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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8.31 조회 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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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동반자, 프로듀서의 활동에 대하여

추예원_프로듀서

※본 원고는 《춤:in》의 독자님께서 보내신 질문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무용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무용기획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만일 할 수 있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무용공연 기획자나 프로듀서라는 직업은 전공자가 아니어도, 인맥이 없어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함께 나누고, 그들이 자신의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보호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용을 전공한 경우, 무용계의 생리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어 일을 하기에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절대 필수조건은 아닙니다. 일을 하다보면 인맥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무용에 대한 지식 또한 쌓이게 될 것입니다. 무용공연 기획이라는 것은 무용이라는 예술 장르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행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같이 호흡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끔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우선 ‘무용기획’이라는 세상에 뛰어들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축제나 기관, 예술단체 어디든 좋습니다. 자원봉사나 인턴부터 시작하여 가까이에서 기획자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성장해나가는 단계를 밟아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은 아무래도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야 하는 직업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타 장르를 전공하였으나, 무용 기획(자)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타 장르를 전공하였지만, 무용공연을 기획하여 성공한 사례를 찾는다는 것은 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성공의 기준이 모호하기도 할뿐더러 최근 장르별 경계가 점점 더 무너져 장르와 전공의 상관없이 각자의 개성이 강한 기획자나 프로듀서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활동 중인 무용공연 기획자나 프로듀서는 손에 꼽힐 정도이고, 그들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무용을 전공하고 무용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보다 타 장르를 전공하고 무용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하게, 일을 시작하는 초기단계에서는 장르에 대한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실질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내가 어떤 장르를 전공하였는지의 문제보다는 기획자로 나아가며 가져야하는 나만의 색깔과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전문성, 세분화 등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저 또한 무용을 전공하였고 직업전환의 과정에서 저의 성향과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판단하고 고려하며 무용 장르의 기획자로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미술작가와의 파트너쉽으로 전시와 다원예술 분야도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장르에 대한 이해, 시장의 흐름, 관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나 업무 처리 과정들은 꽤 비슷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장르를 전공하였는지는 보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줌인 프로듀서 추예원 관련 사진

사진제공 추예원


기획에 따라 작품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나요? 예를 들면 대중성과 예술성을 기획 단계에서 좌우하거나, 조율할 수 있나요?


어떤 형태로 기획의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체 기획이 이뤄진 후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가지 성향 중에서 힘을 실어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그에 맞는 적합한 예술가를 찾을 수도 있고, 예술가와 함께 기획하는 경우는 협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무용공연을 예로 들면, 최근에는 대중성을 많이 고려하되 예술성은 잘 유지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들 중에 일반 관객으로 하여금 대중적이라고 인지하는 요소(연출, 음악, 미술, 의상 등)가 있다면 그 분야의 유명 예술인과 협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술가들이 작품의 세부적인 면을 들여다 볼 때 기획자는 작품과 관객들이 만나는 지점까지 생각해야하는 역할도 가지고 있기에 결국은 대중성과 예술성에 대해 늘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자가 작품 창작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기획자가 일을 해나가는 성격에 따라, 그리고 함께 작업하는 예술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행정적인 것만을 요구하는 예술가도 있는 반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리서치를 하고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의 전반을 함께 하길 바라는 예술가도 있습니다. 기획자와 예술가가 서로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해하고 조율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면 범위의 폭은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행정처리만을 위한 기획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고 작품에 깊이 들어가는 작업들에 흥미를 가졌었습니다. 같이 작업하는 안무가들의 경우, 긴밀함을 유지하며 작품의 제작 전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요소들을 함께 리서치 하고 전체 콘셉트를 잡은 후 공연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나갈 것인지 결정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대화에서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에는 메모를 해두었다가 신작을 만들어야 할 경우 이를 발전시켜 나가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키워드들의 나열에서 시작된 작업이 각자의 색깔이 담긴 리서치를 통해 발전해나가는 과정은 서로 꽤 많은 협의와 설득의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 이후 주제가 정해지면 이번 공연에 맞는 타 장르의 예술가를 섭외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무대에 올리는 과정들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때 안무가의 작업 스타일과 공연 주제에 맞는 타 장르 예술가들을 찾는 과정도 저의 몫입니다.
미술작가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전시를 기획하기 전에 전체 주제를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주제와 설치방식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공간을 찾고 그 공간에 작품이 설치되는 과정까지 함께 만들어갑니다.
공연과 전시 모두 프로듀서와 예술가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지점이 있어야 만들어 가는 과정 또한 즐거울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결과물은 저를 한 번도 실망 시킨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 대화로 서로 소통하고 같이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듀서의 관점이 예술가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여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이며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가의 의도와 다른 해석, 그 이상의 해석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함께 소통하며 상대의 창의력을 더 끌어내주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지점들을 제안하는 것들이 현재 제가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의 범위입니다.



※《춤:in》에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추예원 프로듀서. 무용과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민간단체와 축제 등에서 근무했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꿈꾸는 독립 프로듀서로서 현재 세 명의 아티스트(미술작가_Novo, 안무가_정현진, 안영준)와 공연, 전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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