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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국내외 무용 현장에 관한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2022.02.10 조회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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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현 (춤in 편집위원)

가장자리를 반짝 비추는

가장자리를 반짝 비추는



권태현_춤in 편집위원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춤in』의 지면이니 스우파를 두고 스트릿댄스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서브컬처와 상업적인 대중문화를 오가는 춤들의 위상을 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논점보다는 스우파에서 비롯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필자는 스우파의 인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포착되는 대중문화 퍼포먼스 영상 이미지에서 변화된 힘 관계의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노제 직캠 유튜브 영상 “[MPD직캠] 노제 직캠 4K 'BAD LOVE' (Noze FanCam) | @MCOUNTDOWN_2021.9.30”
캡쳐 이미지 (2022년 2월 10일 기준 조회수 3,043,461회)
https://www.youtube.com/watch?v=bZvEwYB1k0s

키 직캠 유튜브 영상 “[MPD직캠] 키 직캠 8K 'BAD LOVE' (Horizontal Ver.) (KEY FanCam) | @MCOUNTDOWN_2021.9.30”
캡쳐 이미지 (2022년 2월 10일 기준 조회수 170,293회)
https://www.youtube.com/watch?v=lPnFFYx0EK8

유튜브 영상 “'최초 공개' 레트로 킹 '키(KEY)'의 'BAD LOVE' 무대” 캡쳐 이미지 (2022년 2월 10일 기준 조회수 289,105회)
https://www.youtube.com/watch?v=HoZvvQXaGDQ

스우파의 참가자들이 K-pop 씬의 안무가이거나, 소위 백댄서로 불리던 댄서들이기에 그들의 인기는 K-pop의 무대를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기존에는 댄서들이 무대의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연출에 동원되는, 말 그대로 ‘백’댄서의 위상에 있었다면 이제는 메인 가수뿐만 아니라 댄서들도 점점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관객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통해 아직 무대의 연출 방법론 자체가 유의미하게 바뀐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관객들의 눈이 달라지면서 무대의 일원화된 중심성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먼저 이러한 변화가 내재적인 형식이나 무대 연출의 변화가 아닌, 관객들의 역량에서 야기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어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유튜브 등 온라인 이미지 플랫폼의 생태에서 흥미로운 이미지의 출연으로 이어진다. 스우파의 팬덤을 비롯한 K-pop 댄스 팬들이 백업 댄서의 직캠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유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샤이니 키의 솔로곡 <BAD LOVE> 무대에는 스우파에서 큰 인기를 얻은 노제가 댄서로 함께 했었는데 (물론, 노제는 카이의 〈음〉 댄서로 알려지면서 스우파 이전에도 인지도가 높은 댄서였다.) 방송사들은 유튜브에 메인 퍼포머인 키의 직캠 영상뿐만 아니라, 노제의 직캠 영상도 함께 업로드했다. 그렇게 콘텐츠가 편성되는 것만으로도 위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의 차원에서는 조금 더 흥미로운 균열이 발견된다. 댄서들의 직캠은 위의 어두컴컴한 캡쳐 이미지처럼 항상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과 주변을 마구 오간다. 분주하게 무대의 가장자리로 빠졌다가 다시 들어올 순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때로는 춤을 출 때에도 무대 중심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미지에서 형상을 만드는 것은 중심과 주변의 위계이다. 형상은 배경과 구분되는 지점에서 튀어 오른다. 대중문화 퍼포먼스 무대에서 백업 댄서만을 비추는 이러한 영상은 무대에서 중심과 주변의 강력한 위계가 이상한 방식으로 교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의 원래 주인공은 그대로이고, 무대 연출 또한 그대로인데, 이미지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통해 중심과 주변, 형상과 배경의 힘 관계가 뒤틀리는 것이다. 단순히 무게 중심을 약간 옮겨오는 정도가 아니라, 스우파의 인기를 타고 백업 댄서의 영상 조회수가 본 무대 영상이나 심지어 메인 가수의 영상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위에서 언급한 키의 〈BAD LOVE〉 2021년 9월 30일 엠카운트다운 무대 영상들을 보면, 노제의 직캠이 조회수 약 300만 회를 훌쩍 넘고 있을 때, 방송으로 나간 편집본 무대 영상은 30만 회에도 못미치는 조회수를 가지고 있었고, 무대의 주인공인 키의 직캠은 17만 회 정도에 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엠마 직캠 유튜브 영상 “[MPD직캠] 엠마 직캠 4K 'PING PONG' (EMMA FanCam) | @MCOUNTDOWN_2021.9.16”
(2022년 2월 10일 기준 조회수 6,413,484회)
https://www.youtube.com/watch?v=EGarpYuwR9Y

유튜브 영상 “알콩달콩♥꿀케미 '현아&던'의 'PING PONG' 무대 #엠카운트다운 EP.725 | Mnet 210916 방송”
(2022년 2월 10일 기준 조회수 1,671,149회)
https://www.youtube.com/watch?v=dt7Xs8_AEgo

물론 이것은 댄서들의 직캠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의 무빙과 협응하는 전통적인 음악방송의 무대 영상 연출 자체가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팬덤 안에서는 TV 음악방송의 카메라 무빙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를 오래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K-pop 아이돌 특유의 프로페셔널한 카메라 시선 처리와 완전히 맞물려 잘 편집된 방송용 영상보다 최전선의 카메라 스태프 뒤쪽에서 멤버들을 한 명씩 찍는 직캠 영상이 더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이제 다반사이다. (여기에서 한 번 더 짚어야 할 것은, 직캠이라는 영상 문법 자체가 팬덤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주류 방송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생산하는 콘텐츠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무대에서 불이 들어온 단 하나의 카메라와 눈을 맞추는 무대 연출 자체가 그 압도적인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무대를 비추는 수많은 카메라가 담아내는 것은 이제 단일한 타임라인을 생성할 PD의 선택을 기다리는 잠재적인 이미지가 아니고, 그것 자체로 무대를 다양한 시선으로 비추고 또 유통되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직캠의 유행이라는 맥락과 더불어 댄서들의 영상은 여러 멤버를 비추는 아이돌 직캠과 또 다르게 아예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을 쫓아가기에 더 문제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백업 댄서는 무대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현아&던과 무대를 함께한 댄서 엠마의 경우,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올라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직캠 영상이 조회수 600만 회를 넘기고 있다. 절대적으로도 유의미한 조회수이지만, 방송된 편집본 영상의 조회수가 160만 회 정도되는 것에 비교해보면, 어떤 역전이 분명히 감지된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영상들은 방송사에서 공식으로 제공하는 직캠 영상들이다. 방송사에서 자사의 유튜브 콘텐츠 용도로 직접 공개하는 직캠 영상은 본 무대 영상보다 더 고화질인 경우도 많다. 이 글의 맥락에서 더 흥미로운 사례는 팬들이 기존의 영상을 자르고 기워서 만든 사후적인 편집 영상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들은 어딘가에서 해적처럼 긁어온 소스를 쓰고, 또 데이터를 이리저리 이주시키면서 열화되어 화질이 굉장히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영상들 중에는 HD나 4K로 추출되어 스트리밍할 때 고화질 설정은 가능하지만, 애초에 소스가 열화되어 실질적인 해상도는 떨어지는 영상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소스가 되는 영상들도 애초에 직캠용으로 찍은 것도 아니라, 댄서들이 프레임 바깥으로 아예 나가버릴 때도 있고, 조명을 받지 못할 때에는 형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 무대 중앙에 맞추어 찍힌 영상의 가장자리만 잘라낸 것이라, 왜곡이 있거나 초점도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인물들도 프레임에 어중간하게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가난한 이미지’.


노제 팬 메이드 직캠 유튜브 영상 “음(mmmh) 역시 노제가 noze했다(노제/웨이비)”
캡쳐 이미지 (2022년 2월 10일 기준 조회수 614,207회)
https://www.youtube.com/watch?v=o_s1Ya83HpM

그러나, 역시 그 인기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또한 이러한 현상을 통해 이미지 자체가 가지는 역량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아무리 상업적인 주류 문법에 맞추어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할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유될 ‘구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퍼포먼스 무대의 이미지는 애초에 여러 개의 시선으로 분산되어 유통될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이리저리 자르고 기워내는 관객들의 실천을 통해 기존과 전혀 다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러 차례 짚어냈듯이 주류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관객의 역능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문제는 스우파가 한창 방영되고 있던 시기에도 종종 포착되었다. 스우파도 방영 초기에는 엠넷 특유의 소위 ‘악마의 편집’이 횡횡했는데, 시청자들과 팬덤이 직접 나서 TV 편집본을 재구성한 바이럴 이미지를 만들어내곤 했다. 흥행을 위해 출연자 간의 갈등 관계를 부각하는 편집을 팬들이 직접 출연한 댄서들의 기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오해를 풀어내는 식이다. 그 이후 스우파는 프로그램의 연출 안에서도 대결보다는 존경과 우정, 댄서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큰 호평을 받았다.


상업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스우파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우파는 여성 댄서들을 갑자기 대중들 앞에 나타난 존재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계와 스트릿댄스 씬 안에서의 위상, 서로에 대한 리스펙트,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계보나 역사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다. 단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좋은 여성 서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헐리웃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인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역사로 인정하는 것. 그들이 조명 바깥에서 어떤 형식을 창안하고 있었는지, 가장자리에서 어떤 역사를 쓰고 있었는지를 감각하는 것이다. 역사는 애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을 다시 감각하는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우파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댄서들의 팬덤이 인터넷에서 과거의 이미지들을 탐방하며, 이전에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무대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존재들을 다시 발견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진정으로 유의미하다. 이전에는 알아보지 못했던 얼굴을 다시 찾아 보고, 파묻혀 있던 것을 발굴하는 사람들. 그들은 역사가 아니었던 것을 역사로 기입하면서 단일한 역사를 깨뜨려 역사‘들’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 이전에는 박재범의 〈몸매〉 레전드 영상이었던 것이 이제는, 허니제이&박재범의 〈몸매〉 레전드 영상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 허니제이가 인터뷰에서 언급하듯, 우리 나라의 여성 스트릿 댄서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팬덤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된 여성 서사에 목말랐던 K-pop 팬덤과 댄서들이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이야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뒤집어 낼지, 스타가 되어 갈수록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가장자리를 또다시 반짝하고 비추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권태현 글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예술 바깥의 것들을 어떻게 예술 안쪽의 대상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7000eichen@gmail.com


권태현_춤in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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