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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10.26 조회 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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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필름을 둘러싼 안무가들의 대화

글정리_양은혜(춤:in 편집위원)

일시: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오후 3:30 - 6:30
장소: 서울무용센터
참석: 김승록안무가(모더레이터, 패널), 김모든안무가, 송주원, 양은혜(웹진 《춤:in》 편집위원) ⓒ박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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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필름 제작을 해오고 있는 세 명의 안무가 김모든, 김승록, 송주원안무가가 모여 댄스필름제작 현장사례들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용계에서 댄스필름에 대한 관심과 이슈, 논의가 지속되어온 끝에 작년에는 서울무용센터에서 첫 댄스필름제작아카데미가 진행되었으며 올해에는 서울무용영화제(조직위원장 박일규, 집행위원장 정의숙)가 첫 회를 맞는다. 댄스필름제작은 계속 되어 오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교육, 상영할 수 있는 장이나 공간이 없어 그간 안무가들과 영상감독들은 각개 제작을 하며 해외 댄스필름영화제에 출품하는 형식을 취해 왔었다. 본 좌담회에서는 무대와 영상이 댄스필름으로 만났을 때 사용하는 용어부터 안무가와 감독간의 소통관계, 제작체계와 비용관계, 무대와 달리 현장에서 부딪혔던 사례들을 공유하였고 마지막으로 서울무용센터와 서울무용영화제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다. 시스템의 생성 배경에는 안무가들과 영상감독들이 오랜 시간동안 축적해온 댄스필름제작활동과 그에 대한 니즈가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니 센터를 비롯한 영화제는 안무가와 영상감독들에게 귀를 기울여 함께 그 내구성을 탄탄히 하여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댄스필름은 하나의 장르이다!


김승록(이하 승록): 작년에 우리가 서울무용센터에서 댄스필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바 있었는데 올해 서울댄스필름축제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댄스필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승록: 공연활동을 하면서 재미있는 점은 극장이라는 현장감이 주는 즉흥성과 라이브감이었어요. 그러나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공연인 반면 이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은 댄스필름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댄스필름은 잘 촬영된 무용작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년도에 댄스필름 작업을 하다 보니 안무와는 별개의 작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댄스필름작업이 본인들의 안무작업과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김모든(이하 모든): 저는 무대공연에서 영상을 함께 올리는 작업들을 해왔는데요. 하다 보니 관객의 시선이 무대 위 무용수가 아닌 스크린 속 영상에 빼앗기게 되면서 무대에서의 공간적인 안무 작업은 함께 상호작용하는데 하나의 주제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학교에 소속되어 활동할 당시에 열심히 만든 공연을 보러오셨다가 영상을 보신 교수님은 반 농담으로 나에게 영화감독이 될 거냐고 물어 보셨어요. 춤의 기량으로 자신감이 생기던 시기였고 영상을 공연에서 춤의 다른 표현수단으로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에 작업들을 하면서 영상을 분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의가 생겼어요. 지금도 앞으로의 무대공연은 영상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반면 무대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공간의 제한적인 부분을 필름으로 확장시켜 담아내고자 하는 계획입니다.
승록: 공간이라는 영역을 넘나드는 것으로 보는 것이군요?
모든: 네. 작품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무대를 실제 무대로 옮겨오는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이미지에 부합하는 공간을 찾아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송주원(이하 주원): 공연과 미디어가 하는 역할, 영상이 하는 역할, 안무가 엄연히 다른 분야라고 생각해요. 댄스필름은 영화를 위한 작업이잖아요. 댄스필름은 초기 제작단계부터 프로세스 자체가 다르거든요. 무대에 영상이 한 파트로 들어간다면 멀티가 되지만. 무대미술이나 세트의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가요. 기계의 발달로 필름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댄스필름과 무대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엄연히 다른 매체로써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영상은 공연을 기록하는 방식이었잖아요. 우리끼리의 기록이거나 외부에 제출하는 기록 방식이기도 했었고. 미디어로 공연을 본다는 것은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닌 거예요. 그것이 배제된 프레임의 결과물은 완전히 다른 분야의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하는 비디오인지, 댄스필름으로써 포커스가 있고 테마를 구현해 나갈 것인지가 확고해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TV화면이 무대이기 때문이에요. 모든씨가 영화감독이 되면 어떨까라는 부분이 재밌기도 하고 실제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나는 영화감독은 너무 다른 길이라 못하겠더라고요. 저한테는 아름다운 장소를 포착하고 작업하는 안무 외에, 영화라는 매체에서 댄스필름은 상업영화와 가깝기에 차원이 달랐어요. 공연에서 영상이 잠깐 나오는 것과 영상을 기록하는 방식의 필름과 댄스필름자체는 장르구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승록: 공연의 소품으로 활용되는 댄스필름과 기록에서의 필름으로 댄스필름의 목적을 가지는 것이 모두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주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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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록안무가, ⓒ박호상


안무가와 영상감독과의 대화: 서로 다른 역할, 용어, 정의


승록: 저를 포함해서 댄스필름에 관심 있는 대부분은 모든 안무가처럼 공연 안에서 영상을 쓰긴 쓰는데 영상이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어요. 공연의 부분으로 갖고 있는 역할도 있었지만 영상에 담기는 공간, 이를 프레임으로 담는 것이 매우 흥미롭더라고요. 이번에는 기록이나 공연 안에 존재했던 댄스필름이 아닌 댄스필름만으로 작업 완성도가 있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무용계에서 댄스필름이 어떻게 포용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생각을 해요. 이 안에서도 댄스필름이라고 하지만 정의가 다르잖아요. 영화감독님들 입장에서는 댄스필름을 다르게 나누고 계시더라고요. 뮤직비디오 같은 필름이 댄스필름의 대표라고 보는 분도 있고, 몸을 담아내는 것이 댄스필름이다 라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춤인’ 에서도 댄스필름 제작기나 용어정리를 한 글을 봤었어요. 많은 무용가들이 댄스필름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용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댄스필름작업을 하게 되는데 영상감독들, 영상제작자와 컨택을 하는 시점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고 공통된 용어가 없이 대면하다보니 자신이 갖고 있는 도구를 모두 꺼내놓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두 분들은 영상감독님들과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모든: 저는 촬영감독의 댄스필름 작품에 무용수로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저희가 대화할 때 감독님이 얘기하는 영화적 용어들을 다 알아듣진 못해요. 마찬가지로 감독님 또한 무용 용어를 다 알지 못하시죠. 그래서 서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그때마다 쉽게 풀어서 서로의 생각을 말하죠. 그러면서 서로 확인하고 제가 펼친 내용에 조합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그리고 편집할 때 제가 옆에 있었고 장면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이나 흐름들의 전개를 같이 조율하면서 진행했었기에 트러블이 생기진 않았던 것 같아요.
주원: 시스템 상으로 그들이 말하는 영상용어, 예를 들면 우리가 무대에서는 fade in/out을 영상에서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서로 맞춰나가면 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필름이라든지, 이미지 너머의 이미지라든지, 신체를 확장하는 것, 장소를 확장하는 것, 이야기를 확장하여 판타지를 만드는 도구로써의 영상매체가 갖는 힘, 미디어 시대에 영상물이 주는 힘이나 보편적인 언어라는 느낌이 들어요. 누구나 이미지를 갖고 얘기를 하니까요. 무대를 시작으로 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대에서의 영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영상팀과 일을 할 때에는 작업자로써 무대를 만드는 무대기술감독님이 계시고 무대미술을 하시는 무대미술감독님이 계시는데 영상은 무대기술감독님과 무대미술감독님이 다 같이 가는데 그게 영상팀인거죠. 저는 그렇게 접근을 했던 것 같아요.
승록: 영상감독님이나 안무가가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보니 대화가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안무가는 느낌을 이야기와 흐름으로 말하는데 영상감독은 플롯을 말해주길 원하면서 이야기의 구조를 정확하게 스케치해주길 원하기도 하고요. 무용의 경우에 어긋나는 데에서 생겨나는 즉흥성이 무대에서는 흥미로움을 주는데 반해 영상에서는 그들이 의도했던바 또는 그 이상을 나오게 하기 위해서 반복형식을 취해야 하는 장르잖아요. 그런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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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원안무가, ⓒ박호상


주원: 편집도 가능해요. 홍상수 영화감독 영화를 보면 현장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탄탄한 구조가 있기에 가능한 거죠. 무용에서의 기록은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댄스필름도 다큐멘터리나 개인의 이야기를 수필로 기록하듯이 제작하는 것 같아요. 필름이라는 매체 자체의 기능이 멀티미디어를 사용해서 가는 경우가 있고, 시간의 맥락으로 봤을 때 다큐멘터리처럼 풍경이나 인물위주, 삶의 시간대별로 가는 것도 있고, 시간을 역행하는 호러, 공포물가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만큼 필름 안에서의 성격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즉흥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현장성인 거죠. 어제는 촬영 중에 술 취한 아저씨가 오기도 하고 해가지기 전까지 해결해야 하는데 차가 지나가거나 돌발적인 일들로 마지막 장면을 건질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현장성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 건질 수 있는 것을 건져나가는 것. 그런데 무대에서도 우리가 즉흥성이라고는 하지만 즉흥공연은 따로 있는 것이고 무대자체의 즉흥은 없잖아요. 제작과정에서의 즉흥과 무대에서의 즉흥공연은 다르기에 프로세스 자체의 이해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대학을 90년대에 컴퓨터가 없던 시대에 다녔어요. 한 번은 애니메이션학교에서 모션그래픽 작업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물의 무용수로 작업을 오랫동안 했죠. 멀티미디어 작가들과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저는 디지털적인 것보다 아날로그적인 것이 맞더라고요. 지금은 아날로그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더 생각해보면 무용이 아날로그방식인거예요. <위대한 조련사> 같은 경우도 아날로그방식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었어요. 그 공연을 보면서 ‘이런 댄스필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무대와 무대 밖에서 댄스필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로 나가거나 카테고리가 어떻게 나누어지는가에 대해 파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어정리가 외국어라서 어렵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승록: 반복이라는 요소, 안무가가 시퀀스를 짜야하는 방법이 있고 영상감독은 이를 보고 동선으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 테이크에 찍히면 좋겠지만 보고 싶은 순간을 무용에서 반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즉흥적으로 현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모든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든: 촬영장에서 준비한 안무를 실현할 때 공간이 좁았던 적이 있었어요. 카메라 각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대안으로는 다른 각도를 찾거나 공간에서 카메라 위치와 높낮이를 바꿔가는 방식의 작업을 했었어요. 카메라 안에 담겨지는 동작의 크기는 실제 무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때문에 그때그때 맞춰나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주원: 반복, 변화, 확장은 무용에도 있어요.



필름 안에서 다른 방식의 안무: 가만히 있어도 가능해지는 안무


승록: 이번에 촬영하면서 <삼인무 교육부>를 댄스필름화하기 위해서 처음 안무했을 때 구성했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영상감독과 논의하려 했었어요. 결론은 무대공연이 댄스필름으로 다시 심어져 들어온 형태에서의 한계점이었어요. 영상에서 보는 것은 무대에서 보는 다각 지점들이 아니라 무용수들의 다양한 모습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 영상은 선택된 앵글의 한계라는 점에서 답답하기도 했었어요.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맥락에서 댄스필름 안무는 따로 있는가에 대한 궁금함도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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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든안무가, ⓒ박호상


모든: 무대공간은 전체가 펼쳐져 있고 관객들은 무대를 통해 보이는 것 안에서 어떤 의미를 해석하려 노력할거에요. 무용수의 표정이나 표현되는 동작, 몸의 변화들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게 표현되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필름에서는 관객들이 놓치는 부분들을 세밀하게 연출 의도에 따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주원: 체계나 구조가 있으면 더 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훨씬 좋은 작업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과거에 하던 멀티미디어 작업과 장소에서의 작업들을 기록하고 공연하는 방식은 달라요. 외부 장소에서 공연을 하면 뒷사람은 아무도 못 보게 되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리허설 때 촬영을 해서 나중에 앵글 밖에서 못 봤던 부분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무용 공연이 갖는 라이브감은 현장에서 가질 수 있지만. 시스템과 시작점이 다르고 인력, 기자재가 다르더라고요. 영상에는 영상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있잖아요. 이렇게 모두 다른 성질을 서로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작업에서 처음으로 음향비용을 냈는데 그러다보니 음향감독님도 필요하더라고요. 공연을 만들 때 무대감독님이 있고 크루들이 있는 것처럼 댄스필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체계와 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필름작업을 할수록 라이브공연, 무용공연이 갖는 강점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요. 블랙박스는 조명으로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풍정.각>에서 골목길은 그러한 판타지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춤이 갖고 있는 판타지를 구현해내야 하는 거죠. 그 판타지는 음악이 될 수도, 의상 또는 무브먼트가 될 수도 있어요. 그게 무대와 다른 것 같고 이런 점이 라이브가 갖는 매력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요. 저는 <풍정.각>만으로 필름을 여덟 편째 찍고 있는데 어떤 편에서는 영상감독, 영상미디어아티스트, 영화가 메인, 광고가 메인이었던 분들이 모였던 적도 있었어요. 각각 갖고 있는 특이점들이 다르더라고요.
춤으로만 가면 호흡이나 리듬을 조율할 수 있는데 매체가 달라질 경우 이를 조율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거죠. 그러다보니 같이 일하는 감독님의 필드나 성향도 같이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라이브공연과 영상의 차이라면 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자기성향, 작업에 맞는 감독님을 찾고 각 부분들의 역할들과 거기에서의 무게들을 조율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팀에 따라 정말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댄스필름은 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컨셉을 잡고 무브먼트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무용수들이 갖고 있는 언어자체도 작업 안에서 언어를 갖고 가기 때문에 무브먼트가 언어를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름 미디어라는 필터로 전송되는 것과 라이브로 전송되는 것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었어요.
승록: 영상감독이 원하는 춤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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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필름 <자메뷰>포스터, 김모든제공


모든: 저는 그동안 공연 안에서 해왔던 영상 작업들의 장르가 극영화와 실험영화적인 성격의 단편영화를 무대에 함께 올리는 것을 지향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2010년 군입대하기 전에 순수하게 영화만을 위한 20분짜리 단편을 만들었을 때 배우포함 25명이 참여했는데 규모가 작지는 않았어요. 대학에서부터 항상 영화베이스에 있는 친구들과 작업을 했었고 그러면서 대화의 한계들이 생겼는데요. 그렇다보니 영화적인 언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최근에 선보였던 <자메뷰>역시 댄스필름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춤이 기존의 것보다 적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이번에는 그런 느낌으로 내고 싶었고 앞으로도 무대에서 몸에 집중된 춤을 보인다면 영화에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설정상황 안에서 인물들의 역할과 화면에 보이는 이 공간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인지되는 장면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까지 댄스필름이라는 장르가 명확하게 해석되어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영화에서의 장르 구분처럼 댄스필름 또한 스릴러, 멜로, 드라마 등 나누어서 매 작품마다 성격을 달리하여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승록: 안무를 하다보면 저도 비슷한 느낌인데 공연에서의 안무라고 하면 몸이 그려내는 이야기를 연출적인 요소들이 감싸줘서 도와주고 있잖아요. 저는 처음 안무를 했을 때에 끊임없이 시퀀스를 짜고 채워 넣는 것에 대한 다이내믹함은 있었지만 몸으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댄스필름에서도 그 압박이 비슷하게 존재했던 것 같아요. 댄스필름에서도 몸이 있고 몸으로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부분에서 영상감독님과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편집이나 앵글로도 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몸을 안무하는 방식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가만히 서 있어도 된다는 것을 필름을 통해 느끼면서 안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안무가 다시 무대로 돌아올 때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원: 메타포가 더 클 수도 있죠. 미니멀함이지만 거기서 들어올 수 있는 힘이 있기에 다를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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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각_이태원MMMG빌딩, 사진제공 송주원


영상으로부터 무대 또는 무대로부터 영상, 무엇이 달라질까


승록: 예를 들어 <풍정.각>이라는 영상작업이 오프라인이나 다른 공간이나 무대 공간을 통해서 공연으로도 진행하잖아요. <풍정.각>이라는 작업이 공간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영상을 너머 무대로 넘어 오지 않았나요?
주원: 기획단계에서부터 장소작업을 하게 된 시작점은 무대가 갖고 있는 폭력으로부터였어요. 1년, 6개월 내내 준비하는데 하루 이틀 공연을 하잖아요. 셋업 기간도 매우 짧아요. 스페이싱 하루, 무대 까는데 하루 가는데 노력에 비해서 구현에 한계가 있다 보니 그로부터 오는 상실감이 컸어요. 우리가 준비한 만큼 무대에서 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계속 신작을 해야 하는 상황과 한 번에 휘발되는 작업들이 지속되다보니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으로 기록하고 장소에서 하는 것. 삶의 장소에서 내가 사는 이야기를 그 장소에서 하면 되겠다고 심플하게 출발하게 됐어요.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시작했죠. 첫 <풍정.각>공연에는 관객을 50명 정도 예상했는데 70명 정도가 왔었어요. 그 후에 점점 더 많아지더라고요. 올해 <풍정.각>도 몇 백 명이 관람을 했어요. 한편 영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취지의 기록하는 차원의 공연이었는데 골목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 어려웠고 누군가의 삶의 현장에 관객들이 들어가서 구경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더라고요. 작가의 의도가 좋더라도 거주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기에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들어갔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자는 의도로 필름이 완성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저에게 미디어는 창구가 되더라고요. 1시간짜리 공연을 15분짜리 필름으로 함축 아닌 압축, 편집을 하는 필름작업입니다. 장소 공연이 필름으로 제작될 때는 영상에 맞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것 같아요.
승록: 모든님은 어떤가요?
모든: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이번 <자메뷰>댄스필름을 올해 5월에 모다페에서 무대버전 듀엣으로 공연을 올린 적이 있었어요. 실제 영화에서 사용했던 내레이션을 사용하였고 영화에서의 장면들안에서 조명과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을 무대에서 함께 활용하려 했어요. 필름의 내용을 무대로 옮기면서 주제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내레이션을 사용하였는데 뭐랄까 구시대 같은 느낌과 추상적인 해석이 아닌 다소 쉬웠다는 평들이 있었어요. 저는 평소 표현의 방법이 무대 공연에서 주제에 대해 단순하게 접근을 하지만 관객은 이마저도 어렵고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에 아쉬웠던 부분을 보안하여 8월 춘천아트페스티벌에서는 솔로를 제안 받았었어요. 솔로 춤으로 작업을 하면서 작품의 주제는 유지하지만 어떠한 당위성이 필요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컷이 나누어지고 인물들의 장소와 상황들이 교차되어 보였다면 혼자 무대를 채우면서 몸이 변화되는 형태의 과정으로서 표현 방법을 수정하게 되었어요. 음악 역시 영화에서 사용했던 음악을 무대버전으로 곡 작업을 새로 만들면서 분위기도 달라졌어요.
주원: 무용무대에서 내레이션이 위험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언어화된 몸’은 약간 다르잖아요. 실제로 그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작년에 짧은 필름을 만들었었는데 짧다 보니 점프 컷이 많아지더라고요. 그 안에서도 시간배분이 모두 짧고 다르기에 자막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좋다는 것이었는데 자막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입장에서는 설명이라는 점이 ‘뜨악’했죠. 남을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에 어떤 언어를 선택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자막처리 하나 넣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한 줄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기에 어려웠었던 적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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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백종관


안무가와 영상감독이 다루는 안무: 협업? 공동? 분담?


승록: 영상감독님들은 내러티브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내러티브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영상감독님들 경우 이것은 스토리보드인 거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어야 필름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러나 무용으로만 갖고 있는 내러티브, 컨셉, 구조적인 것들, 파편적인 이미지들의 나열이 안무자의 개성에 따라 리듬감과 색깔을 보여주는 내러티브였는데 여기서 생기는 충돌도 있는 것 같아요. 초반 작업에서 이런 경험들은 없었나요?
주원: 초반에는 당연히 많았어요. 감독님들은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 설득이 이뤄져야 하고 설득이 이뤄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영상 그리고 감독님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기도 했었어요. 촬영현장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촬영 전에 아이폰으로 촬영을 하고 가면 수월하게 촬영은 진행되더라고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포기해야 하는 점이에요. 그래서 제작기간이 길수록 좋은 것 같아요. 전체적인 작업의 밸런스와 하모니가 중요하기 때문에 안무가는 여기에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 날카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득력이 있으려면 자기주장이 먼저 서 있어야 하는 거죠. 테마에 대한 굵직한 주장이 끝까지 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는다면 타인도 설득할 수 없을 거예요.
승록: 영상분야에서 추구해왔던 이미지와 아름다움이라는 목적성에 부합하게끔 작업이 될 텐데요, 미적이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데에 있어서 영상감독과 안무가가 충돌하는 경우는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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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백종관


모든: 저와 함께 작업한 영상감독님은 무용에 대한 관심도 높고 매우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제가 보지 않은 공연도 봤냐고 물어보실 정도거든요. 감독님은 제 몸의 움직임을 일반적으로 영상을 하시는 분들의 판단기준으로 보지 않고 제가 풀어서 이야기해주기를 바래요. 그렇기에 마찰은 없었어요. 송주원안무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진짜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어요. 아마도 댄스필름 장르에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아서 같아요. 앞으로도 댄스필름작업을 계속하고 싶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소통’이라는 말은 너무 많이 하는데 반해 작업자들 간에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었어요. 그러한 점에서 저는 저와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업자들을 만난 것 같아요.
주원: 이 갈등은 촬영감독뿐만 아니라 무용수들과 현장 등과 계속 타협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스스로가 약하거나 흔들릴 때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승록: 생각보다 쉽게 풀어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안무가와 영상감독이 목표한 바가 부딪치지 않는다면 쉽게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안무가가 나는 나의 몸이 이런 형식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영상감독은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말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이 과연 올바른 방식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협업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생각으로 가거나 아니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의지박약이 되는 것은 아닌가. ‘say yo’하면 ‘yo’하는 이상적인 형식을 다들 바라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죠. 협업 안에서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개인작업과 다를 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서울무용센터에서의 댄스필름 제작 프로그램을 예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작년에는 안무가가 지원을 했고 영상감독을 컨택해서 작업을 하는 형식이었는데요, 협업 안에서 내 주도권이랄까, 극복했던 점들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주원: 각자의 역할과 태도는 당연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에 따른 각자의 책임감도요. 같이 이뤄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초반에 만든 합을 잘 쌓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안무하는 것처럼 작업을 해요. 작년에 센터에서 했던 작업까지만 해도 프로덕션 단계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모두가 고생했었어요. 그러나 어제 촬영은 하루 종일 촬영했음에도 프로덕션이 탄탄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이었기에 안정적이었어요. 편집은 보통 3차는 안 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풍정.각>에서는 편집비용이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과거에 11차까지 했었어요. 안무를 할 때는 안무자가 검증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편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었더라고요. 체계를 갖는 것, 구조를 세우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댄스필름 아카데미나 워크숍 등에서 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떤 체계를 가지고 가야하는지 미리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무용인들이 기계에 무용의 언어를 포함한 편집툴을 다룰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요. 댄스필름제작단계와 스토리보드를 짜는 방식, 시퀀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타임테이블은 어떻게 짜고 그에 대한 장비구성과 비용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며 촬영감독님과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를 아카데미에서 경험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승록: 영화감독과 안무가가 갈등하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자본의 양이나 프로세스가 모두 다르기에 소통이 어렵기도한데요,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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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서요. 있다면 촬영 당시에 엄청난 추위였는데요, <자메뷰>를 촬영할 때 대관한 촬영장의 기온이 실내에서도 영하13도였어요. 여자무용수가 너무 힘들어 했었고, 그래서 바닥에서 움직임들 역시 현장에서 동선들을 수정해야 했었어요. 1차 촬영을 마치고 2차로 야외촬영을 갔던 전라남도 해남에서는 달리는 장면에서 자동차 트렁크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없이 반복해서 뛰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날씨의 변화 안에서 동일한 화면의 빛을 담아내기 위해서 눈으로 덮인 소나무 언덕에서 긴박하게 쫓기듯 촬영을 했던 장면도 기억에 남네요.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도 스텝 구성원 전체가 제가 편하게 함께 호흡 할 수 있는 분들을 모셔서인지 큰 무리 없이 잘 해낼 수 있었던 같습니다.
주원: 제가 너무 기초적인 것을 모르다보니 촬영감독님이 당황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럴 때 솔직하게 물어보면서 했었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무용인이라 영상 용어도 몰라요. 그러니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세요.’라고 물어봤죠. 이런 것이 현장에서 배우게 되는 점들이었던 것 같아요.
모든: 저도 그랬었어요.
승록: 영화의 제작 단계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단계적 구성방법을 안다면 재정상황에 의해서 어떤 것은 단축시킬 수 있고 어떤 것들은 안무가와 영상감독이 분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수업이나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요.
주원: 맞아요. 메인 무브먼트가 있고 이를 잇는 브릿지 샷들이 있잖아요. 중간단계의 브릿지 샷, 인트로, 에필로그, 프롤로그 등 장소와 시간을 배분해야 하는 등에 대한 계산을 우리가 미리 한 번 알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영화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은데 댄스필름은 또 다르니까요. 예전 <반반반>촬영감독님은 저에게 편집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강사들을 알려주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강의 안내를 보니 전문용어로만 되어 있어 감히 엄두도 못 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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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각_오차원에, 사진제공 송주원


승록: 그렇다면 이번엔 반대로 감독님들이 미리 알고 작업을 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얘기해보죠.
주원: 안무가가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감독님이 상상하지 못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댄스필름이 기존 극영화와 다르기에 왜 이 장면을 찍어야 하며 어떻게 찍어야 효과적인지가 다르기 때문이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서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는 과정을 감독님께 보여드리지 않고 완성한 다음 감독님께 보여드렸었거든요. 과정을 모르고 안무가의 의도, 스튜디오에서 여러 각도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과정이 없다보니 거기서 오는 불협화음이 오가다보니 지금은 제작단계에서부터 감독님께 오픈하고 있어요. 감독님이 단순히 촬영시간을 잡고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어떤 텍스트가 있는지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무용실에 와서 리허설을 보면서 이 움직임이 왜 나오고, 신체가 어떤 각도에서 더 잘 나올지를 살펴보도록 경험하게 하는 것이 작품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저도 촬영감독님과 사전에 대화를 많이 나누었어요. 제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그리고 제목만 들었을 때 생소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을 감독님과 대화로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승록: 영상감독과 안무가가 만나 시간과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원: 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영상감독과 안무가가 같이 흡족해 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은 좋은데 한 사람은 아닌 경우들이 있어요.
모든: 저는 괜찮은데 감독님이 보기에는 제가 보지 못한 부분들, 그러니까 빛이 나가거나 초점이 미세하게 맞지 않는 부분들을 잡아주시죠. 아쉽지만 재촬영을 하거나 삭제해야 하는 장면이기도 하지요.
승록: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저의 경우는 편집을 같이 하는 경우는 아니었어요. 그렇기에 힘든 점은 안무자로서 댄스필름 안에서 공동협업이라고 하면서 프리프로덕션에서 본 촬영까지는 동등하게 진행이 되어 오다가 편집 이후부터는 갑자기 빈도가 줄어드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본 촬영에서는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크레딧이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모든: 같이 작업하고 있는 감독님과 사진작가와 함께 ‘댄스그래피’라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서두에 말씀 드렸듯이 감독님 댄스필름에도 제가 출연을 했었고요. 한 팀 개념으로 움직이고 상의를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메뷰>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감독과 안무라는 경계가 크레딧에 먼저 올라가는 데에 얘기가 오고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죠. 그렇기에 현장에서 작업할 때도 서로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고 제작과정과 촬영현장에서도 제가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좀 더 기다려주신 것 같아요.



크레딧, 어떻게 넣을 것인가?


승록: 만약 영상감독이 장면 구성을 했을 때 크레딧이 영상감독에게 간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글쎄요. 제 경우와는 조금 달라서요, 만약 새롭게 만나는 영상감독이었다면 저는 안했을 것 같아요.
주원: 저도 마찬가지에요. 시작단계부터 공동창작인지,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서울무용센터에서 진행했던 댄스필름제작 프로그램을 이야기하자면 작년에는 안무가가 선정되고 영상감독을 컨택하는 형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영상과 안무가들을 뽑아서 센터에서 파트너를 이뤄 제작하라는 환경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럴 경우에는 크레딧이 같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의 배분이라면 서로가 타협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엔딩크레딧을 낼 때 이런 대화가 있었어요. 제가 전체 컨셉을 잡았고, 안무도 했고, 총감독에다 편집도 같이 했었거든요. ‘편집에 제 이름이 들어가야 하나요?’ 라고 했을 때 그건 아니라는 거죠. 작업자가 편집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크레딧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승록: 안무가가 영상감독과 동등해져야 된다면 어디까지일까요?
주원: 안무가의 역할이죠. 테마를 잡고 주제를 잡고 이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것인데 여기에 미술과 음악, 장소 선택 등을 모두 안무가가 해요. 영상감독님도 그 과정을 계속 공유하고 신체를 움직이는 데에 대해서는 안무가가 역할을 하고 이를 담는 것은 영상감독이 역할을 하고 이에 대한 편집은 그야말로 협력하여 동등하게 조율하여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협업과 공동창작은 분명 달라요.
승록: 협업은 항상 존재해 왔던 것이지만 최근에는 막연하게 생각되었기에 악용이 되는 경우도 있고 이에 대한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주원: 작업의 선호도는 안무가의 선택입니다. 빔 벤더스가 피나 영화에서 공동창작자로 크레딧에 올라갔어요. 내용과 기여도에 따라서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배우가 영화의 기여도가 크다면 그 이름이 먼저 올라가기도 한다고 해요. 이런 시스템을 안무가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기여도인 거예요. 서로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에서도 안무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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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백종관


작은 비용이라도 체계는 갖춥시다: 제작체계 구성, 계약서 작성


승록: 재정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어요. 일이 세분화되어야 했는데 지원금이 작기 때문에 영상감독이 연출부와 편집부를 도맡아 하고 안무자는 안무도 하면서 출연자이자 편집을 하게 되는 다기능을 하기도 했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원: 각각의 역할을 맡아줄 사람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작업에서 깨닫게 되었어요. 상황을 꾸리고 나니 저의 역할과 매니저, 연출자가 하는 일이 다 각각 있더라고요. 그리고 계약서를 써야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한 사람당 5만원을 주더라도 그렇게라도 하니 체계가 잡히는 거예요. 그 전에는 남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제가 모두 끌어안고 작업을 했었는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예산에서 무조건 분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버되는 경우는 팀과 조율해야겠지요. 며칠 전에는 프로덕션 감독이 저에게 무용수들에게 출연료를 주는데 그들의 밥을 왜 계산하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서류를 써 놓고서도 제가 그렇게 되지 않는 거죠. 계약서를 썼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안무가가 초과되는 제작비와 역할을 떠안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괜찮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용기내서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서로의 작업에 무용수로 뛰어 주기에 비용을 앞세우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계속 그렇게 진행할 수는 없기에 체계를 갖춰야 서로가 부담되지 않는 것 같아요.
모든: 300만원이라는 적은 예산은 실제 현장 영화시스템에서 분배했을 때는 불가능한 액수라고 알고 있어요. 예산을 책정하다 보면 적은 액수에서 그보다 많은 일을 해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안무자가 굳이 밥을 사지 않아도 되겠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주원: 저는 이번에 프로듀서와 처음 작업해 봐요. 그러다보니 비용에 대한 피드백과 계약서 그리고 체계가 매우 필요한 것임을 깨닫고 있어요.
모든: 이전 공연들에서 함께했던 기획자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새로운 기획자와 작업을 하는데 예산에 있어서는 전보단 수월하더라고요. 저는 인건비를 가장 우선으로 두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나누려고 하다 보니 운영이 힘들 수밖에 없었는데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항목의 지출을 자제하려고 해요.
승록: 비용이 줄어들면 결국 인건비가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이런 것이 슬슬 부담감으로 오는 것 같아요.
모든: 그러다보니 저는 최근의 작업들을 솔로, 듀엣으로 진행했었어요. 12월에도 1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을 올려야 하는데 저 포함해서 세 명이 출연해요. 그런 차원에서 인원을 줄이고 공연은 지원예산 안에서 오버되지 않는 선에서 대체로 줄이는 편이에요. 이전 공연의 사례들을 보면서 최소한의 인건비 지급이 되지 않는 상태에선 안무자와 무용수 서로에게 부담이기 때문이죠. 지원금이 확보 되어있는 상황에서만 진행을 하고 그래야 인건비를 지급하는 만큼 저 역시도 안무자로서 무용수에게 떳떳하게 요구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승록: 그런 면에서 중복지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원: 영상은 모르겠지만 유통시킬 수 있는 시장구성이 되어야 할 거예요.
승록: 지원사업이 신작중심으로 몰려있다 보니. 그리고 수도권 지원 사업이라 한 지역에서만 이뤄지기가 힘들어요.
주원: 댄스필름 비용에 안무비용이 책정될 수 없는 상황인데 수십년간 다른 지원금도 마찬가지에요. 안무비용 책정이 되지 않는 점이 문제인 것 같아요. 나는 자생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거라는 말을 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더라고요. 저 또한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깊게 고민하고 있구요. 지원금으로 살림을 다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꿈이라면 모든 분야에 최저시급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저시급으로 구성하여 그에 맞는 제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부에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최저시급과 각 분야의 전문인에 맞는 비용으로 제대로 참여자 모두에게 전달하고 작업하는 것 정말 영원히 불가능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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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각_낙원삘뒹, 사진제공 송주원


제작환경지원에서 유통의 성숙함도 필요할 것


주원: 올해 첫 회인 서울무용영화제에 지원했어요. 힘들게 작업했었던 주인공이 자신이 참여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한다니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저 또한 이로써 그가 했던 고생을 보답할 수 있다는 마음도 들어 저도 기뻤어요. 그런데 오전 10시 30분에 한 차례 있다는 거예요. 볼 수 있는 시간대에 상영이 되어야 하는데 오전에 한 차례 상영한다는 것은 사람들과 보러 가고 싶어도 직장이 없는 사람만 볼 수 있는 환경인 거예요. 공연도 아침에는 하지 않잖아요. 올 수 있는 사람들의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센터와 참여자들과 서로 의지하고 감사하며 작업을 했었는데, 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힘써서 만든 사람들이 기분 좋은 상황이 될 수 없는 현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건 시스템의 배려이거든요. 돈을 많이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프레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엔딩 크레딧을 쓰는가에 대해서도 긴장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더 많이 고민해 줘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서울무용영화제가 생겼어요. 영화제를 만드신 선생님의 진취적인 태도에 정말 응원해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도시를 대표하는 서울, 예술 활동이 밀집해 있는 도시명을 걸고 하는 영화제가 개인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저희는 앞으로 작업을 지속해 갈 것이기에 그런 차원에서 각자가 해나가는 그라운드의 기반이 탄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또 이 영화제가 지속되면서 그 그라운드대로 존중을 받았으면 좋겠고 애매하게 섞이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승록: 댄스필름에서의 협업, 어려웠던 점들, 재정상황, 협업에 비롯한 크레딧, 시스템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 다른 안무가들에게 댄스필름을 하게 된다면 어떤 것들이 준비된다면 좋았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을 해볼게요. 댄스필름이라는 것이 안무가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지 댄스필름에 대한 매력 또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봅시다.
모든: 자신의 상상을 무대와 다르게 밀도 있게 화면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인 것 같아요. 안무도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댄스필름 역시 전부 똑같으면 재미없을 거예요. 오늘 나왔던 대화의 내용이 댄스필름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프리프로덕션과 제작단계에 있어서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단순히 좋아서 시작했더라도 체계적으로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도 아직 고민이거든요. 앞으로도 작업을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에 한 번씩은 꾸준하게 작업을 하려고 해요. 요즘 최근 작품인 <자메뷰>작업 이후에 새로운 댄스필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올해 남은 공연들을 마무리 잘해서 내년에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려는 계획입니다.
승록: 안무자로서 댄스필름을 접하다보니 영상과 무용은 전혀 다른 시스템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기는 방식들 그곳에서 적응해가면서 생겨난 창작물의 결과물이 생각보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안무의 방식을 열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공연예술이 기록되는 형식, 단순 기록이 아닌 작품이 지닌 가치로 관객이나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접근성에서는 용이한 것 같아요.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겠지만 말이죠.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저도 이번 프로젝트를 보내온 것 같아요.
주원: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삶에 대한 판타지, 어떤 프레임을 찾아낼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필름으로 해나가고 있고요.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업하면서 연습실을 3개월간 사용할 수 있었어요. 제작비는 크지 않았지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안무가의 작업이 존중받으면서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더라고요. ‘지금 전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퍼포먼스의 맥락에서 댄스필름도 분명 들어갈 수 있는데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미술관 이벤트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 작품이 작품으로써 존중받고 전시되는 것인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입하는 데에 열열하고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왜 돌아보지 않는가’라는 여러 생각이 들어요. 우리 스스로가 자존심을 지키고, 지켜나가는 행동들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서울무용센터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스스로 재밌게 잘 살 수 있거든요. 같이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러한 플랫폼들이 금천, 성북, 문래 등등 여러 군데에 있는데 우리 무용가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꺼내놓고 이야기 나누고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0대에는 몰랐어요. 돈이 많든 적든 인간이 오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동일하다는 사실을요. 그러니 어떤 시스템에 포섭되어 맞춰가기 보다는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우리가 스스로 찾아보았으면 좋겠어요. 한 작품만 하고 싶지만 지원금에 의해 다작을 하게 되기도 해요. 어떻게 나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저 스스로 갖고 가려 해요.
승록: 이렇게 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기를 바라고 다른 분들께 시작의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원: 서울무용영화제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무용계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데 어떤 공감을 일으키는 순기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나 전망을 나눠보았으면 좋겠고 우리 또한 제안해 볼 수 있는 좌담회가 앞으로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댄스필름을 만드는 사람들,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울무용센터와 서울무용영화제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요. ‘춤인’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김승록_안무가 접촉즉흥 단체 “쌍방”의 공동대표이다. “쌍방”을 통해 다양한 창작 작업 및 안무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밖에 몸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모든_안무가, 무용수 ‘모든 컴퍼니’라는 프로젝트 단체에서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무대에서의 한계점에 대한 해소를 영화를 통해 더욱 확장시켜 작품을 통해 표현해 나가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자메뷰>는 이태리,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해외 5개 도시에서 초청 상영되었으며 이태리 ‘스토리 위 댄스’에서 베스트 컨셉상을 수상하였다.

송주원_안무가 송주원은 일일댄스프로젝트와 함께 ‘풍정.각(風情.刻) 시리즈’ 를 통하여 ‘도시공간-몸-지금여기’ 에 대한 내밀한 질의와 담론을 장소특정형 공연 및 전시, 댄스필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글정리_양은혜(춤:in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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