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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6.09.29 조회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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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를 대변하는 몸의 고결한 언어

클레어 커닝햄_장애인 아티스트

줌인 장애인 아티스트 클레어 커닝햄 관련 사진

ⓒBrian Hartlry
'Claire Cunningham 〈Give Me A Reason To Live〉(2015)


나는 “스스로 장애인 아티스트임을 주장”하는 공연 제작자이자 안무가 클레어 커닝햄(Claire Cunningham)이다. 영국태생으로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 거주한다. 나는 뼈와 관련된 신체적 장애를 지니고 있어, 14살부터 목발에 의지하고 있다. 전문 성악가가 되고자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전공과 관련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한 계기들로 인해 춤을 추게 되었고 어느새 춤은 나의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 모든 상황과 긴 과정을 설명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27살 때쯤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이론상으로 댄서가 되기엔 꽤 “늦은” 나이였다. 이런 경우는 내가 아는 장애인 아티스트들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흔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종종 인생의 느지막한 때에 가서야 춤을 추게 된다는 의미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때에 가서야, 춤을 출 수 있는 사람과 춤에 대한 정의를 둘러싼 전통적인 고정관념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고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 대다수는 전통적인 댄스 훈련 과정을 통해 춤을 배울 수 없기에, 그 중에서 나처럼 특화된 훈련 과정을 만들거나 독립적으로 춤을 배우고, 퍼포먼스를 하는 과정에서 춤과 관련된 일을 함으로서 직접 배워야 한다.



줌인 장애인 아티스트 클레어 커닝햄 관련 사진

ⓒSven A. Hagolani
Claire Cunningham/ Jess Curtis〈The Way You Look (at me) Tonight'〉(2016)


2007년 처녀작 〈진화(evolution)〉는 내가 춤을 배우게 된 과정을 배경으로 쓴 자전적인 솔로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나의 몸은 물론이고, 춤을 추면서 내 몸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다룬 것이기도 하다. 이는 몸이 지닌 물리적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여 몸이 더 강해지고 어떻게 움직여지는지를 느껴 몸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이는 과정을 말한다. 나는 좀 더 “여러 가지를 균형 있게 아우르는” 무용수가 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하나의 공연에 각기 다른 예술 형태를 합치는 것을 말한다. 즉, 하나가 아니라, 텍스트와 동작, 노래 그리고 조각 등, 내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려는 바로 그 순간에 알맞은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작품에 활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무용수나 가수, 배우 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공연자가 되어 보자는 생각이다.
그 이후로 나는 일곱 개의 작품을 더 만들어 현재는 총 8개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최근작은 제스 커티스(Jess Curtis)와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 〈The Way You Look (at me) Tonight〉는 듀엣 공연으로 얼마 전 초연이 이뤄졌다.
‘작품을 만들면서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늘 배우고, 성장하며, 진화하는 것이다. 나는 늘 똑같아 보이는 작품들을 계속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작업이 편하기는 하겠지만 지루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때 내가 겪는 특정한 과정들이 있는데, 어디에서 내가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는지와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분류한 다음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쪽을 선택한다. (만약 앞 무대가 프로시니움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전통적인 극장에서 공연하는 걸 편안해 한다는 걸 알게 될 경우, 그런 극장이 아닌 내 주변이나 가까운 거리에 청중들을 두고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게 된다.) 낯설고 두려운 쪽의 환경과 요소를 택하면서 나는 늘 내 작품 안에서와 그 모든 작업과정에서 정직하고자 한다. 그리고 “무대 위”와 “무대 밖”에서의 나를 조화롭게 공유하고 확장하는 데에 마음을 둔다. 즉, 매 작품마다 그런 영역들에서 활동하는 두 페르소나(persona)가 같이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즉, ‘클레어 커닝햄은 누구인’가라는 점 말이다.



줌인 장애인 아티스트 클레어 커닝햄 관련 사진

ⓒHugo Glendinning
Claire Cunningham 〈Give Me A Reason To Live〉(2015)


내 작품의 또 다른 근본 요소 가운데 하나로는, 소위 “생생한 장애 경험”에 대한 나의 관심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장애로 인해 내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대한 것인데, 예컨대, 내가 그것을 바라보고 극복하는 방식과 그 때문에 내가 사람들과 장소 그리고 시간과 조우하는 방식에서 생성되는 독특한 접점 같은 것들이다. 나는 목발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면을 보게 되는 일이 아주 잦다. 이것은 탐색 과정에서 흥미롭거나 도전을 제기하는 안무적 환경과 지형을 통해서 내 작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그리고 목발을 사용하는 탓에, 나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익숙하다. 나는 그러한 점들이 공연하는 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자신을 보게끔 허용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내가 원치 않는데도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장애인으로서의 각 개인의 고유성과 일반화된 사회의 시선을 넘어 내 자신의 특화된 시간에서 비롯된 단상들이 내 작품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것들 가운데 일부이다. 달리 말해, 장애의 현상학(phenomenology)이자 차이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매우 성공적인 경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는 거주지인 스코틀랜드라는 지역의 장애인에 대한 특혜에 아주 많이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은 장애인들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권리를 부여하며, 사회가 그들을 법적으로 무능력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 낸 진입장벽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법안들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그러한 것들을 성취한 장애인 인권 활동이 오랫동안 활발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스코틀랜드에는 정부가 예술에 재정지원을 위해 설립한 ‘Creative Scotland’가 있다. 이 기관은 최초로 예술을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장애인들이 펼치는 예술을 단지 사회적이거나 치료적 프로젝트로서가 아니라, 예술로서 투자의 정당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인정했다. 그 결과, 나는 지난 2006년에 이 기관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발전보조금을 지원받았는데, 이 덕분에 빌 섀논(Bill Shannon) 같은 사람들과 함께 관련된 훈련과정을 이수하고, 내가 춤을 출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탐색하는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연이어 동일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는데, 때로 평등기금(Equality funding)과 관련된 것이었고, 어떤 경우엔 무용기금(Dance funding)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도 해, 나는 새 작품을 모색하고, 내 자신의 테크닉을 좀 더 연마하며,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다. 덧붙여, 나는 다양한 축제들로부터 참여 요청 의뢰를 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는데, 그러한 것들로는 다다페스트(DaDaFest, Disability and Deaf Arts)와 글래스고우의 트램웨이(Tramway), 벨파스트 국제 페스티발(Belfast International Festival), 댄스 엄브렐라(Dance Umbrella), 그리고 런던의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 등이 있다. “Unlimited”는 영국의 장애인과 청각 장애 아티스트들을 위해 설립된 위탁기금(commissioning fund)이자 축제로서, 지난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의 문화 프로그램(Cultural Program)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나는 이 기금으로부터 많은 공연요청을 받아 작품을 보일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거대한 규모로 작품을 창작하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내 작품들이 공연-이는 특별히 영국문화원(the British Council)과의 파트너 십 덕분이다-되는데도 도움을 주었다.



줌인 장애인 아티스트 클레어 커닝햄 관련 사진

ⓒHugo Glendinning
Claire Cunningham 〈Give Me A Reason To Live〉(2015)


따라서 내 작품은 장애-특수적인 맥락과 예술-특수적인 맥락, 양 방면에서 만들어졌으며 공연이 이루어졌다. 나에게는 내 작품이 양쪽 세계에 모두 존재하면서 그들 사이에서 혼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많은 “주류(내가 좋아하는 세계는 아니지만)” 페스티벌들의 경우, 장애를 지닌 청중들이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를 지닌 사람들, 예를 들어 장애가 있어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나에게는 바로 이런 지점이 내 예술이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며, 이를 통해 장애가 없는 이들도 장애가 어떻게 예술적 가치를 더할 수 있고 각기 다른 미학과 목소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다고 본다.
장애 예술 맥락이란 면에서 내 작품의 관객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많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들 자신도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의 롤 모델을 필요로 할 수도 있는 사람들 말이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통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들을 대변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일반 장애인으로 분류하거나, 장애를 겪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아주 동떨어져 소외된 삶을 사는 존재라고 느끼고 주장하기보다는, 그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가치를 부여하길 바란다. 이러한 도전과 동기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필수적인 공간을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을 통해 제공할 수 있으며 청중의 관점에서 이러한 공유는 작품의 현상화로 이어져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소통으로 확장되리라고 전망한다.




클레어 커닝햄_장애인 아티스트 스스로 장애인 아티스트임을 주장하는 공연 제작자이자 안무가로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장애인 아티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다.
www.clairecunningham.co.uk
클레어 커닝햄_장애인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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