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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20.12.14 조회 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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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딘가에 모여 공연을 했고 또 보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딘가에 모여 공연을 했고 또 보았지

웹진 <춤:in> 편집부

일시: 11월 13일 금요일 오전 11시
장소: 서울무용센터 커뮤니티룸
참석자: 이윤정(안무가, 모더레이터), 금배섭(안무가), 김보라(안무가), 이유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장운영부 과장), 전진모(신촌극장 극장장), 김연임(춤:in 편집장)
김연임: 2020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네요. 언택트(Untact) 시대가 되면서 올해 웹진 <춤:in>에서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보고 또 보여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그 자체로 당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지지 않은 오프라인 공연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언택트 시대에 공연을 지속한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이야기해보기 위해 이 자리에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보통 안무가나 무용수분들을 패널로 모시지만, 이번 좌담에서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모셔보았어요. 독자들을 위해 한 분씩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며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윤정: 댄스프로젝트뽑끼의 대표이며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정입니다.
전진모: 신촌극장을 운영하며 연극 연출하고 있는 전진모입니다.
금배섭: 춤판야무에서 활동하는 금배섭입니다.
김보라: 아트프로젝트보라에서 활동하는 김보라입니다.
이유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유진입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윤정, 전진모, 금배섭, 김보라, 이유진 ⓒKenn. 김병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윤정, 전진모, 금배섭, 김보라, 이유진 ⓒKenn. 김병구
공연과 관객, 당연했던 것들에 질문하기
이윤정: 여기 함께해주신 분들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오늘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정말 기대되네요. 올해 저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굉장히 새롭게 인식하게 됐어요. 숨겨져 있던 것들이 갑자기 튀어져 나오면서 생경해지는 그런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가장 근본적이라 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코로나가 없던 시절, 공연을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죠. 이 질문은 제 안에 내재되어 있던 욕망을 건드리는 질문 같은데, 왜 공연을 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예요. 우선 안무를 잘하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고, 춤으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죠. 그리고 지금은 내가 왜 춤을 추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가지고 안무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떤 이유로 공연을 해오셨나요? 먼저, 굉장히 활발하게 공연을 하고 계시는 김보라 안무가께 여쭙고 싶어요.
김보라: (웃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어렵지만 새롭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공연을 왜 하는가에 대해 한 번도 질문하지 않고 공연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재밌어서 계속했고, 계속하다 보니까 함께 소통할 가족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용단을 꾸리게 됐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생기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공연을 하게 됐어요. 이렇게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있겠나 싶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그 어려움도 좋아하는 일이기에 감수해야 했기에 고통스러웠던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결국 모든 것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을 때, 재미의 폭이 새로이 넓어지는 경험도 하고요. 공연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은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이때는 버티려고 했구나’, ‘이때는 행복해서 했구나’처럼 찰나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갈 뿐이죠.
이윤정: 작업을 할 때면 너무 괴로워서 ‘이걸 계속해야 하나’, ‘왜 이걸 선택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 괴로움을 견디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그 결과 공연의 성과가 잘 나올 때, 성과가 잘 나오진 않아도 스스로 성취욕이 생길 때, 다시금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김보라 안무가의 말씀을 들으니 공연에 그런 매력이 있었구나 싶네요.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전진모: 예전에 시각예술 작가님과 ‘극장이 뭘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분은 시각예술과 퍼포먼스를 하셨던 분인데, 최근에는 극장에서 공연도 하고 있거든요. 그분에게 왜 극장에서 공연을 하냐고 질문하니, 극장에서는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어서라고 하시더라고요. 전시장에서 전시를 하면 관람객의 반응을 알기가 어렵고, 전시 이후에 관람객의 반응을 체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극장은 관객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니까요. 그래서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호흡하는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연출로 함께했던 연극이 생각나는데, 상황이 이런 만큼 비대면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비대면으로 준비하다가, 공연 직전에 대면으로 해도 된다고 해서 대면 공연으로 진행했어요. 그렇게 관객과 함께 공연을 했는데, 이걸 어떻게 비대면으로 할 생각을 했나 싶더라고요. 비대면으로 했으면 정말 아쉬웠을 거고요. 우리끼리 뭐한 거지 싶을 것 같고요. 아무래도 공연은 관객이 없으면 완성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윤정: 당연하게 공연을 해왔던 것처럼, 관객이 있다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확실히 공연할 때 관객의 유무가 에너지에 많은 영향을 주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올해 대면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굉장히 가슴이 떨리더라고요. 관객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어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울컥했죠. 관객이 있다니! (웃음) 지금 이 상황을 겪으면서 든 생각이 우리가 그동안 이렇게 많은 침을 나누고 살았냐는 거예요. 우리가 침 문화였나 싶고요. (웃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 중에 혹시 대면 공연을 진행하셨던 경험이 있거나, 관객으로서 대면 공연을 보았던 경험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김보라: 예전에는 관객으로 공연을 보더라도 공연 그대로를 느끼기보다는, 저 작업자는 어떤 방법으로 저 작품을 했을지 생각했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죠. (웃음) 공연을 보러 왔으니 관객으로서 편히 감상해야 하는데 분석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최근에 대면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보이는 그대로를 느끼고 있더라고요. 작업자의 입장보다는 오롯이 관객이 되어 공연을 느꼈어요. 무용수들의 호흡, 공연장의 공기, 관객들의 박수 모든 게 공연이었죠. 그제야 느꼈어요. 관객이 있어야 공연이 완성된다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온전히 관객으로만 공연을 감상했던 것 같아서 참 새로웠던 경험이 있네요.
이유진: 저는 올해 1월에 세 분의 안무가를 섭외하고 9월에 공연을 올리는 프로젝트에서 제작 피디로 참여했어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첫 번째 팀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촬영으로 전환되었고 현재 편집 과정 중이에요. 12월 3일 중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송출할 예정이죠. 나머지 두 작품은 더블빌이었는데, 공연 직전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태였어요. 결국 공연 3일 전에 취소가 결정되어 공지문을 올렸는데, 중앙대책본부에서 저희 공연일 바로 다음 날부터는 공연을 해도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전 스태프가 극장에 모여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두 작품 모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관객과 함께해야겠다는 판단 하에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죠. 그렇게 원래 공연 예정일은 26일부터 27일이었는데, 28일로 미뤄서 공연하게 됐어요. 창작자, 극장 관계자, 스태프, 무용수 모두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극장 휴관일인 월요일에 극장 문을 열어서 공연을 진행한 건데, 공연을 취소했다가 다시 한다고 하니까 관객들에게 항의도 많이 받았어요. 1월부터 9월까지 준비한 작업이지만, 공연 직전 일주일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길게 느껴졌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그런데 확실히 관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공연의 에너지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관객이 있는 것이 공연에서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이윤정: 맞아요. 관객이 마지막을 완성한다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몸소 겪으니까 더 체감하게 되는 것 같네요. (웃음)
왼쪽부터 금배섭, 김보라, 이유진 ⓒKenn. 김병구
왼쪽부터 금배섭, 김보라, 이유진 ⓒKenn. 김병구
비대면 공연에의 시도와 한계
이윤정: 비대면 공연을 했던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대면 공연과 어떻게 달랐는지 이야기해볼까요?
금배섭: 최근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공연은 솔로 연작 다섯 번째 공연인 <물음표>예요. 원래 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됐죠. 갑자기 상황이 바뀌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극장에서 관객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보기로 했어요. 실제로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카메라에 지출했어죠. (웃음) 사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천장에 달아보기도 하는 등 이런저런 방법을 많이 시도해봤어요. 그렇게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했는데, 끝난 후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없어요. 저희끼리는 고생 많았다고 하는데, 공연이 잘 된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아서 많이 아쉬웠죠.
이윤정: 다들 관객이 보지 못한 시선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난 지금 뭘 하는 거지’, ‘왜 보여줘야 하지’ 싶고요. (웃음) 이에 대한 대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질 않으니까 다들 생각만 하고 시도하는 걸 겁내 하는 상황인 것 같네요. 그렇다면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 계신 이유진 과장님에게도 여쭤보고 싶어요. 공공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대면 공연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을 반복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이유진: 영상화에 대한 시도는 2017년부터 계속해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창작산실 공연을 생중계 공연으로 진행해보기도 했고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도를 해보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등 떠밀리듯이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거죠. 지금 상황이 이런 만큼 생중계 공연과 비대면 공연에 대한 지원사업도 많이 마련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건 공연과 별개의 장르이지 않나 싶어서 고민이 많아지는 거예요. 다른 지점으로는 비대면 공연을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뮤지컬이나 연극 시장은 확장된 것 같은데, 무용은 그런 것 같지도 않고요. 제가 생각해도 무용 공연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현장감도 떨어지고요. 지금은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만큼, 내부에서도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최근에 기록을 봤더니, 극장에서 방역 준비를 시작했던 날이 1월 20일 즈음이더라고요. 1월 11일에 코로나 발생 기사를 확인하고, 이건 사스와 메르스와 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확진자가 거세졌던 9월 전까지는 극장 문을 닫지 않았어요. 저희 극장은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이 있고, 방역이나 거리두기 좌석제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여건을 만들고자 노력했죠.
이윤정: 공간 운영자나 창작자나 같은 상황이라 생각해요. 그 어떤 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니 암흑 속을 걸어가는 느낌이죠. 김보라 안무가님은 얼마 전에 시댄스(Sidance)에서 온라인으로 공연을 올리셨는데, 그 경험을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보라: 올해 2월에 에스토니아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돌아올 때쯤 공항 문이 닫혔어요. 저희가 탄 비행기가 거의 마지막 비행기였던 거죠. 그때 출발을 안 하면 한국에 못 들어오는 상황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상황이 변한 이후로 대면 공연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일은 있더라고요. 그리고 최근 함께했던 시댄스는 원래 대면 공연을 할 예정이었어요. 비대면 공연으로 바뀌면서 공연을 취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공연을 해야 한다는 분들의 응원을 받아 다시 참여하게 됐죠. 그런데 확실히 관객이 없다는 걸 가정하면서 작품을 짜니까 어렵더라고요. 반대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래도 작품 첫 시작부터 관객이 없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니까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상 콘티부터 카메라 리허설까지 작품의 전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이며 열심히 작업했죠.
이윤정: 굉장히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저도 작년에 올린 <설근체조> 작품을 대림미술관에서도 하게 됐거든요. 처음에는 극장이나 미술관이나 똑같이 하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술관으로 들어갈 때는 극장과 또 다르게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있더라고요. 미술관 관객들은 이 작품을 40분 동안 감상하지 않을 거잖아요. 누군가는 1분만 감상하고, 누군가는 몇 초만 감상하고 스쳐 지나가겠죠. 그렇게 공연에서 영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냈는데,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을 마주했어요. 지금까지 이 작업을 왜 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많이 했지만, 이 장면을 왜 넣는지에 대해 질문했던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영상에서는 그 이유가 명확히 있어야 하는 거죠. 그렇게 작품을 또 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쓸데없는 욕망에 의해 카메라 편집이 늘어나고,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리듬이 추가되니 스스로 어떤 작업인지 헷갈리기도 했어요.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안무가의 작업은 무엇인가, 무용은 시각예술이 아닌데 시각예술을 흉내 내는 건 아닌가 싶었고요. 결국에는 저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금배섭: 알게 모르게 저희 모두 공연에서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대한 저마다의 문법이 있고요. 그렇게 계속 공연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제는 관객이 없잖아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될지 막막한 거죠. 저도 이번에 비대면 공연을 진행하면서 기존과 다른 문법이 필요함을 느꼈고요.
이유진: 저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볼게요. 라이브 실황 중계를 보다 보면, 어떤 작품은 무용수가 춤을 추고 있는데 손의 떨림만 한참을 보여주더라고요. 그게 촬영 감독의 의도였을 텐데, 저는 그게 오히려 감상하는 데에 방해됨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이 작품의 안무가는 촬영 감독과 얼마나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과연 촬영 감독은 공연 전에 연습실에서 작품을 봤을까’였어요. 안무가와 촬영 감독이 충분한 소통을 거치지 않을 경우, 작품의 의도가 영상에 담기지 않는 거죠. 여기 계신 안무가님들은 영상 작업을 할 때 편집 과정에 충분히 관여하신 것 같은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주최 측에서 촬영팀을 섭외할 수도 있고, 갑자기 촬영에 임하게 될 수도 있고요. 제가 무용 공연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용수들의 호흡 소리와 몸이 부딪히는 소리이고, 현장에서 공간의 깊이나 공기의 리듬이 바뀌는 순간인데 영상으로는 그것들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 공연과 영상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죠.
전진모: 말씀하신 것처럼 공연과 영상은 정말 달라요. 영상으로 옮겨진 공연이란, 아예 새로운 매체 아닐까요? 그런데 지금 나오고 있는 지원사업들 보면 대다수 공연을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하는 거잖아요. 영상을 공연의 대안으로 쉽게 이야기한다는 건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장르인데 말이죠.
왼쪽부터 이윤정, 전진모 ⓒKenn. 김병구
왼쪽부터 이윤정, 전진모 ⓒKenn. 김병구
언택트 시대에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
이윤정: 언택트 시대인 지금, 사람들이 모이는 장(場)인 극장을 운영하시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신촌극장은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나요?
이유진: 여러모로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그중에서도 힘들었던 게 주변의 시선이었어요. 저희는 한창 극장을 운영하고 있고, 국립단체와 지역문화재단의 공연장은 문을 닫았던 때였죠. 그런데 어떤 지역의 공무원이 저희 극장에 전화해서, 그 지역의 예술가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에게 항의했다는 거예요. 거기서는 공연을 하고 있는데, 왜 너희는 하지 않는 거냐고요. 그래서 저희에게 왜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고 공연을 하고 있냐고, 일종의 민원을 넣은 거죠.
김보라: 아무래도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르코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니 희망적이지만,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중단할 때는 혼란스러운 거죠. 저도 궁금하긴 했어요. 왜 여기는 공연을 하는데, 저기는 공연을 하지 않는 건가 의문이 들었거든요.
전진모: 9월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나 문예회관에서 어마어마한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공문들이 엄격하게 나왔던 것 같고요. 공연장에 대한 지침이 세심해지는 것도 아르코가 버텨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창작자들도 어떤 극장에서 될 줄 알고 준비하던 것을 지침으로 인해 못 하던 상황을 만났을 때는 아르코의 예를 들게 되었던 것 같고요. 저기도 공공 극장인데 하지 않느냐,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기로 했던 것을 어떻게 쉽게 엎어버리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공무원들 대부분은 책임지기 싫어하잖아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고, 무모하게 생각되는 순간이면 안 해버리는 일들이 많으니까요.

신촌극장은 극장들이 문을 닫을 때도 대면 공연을 계속했어요. 식당이나 카페가 닫지 않는 한 극장을 닫고 싶지 않았거든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침 튀기는 공간은 내버려 두고 마스크 쓰는 공연장을 뭐라고 하는 게 도저히 납득가질 않았죠. 정부에서는 기준이 없으니까 어떠한 지침을 내리지도 않고요. 한때는 정말 불안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우리는 어떻게든 대면 공연을 계속하려 하는데, 그러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정말 큰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니까요.
이유진: 공연장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었던 만큼, 공연장끼리 이야기해서 함께 대응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다들 이런 사태가 처음이었으니까 서로의 입장대로 대응했던 게 아쉬웠죠.
김보라: 창작자로서 이야기하자면, 공연장이 올리는 공지문마다 느낌이 달라요. 공연 취소의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적은 글을 읽으면, 이 공연장은 작품을 보호하고 있구나, 어떻게든 올리려 노력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올린 공연 취소 공지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부러웠고요.
이유진: 생각해보니, 올해 프로젝트는 죄책감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연습을 꾸리면서 내가 안무가, 창작자, 무용수를 위험에 몰아넣고는 있지는 않은가 하는 죄책감이 드는 거죠. 따지고 보면 관객들은 거리두기 하고 앉아서 마스크 끼고 안전하게 보지만 무대 위에 서는 무용수나 배우들은 그러질 못하잖아요. 실제로 출연자 중에 1차, 2차는 아니지만 N차 접촉자가 나와서 난리가 나왔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비단 한 팀만의 문제가 아닌 거죠. 연습실을 공유하니까요.
전진모: 지난 8월 신촌극장 공연을 취소했던 이유도 제작진과 창작진의 건강과 안전 문제 때문이었어요. 우리 주변에도 감염의 위험은 항상 있으니까요. 지금은 공연이 최우선이 아니라 삶과 사람을 최우선으로 두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을 하는 이유도, 공연을 멈추는 이유도요. 시간이 지나면서 공연을 어떻게 서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작업을 해나가는 모든 부분에서 서로를 위한 마음이 생겼던 한해인 것 같아요.
이윤정: 자신의 일상을 바꾸는 이유가 이젠 단순하지 않은 거죠. 내 기분에 휩쓸려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여태까지 했던 모든 작업이 무산되니까 짐에 있게 되는 상황이에요. 예전에는 개인이 개인에서 머물렀고 내가 좋으니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울타리에 있는 개인이자 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전체를 위해 행동을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이유진 ⓒKenn. 김병구
이유진 ⓒKenn. 김병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연하는 이유
이윤정: 그러면 지금 이 상황에서도 공연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유진: 예술을 업으로 삼고 아직도 버티고 있는 이유는 공연에서 받는 위로 때문인 것 같아요, 공연을 통해 질문을 전달받고, 그 질문에 대해서 또 다른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김보라: 다른 장르와 달리, 공연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개념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존재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바라본다는 매력이 있죠. 공연이 있기에 과거가 있고 지금이 있고 미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연의 가치는 과거와 미래를 말할 수 있는 현재에 있다고 생각해요.
금배섭: 저희 아버지가 오랫동안 밭일을 하셨는데, 하루 내내 힘이 없다가도 밭일만 하러 가면 눈빛이 살아있으세요. 그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저도 공연을 하고 나면 저걸 어떻게 했지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공연에서의 저와 일상에서의 제가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죠. 그래서 공연을 하는 것 같아요.
이윤정: 어떤 공연이든 간에 공연장에 들어가면 핸드폰을 꺼야 하잖아요. 그때가 휴대폰을 끌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홀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의미 있는 거죠. 최근 장애인들과 작업을 하면서, 공연을 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어요. 자폐인들의 뇌 구조를 가장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건 공연이거든요.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쓰는 경험이 없기에 감각들이 닫혀 있는데, 공연장을 가서 공연을 보면 감각들이 즉각적으로 엄청 활성화 된대요. 공연을 본 후 비장애인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진 않겠지만, 공연이 끝나고 집을 돌아갈 때 잠깐 생각나면 좋은 거겠죠. 요즘에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로서 공연을 만들지만, 관객이 그 공연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한테 어땠는지 들으러 다녔거든요. 도망가는 관객도 붙잡고. (웃음) 그런데 이제는 다 좋아요. 이 공연으로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자극을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공연을 경험했다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되지 않았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연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웃음) 모두가 사랑해주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떨고 있는 거죠.
전진모: 장르와 무관하게 극장에 들어갔을 때 함께 경험했던 시간들이 서로의 몸에 쌓이는 것 같아요, 예술적 경험이라는 말이 굉장히 거창한 것 같지만, 만나야 가능한 일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 상황을 겪으면서 공연을 함께 본다는 경험이 굉장히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미래를 모색하는 것보다 잊고 있었던 소중한 걸 발견하는 거라 생각해요. 집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이거나 만남의 소중함이거나.
이윤정: 그러면 코로나가 끝난 이후, 우리의 공연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김보라: 자신만의 방향을 선언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해외 페스티벌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라이브 공연만 하겠다고 선언한 페스티벌이 있고, 온라인과 라이브 공연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한 페스티벌도 있어요. 그렇게 자신의 방향을 정의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페스티벌의 다양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창작자 또한 마찬가지일 거예요. 계속 라이브 공연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작은 공연장에서 적은 인원으로 오래 공연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또, 공연하지 않고 리서치만 하는 그룹이 생겨날 거고, 영상 작업만 하겠다는 사람도 생겨나겠죠. 그렇게 각자의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저 역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죠.
이윤정: 선언이 가지고 있는 힘이 큰 것 같아요. 최근 아트선재센터에서 퍼포먼스를 준비하는데, 그곳의 기획자인 김해주 부관장님이 “우리는 절대 온라인으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든든하더라고요. 상황에 따라 엎어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매일 뉴스를 보게 되고 불안해지는데,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을 들으니 에너지가 생기는 거죠.
이유진: 앞으로 바뀔 미래를 이야기하기엔, 지금 당장 무엇이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 같아요. 지원사업도 그렇고, 안팎으로 공연의 온라인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당연한 거겠죠. 그런데 저는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치중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쪽이에요. 기존의 공연이 영상으로 대체될 수는 없잖아요. 영상은 공연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저 대안일 뿐이에요.
이윤정 ⓒKenn. 김병구
이윤정 ⓒKenn. 김병구
비대면 공연이 풀어나가야 할 질문들
이유진: 앞으로는 영상을 만든 이후의 단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죠. 네이버 TV, 왓챠, 넷플릭스 등 굉장히 많은 플랫폼이 있는데, 그런 곳과 물꼬를 터서 매체와 예술이 장기적으로 함께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나아가 지금은 영상의 유료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때인 것 같아요. 콘텐츠를 유료화해서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앞으로 각자의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될 텐데, 그만큼 논의가 세분화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김보라: 저는 정부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플랫폼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저희와 같은 민간단체도 함께할 수 있도록 들어가는 문이 너무 좁지 않았으면 하고요. 그렇게 정부 주도로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누구나 쉽게 들어가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가 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누구나 올릴 수 있고, 찾아보고, 컨택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한 거죠.

그리고 최근 제가 겪었던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제가 어떤 페스티벌에 함께하게 됐는데, 코로나 때문에 중간에 출연하지 않게 됐어요. 그래서 결과물은 없지만 아카이빙 된 것으로 출연료의 30%를 받게 됐는데, 국가에서 제가 받은 출연료 중 22%를 세금으로 내라는 거예요. 보통은 3.3%만 내잖아요. 그래서 왜 그런지 문의했더니,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래요. 너무나 생소한 경험을 한 거죠. 저희 입장에서는 결과물만 나오지 않았지, 작업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시작한 거잖아요. 하지만 실체가 없으니 22%를 세금으로 내야 했던 거죠. 계속 바뀌고 새로운 일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인 만큼, 정책이나 법도 상황에 맞추어 조금 더 섬세하고 세세하게 바뀌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윤정: 저도 최근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작업을 했는데, 계약서에 규정들이 상당히 자세히 적혀 있더라고요. 좀 놀랐어요. 아마 국립단체이기에 더 발 빠르게 문제에 대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유진: 맞아요. 아무래도 새롭게 생겨나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으니, 국립단체들부터 사례를 이야기하고 기준을 정하게 된 거죠. 공연 영상을 만들 때 아티스트에게 얼마나 사례를 할 것이냐, 재스트리밍 되었을 때는 몇 퍼센트를 주느냐 이것도 참 어려운 문제죠. 앞으로 계속 논의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김보라: 현재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페스티벌 대부분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온라인공연의 미래를 생각하면 관람객들이 오백 원이든 천 원이든 유료로 보게 해야 해요.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게 하는 거죠. 이렇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유료로 보라고 하면, 싫다고 떠날 것 같거든요. 그리고 한 명당 천 원을 내도 조회 수가 천 회가 되면 백만 원이잖아요. 적더라도 그만큼의 수익은 굉장히 소중한 건데, 무조건 무료로 하는 건 조금씩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윤정: 제가 국립극단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한 안무 작업이 남인우 연출의 <불꽃놀이>였어요. 국립극단에서 온라인 유료상영을 최초로 시도했던 작업이었죠. 그때 왜 우리 공연만 유료로 진행하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담당자님이 온라인 관객 사례 조사를 해보니 공연을 끝까지 보는 관객의 대부분은 유료 관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적은 돈이라도 내고 보면, 그 공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죠.
금배섭: 반대로 저는 더욱더 무료로 배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 개념처럼요. 무용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우연히 봤더니 무용이었다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추후 공연 관객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정부 차원에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처럼 TV를 통해 보여주는 방안을 마련해주셨으면 해요.
전진모: 말씀하신 드라마, 영화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도 극장 상영 중일 때는 비싸고, 극장 상영이 끝나면 저렴해지잖아요. (웃음)
왼쪽부터 금배섭, 김보라 ⓒKenn. 김병구
왼쪽부터 금배섭, 김보라 ⓒKenn. 김병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나갈 우리
이윤정: 마지막으로 이후 계획하고 준비하고 계시는 작업을 소개하고 마무리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매년 <11월 X 이윤정 춤 이어추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해요. 올해 11월에는 이양희 안무가님의 일민미술관 전시 <클럽 그로칼랭>에 초대되어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12월 초에는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영상화 지원사업인 서울문화재단의 ‘아트머스트고온’도 함께 준비 중이입니다. 이 공연은 스스로 정말 기대하고 있는 작업인데, 48시간 동안 스트리밍이 되는 공연이에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성기완씨가 기획하신 프로젝트죠. 두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어떤 춤을 출지 스스로 기대가 많이 돼요.
전진모: 신촌극장은 예정된 공연이 아직 남아있어요. 무용 작업으로는 12월 말에 바리나모 공연이 있고, 1월에는 프로젝트 이인 공연이 있죠. 원래는 지금이 2021년을 기획하는 시즌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여러모로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고민 중입니다.
금배섭: 저는 연말이나 연초에 연습실에서 작은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에요. 내년에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긴 한데, 코로나로 많은 고민이 되네요.
김보라: 저는 올 한 해 동안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12월에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유할 예정이에요. 아직 어떻게 공연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요. 춤이 나올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토크 콘서트 느낌으로 진행할 것 같고요. (웃음) 그리고 저도 발달 장애 아동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저희가 평소에 사용하는 움직임 방법 중에서 놀이하듯 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를 선택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려 하고 있죠. 발달 장애 아동에 대한 리서치 기간이 길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이윤정 안무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영상으로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아마 내년부터 충북지역 특수아동들에게 상영될 거예요. 그리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공연과 연결될 수 있는 영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래의 관객을 위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재밌게 작업하고 있어요. 이렇게 올해의 마지막 작업을 한 뒤에는 단체의 내년 계획을 세우며 올해를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유진: 저희 극장은 2021년부터 운영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 한창 준비하고 있어요. 개관 40주년이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창작자와 협력하기보다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어떤 담론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스스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네요. 지금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너무 진부한 아이디어만 나올까 봐 조금 걱정돼요. (웃음) 또 스트리밍 시대에 발맞춰 씨어터 카페의 일부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정비 중이랍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김연임: 여러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올 한 해의 급박했던 상황과 흐름이 머리 속에 스르륵 스치는 듯하네요. 저도 개인적인 이유로 한 동안 공연을 못 본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 극장을 못 가다가 어느 날 극장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머리카락 끝이 쭈뼛쭈뼛 서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아, 역시! (웃음)

올해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거라 또 다른 느낌이 들어요. 최근 카페를 겸하는 문화공간에서 작은 공연을 봤는데, 오랜만에 현장에서 예술가들의 호흡을 들으며 공연을 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공연과 공연장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공연을 보며 객석에서 공연장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싶었죠.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 꼭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딘가에서 모여 공연을 하고 또 보는 이유’에 대해서요. 함께해주시고 긴 시간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고맙습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윤정, 전진모, 금배섭, 김보라, 이유진 ⓒKenn. 김병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윤정, 전진모, 금배섭, 김보라, 이유진 ⓒKenn. 김병구
정리. 웹진<춤:in> 에디터 이주연
금배섭_안무가, 춤판야무 대표 금배섭은 2009년부터 ‘춤판야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다. 인간 관계성에 주목하여 제작한 작품을 거쳐, 이제는 분리의 창작 개념으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작업하자는 줄 알고 친절히 받는다.
김보라_안무가, 아트프로젝트보라 예술감독 김보라는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몸을 주체로 장르와 공간의 개념을 허무는 작업과 몸의 원형을 탐구하여 변형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감각을 발견하고 창작하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
이유진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장운영부 과장 이유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장운영부에서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음악과 예술경영을 공부했으며, 기획사와 제작사에서 기본을 닦았다. 축제(SPAF) 사업에서 무용의 매력에 눈을 떴고, 4년여간 무용 분야 지원사업을 담당하며 무용 마니아가 되었다.
이윤정_안무가, 댄스프로젝트뽑끼 대표 이윤정은 댄스프로젝트뽑끼의 대표로 활동 중이며, 2012년부터 지금까지 <11월 X 이윤정 춤 이어 추기>를 통해 재연과 창작 작업을 통해 관객과 함께하는 지속적인 춤추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는 ‘몸과 사회’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진모_연출가, 신촌극장 극장장 전진모는 연출이 본업이나, 가끔 쓰기도 한다. 요사인 무엇보다 신촌극장에 골몰하고 있다. 작업에 치이지 않는 삶이 목표 중 하나, 이번 생을 어떻게 책임지며 살까는 늘 숙제다.


웹진 <춤:in> 편집부 웹진 <춤:i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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