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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동시대 무용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논의에 주목하고, 이를 다각도로 집중 조명합니다.

2019.12.13 조회 2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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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_ 전시기획자, d/p 디렉터

그래 봐야 다를 바 없는 세계

그래 봐야 다를 바 없는 세계

김지연_ 전시기획자, d/p 디렉터

<VR_I> ⓒCie Gilles Jobin 2017
1.
인터뷰는 질 조뱅(Gilles Jobin)의 작품 <VR_I>에 대한 ‘양면적’ 호기심을 동기로 진행했으나, 나의 질문은 좀처럼 그의 관심에 가닿지 않았다. 못했다.

“VR 환경에서 춤추는 것과 실제 무대에서 춤추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나?”
“다를 바 없다.” (나는 과연 그런가, 그 말에 다른 의미가 있는가, 혹시 반어적 표현인가 조금 생각해야 했다) 그가 덧붙이기를, “춤을 추는 상황, 사람들의 리액션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용수의 신체는 무대의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와 달리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뿐. (그는 여러 차례 ‘영화’를 예로 들었다. ‘영화’의 메커니즘, 영화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는 이런저런 개념들에 능숙하기로 한 자의 목소리를 냈다) 시간을 기반으로 춤을 추는 퍼포머는 VR이든 스테이지든 다를 바 없다. 무용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시간 기반의 무브먼트라는 표현이 그에게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또 덧붙이기를, “나는 안무가이지 무용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안무가 입장에서 VR을 위한 안무와 실제 무대를 위한 안무가 좀 다른가?” VR을 위해 동작을 더 단순화시키는 경향은 없는지 물었다. (VR 안에서 만난, 3D 애니메이션으로 바뀐 무용수들은 늘씬하게, 전형적인 비례미를 과시했지만, 근육이 뭉글뭉글해서 움직임은 너무 부드러웠고, 계속 부드러웠고, 흐느적거렸고, 표현이랄 게 없는, 조금은 상투적이기도 한 몸짓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내 공연을 본 적이 있나? 나의 안무는 원래 단순하다.” 그는 농-당스가 휩쓸던 시기 춤을 시작했단다. “ VR은 무대에서 안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술 친화적이라고 해야 할지, 과학적이라고 해야 할지, 종종 컴퓨터 기술이나 과학 이론이 개입된 안무를 했던 인물이기 때문인지 그는 ‘기술적’인 어떤 부분을 따로 떼어 이야기하는 것을 별 의미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모든 예술은 이미 기술과 함께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컴퓨터와 일하고 있다. VR과 영화가 ‘기술’ 면에서 궁극적으로 다르다고 할 점이 있겠는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말고? 그래서 대부분의 VR 관련 작업의 콘텐츠는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VR은 아직도 매우 새로운 기술이고 새로운 플랫폼이라 콘텐츠의 완성도가 미처 올라가지 않았다. 실험과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문을 닫는 회사들도 많다. VR은 산업이고, 또 다른 시장이다. 새롭게 배워야 할 게 많은 분야이지만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 콘텐츠는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많이 실험하고 있고 투자를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강조되었다. 그러니까, 질 조뱅에게 VR 환경과 스테이지 환경은 아마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2.
몰입형 가상현실을 표방하는 현대무용 공연 의 기본정보는 이러하다.

<VR-I>

  • VR 러닝타임:15분
  • 사전 안내 및 준비시간: 20분
    * 25분마다 5명의 관객이 참여할 수 있음
  • 동시에 참여 가능한 관객:최대 5명
  • 참여자의 공간:길이 8m, 폭 5m
  • 설치에 필요한 공간:길이 9.50m, 폭 7.50m, 높이 3-3.5m
    * 주변에는 적외선 카메라용 행잉 시스템이 필요함
  • 설치 시간:하루 (공연 전날)
  • 사운드 시스템:관중에게 헤드폰을 제공함
  • 빛:작업 조명
  •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인원:

    - 질조뱅 CO.의 기술자 2명

    - 호스트의 기술자 1명

    - 관중들의 준비를 도울 수 있는 리셉션 구역 2-3명의 도우미

  • VR 러닝타임:

    - 일광을 가릴 수 있어야 하고, 인공조명이 있어야 함

    - 빛의 변화는 적외선 카메라를 방해함.

“<VR-I>는 가상공간에 5명의 관중이 함께 몰입하는 100% 가상 무용 작품입니다. 몰입하면서 관람하는 공연은 참여자 또는 아바타가 자신의 시선을 따르도록 합니다. 관객은 모션 캡처 기술 덕분에, 개별적인 경험을 가진 주인공으로 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며 그 모든 유동적 환경 안에서 무용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세트, 환경 및 무용수의 형태는 가상이지만 움직임 자체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아르타님(Artanim)의 기술은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을 결합하여 시청자를 몰입시키기 위한 거대한 세계입니다. 댄서와 참여자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현실과 가상의 교차로에서,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움직입니다.”

<VR_I> ⓒCie Gilles Jobin 2017
안무가는 매뉴얼을 공급하고 싶지는 않다. 참가자들이 각자의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기를 바란다. 사람들에게 너무 소리를 지르지는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정도만 한다. 지침을 안내받은 참가자들은 잠시 대기하며 앞선 자들이 작품을 체험하는 장면을 관람하며 나의 참여를 상상하며 시뮬레이션한다. 차례가 다가오면, 온 보드 컴퓨터가 담긴 배낭,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구성된 ‘가상현실 시스템’을 장착한다. 공간에 설치된 16개의 적외선 카메라는 손과 발에 표시한 마커를 통해 참여자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참여자는 가상 공간 안에서 아바타의 형태로 표현된다. 현실계와 다를 바 없이, 참여자는 거울을 빌리지 않고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기껏해야 손과 발 정도를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에 ‘거울’은 없다. 함께 참여하는 다섯 명의 참여자, 경우에 따라서는 서너 명, 또는 두 명의 참가자를 통해 ‘나’의 아바타를 상상할 수 있다. 나는 그림자로 나의 모습을 만난다. (네 뒤에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3.
그는 이제 시네마와 VR의 차이점을 언급한다. “시네마와 VR 모두 ‘움직임’을 담고, 시간 안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동일하다. 영화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 편집된 화면을 일방적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그는 관객이 스크린 앞에 폭력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VR에서는 관객이 선택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플렉서블(Flexible)’하다. 360도 카메라는 모든 것을 담는다.” (일종의 ‘리얼 타임(Real time)’ 안에 360도를 모두 담아 놓아야 하는 VR 환경,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관객의 태도 안에서 그는 ‘선택적’이고 ‘플렉서블’한 무엇을 발견하는 것 같다. 그것이 작가에게는 참여자의 ‘자발성’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어차피, 그 모두가 다 ‘기획된’ 세계라는 것은 다를 바 없으며, 그 세계에 진입한다면, 그 환경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지만)
“시네마에서 우리는 비전을 공유하고, VR에서는 각자의 비전을 갖는다. 필름은 만든 이의 시점을 제공한다. 감독은 그가 원하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VR은 그 부분을 통제할 수 없다. 강제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보게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것은 에디팅(Editing)의 문제다. VR에서는 점핑 타임(jumping time)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VR 안에서 당신의 경험은 리얼 타임, 너의 시간은 ‘리얼’이다. 댄서가 네 시간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에게는 이것이 ‘리얼’) VR은 리얼 타임이다. 극장의 경험은 다르다.”

“나에게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가 흥미롭다. (모션 캡처란 몸에 센서를 부착시키거나, 적외선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을 말한다. 1970년대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기술로 1980년대 들어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인간의 동작 분석이 학문적으로 시작됐다. <위키백과>) 모션 캡처와 관련된 첫 번째 테스트 소식을 들었을 때, 2013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아르타님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그 분야의 진전된 기술을 만났고,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모션 캡처는 ‘무브먼트(Movement)’를 붙잡는다. 환경은 완벽하지 않아도 무브먼트는 완벽하다. 모션 캡처는 무브먼트를 인식할 수 있다.” (‘cinema’는 그리스어 ‘kinema’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움직이다’를 뜻한다.)

<VR_I> ⓒCie Gilles Jobin 2017
동굴 같은 곳에 툭 떨어진, 혹은 갇힌 참여자들은, (최대 참여인원은 5명, 예약 상황에 따라 어떤 참여자는 홀로 이 가상현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가상현실에 홀로 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아바타의 계획된 움직임을 만날 수 없으며, 나의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와 무관하게 일단, 이 환경 안에는 아바타와 동일한 ‘스타일’로 디자인한, 모션 캡처된 ‘가상’의 무용수들이 움직이고 있다) 동굴이 벗겨지는 순간, 원시 사막과도 같은 공간을 마주한다. 참여자들은 두리번거리고, 어슬렁거린다. 한 사람의 동작은 다른 사람의 동작을 유도한다. 다른 몸을 입은 나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순간, 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다. 이 가상공간에서 움직이는 참여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신체를 적응시키는 어수선함을 지나, 타인의 언급을 통해 자신의 몸을 알아차리기까지의 호기심을 지나, 4m에 달하는 자이언트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옮기는 몸짓을 지나, 이 ‘가상세계’에서 무브먼트를 만드는 시스템에 대한 학습장을 지나, 자이언트가 유도하는 다음의 장소로 이동한다. 장소는 점점 ‘도시’에 가깝다. ‘문명화된’ 공간에 가깝다. 문명의 공간에는 ‘건물’이, ‘공원’이,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예술품’들이 있다. (이브 클라인(Yves Klein),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VR_I> ⓒCie Gilles Jobin 2017
관객은 도시공원 플로어에서 춤을 추기도, 머뭇거리기도, 나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어떤 동작이든 해도 좋다. 다른 이들과 함께 교감할 수도 있다. 주변에서 움직이던 자이언트들이 떠나가면,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의 ‘인체’ 들이 움직인다.(무용수의 움직임을 모션캡처한 장면들이 공간 안에 뿌려진다.) 그들에게 인체 특유의 근육감은 없다. (상투적인 동작들이 둔탁하게 펼쳐지지만, VR_I에서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4.
“춤은 살아있는 강렬한 경험이다. 관중과 공연자들 사이에 공유되는 같은 시간대의 조화다. 관객과 연기자들은 같은 시간, 간은 공간, 어떤 사람들을 위한 촬영장,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방에 모여 있다가, 방에 들어갈 때보다 조금 더 오래된 모든 것을 떠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시간적 현실이 그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 기술은 이제 이러한 감각을 재현하고 심지어 증가시킬 수 있다. VR_I를 위해, 신체의 규모에 대한 질문을 찾아보았다. 캡처 공간은 필연적으로 스튜디오 크기로 축소되었다. 우리는 운동의 공간을 설정하는 효과적인 전략을 고안한 다음, 사막이나 정원과 같은 공간에 적용해야 했다. 세상을 향한 관객의 시선이 자신의 관점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다른 레퍼런스에서 질 조뱅의 말을 가져옴)

그는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참조할 문헌이나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언급했다. “모두 발명해야 한다. 아르타님이 개발한 ‘리얼 버추얼리티(Real Vertuality)’ 시스템은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장치로서 포용적이다. 자유롭다. 실시간 움직이는 5명 참여자의 움직임도 담을 수 있는, 가상 안무 작품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5.
“안무가는 스테이지 위에서 댄서들과 작업한다.” 그런데, 5년 전 3D에 관심을 가지면서 3D 영화를 제작했던 그는, 모션 센서와 안경을 착용한 뒤 가상공간 안에서 동료가 춤추는 것을 본 후로, 그것이 댄서를 어디서든 춤출 수 있게 하는 장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서든 춤춘다. 그것은 실제의 몸이 어디서든 춤추는 것이 아니라, 춤추는 몸에 대한 데이터가 어디에든 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실제와 데이터 사이 다를 게 뭐란 말인가.) “극장에서의 공연 날짜, 텔레비전에서 작품이 상영되는 날짜,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날짜와 시간이 같았던 한 무용수는 ‘내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춤춘다’며 흥미로워했다. 내가 여러 곳으로 ‘뿌려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동시에 다른 곳에 스트리밍된다는 것은 그가 서로 다른 세 장소에서 퍼포먼스하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그는 이 상황을 매우 즐겼다.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자신의 무브먼트를 선보이는 일. 그렇게 VR, 모션 캡처는 어디서나 춤출 수 있는 기술이다. 진정성은 무브먼트에 있다. 기술이 무브먼트를 포착한다. 모든 것은 플로어 위에 있다. 그것이 리얼리티다. ‘발을 딛고 있는 것’. 자이언트 댄서, 리사이즈(resize) 댄서 모두 같은 그라운드에 있다.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그들이 자신을 느끼기를 바랐다. 참여자와 VR환경 안의 무용수는 동일한 물리 법칙에 따라 수평축을 공유한다. 일관된 물리적 공간 내에 참여자의 신체가 실제로 존재하면 놀라운 스케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6.
자이언트가 등장하고, 틀림없이 우리를 내려다보는데, 아무래도 좀처럼 눈이 맞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비용이 충분했다면 아이 컨텍트(eye contact)도 했을 것이다.” 덧붙이기를, “사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상호작용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제대로 관계를 맺지 않는다. 실제, 무대에 올리는 춤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아이 컨텍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관객과 무용수의 거리는 너무 멀다.” 그리고 말했다.

<VR_I> ⓒCie Gilles Jobin 2017
“사람들 사이의 인터렉션(interaction)은 이미 충분하다. 왜 작품 안에 미러를 설치하지 않았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미러를 설치하면 사람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7.
“춤은 논 내러티브(non-narrative)다. 하지만 의미로 가득 찬 예술이다. 이브 클라인의 페인팅 안에서 많은 해프닝이 일어나는데, 그런 것에 현대춤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매우 가깝게 접촉하고, 매우 다른 아이디어가 스테이지에서 이루어진다. 현대무용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의미를 가져간다.”

8.
(관객의 위치는 알 수 없다. 이 VR 세계의 안무는 참가자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관객으로부터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무대에서는 작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늘 등장한다. VR_I를 경험한 관객들은 자신들이 무슨 피스(piece)를 보았는지 말한다. 자기들의 경험을 말한다.” (관객은 더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셈이다)
“나는 댄스를 통해 나의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관객을 외면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는 않는다. 작업 안에서 관객의 존재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내가 설계해 둔 세계를 잘 따라오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그들 각자의 배경으로 이 작업을 다르게 경험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관객’은 없다. 에서는 참가자들의 움직임을 따로 기록하지 않는다. 그들의 움직임 자체는 나에게 그리 흥미롭지 않다. 어떤 관객은 지나치게 말하고, 지나치게 인터렉션을 한다. 소리치고 춤추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젊은 ‘굿 룩킹 걸(good looking girl)’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흥미로운 움직임은 아니었다. 어떤 관객은 소음을 만든다.” (작업 안에 고정될 수 없는 그들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기를, “실제의 퍼포먼스와 VR 퍼포먼스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또 말하기를, “VR에서는 관객이 무대와의 거리감을 느끼지 못한다. 내 생각은 매우 단순하다. 여기저기에서 움직임 등을 관객이 느끼도록 하고 싶다. 내 스타일은 느리다. 나는 단순한 무브먼트 안무를 연출한다. 춤 동작이 너무 많아지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된다.”(그러니까 이 작업은 댄싱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너도 원한다면 춤출 수 있다’는 이야기에 관한 것일지도.)
나는 그에게 자꾸만, VR 공연 안무에서 댄서의 존재 의미를 물었다. “댄서가 없었다면 이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VR_I> ⓒCie Gilles Jobin 2017
9.
“안무가로서 댄서에 대한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댄서는 내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대상은 아니다. 매우 다른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 그에게는 실제 무용수의 신체가 필요 없는 시점이 올지도 모르겠다. 모션 캡처로 수집한 무용수들의 그 진정한 무브먼트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동작을 선보일 수 있는 가상의 캐릭터를 프로그래밍할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여배우 ‘시몬’이 그의 영화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으로 많은 사람을 매혹시켰던 것처럼.(영화 <시몬(Simone), 2002>) 그러니까, VR의 가능성을 즐기는 그는,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여, 언제든, 어디서든 춤출 수 있는 인공의 무용수와 일할지도 모르겠다.
김지연_ 전시기획자, d/p 디렉터 김지연은 갤러리에서 10년간 전시기획자로 일한 뒤 독립 기획자이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의 큐레이터, 아트쇼 부산(2014), 세계문자심포지아(2016), 제주비엔날레(2017)의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경향신문 등에 미술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현재 현대미술의 비물질성을 다루는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며, 비정형 콜렉티브 소환사와 예술공간 d/p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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