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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6.08.25 조회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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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크라우드펀딩

차진엽_Collective A 예술감독



줌인 크라우드펀딩 차진엽 관련 이미지



2012년 <Rotten Apple>초연을 위해 2011년 처음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였다. 이전까지 LDP무용단과 해외에서 활동을 하다 귀국한 후 안무 작업을 해오던 중 개인이 아닌 조금 더 큰 개념으로서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11년 프로젝트 컴퍼니 Collective A(콜렉티브에이)를 창단해 그 첫 공연으로 <Rotten Apple>을 구상하게 되었다. 독립적으로는 처음 하는 공연이다 보니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공연 자금이었고, 그러던 중 크라우드펀딩을 알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크라우드펀딩이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나 또한 시스템을 잘 몰랐었기에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시도하게 되었다.



자금확보와 더불어 공연홍보까지


내가 선택한 크라우드펀딩은 당시 공동 제작하였던 Arts&Co.에서 제안한 텀블벅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젊고 유니크한 느낌을 갖고 있으며, 신선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며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듯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이트의 취지가 우리의 취지와도 부합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무용계에서 이전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적을 본 적 없었기에(자료를 찾아보니 몇 달 앞서 문화예술위에서 이원국발레단의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었음)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연자금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는 안무가/컴퍼니들에게는 좋은 제시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또한 대게는 공연 두어 달 전부터 공연 홍보를 시작하는데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면 1년 전부터 공연을 알릴 수 있어 홍보매체로서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공연의 방향과 의도를 명확하게


하지만, 당시만 해도 크라우드펀딩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성공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목표액을 달성해야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책 때문에, 목표액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였다. 일단은 목표액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목표액을 조금 낮추고 대신 공연을 미리 홍보하는 수단으로 생각해 주변에 널리 알리려 노력했다. 다행히 목표액을 초과달성하여 제작비의 일부를 마련하게 된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주변 지인들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외에도 개인적 친분이 없던 분들이 프로젝트만 보시고 후원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는 정말 놀랐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것에 대해 힘을 얻게 되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위해 영상자료와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며 안무가로서 또는 제작자로서 공연의 방향과 작품의도를 명확히 하는 데에 생각이 정리가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홍보영상을 의뢰하려 했는데, 텀블벅의 성격상 프로페셔널한 느낌보다는 조금은 아마추어적이어도 개인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처음으로 영상을 직접 만들어 보았고, 그 과정을 통해 공연에 대한 방향이 명확해졌다. 공연은 크라우드펀딩 이후 13개월 후에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후원을 하려는 분들이 온라인상으로 절차를 밟는 과정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후원금을 직접 보내거나 대신 해달라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 젊은 세대가 아닌 윗세대 분들은 온라인사용에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수수료가 어떻게 책정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 총 모금액에서 수수료를 제하고 받은 금액의 차이가 예상보다 커서 수수료가 높다고 느꼈다.



후원자들을 위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많은 후원자들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보상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다른 프로젝트들을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리워드들이 많았다. 후원자들의 관심은 누가 하느냐 보다는 어떤 프로젝트이고, 나에게 어떤 보상이 돌아오는가이다. 나 역시 여러 차례 다른 프로젝트를 후원한 적이 있는데 기부형식의 프로젝트인 경우 어느 개인에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나 혹은 그 프로젝트 자체가 큰 의미를 두고 있을 때 후원을 결정하게 되었고, 혹은 기발한 아이템을 개발하여 그것을 얻는 경우였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은 후원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인 듯하다.
공연에서 보상은 대부분 팸플릿에 후원자명 기재, 팸플릿 증정, 초대권 등 한정적인데, 후원자들에게는 하나의 이벤트이기도 하기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이색적인 보상들을 생각해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크라우드펀딩 컴퍼니들 중 자신의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곳을 찾는 것,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액을 정하는 것, 프로젝트를 어필할 수 있도록 글과 영상자료 혹은 사진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준비할 것,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후원자들에게 어떤 보상을 줄지,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필요할 듯하다.




차진엽_Collective A 예술감독 LDP 무용단 창단멤버로써 이후 영국 Hofesh Shechter 무용단, 네덜란드 Galili 무용단, 영국 English National Opera 등 해외 유명 무용단에서 활동 후 귀국하여 무용수, 안무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Collective A의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Rotten Apple>은 공연의 새로운 형식을 확장시켰다는 평과 함께 2012 한국춤비평가상에서 베스트 작품상, 제18회 2012 춤평론가상에서 춤연기상을 수상하였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안무총감독을 역임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으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였다.


차진엽_Collective A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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