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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7.02.23 조회 10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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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과 무용수, 무용수와 재활

인터뷰_ 권령은(안무가, 무용가)
녹취, 정리_ 임소희(춤:in 영 프로페셔널 기자)

2017년 2월, 무용수들과 운동선수들로 북적이는 한 재활 센터.
센터 안은 재활을 위해 방문한 무용수들, 운동선수로 북적였다.
런닝머신 위에 올라 운동하며 땀을 흘리기도, 특정 동작을 연습하기도, 팔굽혀 펴기와 같은 운동을 하기도하며 각자 몸을 풀고 재활을 진행하고 있었다.
무용수들과 선수들의 열정으로 북적이는 센터 안에서 한 때 치료사와 환자의 관계였던 박태순 재활 치료사와 권령은 안무가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줌인 인터뷰 안무가, 무용가 권령은 관련 사진

어린 발레무용수의 재활을 진행 중인 박태순 치료사 ⓒHosang Park


재활의 시작과 끝


권령은 : 재활에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데, 재활을 신체적 재활, 심리적 재활, 직업 복귀의 재활 이 세 개로 나뉘었을 때, 어떤 식으로 재활이 진행되나요?

박태순 : 재활은 크게 수술 전, 후(복귀)로 나뉩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장애 극복을 위한 재활과 아프지 않더라도 되지 않는 동작을 하기 위한 어드밴스드(advanced)라는 재활이 있는데요. 자신이 되지 않는 동작이 있다면 무용수들은 그것을 장애로 생각할 수 있죠.

권령은 : 그렇군요. 센터에 운동선수들의 재활도 진행한다고 알고 있는데 무용수 재활과 다른점이 있나요?

박태순 : 물론 있어요. 운동선수는 근력을 중심으로 재활을 진행합니다. 운동선수 재활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량을 올리는 것이예요. 하지만 무용수는 전혀 다르죠. 무용수를 재활할 시에는 몸의 모양을 만들려 노력하는 편이죠. 또 무용수에게는 정점,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육의 힘만으로는 절대 좋은 무용수가 될 수 없어요. 근육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다이나믹 머슬(dynamic muscle)은 속근(fast muscle, white muscle)이고, 스태틱 머슬(static muscle)은 서근(slow muscle, red muscle)이예요. 무용수들은 두 번째인 스태틱 머슬의 쓰임이 많습니다. 반면 운동선수들은 속근의 쓰임이 많아요. 서로 쓰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트레이닝 방향이 완전히 달라요.

권령은 : 운동과 무용의 차이 외에도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각 무용장르 별로도 차이가 있는데요. 각 장르의 훈련법이 따로 있나요?

박태순 : 우선 발레의 경우는 턴아웃(turnout), 발등의 포인(poin)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턴아웃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합니다. 현대무용의 경우는 턴아웃보다는 다이나믹한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근육을 위해 트레이닝 하죠. 한국무용수의 경우는 다른 부상은 많이 없지만 무릎이 많이 아파요. 때문에 무릎의 앞 뒤 근육을 강화시켜주면 바로 복귀가 가능한 편이예요.

권령은 : 어떤 무용수든 무용수 입장에서는 수술이 망설여지는데요. 혹시 수술을 하지 않고 재활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있나요?

박태순 : 그건 쉽게 말할 수가 없어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손상이 분명 있어요. 하지만 근력을 통해서 복귀 가능한 것도 있죠. 십자인대 끊어짐 손상이 1도 정도만 되면 재활로 가능해요. 남자 무용수의 경우는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수술을 하는 것을 권하는 편이예요. 재차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여성 무용수의 경우는 심하게 끊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다쳤다하더라도 재활로만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요. 손상의 정도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손상 이유를 따져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예요.



줌인 인터뷰 안무가, 무용가 권령은 관련 사진

재활 치료만을 통해 복귀도 가능하죠. 물론, 한정된 손상 안에서요. ⓒHosang Park


권령은 : 그렇다면 재활 들어가는 적절한 시점은 언제일까요?

박태순 : 이 부분은 외과선생님들과 많이 부딪히는 부분인데요.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급성기(손상 직후)부터 재활을 하는 것이 복귀 하기에 가장 빠른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회복기(recovery stage)에 재활을 많이 오는데, 다친 날부터 재활을 하는 것이 재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권령은 : 몰랐던 사실이예요.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가 우선이고, 재활은 후에 받잖아요. 환자들이 재활 중에 주의해야할 점이 있나요?

박태순 :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게 우선이고 중요한 것은 재활의 시점이에요. 지금 당장 복귀를 원한다 해도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복귀 시점을 정해야 합니다.

권령은 : 보통 한쪽 부상이 생기면 반대쪽도 부상이 생기는데, 방지 법이 있나요?

박태순 : 재활을 할 때 다친 쪽만 재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함께 재활하면 됩니다. 한 쪽만 재활을 할 경우 한 쪽 근육만 120%로 업그레이드 되지만 함께 재활을 진행한다면 양 쪽 모두 120%의 힘을 갖게 되죠.

권령은 : 무용수들이 재활 후 복귀를 하면 부상을 당했던 동작에 대한 트라우마들이 있는데요.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어떤 피드백을 주시나요?

박태순 :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 치료 마지막에 부상 당했던 동작을 반드시 수행하게 합니다.

권령은 : 동작 수행은 재활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거군요? 대부분 무용수들이 관절 사용이 많아 퇴행성 관절염 진행 가능성이 높은데요. 예방법이 있나요?

박태순 : 퇴행성 관절염은 과사용 및 과부하에 의한 연골 손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운동 자극을 해줬을 때 손상된 수준에서 리페어(repair)가 가능하다고 해요. 즉, 통증이 줄어든다는 얘기죠. 운동만으로도 되지 않는다면 다른 의학적인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어요.



몸과 휴식


권령은 : 무용수들에게는 훈련만큼 휴식도 중요한데요. 몸을 휴식하기 위한 조언이 있나요?

박태순 : 근육 사용시간보다 3~6배의 시간을 쉬어야 근육 회복이 진행됩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또 리커버리(recovery) 운동을 하는 것도 좋아요. 스트레칭 등이 그 예죠.

권령은 : 아무것도 안하기가 가장 매력적이네요. 무용수들은 무용 클라스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를 하는데요. 관리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이 있나요? 또 비공연 시즌에 어떤 관리법이 있을까요?

박태순 : 듀크 대학의 논문을 보면, 무용수들의 근력 향상에는 클라스나 공연만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요. 따라서 무용수들은 사이드 액설사이즈(side exercise)를 해야 합니다. 기호도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면 되는데요. 중요한 것은 아픈 부분은 무조건 재활을 해야 해요. 아픈 부분은 사이트 액설사이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특히 요가, 필라테스를 통해 재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요가와 필라테스는 뷰티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손상이 있는 무용수는 재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권령은 : 현재 센터에 있는 어린 무용수들의 나이가 9~19세 정도 되는데, 어떤 관리를 받기 위해 방문하나요?

박태순 : 아파서 오는 경우가 반, 무용 잘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반이예요. 성인과 비슷합니다. 또 체형 불균형, 무용수로써 갖춰야하는 몸을 위해 오는 경우도 많아요.

권령은 : 아까 한국무용수의 경우 무릎 부상이 대표적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발레와 현대무용의 부상은 비슷한 부상인가요?

박태순 : 그렇죠. 현대무용의 경우 어깨와 허리 부상, 타박상이 많다. 발레는 발목 부상이 제일 많아요. 특히 부상 중에서도 염증이 가장 많은 편이예요.



줌인 인터뷰 안무가, 무용가 권령은 관련 사진

언제나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하는 박태순 재활 치료사 ⓒHosang Park


권령은 : 드디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무용수의 재활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기억에 남는 재활이 있으신가요?

박태순 :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권령은씨와 같은 부상을 당한 김기완이라는 발레무용수가 있었어요. 대부분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경우 무용수로써 복귀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이 무용수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날 재활 스케쥴을 짜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매일 8시간동안 재활을 진행했어요. 거의 같이 산 것과 다름 없죠. 전 수석 발레리나 김주원씨는 발바닥 및 햄스트링에 부상이 있었는데요. 족저근막염이라는 부상이었어요. 이 부상은 무용수에게는 아주 큰 부상이예요. 이 분은 매일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재활을 진행했기 때문에, 빠른 기간에 복귀가 가능했어요. 심지어 저의 습관조차 바뀌었을 정도예요.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씨는 아킬레스건염과 허리부상이 있었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재활 치료로 현재까지 수석 발레리나로 활동 중이예요. 이 분들 외에도 많은 무용수들이 있었습니다.




권령은 안무가. 한양대학교 생활무용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2008년 서울댄스컬렉션 안무작 <CoCo>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한국 현대무용계에서 주목할 만한 안무가로 떠올랐다. 이후 2010년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서 <가장 긴 거리>로 최우수 안무자상을 수상하였다.

박태순 연세대학교 재활학 학사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의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 (운동처방 및 운동치료전공) 석사를 졸업했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 생활체육지도자 1급, Manual Therapist-1, Modern Manual Therapy -1& MT-2 (Ola Grimsby in USA)등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재활 전문가로써 활약하고 있다.



인터뷰_ 권령은(안무가, 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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