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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8.31 조회 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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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기획, 현장에서 생긴 일들

오선명_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기획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차장

줌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기획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차장 오선명 관련 사진

제10회 글로벌 커넥션 강진안 최민선 잭키옹 〈82 vs 62〉 ⓒOk Sang Hoon


매년 가을시즌에는 많은 공연, 전시, 축제 등이 앞 다투어 진행된다. 관객들은 다양한 공연들을 볼 기회가 풍부해진다. 좋은 프로그램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발걸음 향하게 하고 또한 미래의 잠재적 관객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에 예술성과 대중성이 함께하는 기획력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
필자가 프로듀서라는 역할을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 한국공연예술센터(당시 Hanpac,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통합)의 한 부서에서 업무를 맡게 되면서이다. 지금도 가끔 오PD로 불리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무용PD 역할이었고, 연극, 무용이 함께하는 SPAF의 특성상 연극PD, 무용PD가 각각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 당시 ‘한팩(Hanpac)’은 무용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대학로예술극장과 더불어 공연중심, 예술교육중심 전문극장으로 공연 프로그램이 기획되었고,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연간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2016년부터는 국제규모의 축제기획 및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팀장으로서 직, 간접적으로 다양한 기획프로그램, 해외 페스티벌,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였다. 기획공연, 지역단위 공연예술축제, 국제규모의 공연예술행사 등 많은 공연프로그램에서 기획자나 프로듀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연기획자와 프로듀서가 갖추어야 할 것들과 그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관객의 니즈(needs)를 읽는 눈


예술성이냐 대중성이냐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공연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홍보까지 모든 기획자나 프로듀서들의 고민일 것이다. 관객 타깃과 목적이 뚜렷해야 프로그램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공연예술에서 가장 관객의 범위가 좁고 층이 얕은 무용공연은 특히 전공자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기획의도가 필요하다. 관객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이 소비적인 프로그램으로 전락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또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오늘날,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리게 할 수 있다. 관객의 니즈를 파악한 참신한 공연 기획은 곧 무용공연의 유료티켓 판매율을 높이고‘매진(Sold out)’이라는 문구를 띄울 수 있게 한다.



Step by Step - 단계별 프로그램 구성


한 번 올리고 사라지는 소비적인 공연 프로그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계별 프로그램 구성이 관건이다. 젊은 안무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은 매력적인 예술정책 아이템 중에 하나다. 신진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에서 융 복합 예술 분야의 신진 예술가 인큐베이팅 사업은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진 예술가들의 성장과정을 기획자로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예술가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을 기반으로 한 한국공연센터(Hanpac 2010-2014)에서는 축제사업 중 하나인 SPAF의 ‘서울댄스컬렉션’과 극장의 테마별 무용사업인‘라이징 스타’와‘솔로이스트’를 주최했다.
‘서울댄스컬렉션’은 SPAF의 부대행사로 2006년 시작된 신진안무가 경연대회다. 신청서부터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되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심사결과도 공개하여 공신력 있는 신진안무경연회로 자리매김 되었다. 공연 형태의 본선 경연을 거쳐 발탁된 최고 수상작의 안무가에게는 해외 페스티벌 작품초청 및 워크숍 참관, 국제 레지던시 참가 등 장기적으로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글로벌커넥션’의 기회가 주어진다.
‘라이징 스타’는 젊은 무용인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2011년에 시작된 제작 기획으로 차세대 안무가들을 섭외하여 무용과 다른 예술장르와의 조합과 충돌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언어를 창출시켰다. ‘라이징스타’에 선정되었던 안무가들이 이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안무가들로 성장한 것은 오늘날 무용계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다만, 신진 안무가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서울댄스컬렉션과의 변별력이 없어 몇 해 실시하다가 없어졌다.
‘솔로이스트’는 2011년 시작되어 스타급 중견 무용가를 위해 특별하게 기획된 것으로, 동시대 최고의 솔로이스트들의 절묘한 협업 무대를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한국 및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현역 무용수와 안무가 및 협업 아티스트를 매칭 하여 장르 간 만남을 이루어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을 창출했다. 장르를 초월하는 최고의 솔로무대로 각기 다른 에너지들의 시너지를 통해 최대치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 무용제작기획 공연이다. 예술성과 더불어 대중성을 겸비하였기에, 관객의 니즈를 파악한 기획공연으로 티켓판매율 또한 높았던 프로그램 이었다.
이러한 단계별 프로그램 구성은 소비적인 무용기획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시스템을 갖추며 특성화된 기획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새로운 기획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깊이 있는 예술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접근하여 한 단계씩 지속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미래의 안무가들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공연기획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연계성 유지


SPAF 부대행사로, 젊은 안무가들의 도약의 무대인 서울댄스컬렉션과 당시 한국공연센터의 안무가 로드맵이 연계되어 일관된 방향과 단계적인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제시하였다. 바로 서울댄스컬렉션 > 라이징 스타 >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이어진 것인데, 이러한 연계성은 향후 무용계 및 공연예술계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대에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젊은 안무가들을 발굴 및 성장시키고, 국내 무용계에 재능 있는 안무가들의 확보와 세계무대로의 진출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솔로이스트’의 경우,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2011년에 시작한 6월 행사를 2014년부터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주최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아트마켓(PAMS)과 연계하여 더 많은 관객들과 해외 기획가 및 프로그래머들에게 한국의 뛰어한 공연 작품들을 소개할 기회를 확대하면서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는‘2014 솔로이스트’의 프로그램인 김판선 안무 및 솔로 <Share, sound>가 파리 샤이오 국립극장에, 조주현 안무/ 김재승 솔로 <가는세월 오는세월>이 파리 테아트르 드라빌에 시즌 프로그램으로 초청되어, 기획프로그램이 해외극장 시즌프로그램까지 연계된 성공적 사례라 하겠다.
신진안무가들의 안무가전은 다양하게 진행되지만, 수상 후 연계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상만 안겨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댄스컬렉션’의 경우, 본선 12팀 중에서 3팀의 안무가를 수상자로 선정하고 다음해에 해외 레지던시, SPAF 무대에서의 공연, 해외 파트너 축제에 프로그램 초청, 워크숍 참여 등 장기적으로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글로벌 커넥션’기회가 부여된다. 독일 포츠담 탄츠타게 페스티벌, 일본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후쿠오카 프린지 댄스페스티벌, 싱가포르 M1 컨텍 페스티벌 등이 SPAF와 연계된 해외 파트너쉽 페스티벌이다. 수상을 하고, 해외초청공연이든 워크숍 참여든, 해외 레지던시를 다녀온 안무가들을 보면서, 예술가로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조금이나마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획자로서의 역할에 가치를 느낀다.

동시대성을 지향하는 오늘날 공연계의 흐름은 연극, 무용, 미디어, 디지털 테크놀로지 아트, 영상 등 다원예술이라는 더 넓은 시각을 지닌 기획력을 필요로 한다. 특성화된 방향성, 단계별 프로그램 구성과 다음 무대로 이어질 수 있는 연계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입지가 좁은 국내 공연예술계의 흐름을 조금쯤 바꿔보려는 노력이다. 오늘날 공연예술계의 흐름 속에서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연출가들의 앞선 사고와 예술적 가치관이 연극과 무용개념의 탈장르화, 탈영토화에 영향을 미쳤고, 국내 공연예술계의 지형도에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만큼 공연기획자들도 넓은 스펙트럼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뛰어야 할 것이다.




오선명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니스 안티폴리스 대학교 공연예술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파리8대학교 무용학과에서 미학&예술 테크놀로지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귀국 후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 하였으며, 2012년부터 SPAF에 무용PD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기획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오선명_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기획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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