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무용수업: 방법에의 도전1)
웹진 <춤:in> 편집부
일시: 5월 22일 금요일 저녁 7시
참석자: 김재리(드라마투르그, 모더레이터), 김옥희(무용예술강사), 장혜진(안무가), 조주현(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김연임(춤:in 편집장), 이주연(춤:in 에디터)
왼쪽부터 김옥희, 김재리, 조주현, 장혜진 ⓒKenn. 김병구
김재리: 안녕하세요. <코로나와 무용수업: 방법에의 도전> 좌담을 진행하게 된 김재리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인데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에 대해 단정하기엔 아직 경험 중이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만큼, 뭔가를 결정하고 방향을 세우기보다는 각자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과 강의 방법론, 콘텐츠를 공유해봤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가 공유했던 내용을 다른 무용 커뮤니티 안에서 어떻게 확장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김옥희: 안녕하세요. 예술강사 김옥희입니다. 현재 학교에서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용교육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 복지관에서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장혜진: 안녕하세요. 저는 안무가로 활동 중인 장혜진입니다. 무용 교육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했고, 지금까지 16년 정도 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어요. 주로 미국에서 교육했었고, 한국에서 강의한 경력은 5년 정도로 적은 편이에요.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일어나는 교육 환경의 변화를 미국과 한국, 안팎에서 목격하며 고찰하고 있어요.
조주현: 안녕하세요. 저는 워싱턴 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2000년도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2004년부터 발레 교육을 해오고 있는 조주현입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있어요.
온라인 무용 교육: 준비와 과정
김재리: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어요. 1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학교도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학교도 있죠. 그런데 수업 방식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교사들에게 전달하는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결정하기 전에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과목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결정한 것인지 등 절차의 과정을 공유받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업의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학교와 어떤 소통을 하셨으며, 그 절차가 적합했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옥희: 저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매일 뉴스를 보며 개학이 어떻게 될 것인지 확인해야 했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게 됐죠. 그렇게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데,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무용 교육을 해오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그리고 다른 교과목은 EBS와 같은 교육 플랫폼에 축적된 콘텐츠가 많은데 무용 교과는 거의 없어요. 이렇게 아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려니까 굉장히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에 연락해서 준비된 것이 없는 이 시점에 시작하는 게 과연 괜찮은 것인지, 반드시 온라인으로만 해야 하는 건지 물어봤는데, 정부 지침이니 따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온라인 매체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없이, 일방적인 지시를 받아 시작하게 됐어요.
장혜진: 제가 경험했던 방식도 탑-다운(top-down)의 양적인 규제였어요. 한 시간 수업이라면 콘텐츠 개발은 몇 분, 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몇 분이어야 한다고 규정해버리는 거죠. 이로 인해 수업이 더 창의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인지의 차원에서부터 간섭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수업하고, 수업을 받는 일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죠.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의 경우 내용 자체가 확장됨에 따라 이것이 짧아질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런 재난 상황에서 양적인 측면을 우선시하여 교육을 진행해야 하며, 그렇게 학생들을 만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김재리: 저도 학기 시작 전부터 학교로부터 많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받았어요. 예컨대, 녹화영상 지침, 실시간 강의 지침, 수업내용 보고 지침, 강의자료 공유 지침, 평가 지침 등이 있었죠. 그리고 수업 진행 내용을 보고해야 했는데, 학교 소속의 교원이 아니고 학생도 아닌 강사의 신분에서 바라보기에, 이 모든 과정이 학교의 관리 감독이 용이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학생들의 학습권만 강조되면서 교수자의 자율성을 침해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난의 상황에서 기관과 개인, 교육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을 겪었다고 할까요?
조주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인 만큼 새로운 질문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 같네요. 저도 온라인으로 무용교육을 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거든요. (웃음) 물론 저는 여전히 무용교육, 특히 실기 교육은 대면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하지만 코로나의 확산세가 심각했던 개강 초에는 대면 수업이 불가능하니까 일단 휴강하게 됐죠. 2주 정도 휴강 기간을 가진 후에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며, 매주 교강사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수칙을 만들어갔어요. 강의 수업이 중심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다른 전공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계속 진행했지만, 무용 전공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대면 수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여러 방법을 고안했고 시도해 본 거죠.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생활속 거리두기’로 완화된 이후부터는 강의실 안에서도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의 인원을 꾸려 수업을 진행해봤어요. 학생들의 체온을 어떻게 확인하고, 연습실을 언제 어떻게 소독하겠다는 등 세부적인 지침도 마련했죠. 이렇게 대면 수업을 조심스럽게 몇 번 진행했다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다시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조주현 ⓒKenn. 김병구
온라인 수업의 방법들
조주현: 저는 온라인 수업에서 줌(zoom)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해요. 보통 발레는 무용단마다 발레 메소드(method)가 있어서, 마스터가 영상을 주면 무용수들이 자신의 공간에서 각자 연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전문 무용수가 아닌 우리 학생들에게는 그 일방향적인 교육 방식이 적합하지 않더라고요. 전문 무용수들은 알아서 사고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이 사고의 구성을 제안해 주어야 하고 계속된 피드백을 통해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화상 수업 플랫폼을 사용하되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해보기도 했어요. 카메라에 학생의 동작이 충분히 담기지 않으면 앵글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요. (웃음) 그리고 다수와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학생들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수업을 복습하고 자신의 연습 영상을 찍어 일대일 카카오톡 대화로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저는 그 영상들을 하나씩 보고 유의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문자나 전화로 피드백을 주죠. 이렇게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온라인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면 통신을 사용하다 보니 영상이 끊어지고 소리가 늦게 도착해서 수업의 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수업을 일정 시간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고요. 그런 아쉬움을 아까 말씀드린 일대일 카카오톡 대화와 같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보완하면서 해소하고 있는 것 같네요.
김재리: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시네요. 학생들이 스스로 영상을 촬영하고 선생님에게 자신이 부족한 점을 언어로 설명해야 하다 보니, 자신의 활동과 경험을 사고하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스스로 찾게 되면서 능동적인 학습자의 태도로 수업에 임할 것 같습니다.
조주현: 그게 온라인 수업에서 발견한 뜻밖의 좋은 점이에요. 눈빛으로만 이야기해도 충분했고 조금만 보여줘도 이해시킬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반드시 언어로 표현해야 하거든요. 저도 학생들도 익숙지 않지만, 언어의 사용법을 풍성하게 발전시키면서 서로를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김재리: 맞아요. 원래 우리는 몸짓만으로도 서로를 이해시킬 수 있었고, 누군가의 동작을 보며 모방하는 것에 익숙했거든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죠. (웃음) 그런데 이제는 뭐든 언어로 전달해야 하니까,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에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 지 9주 정도 됐는데, 학생들의 자신과 춤에 적합한 언어를 발굴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무용 선생님들은 실기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데요, 온라인으로 수업을 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을까요? 온라인 수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하다 보면 무용교육에서 핵심적인 의제가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옥희: 저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보니, 접근해야 하는 의미의 폭이 넓어요. 댄스 리터러시(Dance Literacy)라고 해서, 무용을 춤추는 것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직접 무용을 읽고 쓰는 과정까지 참여하게 하면서 인식의 폭을 넓히도록 하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이 무용수업을 듣는 이유 중 하나는, 수업 안에서 집단을 형성하고 서로 접촉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아이들은 정확한 무용 테크닉을 배우는 것보다 서로 접촉하면서 느끼는 공유 의식을 배워야 해요. 그렇게 나의 사고와 타인의 사고를 견주어 보며 움직임을 발견하는 거죠. 바로 이 집단성을 온라인으로 수업하면서 포기해야만 했죠. 반면에 온라인 수업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발전된 사고예요. 집단으로 수업을 듣게 되면 자신에게 몰입하고 자신의 신체를 성찰할 기회가 적거든요. 이번에 학생들에게 무용 일지를 작성하라는 숙제를 내주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무용을 자신의 삶에 들여오고 자신의 신체와 움직임에 대해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물론 어색해하고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있죠.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냐며 불평하기도 해요. (웃음)
장혜진: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저는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플랫폼을 사용하면 자신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잖아요. 학생들이 자신을 보며 수업에 임해야 하니까, 그 모습을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물론 카메라를 끌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선생님과 학생이 같은 레벨에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켠 사람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죠. 지금까지 몇 주간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한계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싶어요. 또 하나는, 궁극적으로 왜 춤을 춰야 하냐는 동기와 관련된 문제인데요. 뇌과학에서는 회피 동기와 접근 동기가 있다고 해요. 근육을 잃거나 입시에서 낭패할까봐 수업을 듣는 것은 회피 동기가 작동해서인데, 단기적 성과를 위해서는 그게 맞아요. 그것을 동기로 하여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학생들의 접근 동기를 작동시켜야 해요. 저는 이미 이 세계의 모든 것에 회피 동기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수업만큼은 접근 동기로 진행하고 싶어요. 그래서 주로 확장된 개념의 안무 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접근 동기를 개발해주려 하죠. 그런데 와이파이의 속도에 의존하여 만나야 하는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접근 동기를 개발하는 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김옥희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듯이, 대면수업에서 집단의 ‘유대감’이 더 끈끈하게 생기고, 그 유대감이 접근 동기로 기능할 수도 있거든요. 한 번이라도 함께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들어 본 학생들은 공동체를 형성해 본 경험이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이제 막 입학한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죠. 학생 중 한 명이 자기는 벚꽃이 가득 핀 대학 캠퍼스를 다니기 위해서 입시를 치른 거지, 이렇게 혼자 집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서 치른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 말에 저도 정말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그 허탈감을 목격하는 순간, 이 학생들에게 무용실에 있는 것처럼 온라인 수업에 임하라고 요구할 만한 당위성이 없다는 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으로는, 온라인 수업이 학생들의 개인적 공간인 집에서 진행되잖아요. 카메라는 학생들의 집을 비추는데, 그 안에는 분명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아무도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일종의 격차가 드러날 수도 있고, 가족 간에 사이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겠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혹시라도 자신의 집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다면 말해달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온라인 수업에서 사라진 아이들이 어떤 서사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어요. 저는 이런 경계를 고려해서 학생 개인을 보호해 주는 것도 전문 교육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편인데, 거기까지는 제 손이 닿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결국에는 그 한계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거죠.
조주현: 학생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사적 공간을 드러내는 걸 불편해할 수 있다는 건 저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실제로 수업 때마다 공간을 빌리는 학생들도 있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실기 수업을 진행할 때, 고시원에 있으니까 다리를 쭉 펴서 찰 수 없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실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공간 환경에 따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으니 대체할 만한 이론 수업 콘텐츠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같은 작품을 보고 각자 해석한 내용을 공유하고 토의하거나, 동작에 대해 이론적으로 섬세하게 접근하고, 기본적인 용어를 깊게 파고들어 이야기를 해보는 거죠. 그렇게 해보니 학생들과 다양한 측면에서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더라고요. 저는 이런 식으로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이론적으로 더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서 포기해야 했던 부분은 현장성이에요. 학생들이 스스로 감각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몸으로 기억시켜야 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선생님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고 즉각적으로 모방해보며 세심한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데, 현장성이 없다 보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거죠. 그 한계를 온전히 해결할 방법은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못 만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그 날만 기다리고 있죠.
왼쪽부터 김재리, 김옥희, 장혜진 ⓒKenn. 김병구
온라인 수업: 대안인가, 아니면 방향전환인가?
김재리: 매체가 달라지면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기 마련이죠. 100% 좋다고 하면 그것도 의심스러울 거예요. (웃음) 일단 무용교육이 온라인 매체로 이루어지면서 여기 있는 선생님들 모두 당황하셨을 것 같고, 교육기관 역시 무용교육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을 거예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서 1학기 수업 전체를 2학기로 넘기는 것을 고려했을 정도로 유독 무용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용과에서 도대체 뭘 가르치길래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거냐고. (웃음) 저는 무용과라는 학문 자체가 언어화된 이론을 습득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테크닉을 발전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예컨대, 회전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회전을 잘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기존 무용교육의 목표이기에 현장에서 가깝게 가르쳐주는 걸 최선으로 여기는 거죠. 그런데 더 많이, 더 빨리, 더 오래 도는 것이 아니라 회전이라는 동작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생성할 수 있을까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꾼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즉각적으로 상황에 반응하여 손을 돌릴 수도 있고 연필을 돌릴 수도 있잖아요. 이러한 방법에의 탐구는 무용교육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갈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드네요.
조주현: 말씀하신 것처럼, 전문 무용수를 양성하기 위해선 그들의 창의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춤 또는 움직임을 사고하거나 자신의 몸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과제를 주기도 해요. 그렇지만 결국 무용은 몸으로 익혀야 하는 분야예요. 회전을 하면서 힘을 조절하는 동시에 어떤 라인을 보이느냐를 몸으로 익혀야만 하죠. 어쩌면 지금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여 생각하기와 몸만들기, 두 측면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혜진: 무용 교육자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네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도 보다 정통적인 개념의 전문 무용수가 되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지금 제가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저의 타전공자 동료 중 한명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앞으로는 무용의 ‘기본기’에 대한 개념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저는 기본기가 흔들리고, ‘전문 무용단 무용수’라는 과거형 롤모델이 깨지는 게 정말 흥미로워요. 학생들도 무용이라는 게 얼마나 유약한 것이었으면, 온라인으로 매체가 바뀌는 순간 존폐가 갈리는지 느끼고 있을 것이고, 전 이것이 좋은 변화의 계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무용이 있을 수 있겠냐며 불안해할 때가 정말 새로운 형태가 탄생할 수 있을 때거든요. ‘우리가 전공으로 결정한 것이 이렇게 연약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거였어?’라는 질문이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것, 우리가 무용이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것, 이것이 정말 혁신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요.
김재리: 저도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면서 무용이 지닌 취약성을 인식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 취약성이 과연 어디서 기인하는 것이며 무용이 지속 가능한 교육의 주제가 되기 위해선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어떤 방식을 들여올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있죠. 그래서 아까 예시로 들었던 회전의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 돌고 뛰는 게 무용이라고 배웠는데 과연 그게 꼭 필요한 것이었나, 테크닉에 몰입하는 동안 놓친 것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장혜진: 그와 동시에 선생님의 위치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무용 선생님이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말이죠. 요즘 아이들이 유튜브와 네이버가 선생님이라며 ‘유선생’, ‘네선생’이라고 하잖아요. 유튜브랑 네이버에 다 나온다고. (웃음) 제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 학생 중에도 네이버에 찾아보니 나오지 않아서 수업을 듣는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유튜브와 네이버를 선생님으로 보는 이 세대들이 보기엔,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우리도 ‘유선생’인 거예요. 어떻게 보면 유선생 보다 못한 선생이죠. 전 그런 선생이 좋은 선생인 것 같아요.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가 이야기한 ‘무지한 스승’처럼, 비록 너보다 많은 것을 했을 수 있지만 지금 우리는 무지한 상태로 만난 것이며 여기서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거죠. 그런데 직접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지해지는 상황이더라고요. (웃음)
장혜진 ⓒKenn. 김병구
공유와 공존의 다른 접근들
김재리: 요즘 저는 수업에서 유튜브와 네이버 등 온라인에 떠다니는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면으로 수업했을 때는 몸으로 보여주었던 것을 자료로 대체하게 된 거죠. 재료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주고, 학생들은 그것을 재료 삼아서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몸으로 보여주지 않고 재료들만 던져주니까 그로 인해 수많은 오해가 발생하더라고요. 그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만들어내는데, 그렇게 발생한 오해들이 훨씬 창의적이에요.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 다들 오해하고 있으니까. (웃음) 이 시점에서 선생님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에게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는 재료들을 제공해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수많은 오해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번을 계기로 저의 새로운 정체성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 것 같네요.
김옥희: 학생들은 온라인 매체와 정보통신 기술을 굉장히 익숙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실제로 저는 온라인 플랫폼에 수업 영상을 올리면서 과연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빠르게 적응하고 잘 활용하고 있더라고요. 직접 영상을 찍어보라고 했을 때도 쉽게 해내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시대가 변화했다는 걸 우리만 모르고 있었나, 몸으로 하는 것에만 익숙하진 않았나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언택트(untact) 사회에 익숙한 학생들을 위해, 기술이나 교육 콘텐츠에 대해 열심히 연구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고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선생님은 학생에게 어떤 테크닉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지식을 구성할 수 있게끔 재료를 제공하고 연결해주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학생들의 시선에 맞추어야 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답답하죠. (웃음) 만나면 쉽고, 만남으로써 이루어지는 게 정말 많으니까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저는 자꾸 예전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네요.
조주현: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용의 특수성에 갇혀서 이 시대에 맞춰가는 것에 덜 노력했던 건 아닐까 싶은 거죠. 무용이 존재할 수 있는 특수한 조건들이 있잖아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장르마다 바닥 재질도 달라야 해요. 그런데 음악도 실제 현장에서 듣는 게 좋지만, 온라인으로 듣는 방식들이 계속 개발되었잖아요. 온라인으로 보여지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았던 무용이기에 더 큰 충격을 마주하게 된 걸까요. 무용은 이제 막 새로운 시도들을 시작한 시점이지만, 앞으로 훨씬 나아질 거라 믿어요. 이렇게 다들 노력하고 있잖아요. 아, 그리고 마스크는 확실히 개발될 것 같아요. 무용복도 스파이더맨이 입는 수트처럼 기술결합형 방식으로 발전될 것 같고. (웃음) 그렇게 우리도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무용교육을 지속하는 방법을 결국엔 찾아내겠죠. 생각보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줌으로 수업하려고 정말 많이 배웠는데, 생소하고 어렵긴 했어도 이 시대에 맞춰나가는 느낌이라 좋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오던 교육 방식을 돌이켜보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했던 방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면 적절하고 풍부한 언어들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더라고요. 김재리 선생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몸으로 보여주지 못하니 필요한 재료들을 찾아서 제시해야 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반복해왔던 교수법을 수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반성하고 성찰하는 기회였죠. 저뿐만 아니라 무용교육을 하는 선생님들 모두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실 거예요.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니 상황은 앞으로 계속 나아지겠죠.
김재리: 아까 말씀하셨듯이 무용수업은 함께 모이고 신체를 부딪치며 공동체임을 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춤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나누고,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너랑 내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논리죠. 그런데 이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앞으로는 혼자 해야 한다며 반대 논리를 펼치는 것보단 어떤 커뮤니티를 이룰 것인가를 생각해볼 시점인 것 같아요. 반드시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모여야만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가상의 공간이지만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다며 다양한 여지를 열어두는 거죠. 제가 아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녹화된 강의자료를 공유 채널에 올리더라고요. 강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공공의 공간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지식이 개인이나 소수가 아닌 공동의 소유가 될 수 있을 때 더욱 의미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시죠. 이러한 교수자의 태도는 변화된 환경에서 교육과 지식의 가치를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술고등학교 때부터 한국에서만 무용교육을 경험했는데, 한국의 무용계에서도 무용교육이 바뀔 만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용학과 입시나 학위에 대한 문제들도 있었는데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몇 십 년간 똑같은 커리큘럼을 유지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지금까지의 무용교육은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았어요. 마치 집단 면역체로서 존재했죠. 하지만 진짜 바이러스가 들이닥치면서 이젠 집단 면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제 사회와 환경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때죠.
조주현: 맞아요. 이렇게 서로의 경험과 지식이 교환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 시작하기만 한다면 금세 사람들이 호응할 것 같고요. 지금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부딪쳐 보는 중일 거예요. 그렇게 해보면서 좋았던 것과 안 좋았던 것을 분별하고 더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시야가 생기겠죠. 지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교수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어요. 학생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도 상시로 진행하면서 서로 소통하며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김재리 ⓒKenn. 김병구
온라인 무용교육의 콘텐츠
장혜진: 미국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어요. 페이스북에 있는 댄스 프로페서 온라인 트랜지션 그룹(Dance Professor Online Transition Group)이죠. 저도 미국인 동료가 초청해주어서, 가입해서 함께 하게 되었는데 발레부터 스트릿 댄스까지 무용의 전 장르의 교육자들이 모여 각자가 지닌 콘텐츠와 경험을 공유하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뉴스에서도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정보 공유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전 세계가 검사 키트부터 방역 전략까지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앞으로의 인류를 보전시켜 줄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저도 그 커뮤니티에서 제 콘텐츠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곤 했어요. 제가 공유한 것 중 하나를 설명 드리자면, 대학교 개강이 늦어지니까 실라부스(Syllabus)를 바꿔야겠더라고요. 안무 구성법은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되었고,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고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 수학적인 것, 신체적인 것 등이 모두 안무를 위해서 필요한 교육이라는 걸 설득시킬 수 있는 이론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렇게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을 생각해냈고, 다중지능이론에 기반 한 안무 수업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하워드 가드너가 이야기하는 지능에는 9가지로 언어, 논리 수학, 공간, 신체 운동, 음악, 대인 관계, 자기 성찰, 자연 탐구 지능이 있고,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게 영성 지능이에요. 정말 유명한 세계적인 안무가들은 이 지능들 중 일부가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때 말하는 지능은 ‘직관적’인 영역을 포함해요. 머리만 쓰는 지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이론을 수업에 적용하여, 신체 운동 지능과 음악 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안무를 이끌어내는 훈련 방법을 디자인하고, 줌으로 소통을 한 다음에 대면 교육으로 넘어가서 나머지 지능들을 다루며 실습하고 있는데 아주 매끄럽게 연결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실라부스를 만들어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했는데, 정말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또 하나는 즉흥 수업에 대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제가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겪으면서 예술가로서 매일매일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질문하게 되었거든요. 그것을 이겨내는 데에 도움을 줬던 게, 《미라클 모닝》이라는 수행이에요. 책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실천해야 할 여섯 가지를 강조하는데, 침묵, 확신의 말, 시각화, 독서, 운동, 쓰기죠. 그런데 이것들은 이미 제가 작업하거나 안무, 즉흥 수업을 할 때 주요하게 다뤘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것들을 아침 9시 30분에 시작하는 즉흥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제안해 봤어요. 학생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을 통해 서로와 연결된 채 이 체계를 도구로 사용하여 복합적으로 즉흥을 발생시켰고 이를 공유했어요. 아침 수행으로 공동체가 형성이 되고 있음을 온라인상에서도 느낄 수 있었죠.
김재리: 무용 교육이 예술교육이다 보니까 위기의 상황에서도 그것을 소스로 만들어서 발전적이고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지금 하고 계시는 수업 내용 중에서 공유해볼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옥희: 중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아직까지 학생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중학교 2학년 친구들의 무용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일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을 기준으로 파악해야 하는 거죠. 온라인 수업이 아니었을 때는 민속춤 추기, 움직임 만들기 등으로 구성하곤 했는데, 온라인으로 매체가 바뀐 만큼 전체적으로 다시 구성해야 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각자의 책상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고안해 낸 콘텐츠에는 자기 관절로 움직일 수 있는 동작 알아 보기, 의자 댄스 만들기, 수건으로 안무 구성해보기 등이 있어요. 먼저 아이들에게 영상으로 안무 구성 단계를 이해시켜주고, 동작들을 직접 써보게 하고, 그다음에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거죠. 무용 이론을 가르치면 편하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도 답답하고 우울할 거잖아요. 딱딱한 이론 수업보단 춤과 일상을 연결 짓고 능동적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면서 재미와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이 좋죠. 그리고 특수학교에서는 10년 정도 무용교육을 해왔는데, 매년 만나는 학생마다 조건이 다양하기에 어떻게 수업을 구성하는 게 좋을지 상상할 수 없어요. 학교 측에서도 교사들에게 재량껏 알아서 하라고 하거든요. 특수학교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마 그 친구들은 엄마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거니까 수업 내용도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과 영상을 보면서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했어요.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했다면 다양한 소품도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불가능하니까 아쉽죠.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들은 제가 EBS에 영상을 등록하면 학생들은 그 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게 불가능해요. 아이들이 보내주는 과제물에 대한 피드백도 글로만 작성할 수 있어서 세심하게 신경 써주기가 어렵죠. 6월 둘째 주부터는 학교에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때 만나서 들을 아이들의 피드백이 너무도 궁금해요.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빨리 만나고 싶네요. (웃음)
조주현: 남북이 분단되어 가족을 못 보는 것처럼, 학생들을 직접 보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보니까 정말 애절해지더라고요. 정말 오랫동안 서로를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이토록 감사한 일이었다니. 그동안의 일상이 이렇게 고맙고 소중했구나. (웃음) 저는 앞으로 학생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클래식 발레 교육 안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며 이 시기를 보낼 것 같아요. 실시간으로 강의도 해보고, 학생들과 SNS로 영상을 주고받으며 말이죠. 그리고 창작을 위한 사고 교육은 학생들과 온라인 매체에서 소통하기 좋은 주제나 방법론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거고요.
김재리: 저도 선생님과 비슷하게 학생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장소에 있는 것들을 재료화 하도록 하고 있어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수업 중 하나는 무용 실기 수업인데 교양 과목이에요.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전공자가 아니니까 춤의 어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잖아요. 그래서 무용의 테크닉을 알려주기보다는 일상적인 움직임을 춤으로 확장시켜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익숙하기에 중요성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방, 그 공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과제를 내주기도 했어요. 과제에 ‘방구석 안무’라는 이름도 붙였죠. (웃음) 과제를 내주고 나서 재미있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자신의 방이 이렇게 생겼는지 몰랐다던가, 한쪽 벽면에 테이프가 많이 붙여져 있다더라 등이요. 일상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탐색하고, 자신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거죠. 관찰, 탐색, 경험과 성찰과 같은 안무의 과정을 스튜디오가 아닌 방구석에서 경험하게 하는 거예요.
장혜진: 제가 알고 있는 재미있는 사례들을 이야기해보자면, 미국의 한 예술대학에서는 제 동료이기도 한 발레 교수가 자신의 정원을 보여주며 정원에서 발견되는 능동성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는 게 수업 내용이었어요. 또 다른 수업에서는 선생님과 모든 학생들이 얼음이 녹는 속도처럼 아주 느리게 수직에서 수평으로, 서 있는 자세에서 누워있는 자세로 카메라 앞에서 각자 움직이도록 했다고 해요. 그걸 한 시간 동안 했는데,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피드백이 정말 좋았대요. 내 생애 가장 짜릿한 공연이었다고 했을 정도로. (웃음) 그리고 저는 코로나19 시대에 몸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덩어리로서 드러나는 몸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했는데 결과물들이 흥미롭더라고요. 한 학생은 눈썹으로 안무를 했어요. 지금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눈썹이 그냥 눈썹이 아니라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거죠. 또 다른 학생은 집에 있는 서랍을 다 꺼내고, 서랍 안 그늘에 들어가서 한 발로 밸런스를 잡는 안무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서랍을 열면 그 안에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는 거죠. 학생들이 이렇게 흥미롭고 다양하게 해석하는 걸 보면서, 제한된 상황 안에서 발견되는 다른 수준의 지식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나는 정말 알 수 없겠다며 깨닫기도 하고. (웃음)
김옥희 ⓒKenn. 김병구
변화된 무용수업에서의 윤리와 책임감
장혜진: 플랫폼에 관하여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 있는데요.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대학원 과정의 부감독을 맡았던 적이 있었는데, 여러 학교가 협력하여 진행했던 프로젝트라 공통으로 지메일(Gmail)을 사용하여 소통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때 함께 일하던 어시스턴트 동료가 어떻게 대학교 공교육 기관에서 구글을 사용할 수 있냐며, 구글의 기업 정신과 그들의 가치관을 모두 수용한다는 의미냐며 의문을 제기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줌이라는 플랫폼은 괜찮냐는 거예요. 지금은 줌이 가장 유용하기에 사용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어떤 회사이고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느냐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는 데에 사용되는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모든 것의 뿌리를 찾아 나가다 보면 수많은 질문이 맞닿아 있을 것이고, 이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교육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아직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죠.
김재리: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줌으로 강의를 하면 그 내용이 자동으로 녹화되잖아요. 그 영상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공유하게 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거기서 저작권과 초상권 같은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해요. 그렇게 강의 내용이 영상으로 기록됨으로써, 수업 중에 제공한 수많은 자료에 대한 저작권도 해결해야 하고요. 그 저작권을 해결하는 것이 과연 담당 강사의 역할인지, 기관의 역할인지도 궁금해요. 지금은 강사가 직접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후에 올리라고 하는데, 그걸 강사가 스스로 해결하기엔 절차가 번거롭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지금은 당장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에 이런 윤리적인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문제도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김옥희 선생님께서는 EBS에 교육 콘텐츠를 올리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EBS는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김옥희: 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은 업로드 전에 승인하는 절차가 있어요. 콘텐츠 저작권에 대해 동의하는 버튼인 건데, 승인하지 않으면 콘텐츠가 올라가지 않으니까 그냥 승인 버튼을 누르죠. 그리고 수업에서 활용했던 자료들은 모두 원본 링크를 걸도록 하고 있으며, 저작권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작성해야 해요. 여러 가지 난감한 부분이 많으니, 모든 내용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게 편하긴 한데 그렇게 하다 보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니까 고민이죠.
김재리: 제가 출강하는 학교는 강의 동영상을 올리도록 하고 있는데, 안내 창에 수업 콘텐츠의 저작권은 학교와 강사에게 있다는 문구가 쓰여 있어요. 물론 강의 동영상을 소유한 학생들에게 무단 배포를 금하는 윤리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저는 제 수업 콘텐츠를 학교와 공유할 생각이 없어요. (웃음) 저는 강사이기 때문에 다음 학기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제가 없더라도 제 수업 콘텐츠는 학교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커리큘럼을 포함하여 수업의 모든 콘텐츠에는 개인의 지식과 노동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을 무조건 학교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콘텐츠 제작자인 제가 결정할 문제죠. 예전에는 무용이 현장에만 존재하고 사라졌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계속 기록되고 추적되고 있으니 어떻게 기록될 것이며 누구의 소유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조주현: 이제는 그에 대한 내용이 계약 조건에 들어가겠죠. 지금까지는 수업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그다지 없었는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교육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과 지식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네요.
김재리: 네, 제아무리 한국 무용계라도 많은 부분에서 균열이 생기겠죠.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지만 무용교육은 지속해야 하니 여러 가지로 답답하고, 다들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 참여해주시고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Kenn. 김병구
1) Paul Feyerabend, Against Method: Outline of an Anarchist Theory of Knowledge, third edition (New Left Books, 1993), 정병훈의 번역본 『방법에의 도전 : 새로운 과학관과 인식론적 아나키즘』 (한겨레, 1987)의 제목을 차용했다.
정리. 웹진<춤:in> 에디터 이주연
김재리_드라마투르그
김재리는 예술고등학교부터 박사학위까지 한국의 무용 교육과정을 겪어냈으며, 대학에서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동시대 무용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안무 렉처’ 시리즈를 큐레이팅하고 있다.
김옥희_무용 예술 강사
김옥희는 2006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 강사로 활동하면서 무용교육 연구를 통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다양한 대상을 위한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실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무용교육원 원장, 에코필 댄스컴퍼니 대표, 한국무용교육학회 상임이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예술강사, 사회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혜진_안무가
장혜진의 안무작업, 연구, 교육, 집필, 큐레이션은 신체의 유일무이함과 집단 무의식의 체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녀는 지난 18년간 한국과 북중미 그리고 유럽을 오가며 안무가, 무용수, 드라마트루그, 예술자문/멘토, 교육자, 에세이스트, 큐레이터로서 문어발 형식으로 작업을 지속해왔고, 이러한 ‘예술가를 서포트하는 예술가’로서의 운동성이 가장 ‘안무적’인 것이라고 선언한다.
조주현_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조주현은 미국 워싱턴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교수 및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무용분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