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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6.08.25 조회 1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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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의 종류와 특징

송준호_문화 저널리스트

크라우드 펀딩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8년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www.indiegogo.com)가 첫선을 보였고, 이듬해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가 출범해 이후 크라우드 펀딩의 상징으로 발돋움했다. 국내에는 2011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크라우드 펀딩은 이후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자금을 필요로 하는 개인 및 단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펀딩’이라는 용어는 대개 ‘투자’를 연상시키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형 외에도 대출형과 후원형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투자형과 대출형은 기업이 발행하는 증권에 투자하거나 소액 대출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사업형 방식이다. 반면 이제까지 국내에서 알려진 크라우드 펀딩은 대부분 ‘후원형’이다. 자금을 지원받은 개인 혹은 단체가 후원자들에게 상품을 제공하거나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주는 것으로 보답하는 방식이다. 영화나 음반, 도서, 공연 등 대중의 니즈에 민감한 문화 예술계에서 이런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금세 새로운 기회로 부각됐다. 특히 어느 장르보다 제작비가 절실한 공연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예술가와 후원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1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이 하나둘 등장한 후 이들은 집중하는 장르나 운영 방식에 따라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운영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는 모금 마감 후 목표액 달성 여부에 따라 모금액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가령 해외 대표 사이트인 킥스타터는 목표한 금액이 100% 이상 달성돼야 후원 금액을 주는 ‘All or Nothing’ 방식이지만, 인디고고는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해도 모금액을 수령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Keep It All’ 방식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은 대개 전자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 모금 수수료의 유무나 비중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마다 다른 부분이다.

현재 국내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텀블벅(https://www.tumblbug.com)은 2011년 시작 후 지금까지 누적 후원금 100억 원을 넘어선 한국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 사이트다. 특히 지난 1년간은 후원금 50억 원을 달성하면서 이전 4년의 성장세를 능가하는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미술, 만화, 디자인, 패션, 영화, 요리, 음악,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들이 1천여 개 가까이 등록된 텀블벅은 특히 무용, 연극, 뮤지컬, 페스티벌 등 공연 분야가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많이 활성화돼 눈길을 끈다. 텀블벅의 장점은 다른 사이트에 비해 결제 시스템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모금 수수료(8~9%)가 있지만 모금액에 대한 지출 영수증이나 증빙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 간편함을 지향하는 요즘 세대의 감성과 부합한다.



줌인 크라우드펀딩 송준호 관련 이미지



2011년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문화 예술 분야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본격적인 창작 독려를 위해 이듬해 예술나무(http://www.artistree.or.kr)라는 별도의 사이트를 오픈해 운영해왔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단체인 만큼, 프로젝트 추진 시 대중성과 함께 공익성, 시의성을 고려한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하지만 8월부터 자체 펀딩 운영은 중단하고 텀블벅과 연계해 기획과 프로젝트 발제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알려져 다음 행보를 기대케 한다.



유캔스타트(http://www.ucanstart.com)는 초창기 크라우드 펀딩 이슈를 주도해왔던 유캔펀딩에서 프로젝트 기획을 해온 멤버들이 주축이 된 곳이다. 공연, 디자인, 웹툰, 미술, 사진, 영화, 출판 등 창작에 관련된 문화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사이트다. 특히 춤이나 연극, 퍼포먼스 등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100%를 상회하는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또 아이디어와 투자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하이브리드형 크라우드 펀딩을 표방해, 플랫폼 제공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 제공자와 투자자의 연결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줌인 크라우드펀딩 고주영 관련 이미지



투자형과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을 함께 운영하는 와디즈(https://www.wadiz.kr)는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사이트다. 크라우드 펀딩 전문가들이 직접 진행하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스쿨’을 통해 초보자뿐만 아니라 차후 펀딩을 자주 이용할 이들에게 구체적인 성공 전략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현대무용 공연, 휴대전화 케이스, 추모 편지지 키트 제작 등 ‘기억’을 주제로 한 5개의 펀딩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시사적인 프로젝트가 몰리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줌인 크라우드펀딩 고주영 관련 이미지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아트 서울! 기부 투게더(http://www.givetogether.or.kr)는 작지만 의미 있는 예술 프로젝트부터 문화 도시 프로젝트까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부 플랫폼이다. 예술가들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소소한 기부’와 서울문화재단의 다양한 예술지원사업에 기부하는 ‘창창한 기부’로 이루어진다. 그중 ‘소소한 기부’는 생애 최초 지원을 받는 신진 예술가의 첫걸음을 응원하는 ‘비기너스(Beginners) 프로젝트’와 참신한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플러스 1과 1/2’로 나뉜다.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해도 모금액을 가져갈 수 있고, 특히 목표 금액 초과 시에는 재단이 목표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과 초과분을 추가로 지원하는 ‘보너스’ 제도가 이색적이다.



한편 올해 초에는 오직 공연 예술에만 특화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크라우드티켓(https://crowdticket.kr)도 등장했다. 기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과는 달리 보상을 ‘티켓’에 집중한 점이 특징이다. 초기 비용이 전혀 없어도 원하는 규모의 공연을 기획할 수 있고, 펀딩에 성공하면 플랫폼을 통해 홍보와 티켓 판매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아마추어 아티스트나 인디 뮤지션, 소규모 극단 등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약 두 달간 평균 펀딩 성공률 146%를 달성하는 등 순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프로젝트화하고 있는 키다리 펀딩(http://www.keedari.com)은 작지만 특색 있는 무용, 연극, 전통 예술, 뮤지컬 콘서트 등으로 크라우드 펀딩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줌인 크라우드펀딩 고주영 관련 이미지




송준호_문화 저널리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서 무용미학을 전공했다. 주간한국과 한국일보 문화부, 더뮤지컬을 거치며 영화와 무용, 연극, 뮤지컬, 전통예술, 대중문화를 담당했다. 최근엔 매거진 ROAD에서 여행과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송준호_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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