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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8.07.09 조회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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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의 만남

배소윤_한국메세나협회 A&B팀

‘메세나’란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일과 그에 따른 영향을 아우르는 단어이다. 로마시대 첫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대신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용어는 1967년에 미국의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각국의 기업인들이 메세나협회를 설립하면서 점차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의 메세나협회는 1994년에 설립되었다. 메세나가 확산되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발족됐다.

지금은 기업이 예술을 지원하는 일과 메세나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메세나라는 단어가 막 일반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메세나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동참을 설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메세나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협력하여 기업들의 문화경영 참여를 돕고, 이를 예술계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시켜 예술단체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었다.



2005년 기업과 예술의 만남 출범식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은 ‘대기업 결연’ 부문과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예술지원 매칭펀드’로 나뉜다. 이 중 예술지원 매칭펀드는 중소·중견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을 활성화하고 예술단체에는 기업에서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추가로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다만 예술단체가 직접 지원받을 중소·중견기업을 찾아 함께 지원해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건리빙과 안은미무용단이 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매칭펀드 사업 첫해인 2007년에는 27개 커플이 참여했으며, 기업 및 국고지원금 12억 원이 지원됐다. 이후 사업 참여 커플의 증가로 점차 기업 및 국고지원금의 규모도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135개 단체에 48억 원이 지원됐다.



2018 예술지원 매칭펀드 참여 단체 우컴퍼니 <뮤지컬 얼쑤> ⓒ아시아문화원/우컴퍼니

이처럼 매칭펀드 사업이 기업의 예술 지원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지역 매칭펀드 프로그램이 속속 생겨났다. 2008년 경남메세나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경남 매칭펀드 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에 부산문화재단의 부산 메세나 활성화지원 사업, 2012년에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메세나 사업이 발족했다. 지원 프로그램의 다변화란 측면에서 예술계 전체로 봤을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 진행 과정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은 매년 3월 한국메세나협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업 공고문이 게재된다. 국고 소진 시까지 상시적으로 신청서 접수를 받는데, 1~2달에 한 번 심사를 진행하며 평균적으로 7월이면 사업이 종료된다. 공고문에 기재되는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 전용 이메일로 기업과 예술단체 각각 신청서와 기업의 재무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면 된다. 추가적으로 예술단체에서 공연 또는 단체 소개자료를 보낼 경우 심사 시에 심의위원들에게 도움이 된다.



2018 예술지원 매칭펀드 1차 교부설명회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이후 심의결과는 공문으로 이메일을 통해 안내하며 기업 쪽에는 기업지원금 입금 절차 및 계좌안내, 예술단체 쪽에는 사업 진행 절차 및 제출 서류 목록, 교부설명회 관련 안내문이 나간다. 교부설명회 이후 이나라도움을 통한 교부신청과 기업지원금 입금이 확인되면 순차적으로 교부가 이루어진다. 기업지원금은 협회와 상관없이 예술단체에서 지원금을 사용해야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2주 전까지만 입금되면 된다. 간혹 심사 결과에 따라 국고지원금 매칭이 1:1로 안됐을 경우, 기업 쪽에서 지원금액을 국고지원금과 동일하게 줄이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단체로부터 사업소개를 받았을 때 기업에서 예술단체를 지원하면 국고도 무조건 1:1로 매칭이 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한다. 따라서 처음 기업에 사업 참여 요청을 할 때 최대 1:1 매칭이라는 점을 언급하는 것이 좋다.

결연 기업을 찾는 방법

사업을 담당하며 예술단체로부터 많이 듣는 문의 중 하나가 기업을 찾는 방법이다.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예술단체는 대표님이나 단원들의 지인을 통해 기업을 소개받는다. 가끔은 네트워크 활용이 어려워 대표님이 직접 기업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올해 신규로 사업에 참여한 어떤 극단은 각 지원 기관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목록을 작성했고, 그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전부 검색해본 뒤 여러 단체를 지원할 여력이 있을 것 같은 곳들을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결연 기업과의 관계 유지

어렵게 기업의 문을 열고 난 뒤 중요한 점은 기업과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다. 현재 매칭펀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단체 중에도 관계를 돈독히 다져서 5년씩 꾸준히 결연을 맺는 곳도 있고, 1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곳도 있다. 대표님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을 찾았던 어느 미술 단체에서는 작가들이 월 1회씩 사옥을 찾아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미술 강의를 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어느 무용 단체에서는 임직원들이 예술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임직원의 자녀를 대상으로 무용 수업을 하기도 한다.



2017 한국메세나대회 전경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한국메세나협회에서도 기업에 사업 참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기부금 영수증 발행은 물론 언론매체 및 회원사를 통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에 진행되는 ‘메세나대상’ 시상식에 초대해 예우를 갖추고 있다. 메세나대상 시상식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협회 회원사와 예술지원 매칭펀드 외 사업 참여 기업 및 예술단체가 모여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네트워킹 하는 자리이다. 특히,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에 한 기업과 예술단체가 연속으로 4~5년을 참여하면 심사를 거쳐 ‘베스트 커플’을 선정한다. 선정된 커플에게는 5년 연속 사업 참여 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하는 2년 동안의 휴지 기간이 면제되며, 메세나대상 시상식에서 기념패를 수여한다. 작년에는 한일탱크터미널과 트러스트무용단이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2018년도 절반이 지나갔고 매칭펀드 사업 또한 마지막 심사를 앞두고 있다. 매년 접수 건은 증가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국고 지원금 때문에 어렵사리 기업의 문을 열고 사업에 접수한 일부 단체들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깝다. 협회에서도 이러한 현실과 모니터링을 다니며 들은 현장의 소리를 최대한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력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지원금의 제한 없이 모든 단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배소윤_한국메세나협회 A&B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예술경영 석사 후, 예술단체와 한미회계법인을 거쳐 한국메세나협회에 입사. 오늘도 예술단체와 동고동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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