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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센터

줌인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10.26 조회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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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함께 춤을’
좌담 댄스필름 영상작가 3인

글, 정리_허영균(웹진 《춤:in》 편집부)

일시: 2017년 10월 17일 화요일 오후 3시 - 5시
장소: 서울무용센터
참석: 모더레이터 백종관(2017 댄스필름 참여작가, 영상감독), 강태우(2017 댄스필름 참여작자, 영화감독, 영화배우), 김성민(2016 댄스필름 참여작가, 영화감독), 허영균(웹진 《춤:i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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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백종관(영상감독), 강태우(영화감독), 김성민(영화감독), 허영균(웹진 《춤:in》 편집부) ⓒ박호상


11월, 올해로 3회 째를 맞는 서울무용센터의 댄스필름 프로젝트가 공개된다. 뿐만 아니라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 역시 11월 3일 개막을 알렸다. 본래 ‘필름(영화)’이라는 이름 아래 공존하던 ‘댄스(무브먼트)’는 이제 댄스필름, 무용영화, 비디오댄스 등의 용어로 자신을 호명하면서, 영화 안에서의 자신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2016, 2017 댄스필름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명의 영상작가와 함께, ‘댄스필름’이라는 이 낯선 장르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댄스필름 작업 과정과 특징 그리고 안무가와의 협업에 있어 가져야 하는 작업적 태도와 기대에 관해 대화하며, 댄스와 필름의 공존을 위한 여러 방식과 조건을 가정해 보았다. 이들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댄스필름의 지형을 더듬어 보며, 앞으로 필름 안에 위치하게 될, 댄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허영균: 안녕하세요.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웹진 《춤:in》의 11월호 주제는 ‘댄스 필름’입니다. 현재 댄스필름 작업 중이신 두 분과 2015, 16년에 걸쳐 댄스필름 작업을 선보이셨던 한 분의 감독님을 모시고, 영상작가의 입장에서 ‘댄스필름’의 본질과 특징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모더레이터는 백종관 감독이시지만, 우선 첫 인사만큼은 제가 요청 드릴게요.

백종관: 올해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백종관입니다. 쌍방 팀과 페어가 되어 댄스필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2013년부터 조금씩 안무가, 무용수들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태우: 올해 댄스필름 작업을 처음으로 하게 되어, 고블린파티의 임진호 안무가와 함께 촬영을 했습니다.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고 싶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업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요. 평소에는 연기자로 활동하고, 댄스필름은 학교 졸업 이후 처음 찍어보는 단편영화, 실험영화입니다.

김성민: 전부터 무브먼트에 관심이 많았는데, 예전에 한 무용공연의 티저를 만들다 댄스필름에 흥미를 느껴 그때부터 다양한 안무가, 무용수와 댄스필름 위주의 무용영상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프로젝트 김모든 안무가의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댄스필름과 댄스필름


허영균: 이제부터는 백종관 감독께서 좌담을 잘 이끌어 주세요. 저는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종종 끼어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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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관 영상감독 ⓒ박호상


백종관: 네, 준비해주신 첫 질문부터가 어렵네요. ‘댄스필름의 본질 혹은 정의는 무엇인가?’인데요. 저를 포함하여 감독 분들 각자가 생각하는 댄스필름에 관해 생각을 나눠보면 좋을 듯 합니다.

강태우: ‘댄스필름’은 저에게 참 어색한 말인데요. 무용영상 혹은 스크린 댄스, 비디오 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컫어지는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 댄스필름은 춤 그리고 움직임이 주된 소재인 영화에요. 많은 안무가 분들은 댄스필름을 무용을 영상으로 담는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 연출자인 저는 ‘움직임’이 소재가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허영균: 고블린파티와의 작업도 그 관점에서 진행 중인가요?

강태우: 맞아요. 고블린파티와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함께 했는데, 그전에 그분들의 모든 작품을 보았습니다. 고블린파티가 했던 작품들을 돌아보니, 늘 내러티브가 있었고,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댄스필름의 정의에 잘 맞는 작업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유튜브나 단편영화 사이트에서 ‘비디오 댄스’ 혹은 ‘댄스필름’ 관련 검색을 하면 안무가 본인의 기록 영상이 주로 나옵니다. 제가 처음 댄스필름을 찍고 싶었을 때는 레오스카락스 감독의 영화<홀리모터스>처럼, 기승전결 없이도 앞뒤가 궁금해 질 수 있는 무용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백종관: 댄스필름이라고 했을 때, 그 작업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댄스필름 자체도 내러티브보다 움직임이 강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블린파티 작업을 생각해보면, 비교적 내러티브가 전면에 드러나는 스타일이라, 강태우 감독님 작업과 서로 닮아 있어서 작업이 수월했을 것 같아요.

김성민: 댄스필름에 대한 지금의 생각은 처음 접근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계속 작업을 하며 느끼는 것은 제가 무용수가 아니고, 안무가가 아니기 때문에, 카메라도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찍어도 컷을 나누거나, 원테이크로 찍어도 카메라 무빙이 필요하단 것이죠. 카메라도 함께 춤을 춘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몸으로 대화하는 것이 댄스필름이기에, 대사를 할 수 없으니 영화로서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똑같은 안무라 할지라도 두 번 이상 같은 춤을 추는 무용수는 보지 못했거든요. 아무리 계획을 해두어도 매번 달라집니다. 기존의 실험영화 혹은 예술영화 안에서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종종 보았지만, 지금 논의해야 하는 댄스필름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국내에선 아직은 정의를 해나가는 단계라고 봅니다.

백종관: 댄스필름에 대한 정의는 댄스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필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댄스와 영화의 컬레보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죠. 제가 가지고 있는 댄스필름의 정의가 넓은 것 같아요. 주로 실험영화 작업을 하는데, 이게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작업도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저에게 댄스필름은 영상작가 혹은 영화감독과 안무가의 협업인 것 같습니다. 안무가 스스로 영화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안무가와 영화감독의 역할이 반드시 각각 한 명이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한 사람 안에 다른 두 개의 태도가 공존하고 협업하는 형태가 가능한 것이죠. 댄스와 영화라는 두 개의 다른 예술 장르에 발을 디딘채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하는 일이 댄스필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태우: 큰 틀 안에서는 동의합니다. 제 생각은 ‘영상예술’의 범주 안에 댄스필름이 속한다고 생각해요. 큰 범주에서는 ‘영상예술’ 작업의 한 장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종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댄스필름의 영상작가로서, 이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 관해 묻겠는데요. 그리고 댄스필름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강태우: 연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감정의 공감’에 대해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 속 캐릭터에 공감이 되어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희 댄스필름은 클로즈업이 많아요. 댄스필름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전달을 위해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한 것이지요. 당연히 움직임이 보여지는 것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풀샷을 사용 했고요.

허영균: 그러면 고블린파티 분들도 연기를 하시는 건가요? 춤과 연기의 구분도 궁금해집니다.

강태우: 고블린파티 분들은 연기자라 할 만 할 정도로 개성 있는 외모에, 전문연기자만큼이나 표현력이 뛰어나더라고요. 댄스필름의 주제가 ‘죽음’이라 내용상 정적인 안무도 많기 때문에 표정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어요. 영상작가로서 댄스필름을 대할 때, 연기자인 저로서는 공감을 줄 수 있느냐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돼요.

백종관: 우선은 협업이니까 열린 자세가 필요하겠죠.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대전제는 안무가와 영상작가가 작가 대 작가로 동등하게 협업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나의 작가적 입장도 유지하는 한에서지만. ‘댄스필름에 임하는 영상작가로서의 태도와 기대’라는 질문을 보고 생각한 것은 ‘룰’이라는 부분입니다. 비단 댄스필름 작업뿐만 아니라,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매번 몇 가지 컨디션을 설정하는 편인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하는 거죠. 댄스필름에 있어서는 ‘안무가’가 하나의 조건이고, 룰, 기준점이 되는 것이고, 안무가라는 동기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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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영화감독 ⓒ박호상


김성민: 두 분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쨌든 무용+영화이기 때문에 협업이니까요. 그것과 별개로 내용적인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해내는 것인데,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나만 만족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의 작업은 최대한 쉬운 내용을 표현하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서, ‘먹다, 입다, 보다’ 같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대사없이) 움직임만을 보고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필름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그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안무가도 공동연출자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전, 모든 안무는 다 외우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촬영에 있어 실제로 같이 춤을 추어야 할 경우도 있고 안무 자체도 스토리이기 때문이에요. 배우와 연출자, 안무가와 무용수 사이에 지켜주어야 하는 룰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아무리 찍고 싶은 장면이 있어도 “손을 더 뻗어줘” 내지는 “더 높이 뛰어줘”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춤을 알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백종관 : 안무, 무용을 모르는 입장에서 진짜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무용수의 몸이 아니니까 아무리 오픈이 되었다 해도 그 부분이 항상 힘든 것 같아요. 나는 이 장면을 한번 더 찍고 싶은데, 내 몸이 저 사람의 몸이 아니니,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제약이라는 것이 이해 너머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저도 무용 워크숍에 몇 달간 직접 참여하고, 무대에서 무용수로 서보기도 했는데 그랬다 한들, 프로페셔널 무용수가 아니기 때문에 다 알 수는 없지요. 그러나 만약 저에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더 무리한 요구를 했을 수도 있을 수도 있지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몸을 직접 움직여 본 경험은 무용수들과 조금은 더 ‘경제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고요. 말이 금방 통할 수 있지요.



댄스의 언어와 영상의 언어


허영균: 대화가 다음 주제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 같아요. 안무가와 언어와 영상작가의 언어가 참 다르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안무가와의 협업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서로의 언어에 대한 이야길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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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우 영화감독 ⓒ박호상


강태우: 공연예술의 언어는 추상적인 것이 특징이더라고요. 저도 연기자이고, 연기도 공연예술인데, 영상작가들은 아마 잘 이해하지 못할 언어들도 많은 것 같아요. 영화감독들은 영화 외적으로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요. 제작 요건이나 저작권 등이요. 그런데 안무가들과 작업을 해보니 사용하는 언어가 많이 달랐고, 추상적이었어요. 다른 이야기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시립무용단 단원이셨고, 무용학원이나 대학에서 강의도 하셨기 때문에 많은 무용인들을 뵙게 되었고, 그래서 무용인들과 소통하는 것에 비교적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대화가 가능했던 것 같고요.

백종관: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와 쌍방의 댄스필름은 강태우 감독과 고블린파티의 작업과는 매우 달라요. 좀 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데, 작품 자체의 목적이 그렇습니다. 작품의 목적 자체가 그러하다보니, 작업 내용에 대한 언어적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밖에 제작 과정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는 다르겠지만, 그 역시도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서로가 이해하고, 만들고자 하는 작품이 다소 추상적인 콘셉트이기에 촬영 전에 의견을 나누었고, 촬영과 편집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도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었어요.

허영균: 김성민 감독의 경우, 김모든 안무가와 여러번 협업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나간 소통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처음과 지금에 변화가 있다면 더더욱이요.

김성민: 서로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입니다. 달리 말해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는 건데요. 최근 새로운 안무가를 만나 작업을 하면서, 초기의 과정을 돌아보는데, 단순한 컷과 샷임에도 엄청 추상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죠. 영화의 경우, 콘티가 있으니 그 장면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안무가는 촬영을 하려는 장면의 앞, 뒤의 모든 과정을 다 설명하려고 합니다. 오래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의 장점은 불필요한 이야길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그전에 서로의 장르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요.영상작가는 안무(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안무가(무용수)는 기본적인 촬영에 대한 이해가 필 요하다는 말이죠. 그렇지 못하면 협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안무가와 영상작가, 협업의 전제조건


백종관: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음으로는 댄스필름을 작업하는 감독들에게 안무가와의 협업에 있어, 전제가 되는 조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듯합니다.

강태우: 소통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무가에 맞는 소통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진호 안무가를 비롯해서 고블린파티 분들은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기존에 개봉한 많은 영화에도 조예가 깊으셔서, 저와 이야기 나누면서도 기존의 영화들을 자료로 많이 제시해 드렸어요. 영화를 예시로 이야기 하니 의도를 파악하기가 매우 쉬웠어요.

백종관: 그런 면에서 저도 쌍방 김승록 안무가와 말이 잘 통했던 이유는 우선 개념적인 부분에 공통의 흥미가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 작업의 제목은 <Unholy Three>인데, ‘3’이라는 숫자의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의미가 주제가 되거든요.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영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흥미가 같아요. 비슷한 주제로 쌍방이 공연을 만들었던 적도 있고, 저도 그 공연을 매우 흥미롭게 봤었어요. 쌍방이 공연을 위해 만들었던 레퍼런스 패키지가 있는데, 그게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저는 ‘확장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쌍방도 ‘확장 댄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점이 잘 맞았어요.

강태우: 저희 팀의 사례와도 비슷해요. 고블린파티도 내러티브에 관심이 많았고, 결국 저희의 주제는 ‘죽음’으로 모아졌고요.

허영균: 그렇다면, 댄스필름 작업이 기존의 영상 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혹시 의도하는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강태우: 제가 만들었던 영화나 참여했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프리프로덕션 단계가 특히 중요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현장에서 뭔가를 수정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많았구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무용수분들과 촬영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현장에서 결정할 부분은 최소한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아요. 사전 제작 단계에서 고민이 되었던 것들은 반드시 현장에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허영균: 문제가 되는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강태우: 장소적인 문제나 제작적인 문제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단순하게는 시간이 지나 해가 져서 빛이 달라지는 것도 있고요. 무용수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격렬한 춤들을 오랫동안 계속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생각해요. 사전 제작 단계에서 대화를 충분히 나누면, 대비 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어요. 다른 앵글에서 찍어도 붙이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 중에 하나에요. 현대무용은 방송안무처럼 음악에 딱 맞게 추는 안무가 아니라 호흡이 위주인 춤이다 보니 컨티뉴이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김성민: 가장 차이를 두는 건 촬영시간과 예산을 열어두는 거예요. 영화나 다른 영상작업에서는 기존에 협의되지 않은 장면은 잘 찍지 않아요. 그런데 댄스필름 작업에 같은 방식을 고수해서는 어렵겠더라고요. 사진 콘티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에요.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실제 무용수의 동작을 사진만큼 잘 보여주긴 어렵거든요. 댄스필름은 이야기를 대사가 아닌 몸이나 표정으로 전달해야한다는 차이도 있고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 새롭기도 해요. 댄스필름은 일종의 실험영화의 확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정의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요. 댄스필름은 찍을 때마다 바뀌는 즉흥적인 상황들이 의외로 재미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열어 두고 작업하는 것이 작업에 더 활기를 주는 것 같고, 이 장면은 반드시 이렇게 찍어야한다고 고집하는 건 댄스 필름에서 어려운 것 같아요. 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운드’예요. 몸에서 나는 그 자체의 소리요. 그것이 대화고, 연기고, 춤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김모든 안무가의 작업은 확실히 음악 부분에 신경을 못 쓰긴 했어요. 배경음으로 사용된 음악들은 기존 공연 때 음악을 짜깁기해서 사용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작업자를 포함하여, 관객들도 모두 그것을 느끼더라고요.

백종관: 김성민 감독과 제 생각이 거의 같은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몸이 제일 중요한 것인데요. 주제를 전달하는 여러 수단 가운데 몸의 움직임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가능성이 많은 듯 합니다. 사운드 말씀도 해주셨는데, 전에 댄스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적이 있고, 그때에도 몸에서 나는 소리, 무대가 삐걱거리는 소리 등을 많이 담았어요. 이번 작업에는 영상과 싱크가 맞는 건 아니지만, 촬영 당시 나던 소리를 다 녹음해 놓았어요. 편집할 때 그런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요. 특히나 몸이 중심에 있음으로 해서 나는 소리들이랄까요. 댄스의 현장감이나 역동적 움직임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댄스필름의 주요한 목표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사운드는 정말 중요합니다.

강태우: 저도 사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프로덕션을 꾸릴 때, 촬영감독 다음으로 사운드믹싱기사님을 만났어요. 동시녹음 기사님으로도 모셔서 현장에서 많은 믹싱 소스들을 구할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 사운드믹싱기사님이 생각보다 일이 많아 보여 굉장히 미안하더라고요. (웃음)



작업의 영역


허영균: 필름과 댄스는 공통점 그리고 상생 가능한 지점은 무엇일까요? 일종의 유관성이요. 그리고 정반대로 각자의 고유 영역으로 남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안무가와 영상작가가 공동 구상 및 작업이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영역일까요? 넓은 차원에서 이야기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강태우: 우선 연관성에 대해 말해보면, 필름 역시도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매우 관련이 깊죠. 영화를 나타내는 여러 말 중에는 무빙이미지, 모션픽쳐 등도 있는데요. 영화의 시작 자체를 움직임을 담기 위해서 이기도 했으니까요. 달리는 소 벽화를 영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거든요. 저 역시도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곧 영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그에 따르면 댄스와 필름은 무척 가까이에 있죠.

백종관: 댄스필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각 참여작가들이 워크숍을 진행했었잖아요. 그때 제가 했던 워크숍이 강태우 감독이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서 출발해요. 영화가 발명되기도 전, 크로노포토그래프와 같은 연속-이미지 기록장치들은 움직임을 재현하고 싶은 욕구가 먼저 반영된 영화적인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뤼미에르 형제나 에디슨 형제의 연구도 연속사진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그들 모두 초기에 만들었던 영화 중에 무용을 담은 영화가 있지요. 뤼미에르 형제와 작업했던 안무가 로이 풀러는 직접 자신의 무빙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고요. 즉, 영화의 탄생 자체가 움직임의 재현인거죠. 움직임의 탄생이고요. 그렇게 보면 영화 자체가 댄스필름이라고 무책임하게 정리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만큼 이 둘은 서로 유관하고 작품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죠.

강태우: 영상 연출, 안무가 혹은 무용수가 협의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춤을 출 것인지에 대한 합의 같아요. 영화적인 것은 공간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춤도 영향을 받아요. 안무 작업은 연습실에서 사전 작업을 하고, 어떤 부분을 영상화 하고 싶은지, 그리고 영화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부분을 논의했어요. 대화를 통해 공연 문법을 영상의 문법으로 바꾸는 작업인 거죠. 즉, 안무에서의 우선순위를 사전 제작 단계에서 논의하고 촬영에 돌입하는 식의 협업이요.

백종관: 기본적으로 안무 자체에는 관여하지 않았어요. 일단은 안무가의 몫이니까요. 다만 영화적인 선택은 제가 해야 하는 거니까, 샷 사이즈나 어떤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제가 했어요.

김성민: 소재와 구성은 당연히 협의가 되어야 하죠.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프레임 안의 움직임은 안무가가 프레임 밖에서의 연출은 감독의 몫인 것 같아요. 동작이나 안무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때도 있지만, 바꿔달라거나 하는 요구는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배우와 영화감독과는 달리, 안무가와 영상작가 사이에는 묘한 선이 있는데, 아무래도 안무가가 곧 무용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백종관: 현장에서 어떤 동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렇게 한번 찍어보죠?” 정도의 제안은 할 수 있다고 봐요. 일종의 연기 디렉팅이고, 그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강태우: 이건 성향 차이일 수도 있겠어요. 저희 팀의 경우 소재가 ‘죽음’인지라, 엄숙하기 때문에 안무로 표현하기도 벅찬데, 영상으로만 담으려고 하니 어려웠거든요. 고블린파티의 무용수 분들이 배려도 많이 해주셨는데, 굉장히 유연하게 현장에서 임해주셨어요.

김성민: ‘컷’, ‘오케이’, ‘NG’를 외치는 건 감독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감독이 필요한 것이고요. 안무가가 직접 영상 연출도 해야 하는 경우를 보면, 연출 경험이 있는 촬영감독을 섭외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의지도 되고.

강태우: 그 부분까지도 연출이죠.



‘디렉터’라는 이름


허영균: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볼게요. 공연에서 ‘연출’이라는 포지션이 중요하듯이, 영화에서도 ‘감독’의 포지션이 굉장히 중요한 걸로 앞니다. ‘엔딩크레딧’만 봐도 그렇죠. 댄스필름의 경우, 최종적으로 감독이라는 크레딧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결정할 수 있나요?

김성민: 모든 것을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이 감독을 하면 되는 문제 같아요. 안무가가 연출을 해도 되고, 영상작가가 안무를 해도 상관없는 것처럼. 항상 크레딧 때문에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최종 결과물이 영상이라는 매체하면 영상작가가 연출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생까해요. 안무가는 ‘안무가’라고 크레딧에 명시 되잖아요? 촬영, 편집, 음악 등 자기의 파트에서는 각자의 연출이죠. 그렇지만, 영화 자체를 책임지지 않아요. 최종 책임은 감독이 지죠. 그런 의미에서 영상 작가가 감독에 가깝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부분에 협의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작업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안무가는 처음에는 안무에만 신경 쓰다가, 편집 때가 되면 연출권이나 편집에 관여하는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강태우: 영화인들이 공연인들보다 크레딧에 민감해 보여요. 이번 작업에서 편집 과정을 보여드리지 않았어요. 대신, 저를 한번 믿고 맡겨주면 잘 편집해서 보여주겠다고 했고, 안무가님들도 흔쾌히 허락해주었죠. 안무가가 연출(감독)이라는 이름은 처음과 끝까지 참여하는 사람에게 부여되어야 하고,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사람이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그 프로덕션에서 안무가였다면, 자연스럽게 안무가가 감독이 되는 것이고요.

백종관: 프리프로덕션 단계가 그래서 중요해요. 그때 정한대로 그대로 가야하고요. 물론 이후에 일어날 모든 일을 예상해서 진행할 수는 없지만, 초반에 역할에 대한 것을 정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아요. 작품에 따라 안무가가 편집에 참여할 수도 있고, 연출가가 안무에 참여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럴 경우에도 편집을 영상작가가 하고, 디자인을 했다면 연출자는 영상감독이 되는거죠. 그래서 우리팀도 그 이야기를 했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역할을 나눴어요.

김성민: 해외의 댄스필름 페스티벌들을 보면, 영화가 좋았을 때 제일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이 안무인 것 같아요. 영상감독이 누구던, 촬영기법이 좋았던 간에, 댄스필름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춤’인 것이니까요. 안무가 이전에 더 중요한 건, 댄서겠죠. 눈에 보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결과물에 대해 연출의 의미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크레딧에 ‘안무’라고만 적히는 것이 부족한 걸까요? 댄스필름의 경우에는 안무연출, 영상연출로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아요.

백종관: 크레딧과 관련한 이야기는 안무가들과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아요. 김성민 감독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댄스필름에서 중요한 것은 춤이고 안무지만, 영상 작업에 안무가가 얼마만큼 기여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아요.

김성민: 안무가가 무용수라는 전제하에 댄스필름 작업 내에선 영상 감독이 액션을 외치거나 촬영감독이 녹화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상 춤은 시작할 수 없잖아요.

허영균: 올해 댄스필름 프로젝트는 영상작가와 안무가팀을 개별적으로 선정해서, 매칭을 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장시간 의미있는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좌담을 이끌어주신 백종관 감독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곧 공개될 댄스필름을 기대할게요.




강태우 1989년 포항 출생. 건국대학교 영화과와 동 대학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2013년 영화<젊은 예술가들>로 영화계에 데뷔했고, 이후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그 후>(2017),<클레어의 카메라>(2018)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연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명필름랩 3기 연기자이며 2017년 영화<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연출했다.

김성민 dancegraph 창단멤버. 단편영화를 비롯해 티저, 프로모션 등 짧은 호흡의 영상작업을 지향하며 무브먼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2014년 ‘Wind, Stone and Women’을 시작으로 꾸준히 댄스필름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백종관 전자공학과 심리학을 공부했고, 기업 인사팀에서 교육/채용 담당자로 일하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영화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고(MFA), 리서치와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영상 제작을 지속하고 있다. <이빨, 다리, 깃발, 폭탄>(2012), <와이상>(2015), <순환하는 밤>(2016,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수상) 등을 연출했고, 무용 다큐멘터리 <극장전개>(2014)를 만드는 등 몸과 영화라는 매체를 함께 사유하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글, 정리_허영균(웹진 《춤:i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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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rator2017-11-01

    현장에서 카메라도 함께 춤을 추듯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영와와 무용의 협업과정에서 &lsquo댄스필름&lsquo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촬영감독과 안무가를 크래딧으로 정의하기보다, 지금의 작업들이 어떻게 유통되고, 이후 과정에서 어떤 담론의 과정을 겪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