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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7.12 조회 15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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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홍보마케팅,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곽아람_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춤:in에서는 매달 특정 주제를 가지고 기획좌담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번 좌담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홍보마케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자리로 기획하였습니다. 비단 무용 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의 홍보 마케팅이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지 함께 이야기 하면서 현 무용 공연의 홍보마케팅의 실태와 한계,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왼쪽부터 이보휘, 강혜진, 곽아람, 권효진 ⓒ양동민

곽아람: 안녕하세요 저는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곽아람입니다. 오늘은 무용계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신 세 분을 모셨습니다. 서로들 처음 뵙는 분들이라 각자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효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그 전에는 서울발레시어터, 국립국악원에서 일을 했었고 지금은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안무가분들이 준비하는 공연이나 사업의 기금을 신청하고, 운영 및 정산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교육과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젝트도 기획합니다. 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5년 째 예술인파견사업에 참여 중이며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최근에는 <핑거프린트>라는 독립잡지의 SNS활동을 중심으로 한 홍보, 워크숍 기획도 맡고 있습니다.

이보휘: 저는 뮤지컬 기획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무용만 전담해서 맡기 시작한 것은 약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중간 중간 기획사에서 2-3개월 씩 단기로 일을 하기도 했었고요. 유빈댄스,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 댄스와 3년 째 계속 일을 하고 있고 그 외에 박근태, 박나훈, 김모든, 류석훈, 임선영 안무가들과 작업을 했고, 또 하고 있습니다.

강혜진: 저는 출판사와 온라인서점에서 기획/마케팅, 소비재 대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둔 홍보대행사 등에서 마케터와 홍보전문가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2013년 아기를 갖고 싶다는 소망으로 대학 졸업 전부터 쉬지 않던 풀타임 잡을 관뒀습니다. 2014년 우연히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 ‘모다페(MODAFE)’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현대무용/한국무용/오페라 등의 무용단, 축제, 갈라쇼, 학술대회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나며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 클라이언트는 모다페&생생춤페스티벌, LDP무용단, 전미숙무용단,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 및 관련 행사들, 라벨라오페라단 등이며 PADAF, 춤추는 횡단보도, 파사무용단, 기타 독립 안무가 등과도 함께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기획 전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홍보를 중심으로 홍보 기획 및 실행을 맡고 있습니다.

곽아람: 무용계에서는 어떻게 하다 보니 일을 오래 한 것 같습니다. 시댄스(SIDance)에서는 처음 기획팀에서 홍보마케팅부터 시작을 했고 이후 국제교류 쪽으로 옮겨서 일을 했지만. 저는 필드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획자들은 기본적으로 홍보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을 뵙고 싶었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사전 질문지를 받고 사실 좀 당황을 했어요. 국립현대무용단에는 기획팀 외 홍보마케팅 TF 팀이 있습니다. 이미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보다는 홍보마케팅팀의 팀장님이 오셨으면 좀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모두들 민간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라 일정 규모 이상의 홍보 예산을 확보하고 사용하고 있는 국립단체들과는 여러 환경적인 차이가 있어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지 벌써부터 어려움이 앞섭니다.

부딪히는 현실적인 한계들



곽아람 ⓒ양동민

곽아람: 각자 소개를 해주셨는데, 각자의 홍보마케팅 경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어볼까요?

강혜진: 저는 오는 7월에 바로 공연되는 전미숙무용단의 <Talk to Igor, 결혼, 그에게 말하다>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예산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창작 기금도 받지 않으신 걸로 알고 있고요. 다행스럽게 이번에 참여하시는 무용수들이 워낙 자기 브랜드가 있는 인기 무용수들이어서 이분들의 SNS로도 많은 홍보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전미숙 무용단과 LDP 정기공연의 경우 언론 홍보만을 맡고 있기 때문에 홍보 마케팅 전반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의 역할이나 비중이 좀 더 컸던 쪽이라고 하면 모다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축제들이 그렇지만, 모다페 역시 매 년 시즌 주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많은 축제들이 또 그렇지만, 축제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주제를 정한 다음 차례로 프로그래밍을 한다기보다는 우선 좋은 작품들 중심으로 프로그래밍을 한 후에 그것을 중심으로 주제를 역으로 도출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다페에서는 완결된 프로그래밍을 가지고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그 한 해의 축제 주제를 가지고 갈지 많은 고민을 합니다. 아이디어 회의도 많이 하고요. 그렇게 해서 주제를 정하고 모든 안무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소개 내용을 최종 점검하고 인쇄물에 들어가는 작품 소개 자료를 포함하여 보도자료를 여러 건 기획하여 작성합니다. 언론 릴리즈를 하고 또 때를 맞춰 기자간담회도 준비해서 하고 있습니다. 많은 에피소드과 성공 사례가 있지만, 가장 특징적이었던 것은 모다페가 2014년도부터 홍보대사를 신경써서 위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과 올해에는 조여정씨와 문소리씨를 위촉했는데 두 분 다 현대무용으로 몸을 가다듬고 배우로서 몸을 통한 연기력이나 표현력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오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명 배우가 현대무용으로 몸매나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은 언론의 관심이 실제로 높아졌다는 점으로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특히 문소리씨는 아기 출산과 영화 <오아시스>의 중증뇌성마비장애인 역으로 열연하면서 틀어진 척추, 골반, 어깨 등이 다음 작품 <바람난 가족>을 통해 접한 현대무용을 통해 치유됐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모다페 자체에 대한 기사가 많이 생산되기도 했으니까요. 여러 단체들과 여러 해를 거치며 일해 보니 언론홍보 담당자가 같은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일의 호흡은 물론, 그 단체에 대한 역사나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일하기 때문에 언론과 만나면서 여러 모로 수월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역사성을 함께 가져가면서 매해 축제나 무용단의 발전과정을 함께하기 때문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역으로 제안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애정이 더 생기게 되니 기계적으로 일하지 않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이보휘: 저도 올해 모다페에서 잠깐 서류 작업을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상주할 수 있는 인력을 여러 명 두기 어렵고,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 모든 업무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별로, 업무 별로 전문 인력들을 그 때 그 때마다 고용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거죠. 모다페와 같은 축제도.

곽아람: 잠깐 축제 이야기를 해보면, 시댄스는 사무국장, 그리고 국제교류팀장급, 기획팀 소수로 갈 때는 3인이 상주인력으로 있었던 때가 있었고 사무국 규모가 커서 다른 사업들을 활발하게 할 때에는 5-6명까지 있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축제 운영 그 자체만을 본다면, 프로그래밍 파트의 국제교류팀, 그리고 홍보마케팅의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팀 구성으로 최소 2인 상주하고 있었고 그 상주 인력을 중심으로 매해 축제 스태프들이 새로 들어와서 일을 하게 됩니다. 기본 프로세스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그 흐름과 툴에 맞게 적응을 해야 했죠. 물론 실무적으로는 그래도 사람이 계속 바뀌니깐 업무 연속성에 대한 불만들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언론담당자, 인쇄물 제작 및 부대행사 담당자, 티켓관리 및 단체 판매 및 제휴 담당자, 홈페이지 구축 및 관리 등을 포함한 온라인 담당자, 그리고 인쇄물 배포 등 필드 홍보와 자원활동가 관리 등의 업무 영역으로 기획 스태프 4인과 인턴 2명 정도의 규모로 운영이 되었어요. 시댄스 역시 홍보 예산이 인쇄물 제작, 홍보영상 제작, 전문지 광고 1-2건, 기자간담회 개최 등 가장 기본적인 예산만 쓸 수 있는 구조여서 사실 담당자들이 고군분투하면서 일을 했었고요.

이보휘: 사전에 받은 질문지를 보고, ‘아, 이 내용은 국립단체들에서 논할 만한 주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민간단체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제 관점에서만 이야기 하자면 효과가 없는 것은 알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합니다. 보도자료를 돌리고, 조회수는 거의 없지만 문화예술관련 사이트에 공연 정보를 게시하고, 회원들에게 메일링하고 SNS에 공연 정보 올리고. 새롭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뭔가를 시도하기엔 예산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저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어떻게 지금 들어가고 있는 이 예산을 줄일 수 있을까’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돈이 들어가는 홍보가 그만큼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하지 말자고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왼쪽부터 권효진, 강혜진, 이보휘 ⓒ양동민

권효진: 사실 제작비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작은 규모의 단체나 개인 안무가의 경우에 홍보비는 인쇄물 제작비가 전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예를 들면 전체 기금의 10~15%를 가량을 기획비, 그러니까 제 인건비로 받는데 인쇄물 디자인 및 제작비가 기획자 인건비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는 경우도 많지요. 인쇄물이 단순 홍보용도 있지만 아카이브용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래도 퀄리티를 내려고 노력하는데 많은 경우 디자인비를 제대로 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보휘: 제가 기획 일을 뮤지컬 기획사에서 텐투텐(10 to 10,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는 근무)으로 시작해서 아직도 그 때의 기준에 따라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전체 기금의 어떤 퍼센트에 따라 기획자 인건비를 받는 게 우리 무용계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지, 적어도 제가 일하는 관계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기금이 지원서를 잘 쓴다고 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원서를 잘 썼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리고 홍보를 열심히 해서 노출이 많이 되고 기사가 많이 난다고 해서 그게 티켓 판매로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전체 예산의 일정 퍼센트를 내 인건비로 가져가겠다, 라는 것이 아직 저에게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용계를 보면, 의자뺏기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일하는 사람이 안무가와 무용수들인데, 그들은 가장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누군가 한 명이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런 상황에서 저까지 그런 목소리를 내서 부담을 더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곽아람: 현실은 거의 바뀐 것이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제작 구조, 기본 인건비마저 책정해줄 수 없는 열악한 제작 환경, 악순환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까지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없는데 해야 해서 누군가 계속 희생을 하게 되면 그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제가 필요할까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어떤 것들을 시도할 수 있을까

권효진: 제가 2010년 서울발레시어터 기획팀에 근무할 때를 돌아보면, 당시에 노숙인이었다가 자립을 위해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하기 시작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안무자와 무용수를 포함한 단체가 구성원 전원은 물론 홍보 담당자와 모두 긴밀하게 협조하였고,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서울발레시어터의 이 프로젝트는 방송 3사의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무용 분야, 특히 발레와 결합된 기획 자체가 신선했고, 이후 발레단의 이러한 시도가 예술과 사회의 만남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는 서울문화재단 공모사업에서 지원금을 받아 아현동의 오래된 목욕탕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행화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예술로 목욕합니다>라는 생활과 예술이 만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진행한 바 있습니다. 역시 공간 자체가 주는 특이함과 신선한 시도 덕분에 2016년에 공간을 오픈했음에도 방송사나 신문, 잡지 등 주요 매체에서 많이 소개가 되었습니다. 또 한창 도시재생과 문화예술이라는 이슈와 같이 묶이면서 주목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효진 ⓒ양동민

강혜진: 저 역시 행화탕 프로젝트가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진행했었던 ‘춤추는 횡단보도’가 떠올랐습니다. 매우 소박하고 작은 프로젝트였음에도 도심의 한 횡단보도에서 파랑불이 켜진 짧은 시간 동안 시민들에게 춤을 통해 일상을 탈출하는 마법같은 시간을 제공한다는 기획이 좋아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KBS, SBS 등 주요 방송사의 주목을 받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결국 기획 자체의 특별함, 이색적인 기획이 있을 때 외부의 더 관심을 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권효진: 보통 작품이나 프로그램이 다 만들어진 이후에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어요. 그러다보니 홍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텍스트나 소스가 부족하고, 홍보하는 사람들은 예술가에게 질문하면서 맥락을 잡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예술가의 예술성에만 초점에 맞춰지고,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한 문장이나 억지스러운 내용으로 형식적인 홍보에 그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술가와 홍보마케팅의 측면을 고려하여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될 수 있는 키워드나 이벤트를 같이 협의한다면 좀 더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보휘: 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작업하는 안무가의 성향에 따라 일의 범주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제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견을 많이 드려야 하는 분들도 계시고 단순히 최소한의 기능적인 역할만을 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거든요. 기능적인 역할만 원하는 안무가의 작업에 굳이 제가 깊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지점은 ‘어떤 제목이 좋을까? 관객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를 질문하며 제 의견을 묻는 안무가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강혜진: 그래도 저는 최근에는 안무가들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느낍니다. 이쪽에서 제가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안무가들과 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자료를 만들거나 인터뷰를 할 때에도 본인이 어떤 작품을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어떤 분들을 난해한 중국 시를 써서 주시기도 했고요.(웃음) 관객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같이 일하는 저도 많이 난해하고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도 가끔은 힘든 점이기도 하지만 최근 안무가분들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라면, 관객과 더 소통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작품 내용을 사전에 조금 더 내보인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자신의 작품 내용의 일부라도 공연 전에는 절대 오픈할 수 없다는 안무가분들이 많이 계셔서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홍보 전에 그 과정에서 설득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을 볼 때 답이나 주제에 대한 정답을 꼭 얻어야하는 교육을 받아온 한국 관객들이 현대무용을 통해 어떤 상상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지 상태로 공연을 보러 오라고 하는 것보다 약간의 힌트를 던져 준다면 관객들은 그 힌트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상을 잘 하는 관객은 알아서 잘 보시면 되고요.(웃음)



강혜진 ⓒ양동민

곽아람: 국립단체의 입장, 또 어느 정도 규모있는 축제에서 일 해본 경험을 통해 말씀을 드리면, 설문조사를 해보면 관객들은 항상 정보가 부족하다고 얘기합니다. 굳이 정보가 많이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공연일지라도 관객들은 언제나 정보에 목이 말라있어요. 무용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제가 국립현대무용단에 온지 1년 반 이상이 지났는데, 작년과 올해 역시 또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무용단은 작품 규모(극장, 무대 사이즈)에 따라 전체 제작비의 8%~12%의 홍보비를 지출합니다. 평균적으로 10%라고 보고 있죠. 작품의 규모에 따라 제작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만 홍보비 자체는 별로 큰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 인쇄물 제작해서 배포하고, 마케팅 제휴하고, 홍보 영상 만들어서 사전 홍보를 하고, 광고하는 기타 등등. 최근 들어 비용 대비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영상을 통한 홍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사전 홍보 영상을 인터뷰 영상 (안무가, 무용수들 중심), 연습 영상 등 2-3종 정도를 제작하는데 안무가의 설명, 무용수들의 이야기, 기타 스태프들의 뒷이야기들, 여러 가지 방식의 구성을 고민하고 제작합니다. 물론 어떤 제작 파트너를 찾느냐도 중요합니다. 가장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이 작품의 콘셉트를 엣지있게 살려낼 수 있는 영상 작가를 만나면 훨씬 작업은 수월해지니까요. 여러 차례 영상을 만들다보니 저희 홍보팀의 담당자가 어떤 구성으로, 어떤 질문으로, 어떤 그림을 만들어내야 할지 노하우가 쌓여서 잘 구성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영상을 활용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유투브 등 동영상 서비스들의 이용도 보다 활발해졌죠. 이런 환경에서 영상 홍보가 가장 기능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축제의 경우 이미 만들어진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활용하는데, 축제에서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방향성, 뒷이야기들, 전문가들이나 참가자, 관객들의 인터뷰 등의 내용이 첨가가 되면 작품 자체에 대한 영상보다는 좀 더 축제성도 살면서 관객들에게 친절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보휘: 저도 그래서 올해 새로 시작한 것이 ‘무용 읽어주는 여자’라는 유투브입니다. 작품을 3분 이내로 편집하고, 안무가의 생각, 작품 뒷이야기,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나레이션으로 넣었어요. 영화 쪽에선 이런 영상들이 많더라고요. 줄거리 요약해주는 영상이라든가, 마니아들만 알 법한 제작 뒷이야기 등을 다룬 영상들이요. 무용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독학으로 동영상 편집기술을 배워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매우 미비하지만 꾸준히 해서 고정 구독자들도 생기면 이 자체가 효과적인 홍보 채널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수익이 생기면 제작비에 보태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유빈댄스, 와이즈 발레단,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 댄스컴퍼니 영상이 올라가 있습니다.

광고의 형태, 홍보의 방법들

곽아람: 고무적인 시도네요. 궁금합니다. (웃음) 또 다른 홍보 마케팅 방법으로 오픈업 프로젝트와 같은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있을 거 같은데요. 이런 방식의 워크숍이나 사전 참여 프로그램은 어떻게 홍보에 활용을 하고 계신가요?

이보휘: 2016년 유빈댄스의 <멕베스> 작업을 했을 때 프리뷰를 진행했었어요. 공연 10일 전쯤에 안무가가 왜 이 장면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연출 의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장면 일부를 공개했어요. 예산이 여의치 않으니 작은 연습실에서 진행했고 공간 제약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 참여를 해서 그 프로그램이 티켓 판매, 매출에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할 만큼의 규모는 아니었지만 당시 오신 분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었어요. 이번에 재공연을 하면서도 하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어서 못 했어요. 예산, 인력이 부족했고, 또 이렇게 진행하고 나면 안무가의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큰 것 같더라고요.

곽아람: 결국, 무용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 또 다른 무용 공연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충성도가 높은 회원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이 역시 민간에서 관리하기에는 버거운 것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페이스북 페이지든, 인스타그램이든, 어떤 수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홈페이지는 따로 구축하고 관리하는데 비용이 드니까요. 그 무용단, 안무가의 정보, 활동사항을 고정적으로 공유하고 알려주는 플랫폼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권효진, 곽아람, 강혜진, 이보휘 ⓒ양동민

권효진: 소개할 때 말씀드렸듯이, <핑거프린트>라는 독립잡지의 SN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까지 네 개를 운영하는데 확실히 매달 급여를 받으면서 하니깐 동기부여는 정말 확실한 것 같습니다. (웃음) 결국 SNS는 꾸준함이 중요하고 단순히 작품 자체나 공연 자체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는 작품 외적인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보휘: 저도 동감해요. 공연 자체보다는 제 이야기를 보태서 뭔가를 올렸을 때가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결국 SNS는 엿보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기능을 활용하면 좀 더 접근이 쉽지 않을까요

곽아람: 요즘 관객들은 결국 본인만의 특별한 라이프 스타일을 확립하고 있고, 또 그것을 확립해가길 원하기 때문에 그런 관객들의 니즈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권효진: 결국에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회자되지만 무용 분야에서도 스타 마케팅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개인이 결국 스타가 되어야 한다.’ 라는 말은 계속 들어왔어요. 한 개인 무용수나 안무가에 대해서 매력을 느껴 팬이 되면 스타를 보러 공연장에 가서 보고 싶고, 그렇게 경험이 쌓여 다양한 스타일에 무용공연을 보러 가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공연단체의 회원제 시스템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리가 매우 어려워요. 연회비보다 더 큰 리워드를 제공해야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인력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단체들이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봅니다.

이보휘: 우리 출연진들도 예능 방송에 출연했으면 좋겠어요. 음반, 영화, 드라마, 뮤치컬 등은 시작하기 전에 출연진들이 예능 프로그램 나와서 홍보하잖아요. 우리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용시장이 커졌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예능에 나가서 개인의 인지도도 올리고 작품 홍보도 하고요.

곽아람: 무용단 역시 무용수들의 인지도를 올리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전에 시더레이크라는 무용단에서 이런 유사한 작업을 했었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무용수들 저마다의 일상을 카메라가 무심한 듯 따라가며 스케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들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거죠. 저는 무용수의 취미가 뭔지, 클럽에서는 어떻게 춤을 추는지, 연습실에서 몸을 어떻게 푸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춤추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만들어가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갖게 하는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는 결국 사람이 가장 궁금하고, 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업이니까요.

강혜진: 그런 점에서 저는 모다페 국내초청작으로 무대에 선 적이 있었던 한선천씨와 김설진씨의 사례를 들고 싶습니다. <댄싱9>을 통해 스타무용수가 된 두 분이었기에 인지도가 약간 있었던 상태라, 좀 더 내용성이 강화된 다양한 홍보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사와 ‘몸’을 주제로 한선천씨와 함께 기획기사가 나올 수 있게 자료를 만들고, MBC 문화사색과 연락하여 김설진씨 특집으로 10분이 넘는 방송 분량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현대무용가이자 방송인, 인간 김설진의 이야기들을 끄집어 낼 수 있었죠. 추후에 김설진씨가 이 파일을 받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김설진씨 팬이기도 했기에 사심도 살짝 들어간 홍보였죠. (웃음) 그리고 LDP무용단의 2016년 16번째 정기공연에 안남근씨가 안무가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KBS 9시 뉴스 담당자와 당시에 연락 중이었는데 안무가로서는 신인이었음에도 유명세와 함께 방송 촬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결정된 경우였죠. 물론 결정이 되기까지는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긴했지만요. 전미숙무용단의 <Amore Amore Mio>는 신창호, 차진엽, 최수진, 김동규, 이선태, 김보라 등 스타무용수들이 많이 참여한 덕에 럭셔리 잡지 촬영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7월에 공연된 <Talk to Igor / 결혼, 그에게 말하다> 역시 스타무용수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이제는 스타무용수들이 매체에 많이 다뤄져 다른 접근을 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네요.

이보휘: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지하철에 국립단체들 광고가 붙어 있으면 너무 부러워요. 민간 단체에서는 지하철 광고할만한 예산이 없거든요. 사담이지만 얼마 전 대학로 대극장에서 공연을 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소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연극팀 광고가 혜화역에 가장 메인자리에 붙어있는 거에요. 그 팀 기획자가 아는 분이어서 여쭤보니 극장에서 지원을 해준거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너무 속상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극장담당자라도 연극팀에게 그 자리를 내어 줄 거 같아요. 우리는 대극장이긴 하지만 2일 공연하고 거기는 1주일 이상 하니깐. 연극팀에 광고를 주는 게 더 경제적이었겠다 싶은 마음에. 이해는 가지만 너무 속상하고 씁쓸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보휘 ⓒ양동민

곽아람: 그렇죠. 그런데 요즘은 오프라인 광고보다는 온라인 쪽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언론홍보 쪽으로 한번 얘기를 해볼까요?

강혜진: 가끔 기자리스트만을 무상으로(?)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요! 사실 뭐 그냥 드릴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이런 경우, 황당하기도 하고 제 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히 기자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언론홍보를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 리스트를 요구하면서 마치 내가 그 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홍보를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그리고 그 리스트를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노고도 물론 무시하는 처사겠지요. 언론 홍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작품 그 자체겠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슈 기획과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체와 기자 성향 파악, 보도자료를 잘 쓰는 것 등이 중요하겠죠. 홍보전문가로서 나름의 계획과 방향을 가지고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런 단순한 태도로 접근을 하면 불쾌해질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민간단체의 경우, 국립단체의 브랜드 파워와 광고력에 아무래도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홍보 기획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곽아람: 언론홍보를 작년에 몇 개월간 저희 홍보팀장이 오시기 전에 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여전히 중요한 것은 기자들의 성향 파악과 매체의 특성에 대한 이해인 것 같아요. 작년에 국립현대무용단에 처음 와서 홍보팀장이 들어오기 전이었는데, 한 번은 일간지 중심으로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성격이 변했는지 한 명 한 명 만나서 얘기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좀 친밀해지는 기자들도 생기고. 언론홍보를 할 때는 면대면으로 만나서 그 매체, 그 기자의 특성을 파악해서 기사성이 있는 내용을 전달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 무용단은 프레스콜을 하다가 올해부터는 프레스콜을 진행하지 않고 있고요. 이유는 결국 프레스콜이 초연인 셈인데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고 뭔가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요즘엔 사전 오픈 리허설 때 이미 기자들이 많이 오셔서 리허설을 참관하시고 이후 본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방향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효과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보휘: 저도 기자를 한 적이 있어서. 보도자료를 쓸 때는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너무 바쁠 때 ‘복붙’해서 그냥 보내면 아무 반응이 없어요. 다시 심기일전해서 내용 정리를 다시 하고 어려운 말, 나도 모르는 얘기를 빼고 정리를 다시 해서 보내면, 기사가 좀 나와요.

강혜진: 보도자료를 매체에 전달드리고 쉽게 잘 써줘서 현대무용이 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맙다고 기자분들이 따로 칭찬을 여러 번 해주셨어요. 어떤 한 일간지 기자분은 전화상으로 자료 잘 봤다며 제가 쓴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를 외우시며 말씀주신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춤을 잘 아시는 기자분들에게는 크게 고칠 것이 없고 필요한 내용이 모두 있는 보도자료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요. 안무가를 추천해달라는 질문도 많이 받죠. 무엇보다 안무가들의 생각이 제대로 잘 전달이 된 것 같아 홍보전문가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쉽게 쓰는 것, 이것이 특히 현대무용 쪽 보도자료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합니다.

이보휘: 내용 중에 한 문장이라도 이해가 안 되면 스킵하시는 것 같아요.

홍보가 나아갈 방향은

곽아람: 지금까지 무용의 홍보마케팅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독립 안무가분들 그리고 함께 작업하시는 기획자분들이 현실 여건 내에서 얼마나 고군분투 하고 계신지 다시 한 번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필요한 일이고 필요한 역할인데 창작, 제작 자체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미비하다보니 여전히 많은 것을 양보하고, 에너지를 쏟으며 일하는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이보휘: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만 공연 정보가 많이 노출된다고 해서 티켓판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하는 만큼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데 예산을 쓰기만 할뿐 수입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건 민간 단체의 관점에서에요. 국립단체의 구조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안무가분들께 드리는 말씀이, 뮤지컬 공연이 100명에게 노출됐을 때 한 명 올까 말까 한다면 무용은 천 명에게 노출됐을 때 한 명 올까 말까 한다는 거예요. 100명을 채우기 위해선 10만 명에게 공연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저희에겐 그럴 여력이 없죠.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방식은 티켓 바터예요. 가장 고전적인 홍보 방법이기도 하고 다른 장르에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예산을 조금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 포스터가 1번이라도 스쳐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용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도록, 우리 단체명이 한 번이라도 들어본 듯한 단체가 되도록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듯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이유는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무용작품이 많아지고 있고, 무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언젠간 홍보에 공을 들인 만큼 티켓 판매로 이어져 수익을 만들어내는 그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곽아람: 내가 무용 기획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해봤습니다. 내가 무용을 왜 볼까? 왜 보기 시작했을까? 대다수 사람들이 무용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어떻게 봐야할지 몰라서 그러는데 사실 무용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사실 방법은 없지 않나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내가 무용을 보고 싶은 이유를 좀 더 고민을 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포인트로 찾아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면 그게 가장 체험적인 홍보마케팅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오늘 우리가 가장 많이 느꼈던 민간단체, 독립안무가들의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홍보마케팅이 할 수 있는 것과 그 한계들. 국립단체에서도 민간단체와 어떻게 홍보마케팅의 툴을, 그 방법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검증된 좋은 작품이 함께 일하는 기획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또 관객들을 움직이니까요.

권효진: 모두 공감하시는 것처럼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죠. 다른 분야의 마케팅에서도 상품 그 자체 혹은 콘텐츠나 서비스가 좋아야 잘 유통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무용계의 노력으로 반짝하고 나오는 작품보다 체계적인 리서치와 단계별 업그레이드를 거쳐 탄생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사실 주변에서 볼만한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초연 작품은 추천하기가 살짝 조심스러워요. 제가 담당하는 단체일지라도 무대 위의 완전한 작품을 보지 못한 상황이라서 초연이라면 작품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주제 의식과 리서치 과정을 어필하는 편이에요. 저는 홍보는 그렇게 솔직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기획하고 진행하지만 스스로가 작품 혹은 예술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고, 홍보하는 내용 역시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다각화된 SNS 채널을 통해 일관적인 톤&매너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단체나 예술가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으면 합니다. 당장 공연이 있던 없던지 간에요.



왼쪽부터 권효진, 곽아람 ⓒ양동민

강혜진: 언론 홍보는 쌓여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무가나 무용단, 축제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더군다나 무용은 중요 매체에 기사 하나 난다고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는 분야도 아닙니다. 사실 이것은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움직여야 티켓이 움직입니다. 지금의 시대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관객들과 기자분들은 다양한 기사로 인해 좀 더 작품에 더 잘 알고 새롭게 볼 수 있으며 몰랐던 점을 알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도 소문이 나고 소문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들은 지속적으로 공연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무용계의 홍보는 대부분 예산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더 다양한 홍보를 진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분명 있습니다. 없는 예산 가운데 저는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이슈로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금년 모다페 2018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현대무용 야외행사, 모스(MODAFE Off Stage)를 대대적으로 키우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대무용으로 사주를 보고, 현대무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표현하고, 안무가들의 다양한 스타일의 춤을 접하며 현대무용의 매력을 알아갑니다. 이런 기획을 만들자 신청자가 전화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현대무용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현대무용에 대한 높은 벽을 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 안무가나 댄서들은 중간에서 그 역할을 더 해주어야 하고,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 <쓰리 볼레로>, <쓰리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재미있는 기획을 꾸준히 만들어내어 지속적으로 관객을 만들어 가야합니다. 스타 무용수들이 예능이나 방송도 지속적으로 출연해서 현대무용의 매력을 어필할 필요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응원을 보태가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도 무용계가 같이 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작품과 안무가겠죠.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대중들에게 마음을 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친절해지면 좋겠지만 불친절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제는 관객들도 스스로 상상하는 힘이 조금 커진 듯하니까요. 그리고 정부에서도 무용을 더 사랑해주시면 좋겠지요. (웃음) 결국 이러한 전체적인 무용계의 노력이 무용계의 선순환을 이루고 홍보마케팅에도 다양화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또 그리 멀지 않았다고도 생각이 드네요. 파이팅 해봅시다!

강혜진 대학 졸업 전부터 출판계 기획/마케팅, 소비재 대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둔 홍보대행사 등에서 마케터와 홍보전문가로 일해왔다. 아기를 갖고 싶다는 소망으로 풀타임 잡을 관두었다가 2014년 우연히 국내최장수 현대무용축제 모다페와 인연이 되어 공연계에 발을 들였다. 이 외에도 현대무용계 팬덤 신화 LDP무용단을 2015년부터 맡아오고 있으며, 전미숙무용단, 파사무용단, 춤추는 횡단보도, 생생춤페스티벌,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 및 학술회의, 융복합공연예술축제 PADAF, 기타 독립 안무가 등 무용계와 더불어 라벨라오페라단과도 함께 일했거나 일하고 있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순수 예술도 아주 잘 만들어지면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최고의 컨텐츠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권효진 국악고와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였고, 경영을 복수전공하며 다른 일로 이탈했다가 예술 계통으로 다시 이끌려왔다. 서울발레시어터 기획팀과 국립국악원 기획단원을 거쳐 현재는 독립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무용뿐 아니라 하고 싶은 크고 작은 작업을 기획하며, 흥미로운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또 지역, 반려동물 등 커뮤니티와 관계를 형성하고 연관된 사회 이슈와 문화예술이 만날 수 있는 지점에 대해도 모색하고 있다.

이보휘 2010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넌버벌 퍼포먼스 드로잉쇼를 기획, 제작하는 (주)펜타토닉에 입사하여 공연 기획 실무를 배웠다. 2년 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성균관대학교 예술학협동과정에 입학, 예술학을 공부했고, 2014년 학교를 졸업 후 춤웹진에서 1년 기자로 활동하였다. 그 뒤 2015년 말부터 독립 기획자로 여러 무용단체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있을 때부터 그녀의 관심사는 무용공연 시장의 확장이었고,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있는 중이다.

곽아람_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2002년 극단 조연출로 공연계에 입문, 이후 기획자로 연극 및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다. 2004년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마케팅팀으로 무용계와 인연을 맺었으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기획팀에서 홍보 마케팅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제교류팀장으로 프로그래밍과 다수의 한국 무용가들의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통한 경쟁력 있는 무용 레퍼토리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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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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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호2018-07-16

    뭔가 막연했지만 정리가 좀 되는듯한 느낌..
    역시 중요한건 그 일을 대하는 마음 가짐과 열정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