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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9.07.15 조회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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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 오디션을 이야기하다.

웹진 <춤:in> 편집부

일시: 6월 19일 2시~4시
참여자: 차진엽(현대무용가, 모더레이터), 김혜경(무용가, 안무가), 손나예(공연예술가), 조재혁(안무가), 김연임(본지 편집장), 이주연(본지 에디터)

왼쪽부터 차진엽, 손나예, 김혜경, 조재혁, 김연임 ⓒFotobee_이병곤
차진엽: 어쩌면 우리가 놓여 있는 삶 자체가 오디션인 것 같아요. 예술을 시작하면서, 입시부터 콩쿠르까지 계속 경쟁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여 있었고, 안무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원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되어야 해요. 결국, 모든 것이 오디션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어요. 이렇게 오디션이라는 주제로 모인 우리가 같은 듯 다른 분야에서 작업하는 만큼, 각자의 작업 이야기와 함께 오디션에 대한 경험도 이야기하면서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해요. 그리고 논의를 확장하여 지금의 오디션을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도 이야기해보기로 해요. 이야기에 앞서,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손나예: 저는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제 작업도 하고 있어요. 무용수와 안무가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제 활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요즘은 제 작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인 것 같아요. 창작의 기본적인 단계로 돌아가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되짚어보고 있어요.
김혜경: 저는 현대무용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냥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네요. 해외에서는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아리타 콜린과 스위스의 링가컴퍼니에서 활동하였고, 한국에서는 안은미 컴퍼니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약 9년 동안 스위스와 한국을 번갈아 다니면서 작업했죠. 스위스에 있는 질조뱅과 워크숍을 했었고 벨기에에 있는 울티마베즈의 오디션과 리서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오디션도 틈틈이 봤고, 2012년부터는 제 작업도 계속했어요. 이렇게 저는 어느 때에 무엇을 만들어야겠다고 한정 짓지 않고 시간이 되면 하고 시간이 안 되면 다른 걸 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며 작업을 이어나갔어요. 현재는 안은미 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고, 내년에 제 작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조재혁: 한국무용 베이스로 춤을 추고 있어요. 어릴 적에 콩쿠르에 많이 참가했던 경험이 있으며, 국립 무용단에서 12년 정도 단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휴먼스땅스라는 무용단에서 계속 작업하고 있어요.
차진엽: 전 사실 오디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요. 해외에서 활동할 당시, 주변에 온갖 오디션을 다 보러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한 번은 친구 한 명이 제게 괜찮은 무용단이 있으니 같이 오디션을 보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 무용단이 그리 흥미롭지 않았고 돈을 들여가면서 왜 가야 하냐며 관심이 없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오디션을 통해 해당 무용단의 레퍼토리나 메소드를 공짜로 배울 수 있기에 꼭 뽑히기를 바라기보다는 다양한 춤을 배울 수 있기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 역시 오디션이 배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 해서 오디션을 통해 무용단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오디션의 기저에 깔린 경쟁 시스템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거부하는 편이에요. 대표적인 예로는 지원사업이 있어요. 저는 지금의 창작자들이 각자의 창작 리듬과 관계없이 지원사업의 타이밍에 맞춰서 창작해야 한다는 것에 괴리감을 느껴요. 사실 어떤 시기에는 열렬하게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있는데 지원사업의 시기에 맞춰야 한다는 게 심적으로 저 자신에게 괴리감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지원사업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와 같은 생각을 지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Collective A LAB이라는 그룹으로 올해 초부터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어요. 작품이라는 결과 중심의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자기 안에 있는 궁금증과 생각들을 발전시키고 탐구하여 꾸준하게 작업의 재료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 일단, 이야기가 깊어지기 전에 오디션이라는 주제로 돌아가서 여러분의 가장 첫 번째 오디션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보는 게 어떨까요?

차진엽 ⓒFotobee_이병곤
첫 번째 오디션
김혜경: 저는 고등학생 때 특별활동 부서로 무용반을 들어가기 위해 참여했던 오디션이 첫 번째예요. 그 당시 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참여했었는데, 새로운 걸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기본 동작인 스트레칭, 트리플리스텝, 투스텝을 하는데도 너무 재밌어서 투스텝을 하면서 집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나요. 무용반에 합격한 이후에는 매일 특별활동 시간만 기다렸어요. 언제 월요일 7교시가 오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무용수가 되어 해외에서 오디션을 보는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언어를 쓰고, 낯선 동작을 마주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재밌었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제가 몰입하고 있는 상태 자체를 즐겼던 것 같네요.
차진엽: 맞아요. 사실 오디션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단어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오디션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재능이나 강점을 알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 같아요. 만약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함께 하게 되었을 때는 긴장감도 떨어지고 하고자 하는 열망도 부족할 수 있는데, 오디션을 거쳤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죠.
조재혁: 과거 기억을 되살려 저의 첫 번째 오디션을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때 참여했던 국민체조 오디션이 떠오르네요. 국민체조 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시험을 봤던 기억이 나요. 그다음은 중학교 2학년 때 최양락과 이봉원이 나오는 ‘꾸러기들의 대행진’이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자를 뽑는 오디션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저는 LP판을 들고 방송 댄스를 췄었죠. 이렇게 제가 춤을 곳곳에서 추고 다니니까 선생님께서 한 번 무용을 배워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한국무용을 배우게 됐어요. 그리고 춤 선생님께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입학해서 보다 전문적으로 춤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입시 오디션도 보게 됐죠. 그런데 오디션에 가니까 다른 친구들은 화장도 화려하고, 한 번 보여준 움직임도 바로 따라 하는 거예요. 그때 다른 친구들은 미리 순서를 배워왔다는 걸 알게 됐죠. 여러모로 당황의 연속인데, 오디션 도중에 턴을 돌다가 바지도 벗겨졌어요. 심사위원분들 모두 빵 터지셨었죠. 그런데도 저의 가능성을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합격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죠. 감사한 마음에 정말 열심히 학교를 다녔어요.
손나예: 첫 번째 오디션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봤던 오디션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고등학생 시절에 봤던 창작시험이에요. 기존에 있는 동작을 익혀서 수행하는 것도 즐겁지만, 제가 주체가 되어 직접 안무를 짜고, 노래를 녹음하고, 의상도 준비해보니 그 만족감과 희열이 남달랐어요. 최근에 들은 바로는 콩쿠르에도 즉흥 파트가 생겼다고 해요. 물론 그에 따라 즉흥 파트를 알려줄 선생님이 생기겠지만, 즉흥 파트가 생겼다는 자체만으로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는 방식과 그 방향이 달라질 것 같아요. 현재 저는 무용 현장에서 무용가로 활동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연극영화과 학생도 가르치고 있어요. 학교 교육을 하면서 회의감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1학년, 2학년 때에는 그룹창작, 즉흥 등을 통한 예술적 가이드를 하고 즐겁게 임하다가도, 3학년이 되면 자기다운 작품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방식보다는,수동적으로 보기 좋은 움직임을 받아서 수행하는 방식을 더 좋다고 생각하고 지향하더라고요. 그러한 방식이 입시라는 오디션이 추구하는 결과에 맞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교육 시스템의 방향에 의해 매일 똑같은 굴레로 돌아가고 있는 거죠. 만약 제가 멀리 봐서 다른 조언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되려 헷갈려해요. 교육의 과정이 결과로 가도록 끌고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이제 아이들도 입시가 예술의 과정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같아요.
차진엽: 콩쿠르와 입시를 빼고 오디션을 논할 수 없는데, 정작 그런 오디션에는 다른 장치들이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선정되는 게 아니라 학생 뒤에서 조종하는 시스템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예요. 어쩔 수 없는 권력 구조가 형성되는 거죠.
김혜경: 그걸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 짓진 못할 것 같아요. 각자 원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죠.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것과 안무가마다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원하는 움직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에서 그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맞추는 건 당연한 거죠. 그렇지만 사실 대학은 춤 자체를 배우기 위하여 가는 건데 무조건 어떤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는 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에서 더욱 발전하는 게 가능한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차진엽: 물론 무용수가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학교와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무용단을 선택하여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보이지 않는 모순이 존재하기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실제로 외국의 무용단 중에는 이미 합격자가 예정되어 있거나 무용수를 뽑을 계획이 없는데도 그냥 홍보의 수단으로 오디션을 여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런 게 사실 모순이죠.
손나예: 안무가는 작품과 무용단을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 적재적소인 무용수를 찾는 것 같아요. 사실 안무가가 자신의 세계를 잘 구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건 건강한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는 오디션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무용과 입시처럼 건강하지 않은 구조를 지닌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손나예 ⓒFotobee_이병곤
오디션과 심사
차진엽: 대학 입시는 당연한 시스템이고 오디션이라는 것 자체는 부정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언가 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죠. 그렇지만 오디션에서 심사의 기준과 심사위원에서는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은 그 결과에 따라 참여자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심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 대한 무게를 인지해야 해요. 심사위원으로서 저희가 할 몫은 참여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실력에 따른 결과를 보장해주는 거죠. 예전에 규모가 큰 무용단 오디션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안무가가 참여자 모두에게 진심이 담긴 피드백을 주고 오디션이 끝난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주더라고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찾는 무용수는 이런 캐릭터였기 때문에 네가 뽑히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받으니까 오디션의 결과에 납득할 수 있었고 그 안무가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안무가의 작품을 더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조재혁: 저도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심사위원이 심사 도중에 무언가를 먹거나 하품을 한다면 심사 받는 입장에서는 상처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자신의 실력을 올바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건 심사를 하는 사람들이 자제가 아니라 아예 보이지 말아야 할 태도죠. 오디션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심사위원에게 맡겨야 하는 만큼,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존중하는 관계가 형성되었으면 해요.
김혜경: 안무가가 직접 오디션의 결과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참여자 자신이 직접 그 이유를 물어보러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에 떨어졌더라도 그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떨어진 이유를 정확히 알고 가는 거죠. 안무가가 원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명확하게 해결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물어봄으로써 나라는 사람도 있다고 자기 PR도 할 수 있죠.
차진엽: 맞아요. 예술은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뉘는 게 불가능한데 오디션의 결과는 그렇게 이분법으로 구분되니까요. 만약 오디션이 끝난 이후에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리하고 계속 도전할 용기도 생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후배 무용수들과 지원사업에 떨어진 무용가들이 스스로 예술과 멀어지기를 택하는 것 같아요. 오디션으로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좌절만 주는 거죠.
손나예: 피드백 외에도 참여자들이 결과에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올해 창작 지원사업 닷에 지원을 했는데 1차 심사에서 떨어졌어요. 물론 제가 생각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류를 쓴 만큼 불합격이라는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는데, 2차 인터뷰 대상자의 수가 너무 적은 거예요. 20명이 지원했다면 인터뷰 대상자는 2~3명뿐인 거죠. 서류가 미비하면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지만, 당장 설득할 수 있는 서류는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작가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인터뷰의 폭을 넓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서류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에 제가 미처 찾지 못했던 작품의 키(Key)를 찾는 걸 경험했거든요. 인터뷰 대상자가 되었다면 맥락을 더 관통하여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거죠. 그러면서 심사의 시스템이 과정으로서 기회를 주는 게 아니고 결과만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차진엽: 예전에 영국에서 안무대회에 지원신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1차 서류가 자유 양식인 거예요. 영상이든 텍스트든 실제 시연이든 자신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사용하면 돼요. 그게 꼭 작품처럼 보이지 않아도 되죠. 사실 무용은 타 장르보다 글로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더욱 많기에, 서류의 지정양식으로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담기지 못하는데 그걸로 불합격이 결정돼요. 사실 작품을 시작할 때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잖아요. 안무가는 무용수와 대면하고 함께 움직이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데, 지금의 지원사업에서는 작품의 구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의 파급 효과부터 홍보마케팅까지 사업 전반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만 해요. 그래서 무용도 자유 양식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본인의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을 동원해서 보여주도록 하는 게.

조재혁 ⓒFotobee_이병곤
오디션의 방법
김연임: 그렇다면 오디션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해외에서 여러 오디션에 참여했던 김혜경씨는 정말 다양한 사례들을 접해봤을 것 같아요. 인상적이었던 사례들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김혜경: 오디션의 방법은 보통 작품과 안무가의 성향에 따라 다른데, 그 나라에서 유행하는 형식이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다른 것 같아요. 영국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형식을 중시하는 발레를 기본으로 하는 컴퍼니가 많아요. 8년 전인 2011년 당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컴퍼니는 아크람 칸과 호페쉬 섹터 이렇게 두 곳인 것 같아요. 8년 전에 제가 영국에서 오디션을 봤을 때만 해도 1차는 발레, 2차는 따라하기, 3차는 즉흥이었어요. 그리고 2002년에 제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네덜란드의 NDT 컴퍼니 오디션은 1차부터 3차까지 모두 발레 동작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많은 컴퍼니의 오디션 마지막은 워크숍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1차부터 3차까지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 약 10명의 무용수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죠. 워크숍은 그 사람이 자신의 무용단에서 얼마나 동화가 잘 되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지도 보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렇게 워크숍까지 거친 다음에 최종 멤버를 선정해요. 제가 함께했던 스위스의 링가컴퍼니도 마찬가지였어요. 파리와 로잔에서 각각 오디션을 진행하고 각 그룹에서 선발된 8명과 함께 일주일 정도 워크숍을 진행해요. 그러면서 자신의 성향과 작업에 적합한 무용수를 발견했다면 함께 작업하고, 기존에 단원이었던 무용수와도 함께 작업하면서 작품을 만들게 돼요. 이런 경우에는 이미 오디션도 작업의 한 과정인 거예요.
저는 오디션을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일단 다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가리지 않고 C.V를 보내곤 해요. 그리고 답장이 오면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로 떠나죠. 그러다 보면 이번 주는 이 나라에서 오디션을 보고 다음 주에는 다른 나라에서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만났던 얘들을 계속 만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서로 친해지고 정보도 공유하게 돼요. 그렇게 만난 친구와 나중에 작업을 함께 하게 되면 정말 좋은 관계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보았던 오디션의 경험은 다양한 국적의 무용수들이 모이기 때문에, 오디션에서 무용수들에게 같은 주제를 주고 각자의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기도 했어요. 소통하면서 다른 문화권을 공부할 수도 있었어요. 물론 오디션이 경쟁을 위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참여했던 오디션은 워크숍 같은 분위기여서 그런지 배운 게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안은미 컴퍼니의 오디션은 노래방에서 열리기도 하고, 가끔은 안무가와 1대1 배틀처럼 무한으로 답무에 대한 답무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해요. 무작위로 재생되는 노래에 맞춰서 안무가와 무용수가 번갈아 춤을 추죠. 이처럼 특별한 방법을 통해 이 무용수가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변화에 대한 가능성과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 보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경쟁이 아닌 서로를 알아가고 스스로를 찾는 색다른 오디션 파티라고 말할 수 있죠. 이러한 파티는 노래방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연습실에서 하기도 하고, 집에서 술을 먹거나 대화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되기도 해요. 저희 무용수들끼리 작업하다가 갑자기 시작되기도 하고요. 정말 때와 장소가 불문이죠.
마지막으로, 오디션이 모두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에서 제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냐는 결국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김연임: 말씀해주신 안은미 컴퍼니의 오디션의 경우,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오디션의 형태와 다르네요. 정말 특별한 오디션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느슨할 것 같은데, 막상 하는 사람은 정말 긴장될 것 같아요. 다른 이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그다음에 나는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야 하잖아요. 정말 신기해요.
차진엽: 국립 무용단도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나요? 국립 단체의 경우 오디션에 합격하면 평생직장을 가지게 되는 건데, 과연 어떤 기준으로 단원을 선발하는지 궁금해요.
조재혁: 국립 단체도 무용단마다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작품 레퍼토리와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악기, 그리고 즉흥이 있어요. 보통 이렇게 세 가지 기준으로 단원을 선발하죠. 그런데 국립 단체의 경우 평생직장이 되는 만큼 단원을 뽑을 때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오디션을 보는 그날 하루로 운명이 결정돼요. 저는 오디션을 보는 순간에 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실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선발하는 과정이 더 섬세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차진엽: 장르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해요. 현대무용은 무용수 또한 창작자로서 안무에 참여하고 개인의 성형을 작업으로 끌고 들어오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해요. 그런데 한국무용의 경우, 무용수가 전통적인 댄서의 역할로 참여하기 때문에 춤만 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국무용도 창작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장기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기에 오디션의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조재혁: 그리고 뽑는 인원이 정말 적어요. 국립무용단의 경우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기존 단원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만큼 뽑을 때 정말 신중하게 잘 뽑아야 해요. 춤을 잘 추고 작품을 잘 수행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많은 단원과 함께 활동하는 단체인 만큼 무용수의 인성과 사람과의 관계성도 중요하죠. 물론 춤 외에도 면접 절차가 있긴 하지만 3배수라 의미가 크진 않아요. 제가 아는 한 분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무용수 생활을 했는데, 거기선 오디션을 6개월 동안 진행한다는 거예요. 이처럼 장기적으로 오디션을 한다면 참여하는 모두에게 오디션의 결과가 충분히 납득될 것이며 참가한 무용수들끼리 동료 의식도 생길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의미가 있죠.
김연임: 국립무용단에서는 승급을 하거나 작품을 할 때 내부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나요? 제가 아는 분은 국공립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도 끊임없이 내부 오디션에 참여하시더라고요.
조재혁: 네. 아무래도 그런 자극이 있어야겠죠. 예를 들자면, 춘향이라는 작품을 하면 춘향 역할을 정하기 위한 내부 오디션을 열어요. 이런 오디션은 보통 작품 영상을 보여주거나 음악을 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춘향의 이미지를 만들어 오라고 하죠. 국공립 단체에 소속된 이들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차진엽: 마찬가지로 국공립 단체인 서울예술단에서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작품과 배역마다 내부 오디션을 진행하더라고요. 무용은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가무극은 역할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는 만큼 역할에 대한 경쟁이 가능해요. 만약 자신이 원하는 역할이 있다면 지원해서 오디션을 보면 되니까 공정한 평가가 가능한 것 같아요. 사실 무용단에서 안무가가 일괄적으로 무용수를 선택하면 다른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스스로 원하는 배역을 선택하여 오디션을 보니 많은 이들이 결과를 인정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서울예술단의 단원들도 정말 열정적으로 원하는 배역을 맡기 위해 끊임없이 춤과 연기를 연습하더라고요. 안정된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도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죠. 이처럼 오디션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춤은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이 계속 유지될 수 없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계속 훈련하고 무용수로서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면 자신의 실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혜경 ⓒFotobee_이병곤
오디션 후 달라지는 것
김연임: 오디션 전과 후의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디션에 참여할 때만 해도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거나 계속 말을 바꾸는 거죠. 안무가는 당장 연습을 해야 하는데 전체 무용수의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전체 인원을 모으는 게 쉽지 않고요. 사실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게 섭외비를 충분히 주면 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힘들죠. 그렇다면 혹시, 오디션 공고문에 작품에 참여할 경우 임금을 얼마나 받는지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건이 명시되어 있나요?
손나예: 앞서 언급하셨듯이, 안무가들은 연습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섭외의 우선적인 조건으로 지정된 연습 시간에 참여할 수 있느냐를 본 다음에 그 안에서 무용수를 찾는 경우가 많죠. 저의 작업에서도 시간에 대한 확보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차진엽: 작업 환경이 어렵다는 걸 서로 아는 만큼 그 사람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일정을 내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함께 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안무가도 어떻게든 함께 하고 싶을 텐데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결국 태도의 문제 같아요. 저는 무용수가 아무리 바빠도 함께 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주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거든요. 물론 안무가도 무용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죠. 무용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부분이 더 강조되는 것 같아요. 몸으로 마주하는 것에 익숙한 만큼 사소한 말 한마디로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김혜경: 해외 컴퍼니의 경우에는 오디션 공고문에 몇 주 동안 몇 회 참여하면 얼마를 줄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만약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개인 섭외로 작품을 참여하는 경우에는 제가 먼저 임금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요. 그렇지만 제가 물어보기 전에 안무가가 먼저 임금에 대해 언급해주는 게 깔끔하죠.
조재혁: 제가 오디션을 하고 싶은 이유가 이거예요. 공식적인 절차인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를 만나게 된다면 존중의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안무가와 무용수가 평등한 상태에서 서로 존중하는 거죠. 그러면 서로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을 거죠. 서로 예민한 문제인 임금 문제도 오디션을 거쳤다면 훨씬 깔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차진엽: 맞아요. 개인 섭외를 하면 그런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저는 무용수의 경력과 연륜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해요. 같은 시간 만큼 일을 하더라도 경력과 연륜에 의해 차등을 두고 우대해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야만 나이가 들더라도 무용수로서 직업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한 작업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무용수와 40대의 무용수가 동일한 임금을 받고 한 적이 있었는데 박탈감이 들더라고요. 끊임없이 해나가도 더 나아지는 게 없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재혁: 저도 경력과 역할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발레나 뮤지컬처럼 역할의 중요도가 구분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역할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없죠.
차진엽: 제가 네덜란드에서 무용수로 활동할 때 좋았던 부분이 무용수뿐만 아니라 안무가, 리허설 디렉터, 반주자까지 등급이 부여되고 그 등급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는 거였어요. 그것을 정리해 놓은 책자가 있었는데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무용수의 등급이 책정되고, 어느 무용단에 가든지 자신에게 부여된 등급으로 월급을 받아요. 물론 단발적인 프로젝트가 주로 이루어지는 한국에서는 경력에 따라 무용수의 등급을 구분하는 게 애매해요. 외국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니까 무용수들의 경력이 확실하게 증명되죠. 물론 경력 외에도 어떤 레벨의 무용단에서 활동했는지와 어떤 규모의 공연에 참여했는지도 평가의 대상이에요.
손나예: 경력뿐만 아니라 무용수의 창작 능력에 따라서도 임금의 차등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화려한 경력이 작업에서의 실질적인 기여도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경력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지만, 경력이 없는 사람의 아이디어와 감각도 안무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창작이 강조되는 작업의 경우에는 참여하는 무용수의 창작 능력에 따라 임금의 차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경력만으로 임금의 차등을 준다는 건 작품의 특성에 따라 부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연임: 임금 책정의 기준처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은 계약서라는 공식적인 수단에 정확하게 명시해둘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안무가로서 무용수를 섭외하고 작업을 시작하시면 계약서를 작성하시나요? 만약 작성하신다면 어떤 내용을 명시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조재혁: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계약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해요. 계약서는 쓰기 나름인데 일반적으로 임금과 작업 기간을 명시하고, 가끔 연습 시간을 명시하기도 해요.
김혜경: 계약서에는 무조건 갑과 을이 명시되어 있는데, 작업에서 갑과 을을 나누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을 때는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하죠. 일반적인 계약서 양식을 참고하긴 하는데 작업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내용을 조금씩 바꾸곤 해요.
섭외의 기준
김연임: 여기 함께해주신 분들은 안무가로서 무용수를 섭외하셨던 경험도 있으셨을 거예요. 안무가로서 무용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혜경: 저는 보통 작업에 적합한 캐릭터를 지닌 무용수를 떠올린 후에 개인적으로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물론 작업할 때마다 그 작업과 캐릭터가 맞는 무용수를 오디션으로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하지만 오디션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게 번거로워서 시도하지 못하고 있어요.
차진엽: 편집장님이 좌담의 주제에 적합한 패널을 찾으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무용수를 찾는 것 같아요. 평소에 매력적인 무용수를 만나면 기억해뒀다가 섭외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해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섭외하다 보니 안무가로서 책임감도 생기고 최대한 무용수에게 맞춰주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오디션을 거쳐서 무용수를 섭외했다면 서로 명확하게 원하는 바를 요구했을 텐데 개인 섭외로 진행하니까 계속 양해를 구하고 부탁하게 되더라고요.
김혜경: 저는 무용수로 작업하다가 안무가와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요.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선을 만드는 거죠.

왼쪽부터 차진엽, 손나예, 김혜경, 조재혁 ⓒFotobee_이병곤
오디션과 우리의 삶
김혜경: 차진엽님이 시작할 때 말씀하셨던 ‘삶 자체가 오디션’이라는 말에 굉장히 동의해요. 안은미 컴퍼니의 안무가님은 오디션장에 들어오는 무용수의 걸음걸이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해요. 즉, 걸음걸이에 그 사람의 삶이 담겨 있는 거예요. 몸으로 움직이는 우리 무용가들은 더욱 그렇겠죠.
조재혁: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실패를 끊임없이 경험할 거예요. 저 역시 최근 들어 실패를 많이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실패를 경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실패를 경험하면서 그 경험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는 거죠. 지금 오디션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도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깊은 뿌리를 내리며 계속 나아가셨으면 해요.
김혜경: 오디션은 벼락치기로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닌 만큼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어야 해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올 거예요. 그리고 기회를 찾아다니세요. 저 역시 오디션을 보기 위해 오디션 정보를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예전에는 발레 잡지 마지막 장에 담긴 오디션 정보를 매일 확인했고,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부터는 오디션 공고 홈페이지와 눈여겨보던 무용단의 홈페이지를 매일 확인했어요. 좋은 집을 찾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처럼 오디션도 열심히 찾고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기회를 얻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디션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더라도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계속 도전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도전하며 만나게 되는 인연들도 소중하죠. 만약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고 스스로 발전할 수도 없을 거예요.
차진엽: 무용단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무용단은 오프라인 공고판에 공고문을 게시해 놓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현지에 있어야만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거죠. 저의 첫 무용단도 주변의 무용수한테 오디션 정보를 듣고 무작정 따라갔다가 시작하게 된 거예요. 이처럼 현지에서 네트워킹하다 보면, 주변의 안무가에게 서로를 소개해주기도 해요. 그러니 인맥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죠. 물론 혼자서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행동하는 태도도 중요해요.
조재혁: 맞아요. 아직 실력이 준비가 안 된 것 같고 현지에서 지낼 공간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디션을 보러 해외로 나가는 걸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분들은 일단 가면 기회가 생길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손나예: 오디션을 보고 나면 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연습 일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경험이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니까 스스로 하고 싶은 작업을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생기게 됐어요.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다름을 깨달았던 경험도 있었죠.
조재혁: 저도 오디션을 통해 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고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처음부터 오디션이 발전의 기회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오디션의 결과 때문에 많이 아파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발전도 해보고 아프기도 해본 사람만이 오디션에서 심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혜경: 무대에서 춤을 추다 보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아요. 하지만 계속해요. 할 수밖에 없어요. 그 순간을 끝까지 견뎌내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비로소 제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생겨요. 다시 말해서, 끝까지 자기 자신과 싸워봐야만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오디션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치열한 삶의 한 형태인 거죠. 물론 이런 것만이 제가 춤을 추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요.
차진엽: 앞으로 우리는 계속 선택되어야 하고 선택해야 할 거예요. 삶 속에서 오디션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만큼 결과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해요. 저는 예전부터 콩쿠르나 오디션, 혹은 지원사업이나 어떤 기회이든 선택받지 않더라도 크게 상처받지 않았어요. 그저 제 자리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다음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 이렇게 결과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마음속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죠.
김연임: 결국 우리의 삶이 곧 오디션이고, 오디션이 곧 삶이네요. 오디션에서 시작하여 작업, 그리고 그와 맞닿아있는 지점까지 풍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덕분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웹진<춤:in> 에디터 이주연

차진엽_현대무용가 차진엽은 Collective A의 예술감독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감독을 맡았으며, LDP무용단, 영국 Hofesh Shecther 무용단, 네덜란드 Galili 무용단, 영국 국립오페라단 등 국내외에서 활동해 왔다. 젠더와 권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무용과 타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형식을 파괴하는 퍼포먼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Collective A LAB을 구성하여 아티스트들이 주체적으로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혜경_무용가, 안무가 함열여자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후 아지드 무용단 활동 후 링가컴퍼니, 안은미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김혜경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은 <자조방방>, <아방>, <토끼다다다>, <1 room>, <주다 그리고 받다> 등이 있다. 꿈을좋아하는 사람이다.

손나예_공연예술가 2012년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댄스컬렉션에서 ‘안무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작업 안에서 신체를 매체 중 하나로 인지하며 안무가보다는 연출적 시선을 가진 작가로 스스로를 본다. 현재는 타인의 고통에 죄책감을 느끼는 본인을 시작점으로, 타인의 영역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적 숙명을 넘어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를 작업화하려 한다.

조재혁_안무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사 및 전문사를 졸업하였으며 한양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를 이학 하였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무용단에서 주역 무용수로서 활동하였으며 2018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조감독으로 참여하였다. 현재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하며 아트그룹 ‘HumanStance’ 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표안무작으로는 <3>, <현一.>, <F.O.G>, <burn>, <light>, <미아> 등이 있다.

웹진 <춤:i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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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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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광열2019-07-20

    전문 무용수를 지향하려눈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익한 내용을 담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