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20.06.15 조회 2408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복사
  • 프린트

나의 온라인 무용수업 체험기

나의 온라인 무용수업 체험기

정경미, 정혜지

안에서 밖으로, 새로운 방향을 발견하다 / 정경미
나는 현재 대학원에서 무용동작치료를 공부하고 있다. 무용동작치료 역시 무용수업과 마찬가지로 현장성을 기반으로 몸을 탐구한다. 그리고 상호관계 안에서 역동이 일어나고 그 역동을 통한 정서의 움직임을 살피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졌다. 대면하는 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되는 지금의 실상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고, 기존 수업 방식을 그대로 이식해옴으로써 겪는 감각의 불충분함을 다른 방식으로 타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자 글을 쓴다.

우선 학교 상황을 살펴보면 개강 전부터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의 상황 추이를 보고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올라왔던 지난 세달 간의 공지가 무색하게 전체 온라인 수업으로 최종 결정되었고, 한두 달 정도 지나면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신 교수님들도 이제는 온라인 원격수업에 적응하고 계신다. 한치앞을 알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면서, 어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 앞에선 막연한 예상이 속단임을, 그리고 지금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야 할 때임을 모두가 직감하는 시간이었다.

현재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과목은 ‘즉흥무용동작치료기법’이다. 온라인 수업의 첫 느낌은 무척 생소했고 한편으론 신선했다. 마치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모두 다른 배경을 두고 얼굴이 드러나던 이질적인 상황들. 영상통화 하듯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상황이라면 별 감흥이 없었겠지만, 실습수업이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진 것 같다. 그러나 낯섦도 잠시, 어느새 수업은 무르익었고 평소처럼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듯했다. 예상 밖이었다. 온라인 수업은 집중하기 어렵고 대면 수업을 대체할 뿐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대면 수업만큼 집중도가 높았고 물리적 여건으로 인해 다음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아서 편리했다. 물론 대면 수업만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었으나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씻고, 채비하고, 지하철을 타고, 수업을 듣고, 다음 일정을 위해 또 움직이는 번거로움을 떠올리면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을 정도의 아쉬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커졌다. 온라인 수업의 아쉬움을 거뜬히 불식시키는 이 간편함이란!

온라인 수업 특성상 과제가 부쩍 많아졌다. 그러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수업 시간은 한 사람씩 과제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할애 되었고 학생 전체가 참여하여 주도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줌(zoom)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이 되었다.

수업내용은 주로 무용치료 움직임을 매개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실습보다는 움직임을 이루는 주변 요소를 살펴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예를 들면 무용동작치료 세션에 필요한 치유 음악이나 노래를 찾고 내담자 특성에 맞는 즉흥적 움직임을 적용해 보거나, 심리이론들에 기반 한 무용치료기법을 구상해보기도 했으며, 업적을 남긴 무용치료사의 방법론을 되짚고 자신의 관점을 제시해보기도 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비대면 무용치료는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무용치료 앱을 개발하거나 내담자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무용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들로 인해 대면 수업에선 관성처럼 움직임에 몰두 되던 시선이 조금 느슨해졌고, 늘 그 자리에 존재하던 몸에 한걸음 떨어져 봄으로써 움직임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기존 대면 무용수업이 몸의 언어를 배우고 감각들을 시도하며 체득해왔다면, 온라인 무용수업은 문자로 몸을 풀어내는 시간이 확보될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몸의 언어를 문자 언어로 풀어내고 사유를 끌어내는 것, 문자 언어는 몸의 언어와 다른 힘이 있지 않은가.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면 몸과 움직임에 관한 더 많은 성찰이 오갈 수 있도록 하여 몸에 붙어있는 사유의 실마리들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발견하고 음미하는 시간으로 채워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불안 속에서 안정을 찾아가보려 한다 / 정혜지
1학기 중 가장 바쁠 5월, 이른 아침부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지내야 하는 지금, 나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연은 물론 학교 수업까지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실기 위주인 우리 학교를 비롯해 모든 대학교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매일 정시가 되면 어김없이 울리는 화상 강의 알람에 부리나케 화면을 띄우고 머리를 매만지며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온라인 수업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익숙해졌다. 무용실에 있을 때는 잘만 흘러가던 시간이 온라인 수업에서는 왜 이리 안 가는지 모르겠다. 몸이 근질근질하고 엉덩이가 점점 아파온다. 화면 창 너머 수업에 집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바짝 정신이 들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지금으로써는 최선의 방법인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보다 집중하기가 어렵다.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면서 에어팟을 끼고 휴대폰으로 강의를 듣는 건 생활이 되었다. 학생들이 다른 공간에서 듣는 수업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들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한 학기를 몽땅 이렇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아깝고, 그만큼 매일이 소중하다. 하루라도 빨리 마음 편하게 학교에 가고 싶고,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대면 수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조용해질 듯 계속되어 답답하기만 하다.
2020.05.24. ⓒ정혜지
요즘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나의 ‘작업’이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작업을 지속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내 작업을 따로 연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외부 연습실을 대관해야 하는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연습실 대관비가 꾸준히 깨지고 있기에 경제적으로 부담되고, 다른 무용 전공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연습실을 예약하기가 어렵다. 조금이라도 좋고 저렴한 곳을 찾으려고 치열하게 네이버를 뒤지는 일도 일상이 되어버렸다. 연습실 크기부터 플로어, 대관료, 위치까지 연습하기에 최적인 곳을 찾기 위해 여러 조건을 따지는 것이 익숙해졌으며,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예약했던 곳에서도 단점이 보이기 시작해서 선택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렇게 ‘연습실 찾기’를 매일 반복하다 보니 알고 있는 연습실만 족히 30개는 되는 듯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연달아 취소되고 작업도 중단되고 있어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창작자이자 학생인 나로서는 이번 학기가 너무 아쉽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자신에게 많이 투자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이 상황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 온라인 수업 덕분에 내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이번 학기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것저것 바쁜 일정을 마구잡이로 잡고 있다.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들 이외에 다른 기회들을 찾으러 다닌달까. 나태한 삶이 싫어서 이렇게라도 열심히 뛰는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문제를 해결할 만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도 힘써야 하기에 어수선함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머릿속은 매일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2020.06.04. ⓒ정혜지
새해를 맞이하여 새학기에 대한 기대감, 땀과 열기로 가득해야 할 우리 학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하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열 감지 카메라부터, 출입일지, 체온계, 손세정제까지 출입 자체에도 제한이 많아져서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이렇듯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고, 우리는 마음 편하게 외출하지 못할뿐더러, 수업도 온라인으로만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더욱이 서로가 아닌, 화면 모니터를 바라보며 춤을 춰야 하는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으며, 학교에서 누려야 할 것들을 아무것도 누리지 못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무용 실기의 특성상 온라인으로 배운다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고 수업의 질이 떨어지겠지만, 언제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온라인 수업을 하는 걸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 편리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고, 학생들의 집중도와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 있기에 양면성을 지녔다 할 수 있다. 다만, 실기 수업의 내용과 온라인 수업의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는 학생에게 불리한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면 수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대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 입구 모습 ⓒ정혜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하며 어떻게든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업 전에는 한 명씩 열을 재고 마스크와 이상 증세 유무를 확인하며, 수업 중간중간 강의실을 환기한다. 나는 과대표라서 수업마다 수업일지를 작성하여 교수님에게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하루 동안 쌓여만 가는 일지들을 보며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생각해보면 이런 작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기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기에 하루라도 빨리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면서도, 아무리 열을 재고 마스크를 끼더라도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잘 모르겠다.
수업 일지 ⓒ정혜지
이렇게 작은 결정 하나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 속에 안정감을 찾을 때까지 작은 실천들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실천들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한다. 그냥, 그냥…. 지금은 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라면서,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기로 했다. 불안 속에서 안정을 찾아가기 위해.
정경미_예술교육가, 드라마투르그 정경미는 무용동작치료를 전공하고, 현재 아동, 청소년,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고 있으며 무용분야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다. 비평적 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
정혜지_무용가 정혜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 재학 중이며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디테일한 감정선에 연결되는 움직임과 섬세한 표현력에 집중하고 있다.


목록

댓글 0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