러모로 많은 자극을 받고 갑니다.
이세승: 정말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예전에는 전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정된 상태를 생각했던 것 같은데, 오늘 대화를 나눠보니 전통은 항상 현재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전통과 컨템퍼러리의 관계를 말할 때 그저 전통의 재해석으로 귀결하기보다는 항상 전통과 현대가 맞붙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그저 한국적인 것이라고 묶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전통에 대해 세밀하게 파고들고 지역과 현장으로 직접 발로 뛰며 탐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자리였어요. 만나서 반가웠고 다음에 또 좋은 소식으로 만나 뵙길 바랍니다.는 상태를 생각했던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면 전통은 항상 현재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컨템퍼러리를 할 때 또 전통이냐고 하는 태도보다는 항상 전통과 현대가 맞붙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한국적인 것이라고 묶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전통에 대해 세밀하게 파고들고 직접 발로 뛰며 탐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자리였어요. 만나서 반가웠고 다음에 또 좋은 소식으로 만나 뵙길 바랍니다.
정리. <춤:in> 에디터 이주연
이세승_안무가 이세승은 현재 독립안무가, 연출가, 무용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안무를 전공했고 포스트모던댄스 사조에서 파생된 움직임 형식인 ‘컨택 임프로비제이션’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집단 ‘쌍방’을 동료들과 함께 조직했다. 주로 큰 역사에서 작은 무용사를 오가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아라_안무가 ‘몸소리말조아라’는 몸, 소리, 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몸소리말조아라’의 대표 조아라는 안무가, 연출, 소리꾼, 작가, 배우, 퍼포머, 무용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작을 해나가고 있다. 삶과 예술의 선순환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예술가이다.
한정미_안무가 한정미는 무용학 박사이자 한양대 겸임교수이다. 현재 ‘파이 굽는 안무가’이자 ‘댄스PRO젝트 점선면’의 대표로 무용교육 및 창작 작업에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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