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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9.06.11 조회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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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 아티스틱 리서치, 창작과 연구 사이에서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는 무용의 창작 환경에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개념과 실천의 방법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공개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한 후 이를 정리하여 싣습니다. 이 코너는 ‘영리한 땅’과 협력하여 진행합니다.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
아티스틱 리서치, 창작과 연구 사이에서

조형빈_자유기고가

수년 전부터 무용, 그리고 공연예술계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단어가 있다. 아티스트가 작업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부르는 개념, 바로 ‘리서치’가 그것이다. 실상 리서치라는 단어는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이미 꾸준히 언급되어왔지만, 어디까지나 아티스트 개인이 각자의 작업 속에서 이끌어가고 연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리서치에는 그것을 규정하는 하나의 단일한 방법론이나 혹은 정해진 교본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었다. 최근 공연예술계에서도 많은 작업자들이 ‘리서치’의 과정을 통해 안무를 만들고 공연을 올리면서, 과연 이 ‘리서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서울무용센터와 웹진 <춤:in>이 주관하고 영리한땅의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는, 두 번째 주제인 ‘아티스틱 리서치’에 대한 렉처를 5월 13일 서울무용센터에서 진행하였다. 안무와 공연, 리서치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가져온 이민경과 장수미, 두 강의자는 ‘예술 연구, 감각과 사유의 교차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된 이 강의에서 예술 창작과 리서치를 이야기하는 이유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만나고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네 시간 동안의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였다.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 <아티스틱 리서치> ⓒ영리한땅
퍼포먼스, 프랙티스, 그리고 퀴어 렉처
이민경(이하 민경) : 저희가 처음에 강의로 제안을 받은 건, 영어로 쓰인 ‘아티스틱 리서치’였어요. 주제를 받고 나서 이것을 어떻게 번역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그대로 영어를 직역하면 ‘예술적 연구’가 될 것이고, 그냥 ‘예술 연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수미씨가 작업자로서 예술 연구, 예술적 연구에서 만났던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장수미(이하 수미) : 먼저 '리서치'라는 언어를 만나게 된 경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2000년도에 독일에 가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리서치라는 말을 듣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독일에서 공부하고 작업을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제가 ‘리서치’라는 말을 쓰고 있다는 걸 발견했죠. 독일에서는 어떤 과제(task)를 주고 그것에 대한 재료(material)를 찾으며 작업을 하게 했는데, 이렇게 즉흥을 통해 작업의 재료를 찾아내는 것을 ‘무브먼트 리서치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무용수로서 작업 안에서 ‘리서치를 한다’고 표현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고, 도구(tool)의 사용이라는 말도 여기서 시작됐죠. 리서치라는 말을 다시 만나게 된 건 2016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안무 석사과정을 할 때였어요. 그런데 여기는 학교이다 보니, 여기서 쓰는 ‘리서치’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리서치와 조금 달랐어요. 학교에서의 리서치는 주로 언어로 이루어졌으며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죠. 처음에는 리서치 플랜을 세우라고 하고 그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리서치 주제에 따른 반영(reflection)을 하면서 계속 다시 생각하고(rethinking), 다시 찾아가고(revisit), 다시 명명하는(renaming) 과정을 반복했죠. 그렇게 조금 다른 형태의 리서치를 하게 되었어요. 민경씨 같은 경우는 언제 ‘아티스틱 리서치’를 만나게 됐나요?
민경 : 저도 학교를 다니면서 연구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들었어요. 특이했던 예시를 하나 든다면, 2006년에 만난 포르투갈의 조아오 피아데로라는 안무가가 근 20년간 해오고 있는 일종의 ‘실시간 구성(real-time composition)’이라고 하는 리서치 방법이 생각나네요. 처음 자극이 생기면 그 자극으로 필연적인 전개를 만들어가는 것인데요. 그 전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올 수 없다면 왜 없는지, 어떻게 관계 맺는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는 워크숍을 했어요. 저는 그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그의 연구 방식이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안무작업과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2011년에는 브뤼셀에서 예술 연구 고등기관인 에이파스(a·pass, Advanced Performance and Scenography Studies)1) 주최의 ‘모른다: 지식 생산에 관한 예술 연구(Don't Know: on the Production of Knowledge in Artistic Research)’라는 예술적 연구에 관한 컨퍼런스가 있었어요. 거기서 예술 연구 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죠. 그렇게 예술을 연구하는 대학 기관과 대학 밖의 기관을 보면서 예술 연구가 이제 하나의 완전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고 이미 그것에 대한 탐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이 예술 연구가 한국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요. 마틴 스판버그(Marten Spangberg)라는 안무가가 90년대 초반에 “예술 연구가 유럽의 무용계를 폭풍처럼 휩쓸고 갔다”는 표현을 썼어요. 잘 아시겠지만 50년대, 60년대에는 미국의 저드슨 처치 같은 곳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실험과 협업들이 일어났어요. 그 이후로는 조금 안정된 활동들이 일어나다가 8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한 번 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죠.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2011년에 그런 대학 학과가 이미 세워졌다는 것은, 90년대부터 그 바탕이 계속 확산되어 왔다는 거예요. 한국의 예술계에는 90년대에 리서치라는 표현이 들어왔는데, 문화 번역의 과정에서 오해와 왜곡이 동반되어왔을 거예요. 물론 학문적인 영역에서의 리서치에도 변질된 부분이 있을 거예요. 현대예술이든 현대무용이든 시초가 유럽이고 서양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그 개념에 대해 완벽하게 알기 위해서는 배경이 되는 문화나 개념을 이해해야 그것을 초월할 수 있어요. 리서치라는 것 자체가 학문에서 오래된 배경을 가지고 들어온 것을 고려해보면, 과연 예술 연구는 어떤 것일까요. 예술에 대한 학술 연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술을 하는데 학술적인 틀을 가지고 오는 것인지. 물론 예술 창작을 하는 데에도 기본적으로 연구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것을 ‘예술 연구’라고 부른다면, 늘 하고 있던 연구와 다른 것을 지칭할 것 같고 학문적인 연구 태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관심 가지고 있는 특정한 개념과 주제가 있다면 어떻게 이 관심을 끌어나갈지에 대한 방법과 형식을 고민할 것이고, 그것들을 수용하는 예술적인 탐구가 있을 수 있겠죠.
수미 : 거기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제가 했던 공부는 ‘아티스틱 리서치’가 아닌 ‘아티스트 리서치’ 였어요. 리서치라는 용어를 학문과 예술에서 모두 사용하지만, 예술가 연구라고 하면 느낌이 다르지 않나요? 예술가가 하는 연구인 거죠. 브라이언 마수미(Brian Massumi)라는 철학자가 한 이야기인데, 철학은 “생각을 행한다(thinking doing)”고 했어요. 그리고 예술은 “하면서 생각한다(thinking in doing)”고 했고요. 저에겐 이 말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 <아티스틱 리서치> ⓒ영리한땅
리서치에 대한 ‘현재’의 접근들
민경 :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볼까요? 예술 연구를 하는 많은 학교와 기관들이 표방하는 예술적 연구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수미 : 그 전에, 한국의 기관에서 사용하는 ‘리서치’ 용어의 사용과 표현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기로 해요. 지금 현재 남산예술센터, 바림 레지던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렇게 세 곳에서 리서치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기사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19일에서 29일 미완성 공연의 제작과정을 공유하는 서치라이트를 선보인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리서치부터 리딩과 무대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창작 과정의 모든 단계를 관객과 공유, 시연된 작품들이 정식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발전 가능성을 찾는다.” 바림 레지던시는 레지던시를 하는 광주에 있는 리서치 기관이에요. “기존의 장르를 벗어난 예술 작업, 진행성에 초점을 둔 예술 작업을 통하여 예술인들과 시민의 공동체를 조성하고 리서치를 통한 예술 교류를 지원, 리서치 쉐이핑 2019 현대 예술계에서 이야기되는 상징, 기호, 태도, 조형, 개념, 수행성 등에 대한 여러 꼭지를 포함하는 타이틀로, 기존의 현대예술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예술인분들의 추상적, 조형적, 수행적, 이론적, 비평적 접근을 지원하고 그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제공” “리서치라는 수단, 방법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의 경우에는, “새롭고 참신한 창작아이디어의 완성도 높은 무대화를 위한 창작 워크숍, 타 장르와의 협업 등 프리 프로덕션 활동 지원, 결과 중심과 완성 공연 중심의 기존 지원 사업과 차별화된 창작 준비와 창작 활동 과정에 대한 지원으로 전문가와 일반인 대상 공개 발표와 피드백을 통해 작품성과 시장성 등 창작 수준 제고 유도, 과정 공유회에서 활동의 발표가 가능한 공연 예술”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어요. 과정을 중요시하고,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과정을 결과물로 만들죠.
민경 : 90년대 예술적 연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된 것이 당시 예술가들의 심리적, 예술적 필요에 의해서였다고 한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기관과 대학에서 예술적 연구를 포용하고 지원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대해 마틴 스판버그는, 과거에는 결과물을 빨리 보여달라고 하는 불평 혹은 요구가 있었다면 이제는 과정 자체를 빨리 보여달라고 재촉하는 역전된 상황이 되었다며 비판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기관에서 원하는 리서치의 산물에 대한 그림이 명확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또한, 현재 대학에서도 직접적으로 예술적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 부분을 좀 읽어봐 주시겠어요?
수미 : ‘여러 다른 용어로도 표현되는 실천 중심의 연구는 하나의 개념적 틀로서 연구자의 창조적 실천, 창조적 방법, 창조적 결과물을 연구의 디자인과 결과물 속으로 일부러 편입시키는 것을 허용한다.’ 실행 위주, 실천 중심의 연구들이라는 말을 쓰고. ‘창조적인 실천자, 즉 예술가들이 가진 훈련과 전문화된 지식을 가지고 예술 창작에서 거치는 과정들은 특화된 연구적 통찰력을 이끌 수 있고, 그런 후에 연구로서 일반화되고 쓰일 수 있다. 창조적인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연구이며, 탐지할 수 있는 연구적인 산출을 생성한다.’
민경 : 이제 예술 연구는 다른 학문과 연구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존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도 예술 연구에서 요구되는 게 무엇인가 했을 때는, 에이파스에서 ‘최소한의 개념적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연구방법과 주제 모두 열려있고, 작가가 ‘이것은 나의 예술적 연구다’라고 말하는 것 모두 예술적 연구라고 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개념적 투명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예요. 개념적 투명성은 창작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업을 보았을 때, 작업 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깥에서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정확하게 무엇에 관한 어떤 것이라고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개념을 포괄적으로 생각했을 때 작품이 나름대로 선명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바깥에 소통될 수 있을 정도의 소통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마틴 스판버그의 경우, 예술적 연구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그 방법을 어떻게 일관성 있고 정확하게 확립할 것인지가 결정적이라고 이야기해요. 아티스트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모두 존중하지만, 그래도 연구적인 형태를 가지고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죠.
수미 : 아까 잠깐 공연의 프리 프로덕션과 프로덕션에 대한 질문이 나왔었는데요. 기관들에서 과정을 중시하고 그것을 결과물로 드러내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과연 리서치는 언제 이루어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연구는 어떻게 보여지는지’, ‘그 작품은 연구가 들어가 있는 작업인지’와 같은 질문도 가능할 것 같고요. research on creation이라고 하면 창작에 대한 연구를 말하죠. 예를 들면 예술사(art history)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죠. 또 research in creation이라고 하면 창작 안에 있는 연구가 될 텐데요. 아까 민경씨의 작업 같은 경우는 작업 안의 리서치(research in creation)로서 작업량이 엄청났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창작 안의 리서치)과 아티스틱 리서치(research creation, 창작으로서의 리서치)를 다시 구분했어요. 이미 그런 창작 작업을 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명확한 목표와 결과물로 향해가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러므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리서치는 좀 더 열린 의미이며, 예술가가 지닌 독창성, 단일성, 개인성이 리서치의 도구로 삼아 그 안에서 창작물을 찾는 거죠. 따라서, 한 가지 방법을 가진 연구가 될 수 없겠죠. 각각의 도구에 따라서 각각의 방법이 연구로 발전하고, 또 이것을 어떤 식으로 실천하느냐에 따라서 또 달라질 테고요.
리서치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과정, 그리고 방법들
질문 : 작년에 즉흥춤 교류작업을 하면서 리서치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리서치를 하고, 이것을 어떻게 작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또 워크숍을 통해 만난 것들을 대중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리서치의 본래 사전적인 의미와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다양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개념적인 측면에서 리서치의 다른 사례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경 : <봄의 제전(2013)> 같은 경우는 시작부터 공연 전까지 저희가 수집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했어요. 그런데 그것의 언제까지가 사전제작 단계이고 언제까지가 제작 단계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물론 초기에 많이 할 수 있는 조사가 있을 거고, 작품을 실제로 창작하기 시작하면서 선택하고 알아보아야 하는 조사가 있을 거예요. 그러나 리서치라는 용어가 저희가 소개한 폭넓은 의미에서의 리서치라면, 사전제작과 제작 단계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리서치가 어떤 것일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은 렉처를 진행해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미 : 어떻게 보면 저희가 정답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게 당연하기에,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직접 부딪혀가며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오늘 스크리밍과 진동에 관한 프랙티스를 하면서 느꼈는데요. 지금까지 자신의 몸에 대한 개념과 연관성을 추출해서 리서치를 이어나가셨을 것 같은데, 그것을 바꿔 부르는 재호명(re-naming)과 발전의 과정을 어떻게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수미 : 스크리밍에 대한 주제로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그냥 스크리밍이었어요. 퍼포먼스를 했을 때에는 철제로 된 악기나 드릴 같은 것으로 소리를 내면서 우리가 힘든 소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죠. 그렇게 진행하면서 ‘하기(doing)’와 ‘하지 않기(undoing)’를 반복하다가 ‘사일런스(silence)’을 만나게 됐죠. 그리고, 리서치 과정 중에 다양한 자료를 읽고 개념(언어)들을 만나면서, 점점 언어가 지닌 의미성이 없어지고 스크리밍 자체가 지닌 의미성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그것은 ‘스크림 에세이(screaming essay)’로 연결되었죠. 사일런스에 대한 흥미가 더욱 생겨서 했던 작업이 <dead body being>이에요. 소리가 나지 않고 힘을 밖으로 내지 않지만, 내부에 존재하는 상태에 대한 작업이었죠. 그런 궤적들을 따라가고 있어요.
질문 :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게 실천의 단계로 들어가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질문을 가지고 들어가서 실험하고 직접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강의자분들은 그럴 때 어떤 질문을 가지고 들어가셨는지, 어떤 몸을 만나셨는지 궁금해서 질문드렸어요. 실제로 몸으로 하려고 할 때, 개념화된 것을 어떻게 몸으로 풀어내는지도 궁금했고요.
수미 : 하나 좋은 예가 생각났어요. 제가 예전에 저희 교수님한테 “리서치가 뭡니까?”하고 물어봤더니 이런 설명을 해주셨어요. 컴퓨터로 뭔가를 찾을 때, 위키피디아에 들어가서 검색하고, 그 안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링크를 클릭해서 넘어가고, 이런 식으로 계속 링크를 타고 따라가는 것이 리서치라고 하셨죠. 이건 우리가 즉흥을 할 때 몸을 움직이면서 따라가는 방식이기도 하잖아요. 그 순간을 어떤 사람은 감각적으로 만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굉장히 논리적으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질문 :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리서치에서 <dead body being>과 같은 창작물로 어떻게 발전을 시키셨는지 궁금해요. 리서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작물을 만드는 거잖아요.
수미 : 저는 리서치와 창작물이 나누어져 있지 않아요. 작업의 시작을 리서치로 했을 뿐이죠. 저는 스크리밍이라는 주제로 리서치를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스크리밍 안에서 사일런스를 찾았죠. <dead body being>은 몸의 사일런스(즉, 죽은 몸)라는 패러독스에서 시작하여, 몸의 존재적인 면과 죽은 몸을 통해 바라보는 인식적인 면을 작업화한 거예요. 그렇게 리서치 프랙티스트를 하다 보면 특정한 것을 증폭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돼요. 그것을 좀 더 드러내려 하다 보면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죠.
민경 : 어떻게 창작물에 도달하느냐고 물으셨는데, 사실 그것이야말로 창조에 해당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어요. 비명을 지르는 물리적 행위 자체에 여성성이 반드시 들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고함을 지르고 있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사회적인 인식, 개념, 호명이 돼요. 저도 어떠한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고, 춤을 추다 보니까 소진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소진이 되는 춤은 뭐지?’라는 질문이 생겨났고 그것이 창작으로 이어졌어요. 이처럼 관심 있는 개념이 춤에서 발생하는 것들과 만나고, 그 접근 방식을 명확하게 하려는 것도 창조이며, 연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역을 확장하고 다른 것과 만나는 일종의 방법이죠. 유일한 것도 아니며,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죠. 예술 창작은 이런 것 없이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훌륭한 예술 작품들은 ‘예술 연구’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예요. 단지 확장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뿐이죠. 춤이 사회학적인 용어와 만나고, 여성의 비명이 사회적인 개념과 만났을 때 사회 문제에 대해 더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기는 거예요.

무용인을 위한 렉처 시리즈 <아티스틱 리서치> ⓒ영리한땅
창작으로서의 리서치
민경 : 지금까지 저희가 초점을 두고 이야기했던 것은 예술적인 창작에 대한 것이었고, 예술가로서 학술적인 틀이나 개념을 소통의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예술적 특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이렇게 조금은 익숙한 ‘예술적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지금까지 해왔다면, 이제는 ‘예술적 연구’ 영역에서도 조금 가장자리에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에린 매닝(Erin Manning)이 센스랩(SenseLab)을 통해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어요. 예술, 철학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창작 작업을 진행한 프로젝트예요. 미적-정치적 행동이라는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하나의 행동을 정하고, 밀사를 정해서 다른 분자로 파견을 보내요. 각각의 분자에 있는 호스트는 밀사가 왔을 때 받는 역할을 맡아요. 밀사는 자기가 원래 있던 분자에서 결정했던 미적-정치적 행동을 ‘씨앗’으로 가지고 오고, 호스트는 밀사와 함께 ‘관계의 수프(relational soup)’를 만들도록 모임을 주선하죠. 하지만 이것이 어떤 모임이며, 실제로 만나서 수프를 먹는 건지에 대한 내용은 모두 정해지지 않았어요. ‘관계의 수프’를 행하고 나면 밀사는 이 사건에 대한 ‘요리법’을 만들고 다시 자기네 분자로 이 ‘요리법’을 가지고 돌아가죠. 이 ‘요리법’과 ‘씨앗’을 가지고 어떤 나무들, 어떤 프로젝트를 키워낼지를 정하고 발전시켜요. 그러면 거기서 교차-혼합(cross contamination)이 일어나고 실천, 실행, 행위를 통해 생태환경이 조성된 프로젝트가 되는 거죠. 이것도 역시 창작이에요. 대신 무용 작업, 철학 논문과 같은 것이 아닌 미적-정치적-사회적인 창작이 되겠죠.
수미 : 그렇다고 책을 안 쓰고 공연을 안 하는 것도 아니에요. 또 이것을 가지고 공연을 해요. 그렇기에 “연구는 개인에게 있지 않다(research is not in identity). 그것은 작업(work)에 있다.”고 이야기하죠.
민경 : 예술적 연구 기관인 에이파스에서는 예술적 연구를 ‘예술적인 연구 자체가 어떤 것인지를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으로 정의 내리고 있어요. 그것을 통해 예술가 개인의 지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지성’을 창조하고 구축하는 것, 지식이라는 것이 어떤 방식과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탐구하는 것, 마지막으로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특이성과 단독성을 어떻게 맥락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해요.
질문 : 소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만약 예술이 단순히 예술가를 위한 리서치로만 이루어진다면 이게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리서치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민경 : 대중과의 소통도 하나의 분야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분야이며, 예술이 공공의 기금을 가지고 이루어질 때에는 특히 더 중요해지죠. 하지만 저는 그것만이 유일한 소통의 방법이라거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술과 철학과 과학은 세계를 탐구하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라는 표현처럼, 이제는 예술이 세계에 대해 인식을 형성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예술이 주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이야기되어왔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이해하면서 인식을 확장해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지점이죠.
수미 : 저는 예술가의 수행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시 말해 여성과 소외된 그룹, 이런 사회적 감각 안에 나를 어떻게 놓을 것인지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떤 공통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해요. 이미 행하고 있는 것 자체가 수행적인 소통이라고 볼 수 있죠.
민경 : 네, 그럼 아티스틱 리서치에 대한 렉처는 여기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크숍. 이민경 무용가 X 장수미 안무가

이민경_무용가, 공연예술가 신념의 신체적이고 감정적 상태, 관객에게 있어 경험으로서의 춤, 기억과 반복을 통해 재구성되는 무용의 역사 등을 작업 속에서 연구해왔다. 뉴질랜드와 유럽, 한국에서 활동하였고,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서 안무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창동레지던시에 입주작가로 작업 중이다.

장수미_안무가, 퍼포머 예술 연구자로 본인을 소개한다. 몸을 주제이자 도구로 다루고 있으며 감각과 사유의 간극을 몸소 예술 작업을 통하여 실험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예술대학 예술학 석사, SNDO 멘토어, 서울예대 강사로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다.

조형빈_자유기고가 대학에서 사회학과 문화학을 전공하고, 무용에 관한 문화연구를 해오고 있다. 창작과 비평에 대해 글을 쓰며 몇 번의 무용 작업에 드라마터그로 참여했다.

조형빈_자유기고가 대학에서 사회학과 문화학을 전공하고, 무용에 관한 문화연구를 해오고 있다. 창작과 비평에 대해 글을 쓰며 몇 번의 무용 작업에 드라마터그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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