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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9.11.14 조회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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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ICWx시리즈_글로 완성하는 안무] Critical but Creative: 안무, 리서치, 프랙티스

[2019SICW x 시리즈_글로 완성하는 안무]



2019 SICW x 시리즈 ‘글로 완성하는 안무’는 무대가 끝나면 사라지는 순간의 예술을 넘어 영원히 기록되는 안무를 위해, 움직임과 리듬을 글로 만드는 워크숍이다. 총 5일간, 다섯 가지 커리큘럼으로 진행된 본 워크숍의 기록을 웹진 <춤:in>을 통해 공유한다. 네 번째는 4일 차에 진행되었던 김재리 드라마투르그의 ‘안무(과정)에서의 비평적 사고’이다.

[2019SICW x 시리즈_글로 완성하는 안무]
Critical but Creative: 안무, 리서치, 프랙티스

허영균_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서지혜
안녕하세요.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는 김재리입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국립현대무용단 상주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했고, 아티스트들과 어떤 작품을 만들지 생각하고 대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역할과 예술기관의 목적과 아티스트의 생각을 조율하고 대화하는 일을 했습니다. 즉, 언어를 통해 창작자들과 만나온 셈입니다. 퍼포먼스나 안무를 다루는 창작 외에도 영화, 미술 분야의 창작에 안무적인 접근을 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하려 합니다.
하나, 사람들은 춤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춤을 ‘언어화’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둘, 춤과 안무를 구분하고, 안무 안에서 글쓰기로서의 비평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셋, 리서치를 진행할 때 질문지를 전략을 함께 만들어보겠습니다.
넷, 하나의 방법론을 실험해보겠습니다.
춤에서 언어는 왜 필요할까?

요즘에는 특히 안무가에게 언어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의 기준이 분명했던 것에 비해서 최근 작업에서는 다양하고 다면적인 측면에서의 언어적 표현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너무나 복잡한 사회가 되었고, 접해야 할 사건도 많지요.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세울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안무가는 작품을 통해 어떤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문을 통해 관점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요즘의 안무가들이 지닌 태도인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그 질문 안에 나의 태도, 관점, 이데올로기, 취향을 드러나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것을 요구하고 지향하게 되었을까요? 제 생각엔 우리 모두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아카데미와 창작 현장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안무가나 무용수가 박사가 되고, 예술기관에서 리서치를 요구하고, 안무가가 만든 것을 말하도록 장려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비평적인 태도가 강요되고 담론을 생산하는 것을 창작자들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결과물을 보여주기보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그러나 한국 창작자들이 비평적인 맥락을 갖기란 어렵다고 봅니다. 비평적 실천을 하는 창작자,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통해서 제안하는 창작자가 양성되기 힘든 환경이죠. 한국의 무용 문화 안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무용계에는 여전히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마치 가족관계처럼 “내가 쟤를 키웠어, 너는 내 새끼야”라고 생각하는 세대가 있기에, 친족으로 이루어진 제도의 내부에서는 독립된 자아로서 자신을 성찰하거나 개별성을 확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비평이 쉽지 않고요. 이미 미술계에서 90년대에 많이 소개되었던 제도적 비평 작품이 무용계에서 있었는지도 사실 의심스럽습니다.

춤에서의 언어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언어 language/춤 dance, 이론 theory/실천 practice, 개념 conception/움직임 movement, 사고 thinking/신체 body 등은 춤에서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해온 단어입니다. 하지만 춤이 아니라 안무의 기준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두 가지 단어의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안무는 기본적으로 ‘춤 Choreo + 기록(쓰기) Graphy’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무에는 춤과 쓰기의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고요, 춤이 존재론적으로 생성되는 순간 소멸하는 본성을 지녔다면, 안무는 사라지는 춤에서 무언가를 남기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춤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떻게 남길 것인가, 사후의 춤은 우리에게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안무의 생성과 관계있을 것입니다.

만일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에게 안무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팔을 어떤 공간으로 뻗는다, 그럼 그것이 안무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공간 안에 내 신체와 어떤 딜(deal)을 할 것인가, 그 공간성을 인지하는 것을 안무라 말할 것입니다. 움직임을 만들어서 안무를 찾는 것은 20세기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반은 움직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기호를 만들어냈습니다.

스코어와 방법론

스코어(score)란 사람과 사람 간의 시각적 정보, 직접적 의사소통을 주 매개체로 하여 동작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기록이라는 매체와 해석 및 재창조의 과정을 통해 안무의 요소들에 대해 창작하는 지침서, 규칙,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코어 방법론은 안무를 위한 규칙과 지시 사항을 기록하는 것으로 언어와 기록이라는 매체와 재창조라는 창작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동작 자체의 창작이 아니라 시간, 속도, 장소, 이동, 관계 등과 같은 안무 요소들에 기반한 안무의 방법론으로 고려되는 것입니다.

컨템퍼러리 댄스에서의 ‘언어’

1960년 이전과 이후, 예술에서 존재론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춤의 장르가 아닌 형식에서의 변화가 있었던 겁니다. 춤의 종류에서 춤, 그 자체로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데요. ‘types of arts -> arts itself’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특정 매체에 대한 거부로 이어집니다.

담론이란 무엇일까요? 담론과 지식은 다릅니다. 담론 안에는 대화와 사회가 들어있습니다. 1960~1970년대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어떻게 의미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담론은 젠더와 사회적 실천의 종류에 따라, 말하는 사람과 상대의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1969년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지식의 고고학(L'archeologie du savoir)》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모든 진술은 진술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나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역사적으로 지식을 형성해온 권력에 대한 비판, 학문적 규율과 고정된 지식의 대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담론은 한마디로 사회적인 것이고, 대화는 담론의 기본 조건입니다. 벤자민 리 워프(Benjamin Lee Whorf)가 말하길 의미는 말이나 글의 과정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비언어적인 기회와 이것의 연쇄나 배열도 언어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담론은 서로의 충돌에서 발전하며, 말과 글에서 사용되는 단어와 어구들은 정치적인 차원을 갖게 됩니다.

비평적인 의식과 이해는 실천의 넓은 범위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비평에 대한 확장된 시각은 실천과 연결됩니다. 하나의 장르가 아닌 예술 형식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아래와 같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Skill -> Social
Arts Practice -> Social Practice

리서치란 무엇인가?

“작업 과정에서 읽기, 사고하기, 수행하기의 비평적 과정이 이루어짐 하나의 실천으로 춤과 공연을 추적하는 것”
개별적 예술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을 이르는 말이 ‘리서치’입니다. 지금부터 실습을 해볼 텐데요. 일명 ‘Arts and Critical Process - Research’입니다. 지금부터 리서치 과정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10분 정도 시간을 드릴 테니 3~5줄 정도의 계획을 세워보세요.

리서치는 명료한 질문을 중심으로 일정한 맥락과의 연관 속에서 답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리서치의 입장과 생산의 색깔을 드러내는 방법론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결과물은 리서치 참여자, 관련 영역, 사회에 영향을 끼칩니다. 즉, “나의 관점을 구축하는 것”이 리서치의 기본입니다. 어떤 방법론을 택할 것인가가 리서치의 색깔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발표와 피드백

“수치심에 대하여”
→ 남이 평가했을 때 부정적일지라도, 자기 자신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한 수치심을 어디서 볼 것인지, 사회적인 의미를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과 주체의 관계”
→ 표준을 찾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있다고 해서 그걸 모두 공동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찰나를 즉흥적인 표현으로”
→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미지란 무엇일까요? 그 찰나를 확장한다면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물리적 시간, 기억, 촉각, 이미지 어떤 것이든 안무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이 돋보이는 무용 공연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전시는 기획이 돋보일 때가 훨씬 많은데, 무용 공연은 그렇지 않죠. 다른 사례를 조언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계획을 보니 메타 리서치까지 도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네요. 오늘 나누려고 하는 이야기를 절반도 나누지 못해 아쉽습니다. 수업 후 궁금한 내용은 다른 방식으로 질문해 주시면 더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재리_드라마투르그 안무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4, 2015년에 국립현대무용단 드라마투르그를 역임했다. 현재 안무 및 시각예술 분야에서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면서 컨템퍼러리 댄스와 퍼포먼스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허영균_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예술작가로 활동하면서 1도씨라는 이름의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서지혜_일러스트레이터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였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거나 작은 인형들을 만들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다.

김재리_드라마투르그 안무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4, 2015년에 국립현대무용단 드라마트루그를 역임했다. 현재 안무 및 시각예술 분야에서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면서 컨템퍼러리 댄스와 퍼포먼스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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